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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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봐

 

 

나를 봐는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의 경험과 그로 인한 두려움, 그럼에도 서로에게 끌려 가며 사랑을 이어간다. 마리아와 콜린의 로맨스 이야기이긴 한데 후반으로 갈수록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생긴다. 아껴서 읽었는데 끝까지 읽어야 결말이 나온다.

 

어쩌면 이번 주말이 일말의 평온함이 깃든 그들 가족의 마지막 모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흥분이 밀려들었다. 행복한 그들 가족의 일상이 불안으로 오염되기 전에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었다. 그들의 삶이 서서히, 그러다가 걷잡을 수 없이, 파멸에 이르기 전에.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 왔고, 목적은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복수였다. (P11)

 

비 바람이 치는 어느날 밤, 갓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마리아의 차가 펑크가 나서 타이어 교체를 도와 주었다. 도와 드려요? 물음에 마리아는 뒷 걸음질을 친다. 그 이유는 종합격투기 시합을 하며 맞아서 얼굴에 피멍이 들었던 거였다. 그의 폭발적인 분노를 가두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그의 공격성을 표출하기 위해 종합격투기 경기에 출전 했다. 마약을 멀리하고 알코올을 제한해야 했다.

 

 

콜린은 극단적인 ADHD 증세가 있는, 에너지 넘치는 소년으로 자랐다.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3학년 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호전되었지만 끊임없이 싸움을 일으켰고, 유급당하기 직전까지 갔다. 부모님은 사관학교로 보내져 적응을 하길 바란다. 다른 주에 있는 사관학교로 전학했고 레슬링, 복싱, 유도와 같은 격투기에 에너지를 쏟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그 어떤 계획도 없고 분노에 휩싸인 폭력적인 청년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마리아는 펠릭스 산체스와 카르멘 사이에 맏이로 태어났다. 동생 세레나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 외향적인 반면, 마리아는 더 조용하고 성취욕이 강했으며, 학구적이고 진지하다. 마리아 나이는 스물여덟이다. 듀크대학에서 로스쿨을 다녔고 지방검사 사무실에 다니다 월밍턴 최고의 법률회사 중 한 곳에 취직했다.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 콜린에게 삶을 변화시킬 마지막 기회가 왔다. 남은 수십 년을 학교 교실에서 어린아이들의 멘토로 살고 싶어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콜린의 부모님은 술집에서 싸움을 일으키는 바람에 장기간 수감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에 인맥을 동원해서 그의 전과기록을 완전히 말소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고 콜린이 앞으로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애리조나의 분노조절치료기관에서 넉 달을 보내야했다.

 

에번이라는 좋은 친구가 옆에 있다. 그의 약혼녀 릴리도 콜린을 도와준다. 2년 전 전문대학의 수업을 들어보라고 제안한 사람도 릴리였고, 그가 충동적으로 실수를 저질러 감방에 갈 뻔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그를 저지한 사람도 에번과 릴리였다.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던 콜린의 결심은 마리아 앞에서 무력해지고, 마리아 또한 과거에 상처받은 경험으로 인한 두려움을 딛고 그에게 손을 내민다.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되었다. 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마리아의 사무실로 꽃 배달이 오고 당연히 콜린이 보낸 건줄 알았는데 카드에 적힌 글에 놀라고 만다.어떤 기분인지 알게 될 거야 카드가 잘 못 온건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이 모든 일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너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고 네가 저지른 일을 알아내지 못할 줄 알아? 너는 무고한 자의 피를 뽑았고 너의 심장은 독으로 가득 차 있고 너는 파괴자야! 너는 독이고 결코 무사할 수 없어 그게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이제 내가 주도권을 잡았으니까 이제 나는 살아 있는 무고한자. 내가 너를 보는 것처럼 너도 나를 봐!

 

마리아는 순간 기억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경찰이 인터뷰하는 제럴드 로스, 캐시 매닝, 두려움에 일그러진 그녀의 어린 얼굴, 캐시의 아버지 에이버리, 캐시의 어머니 엘리너, 캐시가 죽은 뒤 마리아에게 여러 차례 섬뜩한 편지를 보냈던 남동생 레스터. 이중에 범인이 있을까요? 마리아와 콜린 두사람은 사랑을 이어 갈 수 있을까요?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 겠다. 다른 작품들도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나를 봐가 영화로 나온다면 정말 심장이 쫄깃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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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평전 - 강의한 사랑의 독립전사
이태복 지음 / 동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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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은 상하이로 망명해온 젊은 학생들을 위해 난징에서 동명학원을 설립해 어학과 유학 준비를 돕는 사업을 했고, 동명학원이 불이 나서 휴업할 수밖에 없게 되자 상하이에 청심학원을 세워 그 뜻을 이어갔다. 김광은 흥사단우였고, 이유필도 신민회 시절의 동지로서 안창호 선생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의사의 상하이 거처가 대부분 흥사단우들의 집이었다는 점 등도 백범일지의 기록대로 진행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봉길 의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지시대로 움직인 행동대원이 아니라, 그 스스로 혁명적인 거사를 여러 동지들과 계획하고 폭탄 확보를 위해 김구 선생에게 거사를 상의했던 것은 아닐까. p318

