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괴이하다. 재계에선 “만화 같다”, “초현실적이다”라고들 한다. 지난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벌 2~3세들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찾아 벌인 일명 ‘떡볶이 먹방’ 얘기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장년의 남성들이 시장 한복판에서 일렬로 대열해 떡볶이를 들고 있다. 짙은색 양복에 붉은 계열 넥타이로 ‘깔맞춤’까지 했다. “들어요, 들어” 대통령 한마디에 일제히 떡볶이를 먹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도, 웃으며 열심히 먹어보기도 하지만 표정들이 이내 굳는다. 몇몇은 ‘냅킨’ 한 장 얻지 못했는지 손으로 연신 입가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닦았다

이 장면이 괴이한 건, 재벌 2~3세들이 오로지 떡볶이를 먹기 위해 거기에 갔다는 점에서다. 정말 그게 다였다. 국제시장 방문은 윤 대통령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상인을 격려하는”(대통령실) 자리였다.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낙담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획된 정치행사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 이라지만 21세기에 그것도 자신이 주인공인 정치행사에, 역시 권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내로라하는 재벌가 오너들을 단체로 불러다가 세워놓고 떡볶이를 먹일 수 있는 대통령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권과 기업이 정말 파트너로서 협력하려면 어디까지나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가 되어야
국익을 위한 활동이 진정한 명분과 의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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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12-25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발 저런 역겹고 우스꽝스러운 쇼좀 안했으면 해요.
한편으론 저런 모습이 통하는 유권자도 있으니 저러겠지 싶은 서글픈 마음도 듭니다.

나와같다면 2023-12-25 12:47   좋아요 0 | URL
오랜 정경유착의 역사속에서도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대통령 떡볶이 들러리 선 모습은 처음 봅니다. 가관입니다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지 못한 회한
지금도 반복되는 불의
어둡기만 한 앞날에서 오는 좌절

권력 최상층에 있는 무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불의를 저지르고, 이들을 견제해야 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과 똑 닮았다

영화를 볼 때는 분노를 느꼈는데
끝나고 나니 슬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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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23-12-23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정민의 연기는 정말이지, 담배 피는 씬 하나로 이미 캐릭터 표현을 끝내버리더군요.

나와같다면 2023-12-23 12:26   좋아요 0 | URL
캐릭터 그 자체였죠. 개인적으로 배우 황정민의 최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격조 있는 글에 재미를 겸했습니다.
오랜 기자 생활과 논설위원을 지낸 올곧은 기자 정신과 내공있는 글솜씨가 배어있어,
이 사람은 천상 기자라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대통령의 마음>은 지난 정부 전반기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역임한 저자의 회고록이자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국정관찰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그땐 그랬었지,
그런 일도 있었지”라는 추억과 함께 “기자수첩처럼 그런 일까지 다 기록해두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고생하며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때 일을 열심히 기록해두었다가
그 기록을 토대로 열심히 쓴 책이어서,
널리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당시 어려웠던 시기에 청와대가
어떤 생각, 어떤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23.12.16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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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3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나와같다면님 크리스마스 연휴 편안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나와같다면 2023-12-23 20:58   좋아요 1 | URL
서곡님 덕분에 폭 넓은 분야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게 된 부분이 많았어요. 감사드립니다. 성탄의 기쁨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

앞으로도 좋은 책 친구 해요💜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나는 도무지 비맞는 사람들 옆에서 고고히 우산을 든 채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내 처지를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사회 문제 해결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서 선한 의도만으로 선한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적 약자의 비명과 신음소리를 사회적 언어로 해석하고 그들을 위한 탄탄한 데이터와 논리를 제공하는 김승섭 교수

김승섭은 “제게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습니다” 라고 얘기한다.
그는 또 ‘아픔이 길이 되려면’ 등 자신이 쓴 책들이 “기댈 곳 없는 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무기로 쓰이기를 원했습니다” 라고 말한다. 공부에 대해, 책에 대해 이보다 더 멋진 대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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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12-10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함께 맞는 비 중에서-
글을 읽다 문득 생각나 전문 올려봅니다.

나와같다면 2023-12-10 20:30   좋아요 0 | URL
대학시절 항상 전공책과 함께 가지고 다녔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에게도 각인된 신영복선생님의 글귀입니다

이때부터인것 같아요.. 공감과 연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잉크냄새님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내는 화염 속 지하철 아수라장에서 딸을 온몸으로 덮다시피 끌어 안았다
아이의 뼈가 아내의 뼈보다 더 많이 발견되었다. 우리는 그 행동의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우리도 할 법한 행동이다

-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내가 겪은 참혹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게 하려는 이들의 이야기

다행히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 힘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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