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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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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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확장판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몰입
황농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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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저자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고도의 몰입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그 상태에서 일하는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입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 초판 몰입을 출간한지 17년이 흘렀다. 확장판에서 신경을 쓴 부분은 몰입의 기적을 체험한 사례들을 대폭 보강하는 것이었다. 저자와 장기간 소통하며 강한 몰입을 지속하고 학교나 일터에서 놀라운 문제해결력을 발휘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사례들을 추가하였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스마트폰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 해결 방안일까? 인공지능인 챗GPT가 등장한 이후 일군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다루는 법을 배워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등 적극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왜 몰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하나의 생명이다. 자연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삶에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몰입은 상당 기간 집중을 유지하는 상태로, 의식의 엔트로피는 낮다. 반대로 산만한 상태에서는 의식의 엔트로피가 높다. 엔트로피의 물리적 의미는 확률이라고 한다. , 엔트로피 법칙은 전체 확률은 언제나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함을 가리킨다.

 

천재 과학자들의 연구 태도나 방법을 보면 탁월한 지적 재능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풀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몰입적 사고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턴의 몰입적 사고는 한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뉴턴은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열심히 생각한다면 그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삶이 고조되는 순간, 마치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거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오는 상태에서 몰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난관에 부딪친다. 삶이 던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해결하기를 포기해버린다면 우리는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몰입을 통해 응전하면, 내 의식의 무대 위에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올려놓고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비춰주면, 나의 무의식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낼 탁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르는 순간을 분명히 경험할 수 있다.

 

몰입은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처음에는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계속해서 한 문제만을 집중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해나갈 방법이 보인다. 몰입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을 위한 기간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일주일 이상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의 동료, 직장 상사에게 양해를 구한다. 불러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TV 시청, 인터넷 서핑, , 유튜브, 숏폼 등 외부 정보가 자신의 뇌에 입력되는 것을 가능하면 차단해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슬로싱킹, 자율적으로 몰입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천천히 생각하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여기에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면 더 좋은데 이를 위해서 매일 땀을 흘리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된다. 몰입을 하게 된 동기 역시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 즉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그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데 그러면 일도 삶도 재미가 없어진다. 지금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목표로 만들어라. 삶을 채우고 있는 모든 순간이 행복해질 것이고 책에서 말하려던 것이 이것이라고 했다. 해야 할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저자는 몰입에서 찾았다.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몰입에 이르는 단계를 하나씩 실천한다면 누구든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몰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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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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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로서 고닉이 다시 읽기에 관해 쓴 책이다.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에세이 한편]과 번역이라는 궁극의 다시 읽기를 통해 [옮긴이의 말]이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며 두 번 놀라게 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기를 한다는 것과 저자의 나이 여든넷에 펴낸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시 읽기를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평 책이나 구입한 책을 한 번도 못 읽은 책이 있었으니 티저북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절대 한 번으로 읽기를 끝내지 말 것을 권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가를 가도 아름다운 전원 별장 거실에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일단 책을 들면 꿈쩍도 않고 다 같이 보러 온 녹음 짙은 바깥세상엔 나가보지도 않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뉴욕 공공도서관에 처음 갔는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이 들어차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오랜 세월 문학책만 읽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읽기를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p10~11)

 

긴박감에 불타올라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글을 썼다. 훗날 자연스럽게 내 문체로 정착할 글투로 발견했다. 책을 덮고 물러날 때는 예술과 정치보다는 차라리 삶과 정치의 통렬한 진실에 마음이 흔들리게끔 쓸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일인칭 저널리즘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여전히 독자를 내 시선에 바짝 붙여놓고자하며, 그들이 주제를 내가 겪은 대로 경험하고 내가 느낀대로 체감하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장은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내가 맞닥뜨려온 대로, 문학의 야심찬 기획에 감사하며 쓴 글들이다.

 

<옮김이의 말> 고닉은 읽고 쓰는 자아의 중추를 구성하는 의식의 결함과 불완전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들을 다시 펼쳐 든 그는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에 빠져든다. 80대의 고닉이 20, 50대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이제야 처음으로새롭게 깨달은 텍스트의 의미에 흥분하고 전율한다.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80대의 읽기가 20대의 읽기를 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 순간에는 그저 결함 많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의식으로만 발굴할 수 있었던 의미들도 사라지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는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훌륭한 문학의 풍요함은, 우리 삶의 풍요함으로 다시 긍정된다.

 

변화의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통합된 자아의 꿈을 매일 한 발씩 걸으라고, 좋은 책들을 집요하게 읽어내라고, 결핍과 고통도 언젠가는 진리에 빛을 비추는 의식의 자양분이 되리라고, 이 책은 우리의 등을 떠밀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에세이 다음 글들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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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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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만을 소재로 담았다. 네 명의 저자들의 공통점은 강사라는 점이다.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 명언. 아홉 단어에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좋았다.

