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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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은 20188,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인 아침의 피아노를 남겼다. 20177월 암 선고를 받고 20188월 임종 3일 전 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아침의 피아노]의 글들을 썼다고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병에 대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정신력이다. 최고의 정신력은 사랑이다.(p13)

 

자꾸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위안을 주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게 된다. 병을 앓는 일이 죄를 짓는 일처럼, 사람들 앞에 서면 어느 사이 마음이 을의 자세를 취하게 된다. 환자의 당당함을 지켜야 하건만...

 

병을 앓는 사람이 갑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을의 자세를 취한다니 아픈 몸이 위축되었음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해충이 없다. 문을 열고 자는데도 모기에게 시달리지 않는다. 아침 물가에 앉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건 여기가 쉼 없이 물이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 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p51)    

 

 

내가 상상하지 않았던 삶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것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어제 누군가가 말했다.

"제가 힘들어하면 선생님은 늘 말하곤 하셨어요. 그냥 놔둬,

나두고 하던 일 해그 말씀을 돌려드리고 싶네요."

 

아침 산책. 단풍나무아래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 새들이 빠르게 하강하더니 더 멀리 날아간다. 가을 하늘이 왜 그렇게 맑고 깊고 텅 비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 나는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어. 사방이 열려 있어. 모든 곳이 길들이야. 그러니 날아올라. 날개 아래 가득한 바람을 타고

 

 

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천상병은 노래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이번 <한겨레>칼럼은 천상병에 대해서 썼다. 어느 정도 만족.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사람은 죽지만 이름은 남는다는 말을 상기 시켜주는 글이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자를 지키려고 쓰는 글이라니 철학자 답다.

 

2주 전부터 왼쪽 고관절이 불편하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있어 오래 걷기가 힘들다. 척추 협착이 있어 평소에도 편치는 않았던 곳이지만 양상과 조짐이 조금 다르다. 지난주 CT 소견에도 전이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적혀 있었다. 지난겨울 장천공으로 열흘을 금식한 뒤에 나는 43킬로그램이었다. 내가 병원 복도를 걸어가면 해골 표본이라도 보는 듯 사람들의 힐끔거리곤 했다. 그때에도 나는 휘청거리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직립 보행을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힘들지만 그 보행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걷는다. 몸도 정신도 마음도 걷는다. 보행이 생이다. 나는 이 보행의 권위와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248) 

    

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환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꼭 13개월이 지났다. 이 글은 그 사이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의 기록이다.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사유들, 혹은 그냥 무연히 눈앞으로 마음 곁으로 오고 가고 또 다가와서 떠나는 무의미한 순간들이 그 기록들의 내용들이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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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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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경기가 안 좋다 경제가 어렵다.말은 하지만 경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한 권으로 먼저보는 2019년 경제전망]을 읽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서평단에 응모하였다. 이 책의 내용을 천천히 숙지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경제에 대한 학고한 뷰를 갖추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한다.

 

굳건한 뷰는 정제된 지식에서 나온다. 정리된 기본 지식으로 확고한 토대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체계를 갖추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제 지식은 그 양도 방대하거니와 해석 방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는 가만히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해석 방법이 금방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 일쑤다. <지은이의 말>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예측할까?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각 경제연구소들은 다음 해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될지 예측을 내놓는다. 경제성장률 예측이란 한마디로 A국이 내년에 몇 개의 의자를 더 생산할 수 있으며, 몇 명의 머리를 더 다듬을 수 있을지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생산 측면, 소비 측면, 해외 측면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소비로 미래 산업활동을 예측한다

산업생산이 늘면 결국에는 투자가 증가한다. 생산이 계속 증가하면 현재의 시설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키울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투자는 자본재 등 다른 생산을 유발하면서 결국 전체 경기호황을 이끌게 된다.

 

 

지급준비율(cash reserve ratio)'이란 무엇일까? 지급준비율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우선 지급준비금의 개념부터 알아두어야한다. 은행은 예금자가 맡긴 돈을 대출해줌으로써 수익을 낸다. 그런데 예금자는 돈을 언제라도 찾을 수 있으므로 은행은 이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은행이 예금자에게 인출해줄 돈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그 사실을 알려주면, 해당 은행에 돈을 맡겨놓은 사람들은 자기 돈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면 은행에 달려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게 되는데, 이를 '뱅크런(bank run)'이라 한다.