 

저자는 예산중학교 시절, 유인물을 통해 윤봉길 의사를 만난 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윤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몰랐던 윤봉길 의사의 진면목을 이 책에서 알리고 싶었다. 윤봉길 사전·사후 기록들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는 김구 측근들의 429일 의거 프레임 때문이다.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거사는 김구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윤봉길은 이를 수행한 인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윤 의사가 거사를 했다고 기록했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서문에 밝혔다.

 

저자: 이태복예산중, 성동고, 국민대, 고려대 노동대학원 졸업. 사회복지학 명예박사(순천향대). 현재 국민에너지() 대표이사이다. 예산중학교 2학년 시절 굴욕적인 한일회담 규탄 시위와 윤봉길 의거일을 군민의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윤봉길 의사가 편저한 농민독본을 읽었을 때는 냉철한 논리 전개에 전율을 느꼈고, 어머님께 쓴 편지에 나오는 강의한 사랑이라는 말은 이후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사회운동가의 길에서 결단을 요구받을 때마다 윤봉길 의사의 강의한 사랑을 다짐하곤 했다.

 

이 책은 윤 의사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는 시간적 흐름의 기술을 뒤집었다. 시간적 배열의 역순이 독자들에게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하였는데, 거꾸로 쓰였다고 해서 거부감은 없었다. 윤봉길 의사의 죽음을 높이 사는 의미에서 그렇게 쓴 거 같다. 무엇보다 책 속의 활자들이 커서 읽기에 좋았다.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축하식장에서 확실하게 던지고 확실하게 끝장내야 했다. 1932429일 윤봉길 의사는 평소에 연마해온 강건한 체력으로 준비한 폭탄 도시락과 물통 가운데 물통 폭탄을 단상에 정확하게 던졌다. 사령관 시라카와 대장, 카와바타 사다지, 우에다 9사 단장, 시게미츠 공사, 3함대 사령관 노무라 중장 등은 죽거나 실명, 패혈증 증세, 다리를 절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봉길 의사는 1219일 오전 6시에 기상했다. “아침식사를 할 것이냐?” 묻자 소금물로 목을 축이고 싶다고 요구했다. 윤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를 너무 자세히 기록을 해서 가슴이 먹먹하였다. 처형 시간도 일본 대장이 숨진 시간으로 정했다니 무슨 그런 경우가 있나. 시라카와 대장이 사망한 625분경에 맞추어 사형을 집행하였다. 안중근 의사의 집행도 이토 히로부미의 사망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졌다.

 

윤 의사의 묘지도 없이 암매장을 하였는데, 전사한 일본군의 유족들이 드나드는 입구의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암장해 일본인들이 밟고 다니게 하였다. 무려 13년 동안 죽은 뒤라도 내리누르려 했던 것이다.

 

윤 의사가 훌륭하다고 인정한 첫 번째 인물은 안창호 선생이다. 상하이 생활에 같이 생활도 하였다고 한다. 안창호, 김동우 다음에 김구를 거론하고 다음으로 이유필을 진술했다. 525일 사형 판결을 받았다. 안중근 의사는 형사재판을 받았고 윤봉길 의사는 군사재판을 받아서 어떤 법정 투쟁도 할 수 없었다.

 

 

칭다오에서 배를 타고 꿈에 그리던 상하이에 첫발을 내 딛는다. 193036일 충남 예산의 삽교역에서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대장부가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을 다짐하며 독립운동의 본거지에 오기까지 14개월이나 걸렸다.

 

윤봉길전의 저자 김광은 본명을 쓰지 않았다. 일제의 탄압을 피하고 독립운동을 지속하기 위해 가명을 많이 썼는데, 본명은 고영선으로 상하이에서 윤 의사와 열 달 동안 한 방을 쓰며 생활을 했다. 상하이 생활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과 관련된 인물들도 함께 생활한 것이다.