 

세상에 모든 경험은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가며 느끼는 성취감, 뿌듯함이 지나온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느낀다. 글을 쓰며 두려움도 있었지만 의도한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뭐든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라 라는 마음의 울림이 전달되길 바란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학창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한 선배가 부모 없는 애라는 표현을 해서 상처받고 눈치 딱지를 얻었지만 사업을 하면서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배우지 못한 무식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격에 맞지 않는 행동에서 오는 무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 할 때부터 인연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함께 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였는데 [하버드 새벽 4시 반]에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 미룸, 세상에서 가장 리스크 없는 생산, 배움.” 이 글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배움은 우리가 성공과 성취를 위해 투자하는 가장 안전하고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여 어지간한 자격증은 다 취득하면서 원하는 목표들을 성취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거대한 사건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부터 발생하기도 한다. 이젠 나를 위해 살자. 충분히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자고 다짐한다. 살아가면서 강한 것은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강한 척하는 모습은 스스로 목을 조르는 상황이 된다. 실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아르바이트 수입도 모조리 저금을 했다. 저축 습관은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부는 중요한 게 같아야 하고,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인생이 즐겁고 울거나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아야 하는 것은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가 같은 궤를 갖고 있다는 거다. 가장 공감되는 말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에 살펴보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긍정적으로 보려 하고, 모든 활동에 좋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하루가 가장 감사하다.

 

직접 겪어봐야지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이유로 작은 에피소드 하나라도 기억해 내기 위해선 거듭되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아홉 살, 열아홉 살, 다친 이후로 스물 아홉은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믿고 실행했다. 아이 셋을 낳고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쉬운 일은 없지만 힘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주문처럼 외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나간 일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또 하나의 경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게 있다고 생각할까?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아홉 단어]는 가슴속에만 고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하나씩 꺼내 보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일 같다. 네 명의 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언제쯤 내 이야기를 꺼내 놓을까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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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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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적 문법으로 설명해 큰 반향을 불러 온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출간 14년 만에 그 실천 편에 해당하는 의미 있는 저서다. 저자는 개인주의와 관련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할 것을 이야기한다.

 

책은 3부로 되어 있지만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도 좋다. 독자는 자기 머릿속에 자기만의 생각의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가 학문의 길에 들어선 것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서 도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 굴러가고 사람들은 왜 저렇게 살아가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는 철학을 통해 좀 더 분명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사고의 주체로서 개인을 분명히 했다.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같은 계몽사상가들은 이성의 빛으로 우상을 타파하고 무지몽매 상태를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

 

한국에서 개인주의가 발전하려면 서양에서 발전한 개인주의 사상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동아시아의 전통을 재해석해 개인의 탄생을 북돋우는 담론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개발해야 한다. 삶이 바뀌려면 사상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본래 개인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마르크스는 아침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었다. 사회주의는 존엄한 개인이 생산관계에 의해 소외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계급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나키즘은 국가권력의 강제와 지배를 거부하는 개인주의 사상이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려는 사회사상이었다.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개인주의자는 남의 신체에 비의도적으로 부딪쳤을 때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예의를 차려야 한다. “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처절하게 자주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는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그들은 금욕주의를 몸에 익히고 쾌락과 즐거움의 추구를 죄악시했다. 절약과 근검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그들의 눈에는 조그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방종이고 퇴폐풍조로 보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한참 전에 물 건너갔다. 누구라도 삶에서 즐거움을 누릴 당연한 권리가 있다.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가족법 개정은 부계 중심의 친족체계를 악화시키면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다. 도시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대중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그 신호탄이었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화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는 여전히 약하다. 1인 가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가족주의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독립적이고 자율적 개인들이 상호존중과 상호협력으로 자유로운 연합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자는 개인주의가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되려면 기본 복지의 사회적 제공돠 함께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있어야 개인주의자가 살아갈 수 있지만, 역으로 개인주의가 있어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인간에게는 뿌리와 더불어 날개가 있다.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삶의 목표가 없으면, 인생은 맥이 빠지고 지루해진다. 개인주의자는 미래를 위해 현재 상황에서 자기만의 실존적 선택을 감행하며 현재의 삶을 살아간다.

 

홀로 사는 1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혼밥, 혼술, 혼취, 혼놀, 혼영 같은 줄임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 말 속에는 쓸쓸함과 적막함이 스며들어 있고 불행감과 소외감도 들어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느낄 필요는 없다. 고독이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뜻도 담고 있으니까.

 

고독 속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몰입하는 독서는 자신의 소질과 잠재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한국인의 오래된 문화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뇌관이 개인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집단의 논리 앞에 개인을 줄 세우는 오래된 문법은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이 세대 간 대화를 위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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