 

 

고용 부진 7대 요인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의 최고 화두는 고용이다. 많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청년 백수로 전락하고 있으며, 40~50대는 이른 퇴직을 종용받고 있다. 2018년 취업자 증가 인원은 10만 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년 30만 명 정도가 취업시장에 새로 뛰어 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1 내수 부진

2 짧아진경기주기

3 노동 절약적 경제구조로 지속적인 이동

4 수출산업은 외국 일자리만 창출한다

5 임금부담 증가가 청년실업 유발

6 경직적인 노동시장

7 환율 상승과 정부지출 증가가 고용을 줄인다?

 

 

한국은행이 1일 낸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은 올해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 여건이 개선되는 추세다. 이는 침체를 지속하면서 기존 취업자 증가 폭 목표치인 32만 명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우리 고용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디지털타임스(2018.7.1)

 

실업은 모두가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

실업 문제는 거시경제에도 큰 압박이 된다. 노동 자원이 100% 활용되지 못하면서 경제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실업 문제가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최고 30조 원 정도의 소득 상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소득세 상실 규모는 19천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추정이 가능한 것은 취업 시점이 늦어져 개인들의 생애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퇴직 연령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취업 시기가 늦어질수록 인생 전체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다.

 

 

교역조건 악화와 고용창출 부진 등의 문제로 IT 산업에 대한 한계론이 적지 않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역시 IT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 라 불리며 기존 산업과는 다른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2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한번 투자에 실패하면 큰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일반제조업은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투자에 쓰인 토지, 기계 등을 되팔아 일정 부분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등 IT 관련 투자는 개발에 실패하면 그간 들인 투자비를 모두 날려야 한다. 이처럼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sunken cost)' 이라 하는데, 디지털경제는 매몰 비용이 무척 크다.

 

 

스태그플레이션 유발하는 유가 상승

유가가 오르는 이유는 간명하다. 매장량에 제한이 있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간이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석유 공급선에 차질이 생기고 유전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해 석유가격이 오른다.

 

이런 경로로 유가가 오르면 원료로 석유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된다. 기업들은 제품가격에서 원료가격을 뺀 나머지를 수익으로 삼는데, 원료가격이 올라버리면 그만큼 수익이 줄게 된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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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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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저자:박 준

시인,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있다.

   

 


 

 

이 책은 산문집이지만 시집처럼 산문처럼 읽힌다. 젊은 시인인데 세심하게 묘사한 글들이 마음에 든다. 웬지 팬이 될 거 같은 기분이랄까.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른 책이다. 마음이 찡한 대목은 시인이 아버지와 통화했던 대목이다.

 

"한번은 미아리 극장에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때 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 신나지. (중략) 그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 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 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푸른 하늘 은하수>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 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 (다시 오열)"

 

 

"아이참. 슬픈데 웃기네."

"그런데 너는 어떤 영화로 글을 쓸 건데?"

 

 

편지

몇 해 전 누나를 사고로 잃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그녀가 살던 오피스텔을 쫓기듯이 며칠 만에 서둘러 정리했다. '키타로'라는 이름의 러시안블루 고양이는 누나의 친구가 데리고 갔고 가방과 옷은 태웠으며 책은 버렸다. 하지만 단 하나도 버리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가 이제껏 받은 편지였다.

 

나는 편지들이 궁금해 손에 잡히는대로 펼쳐보았다. 한참을 읽어보다 조금 엉뚱한 대목에서 눈물이 터졌다.1998년 가을, 여고 시절 그녀가 친구와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받은 편지였는데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나는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것으로 편지 훔쳐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울음과 숨

 

통곡, 사람, , 울음소리, 구슬프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울음, 그사이, 들리는, 숨소리, 울음에 쫓기듯, 급히 들이마시는, 숨의 소리, 울음, 울음 보다 더 슬픈, 소리.

 

시인이라는 직업이 녹록지 않다는것이 마음이 쓰이는 구절이다.

