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삭제해 주는 회사 라쿠나
라쿠나는 조엘의 가장 최신 기억부터 지워나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근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가면서 기억을 하나씩 삭제했다.

나쁜 기억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좋은 기억은 가장 먼 곳에 숨어 있었다.
그래서 찾기 어려웠나 보다. 나쁜 기억과 권태가 길을 비켜주자 기억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기억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머리속에는 수 많은 기억이 있다. 기억은 우리의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기억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기억이 가진 힘의 크기는 다르다. 어떤 기억들은 존재감이 없지만 어떤 기억들은 힘이 세다. 그 결과, 현재 우리의 마음과 행동은 힘센 기억에 의해 더 크게 영향받는다.

기억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바로 나쁜 기억이다. 나쁜 기억의 힘은 그 내용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나쁜 기억에 주목하도록 진화했다. 나쁜 기억이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손이 데었던 나쁜 기억을 잊지 않고 있어야 미래에 다시 손을 데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우리를 아프고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주었던 상처를 잊지 말아야 다시 상처받지 않은 수 있는 것이다.

나쁜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문제는 진화의 과정에서 나쁜 기억의 힘이 과도하게 세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무리 좋은 기억이 많은 관계도 사소한 몇 개의 나쁜 기억 때문에 휘청거릴 수 있다.

인생은 나쁜 것만 피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좋은 기억을 보듬고 가야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좋은 기억은 우리에게 새로움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우리는 새로움에 다가가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은 우리를 경계하게 만들고, 좋은 기억은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현실의 세상에는 아직 인간의 기억을 삭제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또는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라쿠나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세월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라쿠나에 가지 않아도 우리의 기억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흐려진다. 하지만 기억이 흐려진다고 우리의 옛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느낌과 그때의 감정은 쉽게 삭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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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3-2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 저 책은 어떠셨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23-03-29 13:00   좋아요 1 | URL
- 스미스 요원우 주먹세례를 견뎌내게 하는 힘<매트릭스>
-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왜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는 걸까?
-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하라
- 발 구르는 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보헤미안 랩소디>
- 마음은 어떻게 빈곤에 빠지나<기생충>
-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오래가는 이유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3-29 13:20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재밌을 거 같아요^^!
 

양희승
˝누가 이 대한민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새벽같이 고동치는 나라. 닭 울기 전부터 고성이 오가는 나라. 아침 댓바람부터 고단하고 고달프고 그래도 고진감래를 믿으며 고삐를 늦출 새 없이 고생길을 달려 고소득, 고학력, 고득점, 고위층을 향해 고고하는 나라.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닌가?
<일타 스캔들>

박바라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네.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으나
가장 큰 벌을 받은 사람 또한 자네니까.˝

˝ 언젠가 말이다. 남과 다른 걸 품고 사는 사람도 숨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거야.˝
<슈룹>

박해영
˝난 한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나의 해방일지>

정서경
˝부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걸지만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
<작은 아씨들>

진한새
˝이상하다, 세상이 너를 미쳤다고 하네
그런데 괜찮아. 나도 너와 같아.˝
<글리치>

이나은
˝네가 말하는 건 다 듣고
다 기억하니까, 계속 말해줘.˝
<그 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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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생은 슬퍼라. 최고의 대목이 제일 처음에 오고 최악의 대목이 맨 끝에 오는구나. 작가 마크 트웨인의 탄식입니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들 하는 유년기에는 너무 어려서 그 행복을 모르고, 이제 인생을 알 만하다 싶은 나이가 되면 우리는 이미 늙고 병든 노인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피츠제럴드가 이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그러가? 그 순서를 뒤집어보면 어떨까. 거꾸로 살면 인생은 행복해지는가?‘ 과연 소설가다운 반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소설을 통혀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작정하고, 시간을 거꾸로 사는 한 사내의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를 썼습니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서 마침내 갓난아이가 되어 죽습니다.