 

윤 의사는 상하이에 있으면서 어머니에게 가끔 편지를 썼다. 어머니는 친정집에 가 있는 사이 아무 말도 없이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난 아들을 원망했다. 일찍 조숙해서 한시를 짓고 야학 농민회 활동을 하는 출중한 자식인줄 알았는데 집을 떠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윤봉길이 남긴 장부출가생불환이라는 유명한 출사표 못지않게 민주화와 조국통일을 위해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강의한 사랑]은 멋진 말이다. 네 살 아들에게 쓴 편지에 너는 아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아비는)이상의 열매를 따기 위해 집을 떠나 있을 뿐이다를 강조해서 썼다.

 

윤봉길 의사는 농민야학, 월례강화, 목바리 공생 사업도 추진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였다. 나중에는 월진회라는 부흥원을 조직하였다. 열심히 활동해 매일매일 앞으로 나가자는 취지였다.윤봉길은 열다섯 살 되던해 한 살 위인 배용순과 혼인하였다. 딸 한명 아들 두명을 낳았는데 큰아들 만 살아남았다. 25세에 독립운동을 하다 숨졌지만 짧은 생애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 권의 책으로 윤봉길 의사 4.29 의거를 자세히 알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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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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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알쓸신잡2>의 건축가 유현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TV프로그램 <알쓸신잡>을 안 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못 본 날은 다시보기 해서 볼 정도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유익하게 봤다. 집 하면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지는구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쳤는데 이 책을 통해 건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저자: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유현준건축사사무소(Hyunjoon Yoo Architects) 대표 건축사, 미국 건축사.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다. MIT 건축연구소 연구원 및 MIT 교환교수(2010)로 있었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제 현상 설계에서 다섯 차례 수상하였다. 2011 한국현대건축작가 16인 아시아전 요코하마 전시, 2010 한국현대건축작가 17인 아시아전 상하이 전시, 2015 멜버른 대학교 한국현대건축작가 초청 전시를 가졌다.

 

 

저자는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를 꿈꾼다. 중고등학교 운동장을 가운데에 위치한 숲 공원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 방음벽 옆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숲속 나무에 둘러싸여 뛰놀 수 있게 된다. 방과 후에 자연스레 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다. 보통 12년을 같은 건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지옥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학교 건물은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한다. 1학년 때는 삼각형 모양의 마당에서 놀다가, 2학년이 되면 연못 있는 마당에서 놀고, 3학년이 되면 빨간색 경사 지붕이 있는 교실 앞마당에서 놀 수 있어야 한다.

 

건축에서 경계의 모호성은 층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큰 공간에 여러 개의 다른 기능이 중첩된다. 지금은 공간에 벽이 없어서 복도와 방의 구분이 모호하다. 경계의 모호성은 기계와 인간의 구분에서도 드러난다. 오늘날은 동물을 인간과 비슷한 급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지지를 받아서 동물이 우리에 가두는 동물원을 비판하고 동물의 권리도 주장한다.

 

어떤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거리의 이벤트 밀도가 높아야 한다. 서울의 유명한 거리 다섯 개를 조사해 본 결과 걷고 싶다고 하는 거리에는 1백 미터당 30개 이상의 선택 가능한 가게 입구가 있다.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가게 입구가 많은 곳이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6백 미터에 입구가 하나, 그것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면 당연히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된다. 이유는 아파트 단지 코너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상가건물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상가에 들르면 만사가 해결되고 지하 주차장에 가서 차를 타고 나가서 다른 상가로 이동하면 되니까 아파트에 담장도 있어 걷고 싶지도 않고 걸을 수 없는 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인돌을 지은 이유가 재미 있다. 그 지역에 없는 멀리서 구할 수 있는 바위들이고 그 시대에는 수레바퀴도 없어서 바위를 옮겨 오려면 수십 명의 사람이 나무를 베고 통나무를 만들어 바위 앞으로 가지고 와서 통나무 위에 바위를 얹어 밀고 끌면서 고인돌을 세울 곳으로 이동을 한다. 땅을 파고 작은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흙으로 덮고 엄청나게 힘이 드는 건축 과정이다. 이것을 볼 때 돈이 없으면 지을수도 없기 때문에 대단한 권력자만이 지을 수 있는 고인돌이다. 고인돌의 주인은 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부족의 우두머리다.

