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그레이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
지성언 지음 / 라온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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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

 

 

이 책을 펼치니 추천사가 많았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같다. 섹시한 할아버지, 인생 1막보다 더 재미있는 2막을 사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지성언 사장님의 인스타에 들어가서 팔로우 하고 멋지십니다. 댓글도 남겼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LG그룹에 공채로 합격하여 LG상사에 배치받아 가장 인기 있는 섬유사업부로 가게 되었다. 입사 2년 만에 해외주재원 발령이 났다. 해외 출장은 3년이 넘어야 보내주는데 출장도 아닌 주재원 발령을 받았다. LG 한 직장만 알고 다녔는데 퇴직 통보를 받았을 때 딱 3초만 슬프고 기분이 나빴는데 기쁨이 몰려왔단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좌절할 법도 한데 재도전하고 책도 펴낸 것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100세 시대 인생 후반전을 대비하거나 시작하는 우리들은 무조건 달라져야 한다.

    

 

 

속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방향이 중요하다.

인생 2막에서 어떤 특정 목표에 도달 하는게 아니라 방향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결정한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축복이다. 처음부터 인생 2막 설계에 완벽함을 추구하려 애쓰지마라.

 

나를 브랜드화하자.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말이지만 노후에 더 필요한거 같다. 노후를 위한 자금, 30~40년을 쓸 자금이 필요하다. 은퇴후에도 소득이 수반되는 생산적인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상품화하도록 하자. 가능하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꼰대는 되지 마라. 사전적 의미로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고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자신이 고지식하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용도로 쓰인다.

 

저자는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타이완을 시작으로 홍콩,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까지 30여 년을 쉼 없이 일을 했다. 상하이에서 10년간 LG패션 법인장을 지내고 이어 미국계 여성복 브랜드의 중국론칭 업무를 맡게 되었다. 저자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광고에 출연하고 패션맨으로 변신하여 화보 모델로도 활약했다.

 

순간의 선택이 30년 중국통의 길을 열었다고 할 만큼 중국 음식도 안 먹어본게 없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금수저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직장을 갖고부터 금수저였다. 대기업 직원이고 오랫동안 주재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차이나다 스타트업회사에 들어갔다.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익힌 노하우가 유용하게 맞아 떨어졌다.

 

 

 

 

한국에 돌아와 차이나탄 온라인 중국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이나다에 합류할 때 젊은 김 대표가 전권을 주어 학원 자리도 알아보고 오프라인 중국어 학원도 맡아 해보라는 말에 다리 품을 팔아 상권을 알아보았다. 그것도 60대에, 지금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서울에만 6호점을 오픈하고 판교에 7호점을 개설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나름 옷 입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는데 닉 우스터를 보며 패셔니스타로의 변신에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패션 감각이 젊어지니 예쁜 옷을 입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 걷기를 생활하기 위해 지하철역 두세 정거장은 늘 걸었다. 나이가 들어도 외모에 신경을 쓰라고 한다.

 

심장이 뛰는 일을 자꾸 하라. 사람은 자신과 맞는 것을 만나면 자동적으로 심장이 뛴다. 그럼 나는 책을 만나면 심장이 뛰는데 계속 책만 읽어야 할까 주위에서 책 좀 그만 읽어라고 성화를 댄다.

 

 

멋지게 나이 드는 세 가지 방법

첫째, 옷이나 악세서리 등에 신경을 써서 나를 포장하길 권한다. 나이 들수록 더욱 외모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둘째, 무엇이든 나누는 어른이 되자. 내가 가진 재능이면 좋겠지만 없다 치더라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 성공이든 실패든 슬픈 경험이든 소중한 지식을 나누자.