 

시가 돈이 되지 않듯, 시인이 직업이 될 수 없으니 내가 한 일들은 그동안 빈번하게 바뀌었다. 두 해 가까이 오류동의 마트에서 배달을 했고, 강서구의 청과물 경매장에서 지게차를 몰았고, 교정지와 함께 눈을 뜨고 교정지 위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야 하는 출판사의 편집 일도 했다. 관람객들이 잘 찾지 않는 문학박물관에서 큐레이터 일을 하며 허허로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고 꽤나 좋은 조건으로 홍보직 공무원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시인은 여행을 많이 하는데 그 중에서 통영을 사랑한다고 한다. 나도 통영에 두 명의 친구가있고 통영을 좋아하는 데 지금은 갈 수가 없다.

 

통영을 사랑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마음으로 한 철을 함께 보낸 애인도 통영을 사랑했다. 시인 백석과 도종환과 청마 유치환도 통영을 사랑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많은 미인들이 통영을 사랑했을 것이다. 백석은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이라 말했고 도종환은 "섬 사이로 또 섬이 있었다 굳이 외롭다고 말하는 섬은 없었다" 고 이야기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청마 유치환의 사랑 이야기 또한 우리를 즐겁게 한다.

 

1947년 마흔 살의 유치환은 통영여중 교사로 갓 부임한 한 교사에게 반해 하루도 빠짐없이 통영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보냈다. 1967년 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년간 그가 보낸 편지는 약 5천 통에 달했다. 그 수많은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이영도 시조시인이었고 유치환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그동안 받은 편지를 엮어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고아

아버지는 서울 태생입니다. 그림을 그렸던 친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자하문 근처 살던 가난한 아버지의 유년이 며칠씩 생으로 굶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촌에 살던 가난한 어머니의 유년에는 그래도 수제비나 옥수수, 감자가 있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자랑이라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정도이니까 역시 서울은 자랑할 게 못 됩니다.

 

아버지의 세발자전거 이야기 그때가 1953년이나 1954년 즈음입니다. 당시 며칠씩 생으로 굶던 처지의 어린 아버지가 갖기에는 값비싼 물건입니다. 그 자전거는 사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한 물건이었습니다.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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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 - 새로운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는 여성 이노베이터 8인의 창직 스토리
홍진아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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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업을 권하는 책이 아니다. 여성 8인의 창직에 대한 스토리다.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기존에 없던 판을 만들어 나가면서 지도 어딘가에 지금까지 없었던 길을 낸다면, 그것이 조직 안이든, 밖이든, 새로운 형태의 무엇이든, 내가 속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터뷰 형식으로 읽기에 편하게 되어 있다.

    

 

차 례

이은의 변호사 여성을 위한 법과 제도를 위해 오늘도 나는 싸운다.

최하란 스쿨오브무먼트 공동대표 불의에 맞서는 여성들의 시대, 작은 힘을 보태는 움직임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권리가 필요한 이유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돌봄이 필요한 찰나의 순간에 함께 하는 플랫폼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그림자노동'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가사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하다

이민경 봄알람 공동 대표 페미니즘의 봄을 알리며 행동하고 기록하는 여성들의 공동체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새로운 상식을 묻는 밀레니얼들의 미디어 커뮤니티

이수인 에누마 대표 세계 초고의 팀과 함께 모두를 위한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다

 

 

일하는 여성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주위의 편견, 자기 안의 두려움을 뚫고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만들어 낸 기차게 멋진 여성들의 일하는 마음에 대하여

 

    

 

1.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후 사내에서 불이익을 겪고 회사를 상대로 송사를 벌여 4년간의 싸움 끝에 승소해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 됀 이은의 변호사는 서른여덟 살에 로스쿨에 진학하여 41살에 변호사가 되었다. 주로 성폭력 관련 사건을 다룬다고 한다.