 

도심 속 자연의 대명사인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5번가의 만남을 예를 들어 준다. 5번가는 센트럴 파크의 동측 면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과 접한 면에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고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급 상권 가로가 된다. 센트럴 파크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서울숲과 과거 대한민국 대표 상권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란다. 그런데 서울숲은 자연은 있지만 도로에 둘러 싸여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고 로데오 거리는 상권은 있으나 자연이 없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 둘을 연결하는 보행자 다리를 만든다면 서울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이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벽, 창문, 기둥, 지붕, , 다리 같은 각각의 건축 요소를 통해 공간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 한다. 자연에는 담장이 없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물들은 벽을 쌓지 않는다. 인간만이 종교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벽을 세우고 공간을 나눈다.

 

시원하게 뚫린 가로로 긴 창을 좋아하는 사람들, 창은 너무 노출되어 불안하다며 세로로 된 창을 선호하는 사람들 여러분은 가로 창과 세로 창 중 어느 쪽인가? 세로 창이 보기에도 시원해서 좋지 않을까요. 징검다리는 물이 불어나면 사라지는 다리다. 물이 불어나도 항상 물 위에 군림하는 다른 다리와는 다르다 그래서 자연에 양보하는 겸손한 다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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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 - 죽음에 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에 답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청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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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죽음과 죽어감이 출간된 1969년 이후 5년 동안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는 일에 관한 약 700회의 워크숍, 강연, 세미나에 참가하여 청중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들과 이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모아 1974년에 출간한 책이다. 청중들에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재활훈련사 등 의료 서비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일반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상담 심리학의 분야의 훌륭한 입문서이기도하다. 이 책에는 시한부 환자, 불치병과 자살, 갑작스러운 죽음, 연명의료, 유족의 문제, 장례식, 노년기, 의료진의 문제 등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많은 논점들을 다루고 있다. ‘죽음과 죽어감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며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삶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책을 읽고 있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없다. 막상 내가 아프든지 가족 중에 불치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할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답이다.

 

모든 환자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아서는 안된다. 환자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죽음을 대면하도록 강요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냥 병이 위중하다고 전하면 된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이 왜 죽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한다면 저도 모른다고 말하고 나서 제게 진짜로 묻고 싶은 게 뭔가요?”대답을 하면 환자 옆에 앉아서 귀 기울여주면 된다고 한다.

 

환자를 돕는 사람(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은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때도 있는데 환자를 돌보는 모든 사람에게는 통곡의 방이 필요하다. 간호사실 옆에 있는 작은방이나 병원 예배당일 수도 있겠으니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어떤 방이라도 좋다. 환자를 돕는 사람들도 사람이니 감정이 격할 때가 있으니 그걸 풀어라는 뜻이다.

 

신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태인 환자에게는 비음성 의사 소통 방법과 음성 의사소통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환자가 들을 수 있다면 환자에게 말을 걸고 음성으로 이야기한다. 장기간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인 시한부 환자에 대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사람을 죽일 수는 없고 안락사에 대해 완전히 반대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혼수상태인 환자라도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손길, 말들을 다 기억하니 함부로 하는 건 삼가야 한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환자 옆에서 나눴던 말들을 당시에 들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ㅎㄷㄷ

 

많은 전문가들은 환자가 중병에 걸리거나 불치병에 걸리면 자살을 고려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자살은 암의 마지막 단계에서 훨씬 더 자주 발생한다. 마지막에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고 고통도 견디기 힘들고 치료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에 결단적 선택을 한다고 한다. 환자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중요한 인물이 사망하는 일은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이다. 800명의 시한부 환자들을 인터뷰한 병원에서 한 사람이 죽었고 가장 충격적인 경험 중 하나였다. 가족이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죽음에 직면한 경우, 고인의 시신을 보지 못하도록 막지 말아야 한다. 가족이 죽음이라는 현실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갑작스러운 비극을 겪은 사람이나, 급성 질환이 발병하여 곧 죽게 된 사람들은 충격과 부정의 단계에 계속 머무를 때가 많다.

 

우리가 자기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의 삶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음악, 드라마, 미술 등 다양한 형식 안에서 우리에게 제시되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숙고해봐야 한다.

 

환자들에게 불치병이라거나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그가 중병에 걸렸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를 편안하게 하고 그를 도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 다음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을 때 담당 의사는 환자에게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희망을 제시하면서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환자 자신의 현실과 훨씬 더 잘 대면할 수 있다.