 

셋째, 나누고 빈자리는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를 제안한다. 새로운 일에 대한 공부를 해두는 것도 좋고 마음이 가는 일 즉, 심장이 뛰는 일을 찾아서 무엇이든 익혀두라. 나이 들어 가는 모든 그레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인생 2을 살아가는 지성언 대표, 그를 따라디니는 수식어가 많다. 1세대 중국통,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꽃할배, 화보모델, 한국판 <인턴>까지, 이 책에는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중국 스토리 외에 새로운 삶에도 도전장을 낸 50플러스 세대의 인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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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숙의 나라
안휘 지음 / 상상마당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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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순공주를 아시나요

 

 

애숙의 나라는 병자호란 이후 1650(효종孝宗 1)에 공주를 보내라는 청나라의 강력한 요구에 숙안공주를 대신하여 청나라 장수 도르곤의 첩으로 시집간 이애숙이라는 소녀의 기구한 일생 이야기다. 가짜공주가 되어 청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눈물 어린 역사이다.

 

몸종 부슬이 서찰을 감추어 애숙에게 내민다. 겉봉에 적힌 김담이라는 이름이었다. <일찍 핀 매화>라는 시를 보냈다. 애숙은 답장으로 <매화절구> 시구를 적었지만 답서를 보내지 않고 장롱 속에 간직했다. 임금의 부름으로 궁에 들어갔던 아버지 이개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을 이었다. 왕실 종친인 애숙을 청국의 섭정왕에게 보냈으면 좋겠다며 형식적으로 규수들의 간택절차를 밟는다. 명분만 그럴뿐 애숙이 가는 걸로 되어 있었다. 애숙은 의순공주라는 작호를 받고 조선의 공주를 대신하여 상국에 받쳐지는 희생물이었다.

 

섭정왕이 먼저 도착한 산해관에서 궁녀 피양구와 조선 출신 하란의 안내를 받고 혼례준비를 하였다. 섭정왕 도르곤은 애숙보다 스물세 살이나 많았다. 만주족은 일부다처를 하는 민족이어서 의순공주를 빼고 아홉 명의 처첩이 있었다.

 

섭정왕 도르곤은 사냥 중에 부상을 당하고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하였다, 애숙의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도르곤은 만고역적으로 선포되어 부관참시(剖棺斬屍)까지 당하고 만다. 부관참시란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어 난도질하여 길거리에 내거는 형벌 아유 끔찍해라. 하란은 섭정왕이 역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군사의 말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칼에 찔리고 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애숙은 충격으로 아이가 낙태가 되었다.

 

만주족의 전통인 형사취수(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부인으로 취함)의 습속으로 정국 황실은 도르곤 사망 이후 처첩들을 휘하의 장수들에게 나누어 보낸다고 통보? 그러나 도르곤이 역적으로 몰린 후 일부 장수들은 자결하고 나머지는 변방으로 쫒겨났다. 동생 보로는 좌천이 되었지만 앞길은 끊기지 않았고 애순은 보로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터에 나갔던 보로가 보름 만에 중환자가 되어 돌아왔다. 병명은 간경화증이었다, 얼마 못가서 숨을 거뒀다. 애숙은 쓰러지고 말았다. 다시 요로의 집으로 가게 된 애숙은 소복을 입고 안친왕에게 안주인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안친왕은 청을 들어주어 애숙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다 사신단 사은사 정사(正使)로 연경(북경)에 온 아버지 이개윤이 딸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황제에게 자신의 환향을 청원했고, 황제가 재가해서 애숙은 고국을 떠난 지 6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조선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지도 않은 자신을 장사지낸 족두리 무덤과 터무니없는 선입관 아버지의 파직이었다. 애숙은 절망한다. 전쟁포로가 되어 청나라로 잡혀갔다가 돌아온 여인들 환향녀(還鄕女)들이 사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쫒겨나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홍제천변 할미꽃마을로 들어간다.