 

2.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몸에 이상 증세가 찾아왔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요가를 배웠고 그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한다. 최하란 대표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한 일은 학원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와 논술을 가르쳤는데, 요가를 하면서 스쿨오브무브먼트라는 회사를 남편과 같이 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셀프 디펜스나 호신술을 가르치는데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3.아시아 이주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여성 문제에 대해 눈뜨게 됐다는 안지혜 대표는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 는 말에 문제를 비지니스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이지앤 모어'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로 '페미사이클'이라는 월경컵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하여 수입했다. 직접 개발한 월경컵인 '블랭크컵'은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이 건강하게 여성으로서의 생애주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4.김희정 대표 대학과 대학원에서 6년간 경영학을 공부하고, 국내 화장품 회사, 의류 회사를 거치며 브랜드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아갔다. 첫 아이를 낳은 후, 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했다. 20169월 아이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를 창업했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외로운 돌봄 노동을 곁에서 든든하게 돕는 기업을 꿈꾼다. 째깍악어는 피터팬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후크 선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이다. 사업하면서 딸에게 물어보고 정한 이름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없어도 누군가가 안전하게 우리 애를 맡아줬으면 좋겠어'라고 바라는 부모님들 모두가 째깍악어를 알고 계시면 좋겠다. 취약계층이신 분들도 경제적 부담 없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비혼모이거나 장애아를 키우거나, 부모가 장애를 가졌거나, 조손 가정이거나 하는 등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그런 마음에서 현재 취약계층 할인을 하고 있지만, 지금 시행 중인 취약계층 할인은 그냥 우리 운영비에서 30퍼센트를 제하는 방식이다.(p141)

 

5.연현주 대표 세 아들을 키우며 일과 가정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12년 차 워킹맘, 다음커퓨니케이션, 엔씨소프트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카카오에 입사해 이모티콘 스토어를 만들어 유료 이모티콘 서비스의 바탕을 다졌다. 2017, 마음이 맞는 직원들과 함께 카카오를 퇴사하고 '생활연구소'를 창업하고 '청소연구소'서비스를 시작했다.

 

생활연구소가 청소라는 집안일의 한 영역에서 사회의 변화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포착했듯,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들 역시 드러나지 않았던 노동에 전문성과 가치를 매기는 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조금 더 편한 일상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p185)

    

 

6.이민경 대표 2016년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남모를 공포와 일상적 차별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성의 입을 막는 혐오와 무지의 막말들로부터 여성의 마음을 지켜주고 입을 트이게 해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봄알람' 의 시작이다. 출판이라는 형식을 통해 지금 이 시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드러내고 그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며' 우리의 승리'를 만든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7.조소담 대표 2016'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새로운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미디어 '닷페이스'를 창업했다. 닷페이스는 기성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주제, 이를테면 성 소수자 문제, 청소년 성매매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금기 아닌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리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다.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를 해온 조소담 대표는 저출산고령사회원회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국가가 저출산 현상과 고령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에서 조소담대표는 최연소 위원이자 유일한 20대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우리 세대,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며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p 247)

 

8.이수인 대표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했다. 게임업계에서 즐거운 성취를 만끽하며 일하던 중 첫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처럼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남편과 함께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를 창업했다. 계급, 지역, 장애 등으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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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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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메리 올리버

 

   

시와 산문을 겸한 에세이 책이다. 메리 올리버도 소로우처럼 자연을 좋아하는 거 같다. 책을 통해 시인 워즈워스를 알게 해주었다. 워즈워스는 영국 낭만파 시인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힐링이 될 거 같다. 

 

 

 

저자 메리 올리버Mary Oliver

 

시인. 193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났다. 14살 때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3년에 첫 시집 항해는 없다 외(No Voyage and Other Poems)를 발표했다. 1984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로 퓰리처상을, 1992새 시선집(New and Selected Poems)으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서문

 

시인들도 읽고 공부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몸을 기울여 속삭이고, 소리치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옛날 책들을 그대로 베끼는 게 낫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우리의 오래된 세상에는 늘 독보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새로운 자아가 헤엄쳐 다니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다. 촉촉하고 풍성한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진지한 반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완벽한 날들은 프로빈스타운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 평소 하던 생각과 그 안에서 깨달은 것들이 담긴 음악과도 같은 산문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삶을, 의식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 가운데 시 몇 편이 담겨 있는데 올리버는 이를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 시들은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라고 말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사는데는 습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습관을 옷처럼 입고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일보다는 사소한 일에 습관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더 심각하고 흥미로운 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복잡한 일은 하루 더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한 문제들은 바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을 통해, 그 현명한 도움을 통해 스스로를 아주 훌륭하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우리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 상상할 수 있니?

