˝2022년 10월 29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빚어내며 내일을 꿈꿨을 159명의 이야기가 이태원에서 멈췄습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창비)는 159명에 대한 애도이자 기억이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10월29일 이후의 삶을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9개월에 걸쳐 인터뷰집으로 완성했다

1년 전 10월 2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이 숨지는 전대미문의 참사가 발생했다

막을 수 있었고, 살릴 수 있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6시 34분부터 참사를 우려한 신고가 빗발쳤지만 누구하나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시간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막느라 여념이 없던 수백명의 경찰력은 사고 발생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요원들도 속속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뒤엉켜 쓰러져 가는 인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세월호 참사 8년 만에 우리는 또다시 ‘과연 국가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부터 지금까지 대통령도, 총리도, 장관도, 경찰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 말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참사 지우기에 혈안이었다. 애도 기간은 단 일주일뿐이었고, 추모 공간은 지하 35m 속으로 묻어두려 했으며, 유가족을 향한 온갖 혐오와 조롱이 가짜뉴스로 활개를 쳐도 아무런 제지조차 하지 않았다. 목숨과도 같은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고도 유족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위로도, 공감도, 치유도 받지 못한 것이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윤석열 정부는 그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이제라도 반성하고, 유족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명백백 밝힐 것을 약속해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국가가 해야할 진정한 애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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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25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주기가 다가오는군요 ㅠㅠ
아직도 충격적인데요~~

나와같다면 2023-10-25 18:45   좋아요 1 | URL
누군가의 시간이 영원히 멈춘다는 것은 너무나 무섭고 슬픈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도 그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반성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를 바랍니다.

슬픔의 연대를 통해 위로가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차트랑 2023-12-25 0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탄핵~!!!!!!!!
 

지난해 10월29일 밤, 김초롱씨(33)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골목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김씨는 당사자로서 사회적 참사가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지켜봤고,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목격했다. ‘생존자’라는 무게감에 짓눌릴 때마다 김씨는 고통 속에서 경험한 삶의 변화를 기록했다.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는 참사 이후 319일간 남겨온 기록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참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보통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김초롱씨는 기록을 통해 알리고 싶은 바를 이같이 설명했다

참사 현장을 목격한 그날부터, 김씨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온몸이 떨렸다. 이틀 내내 잠을 미루며 그는 미친 듯이 뉴스 화면만 쳐다봤다.

그러면서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귀여운 텔레토비 친구들에게 꽂혀서 바로 뒤로 사람이 실려 가고 있었음을 몰랐다는 ˝무지함˝, CPR을 해달라는 요청을 듣고도 모른 척한 ˝비열함˝, 놀았던 흔적을 인스타에 올렸다가 삭제한 후에 밀려든 ˝창피함˝이 스쳐 지나갔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분노가 치밀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우울증에 빠졌다

책은 김씨의 일상이 무너진 과정을 담고 있다. 김씨는 “어디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지가 가장 큰 집필 기준이었다”며 “‘일상이 무너졌다’는 간단한 표현에 다 담기지 않는 실제 모습도 적나라하게 썼다”고 했다.

참사 당일 인파에 휩쓸려 숨이 막히고 발이 동동 뜨는 경험을 한 김씨는 그 자신도 트라우마의 피해자였다. 간신히 골목을 벗어난 그는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찾아왔다고 했다. 김씨는 “내가 대신 죽을 수도 있었는데 ‘내가 저 사람 삶의 일부를 가져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사과를 하고 싶었다”며 “동시에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대다수가 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다.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축제는 삶의 한 부분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지금껏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폄훼와 냉대 속에서도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겠다‘고 손 내밀어 준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 ˝돌이켜보면 나를 살린 것은 ‘연결감‘이었다˝ 이 세 글자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람의 위안과 회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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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는 진보적이며 구세대는 그 자체로 보수적이라는 가정만큼 허구적인 것은 없다
-카를 만하임 [세대 문제]

보수든 진보든 청년들은 시대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다투고 조화를 이룬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자행되는 곳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시대의 경험이란 피해갈 수 없다. 5·18이든, 세월호든, 촛불이든, 이태원이든 분노했다고 한 시대가 모두 같은 삶을 살아간 것도 아니다. 이래라저래라 할 것 없다. 앞선 세대가 그랬듯 자신들의 언어 안에 꿈과 색깔이 있다
오직 오늘 내 발걸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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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동지는 간데없고 찟어진 깃발만 나부끼는 스산한 풍경. 슬픔과 좌절의 절대적인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묘한 낭만이 있다

열아홉 살 3월,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는 부르는 것도 듣는 것도 어색했다. 너무 비장했고 특히 뜻을 몰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니. 사랑하는 사람과는 조용히 걸으면 되지. 무슨 행진을 한단 말인가.
‘임‘은 또 조국? 입시 교육의 휴유증 때문인지 나는 냉소했다

그러다가 세월호 이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는 삶이 보통 경지가 아니구나. 그리고 우리 사회가 빼앗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나는 연소자든 연장자든 연령에 따른 다른 시선(차별)을 싫어했다. 삻의 매 순간은 다 소중하고 균질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꽃다운 청춘‘ ‘인생은 육십부터‘ ‘요절‘처럼 나이와 가치를 연결 짓는 모든 언어에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10대의 죽음이라는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매일 [한겨레]에 실리는 학생들의 얼굴과 글을 읽는다. 나이의 의미와 작동을 무시하고 살다가 ‘사람이 죽는 나이‘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10년도 못 살고 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있다. 혹은 10대의 죽음은 기억하는 이가 적어서, 기억의 장소가 좁아서, 생명의 원래 자리인 어머니의 가슴밖에 묻힐 곳이 없는 죽음이다

다시 ‘행진곡‘으로 돌아가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는 것은 살아 있는 영혼, 존재감 없는 존재, 스스로 몸 둘 곳을 없애 고스란히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려는 삶이다

세월호로 타살된 이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삶에 대한 고민 자체를 빼앗겼다. 이 사실이 가장 나쁘다. 존재 이전에 존재의 의미를 없앤 것이다. 삶과 죽음의 가장 큰 차이는 가능성이다. 행이든 불행이든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가능성. 인간은 행복이 아니라 가능성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래서 너무 일찍 죽으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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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10-1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능성을 빼앗긴 것이 가장 나쁘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행이든 불행이든 인생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스러진 존재들에 가슴이 아픕니다.

나와같다면 2023-10-14 00:04   좋아요 1 | URL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신형철 문학평론가
 

종종 ‘사실’과 ‘현실’이라는 것은 차갑고 냉정하고, 우리를 무기력하게도 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그것은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생은 유한해요.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잠시 머물죠. 이것은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인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인간의 경험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말해주는 진리입니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며 과학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 라며 인류애를 놓지 않았던 아버지
칼 세이건의 평소 언행이 담겨져있다

[코스모스] 쓴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여전히 저와 연결돼 있죠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우주 안에서 서로 마주 보며 영향을 주고받는 별들처럼 동행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죽음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역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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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2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의 인생, 참 쉽고도 어렵지요.

2023-10-1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3-10-1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누구도 그 유한함을 벗어날 수 없잖아요. 편안한 생각이 그 두려움도 없어지게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