 

만약 박사님이 불치병에 걸렸고, 작가를 두고 하는 말 곧 죽게 되었다면 그 사실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말하겠는가에 대해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각각 따로 만나서 내가 몹시 아프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에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정직하게 대답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고 우리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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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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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이 만난 에세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책이다.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아이들 크는 이야기들 누구나 그런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기억해내는 건 한계가 있다. 달나라로 간 소신에 있는 글들 중에는 칼럼을 읽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기억과 기록이다.

 

제목에서 달나라가 나오니까 혹시 우주를 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면 틀렸다. ㅋ 소신所信, 사전에는 굳게 믿는 바또는 생각하는 바라고 나온다. 저자는 소신에 대한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칼럼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골집에 갔다가 <선원속보> 저자의 족보가 들어있는 책인데 딸들에게 난해한 책을 알기 쉽게 가계도를 그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신칼럼은 잠시 접어두고 정리를 하였다. 글들을 모아 10년이 지난 2018년에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 선생이 나오는데 저자의 와이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저자: 이낙진1968년 충주 소태면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교총이 발행하는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러 기관·단체에 이런저런 위원 등으로 이름을 올려놓거나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책도 몇 권 냈지만 딱히 에세이집에서 내세울 이력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시사일기 쓰는 숙제가 있었다. 텔레비전 라디오가 흔치 않았던 시절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텔레비젼만 보고 있으면 공부해라 하는데 저자는 텔레비전 덕을 봤다.

 

동무 집 마당에서 나무칼을 들고 놀고 있다가, 그 집 큰형이 숫돌에 낫을 갈고 있다가 낫을 떼었는데 그 순간 저자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 무릎 위가 반쯤 잘려지는 사고를 겪었다. 두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얼마나 아팠을까 소름이 돋았다. 퇴원을 하려고 깁스했던 다리를 우악스럽게 한 번에 오므리는데 고통이 장난 아니었겠지만 그때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의사에게 퍼부어댔다 글에 나는 웃음이 났다. 내 경우도 고관절 수술 하고 난 후 엑스레이 찍을 때 손만 대도 고통이 말도 못하는데 그걸 눌렀을 때 기분이었을거 같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 수도권에 집을 마련해 산다는 것은 얼마나 근면하게 살았는지 보인다. 한 푼도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일이기에 택시 탈 일 생겨도 버스 타고, 소갈비 대신 삼겹살을 먹어야했고, 아이들 옷은 주로 얻어 입히고 물려 입혔다. 백화점은 멀리하고 할인매장을 가끔 갔다.

 

 

딸 키우는 재미, 참 재미있다, 갓난아이가 자라며 눈을 맞추고,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앉고, 서고, 뛰는 것을 보면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하였다. 두 딸을 키우는 자상한 아빠로 보인다.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책이 없을 때는 구연동화를 해주기도 하였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서 놀아주기가 쉽지 않은데 딸들에게 모범적인 아빠가 되어 준거 같아 나도 딸 둘을 키워본 엄마로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아빠라는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뽀뽀를 해주겠다고 달려들더니 조금 큰 후에는 오히려 뽀뽀해 달라고 난리다. 딸들은 재우고 깨우는 것도 재미있다. 아기 때는 시간이 되면 잠들었는데 커갈수록 재우는 수고가 더 따라야 한다. 동화책을 읽어주면 쌔근쌔근 잠이 든다. 은이와 윤이는 내가 들려주는 창작동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p96

 

19876월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에 맞선 민주화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을 때 나는 직장을 다녔고 결혼하는 해이기도 하다. 저자는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최루탄 냄새에 한 여름에 창문을 꼭꼭 잠그고 회사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가 근처도 아닌데 최루탄 가스는 멀리 날아 다니는가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라면을 좋아했다. 라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거 같다. 얼마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김치찌개,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옆 테이블에 아빠와 아들들이 앉아서 메뉴를 한참을 고르고 있었다. 신계치 하렴 하기에 신 메뉴인가 하고 돌아보니 메뉴판에 신계치(신라면+계란+치즈)나 짜계치(짜파게티+계란+치즈)적혀 있었다. 나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저자 역시 아직 먹어보진 못했다고 한다. 이 글을 본 김에 한 번 먹어볼까 생각중이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지만 다른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 뒷장에 가서 박인기 교수님의 해설을 보면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생애 경험들을 내러티브 양식으로 쓴 글이다. 일반적인 용어로 자서전이라고 쓰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자서전의 보편적 양식을 그대로 쓴 것은 아니다. 작가의 글쓰기에는 항상 읽기가 들어 있다. 어떤 소소한 일상의 구체적 사건, 어떤 은밀한 감정의 서술에도 읽기는 늘 따라붙는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습관화된 독서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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