과연 거꾸로 사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행복한가 불행한가? 확실한 것은 거꾸로 사는 삶도 특별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건, 그건이 한 생이 함유하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배합 비율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중요한건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방식이겠지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건, 우리 모두 벤자민이고 우리는 모두 벤자민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슨 상관이람.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

p33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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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3-02 14: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레드 피트의 영화로만 봤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군요!
오늘에사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사는 방식>,
너무 좋은데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나와같다면 2023-03-02 16:34   좋아요 4 | URL
영화가 좋아서 소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이 처음으로 오고 제일 좋은 것이 맨끝에 온다면 과연 행복할까?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잖아요..

설령 거꾸로 흐른다해도, 시간은, 그리고 삶은 여전히 흐른다는.. 그러니 우리는 열심히 살아낼 수 밖에..

scott 2023-03-02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무진장 좋아해서 수도 없이 봤습니다 원작 보다 더 뛰어났던 시나리오 영상 음악 모두 훌륭! ^^

나와같다면 2023-03-02 16:56   좋아요 1 | URL
정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영화였어요. 내 삶을 돌아보며 곰곰 곱씹게 만드는 영화.

우리의 삶은 기회로 결정된다. 놓쳐버린 기회에 의해서도.

나와같다면 2023-03-02 16:57   좋아요 1 | URL
영상미도 뛰어났던 영화 🎥
 

역사는 어차피 직선적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는
나선의 후퇴 곡선에 들어섰을 뿐이다
다음에는
더 큰 원을 그리며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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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23-02-27 18:38   좋아요 1 | URL
민주당의원 169명이 본 회의에 참석했는데 찬성표 139표..
당내 이탈표가 많이 나온것도 씁쓸하고 씁니다

기억의집 2023-02-2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명 대표가 더 강하게 나가도 되는 지점 같어요. 어차피 쟤네들은 민주당 노선이나 이념을 가진 의원들도 아닌데 다 내쳐야 헙니다.

기억의집 2023-02-28 11:48   좋아요 1 | URL
수박들은 다 가결표 던졌으니 본인들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겠죠. 어마 무진당 덤빌건데.. 이겨내야죠. 속상은 합니다.

나와같다면 2023-02-28 13:07   좋아요 0 | URL
앞에선 동지처럼 웃고 뒤에선 검찰독재에 굴복하다니,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난 11월 1일은 故 유재하의 기일이었다. 1962년에 때어나 1987년에 돌아갔으니 만 25세의 죽음이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뒤 그가 남긴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앨범 한 장뿐이었다. 생전의 그는 무명이었으나 사후의 그는 눈부셨다. 유재하라는 이름은 어느새 ‘요절한 천재‘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고 그에게 기꺼이 존경을 바쳤다. 그러나 어떤 이도 그를 온전히 되살려내지 못했다. 모든 천재가 그렇듯. 그는 한 세계를 열었고 또 닫았다. 유재하는 ‘유재하‘라는 음악의 기원이자 종언이었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가듯 떠나듯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을.˝ 그의 요절이 이 노래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그가 길을 찾자마자 그의 여행은 끝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죽어서 스스로 길이 되었다

유재하는 언제나 스물다섯 살 청년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한다. 고인의 20주기에 <사랑하기 때문에>를 다시 듣는다. 이 곡의 도입부 35초를 이 세상의 어떤 음악과도 바꿀 생각이 없다. 아. 이것은 20년 전의 음악이다.
음악은 진보하지 않는다

(200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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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4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움악은 진보하지 않는다라고 하니깐 생각 나는 게… 제가 올초부터 인스타 릴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팝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어요. 저는 저의 십대 시절의 음악 80년대 팝과 락을 좋아하는데.. 마일리 사일러스를 비롯해 그 감성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 다시 팝이 좋아져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유재하, 레코드 남동생집에 있을 것 같은데..저 때만해도 블랙레코드 모은 던 시절이었거든요!!!

나와같다면 2023-02-24 14:51   좋아요 0 | URL
듣는다는 것은 참 보수적인것 같아요

10대 20대 듣던 음악적 감성은 참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유재하 LP판은 절판됐고 중고로 30만원 정도로 거래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