 

예를 들어, 나무들이 무얼 하는지

번개 폭풍이 휘몰아칠 때나

여름밤 물기를 머금은 어둠 속에서나

 

겨울의 흰 그물아래서만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지금, 그리고 지금 - 언제든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우리가 보고 있을 때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조금만 여행하기를 소망하며,

뿌리부터 온 몸으로,

춤추지 않는다는 걸,

갑갑해하며 더 나은 경치, 더 많은 햇살,

아니면 더 많은 그늘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매 순간을, 새들이나 비어 있음을,

천천히 소리 없이 늘어가는 검은 나이테를,

마음에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음을

사랑한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인내, 그리고 행복, 그런걸.

 

 

지금 나는 시인 워즈워스를, 어느 날 밤 그가 겪은 이상한 일을 생각한다. 그가 여름과 밤을 사랑하는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호수에 가서 작은 배를 '빌려' 노를 저어 물 위를 나갔다. 처음엔 달빛과 고요한 물을 가르는 노 소리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그러다 갑자기 가까이 있는 친근한 산봉우리가 그의 마음과 눈에 섬뜩한 유연성을 보였다. 우뚝 솟은 험하고 육중한 바위 봉우리가 그를 인식하고 물을 향해 기울어져 그를 뒤쫓는 듯했다. 그는 겁에 질려 정신없이 노를 저어 도망쳤다. 그러나 그 체험을 통해 하나의 조화이자 생각의 친절한 매개인 미에 대한 단순한 심취에서 자연의 더 심오하고 불가해한 위대성에 대한 깨달음을 나아갈 수 있었다.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씨' 소설이 1850년대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홍글씨는 간음한 헤스터에게 가슴에 붉은 낙인 A를 새겼다.

 

 

호손보다 더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작가는 없다. 그의 기교에는 지성의 가벼운 요소에 속하는 사려 깊음이라는 매력이 들어 있다. 또한 그는 도덕적 목적의 엄숙함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의 확고함에서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오언 워랜드를 발견한다. 미의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니라 미의 정신적 요건에 헌신하는 처절한 노력을 기울일 때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예술가.

 

- 아침 산책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 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나는 먼 내륙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건 상관없다. 나는 1960년대에 처음 프로빈스타운을 보고 이곳의 주민이 되기로 결심하며 여기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날마다 푸른 망망대해를 바라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도시에 온 지 벌써 43년이 되었다. 올해는 모든 도시들에게 힘겹고 고통스러운 해였다. 그래도 여전히 사과는 아삭아삭하고 단단하다. 내가 매일 아침 걷는 솔숲에는 버섯이 풍년이고 그 버섯들은 반짝이는 바늘 같은 소나무들 사이에 독창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는 버섯을 따서 저장한다. 겨우내 우리의 식량이 될 것이다. 야생 크랜베리도 구불구불한 늪들에 지천으로 열려 반짝거린다. 케이프코드 위쪽은 들판들이 길고 넓고 새빨갛다.

 

산문시 - 어느 겨울날

 

오늘 부빙들이 왔어. 밀물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다가왔지. 서두름 없이, 그러나 예정된 것처럼. 물이 빠지자 부빙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구름처럼 해변에 남았어. 사내아이들이 부빙에 기어 올라갔어. 부빙이 흰 배라도 되어 바다로 실어다 줄 수 있기라도 하듯. 갈매기들과 솜털오리들도 부빙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왔다고 느끼는지 그 빛나는 봉우리에서 쉬었지. 아직 물속에 있는 부빙들은 섬에 불과하지만 해변에 남겨진 것들은 거대한 몸집을 다 드러내어 조각품처럼 근사했어.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행운의조각품. 갈라진 틈들이 푸르게 빛났어. 그것들은 영혼들이었을 거야.

 

 

 

 

옮긴이의 말 - 민승남

 

메리 올리버는 소설가 김연수의 단편소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시[기러기]가 실려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작품집이 정식으로 번역, 소개되긴 이 책이 처음이다. 우리는 힐링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될 만큼 아픈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올리버의 시와 산문이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의 손길로 어루만져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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