 

10년만에 돌아와 김담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애순의 일 때문에 귀향을 가는 일이 생긴다. 애숙의 어머니는 차라리 김담과 결혼을 시키고 청국으로 결혼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한다. 애숙은 마음 고생이 심하다가 병을 얻게 된다. 죽어가면서 조선은 아버지에게 어떤 나라입니까? 질문에 조선은 나에게 버릴 수 도 피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애숙은 제게 나라는 조선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나라였기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을 따름이었지요. 그래도 돌아보면 아버지의 딸로 행복한 날이 더 많았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제목처럼 애숙의 나라는 없는 건가 아버지의 나라였다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 소설은 350여 년 전 왕가 종친의 여식으로 태어나, 임금의 진짜 딸을 대신해 청나라 장수의 첩으로 끌려간 의순공주(義順公主)의 한 맺힌 일기장으로 정의한다. 청나라 군대에 무참히 끌려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수만 여인들에게 환향녀(還鄕女) 딱지를 붙여 비정하게 내치고 죽음으로 몰아간 사대부라는 이름의 냉혈한들에게 내미는 아주 오래된 고발장이다. 지금 우리는 이 나라에 어떤 존재인가.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곳에서 아직도 울고 있는 또 다른 애숙은 없는가.(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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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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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마음을 울리는 풀꽃 시인

 

 

풀꽃등 친필 시 네 점과 그린 연필그림이 수록 되어 있다. 한들한들 제목이 좋다. 한들한들 시를 읽고, 한들한들 살면서, 한들한들 돌아보면 좋겠다. 자신의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꽃잎으로 머물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다. 풀꽃처럼 맑은 얼굴의 시인이 한들한들개정판에서 전하는 봄의 선물이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시 풀꽃은 국민의 애창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많이 알려져 있다. 풀꽃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안되지만 그로부터 시집을 세 권째 읽어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조용한 날 하늘 구름에게, 화분의 꽃들에게 나는 네가 좋은데 너도 내가 좋으냐 물어본다. 인생 살아보니 별거 아니다처럼 순수한 내용들이다.

 

살아서 숨 쉴 수 있음에 감사, 블로그를 하면서 보면 이웃 블로거님들의 감사일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살아 있으니 숨 쉬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책을 읽고 시를 읽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간은 흘러 가지만 누구나 그런 삶을 살기에 감사하며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벚꽃 이별>

 

하늘 구름이 벚꽃나무에 와서 며칠

하늘 궁전이 되어서 또 며칠

부풀어 오르던 마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

사랑이었네 그것은

나도 모르게 사랑이었네 p59

 

<저녁에>

 

저녁에 잠든다는 건

내일의 소망을

가슴에 안는다는 일이고

 

오늘의 잘못들을

스스로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이다.p84

 

지금은 벚꽃이 흔적도 없이 져 버렸지만 만개 할때는 너무 멋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이다. 시인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표현을 한다. 오늘부터 내일의 소망을 가슴에 안으며 잠이 들어야겠다

 

 

 

한들한들은 아주 오랜 추억의 글이다. 시인이 초등학교 담임했던 여자아이를 떠올린다. 무엇이든 잘해서 자라서 한 가지 잘 해내는 사람이 되려니 기대했었다. 나중에 보니 피아노를 잘 쳐서 피아니스트가 된 것도 아니고 영문학을 전공해서 학자가 된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썻지만 글 쓰는 사람이 되지도 않았다. 잡지사 기자가 되어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고 그냥 아줌마로 눌러앉았다. 시인은 제자가 안타까운 모양이다. 시인은 50년동안 시만 쓰느라 한들한들 살지 못한 삶을 들여다본다.

 

예쁜 꽃은 당하고 핀 꽃보다 참고 핀 꽃이 더 예쁘다. 내 이름은 나태주여서 나태주, 자동차 없이도 잘 살아간다고 나 좀 태워 주세요해서 사람들이 잘 태워준다고 강연할 때 농담을 하기도 한다.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큰 글씨로 신 달 자어라 내가 아는 신달자 시인 이름이 여기 쓰여 있네. 이렇게 귀엽게 시를 잘 지으시다니 웃음이 난다.

    

 

 

시인은 평생 시를 지으며 살아왔는데 시한테 진 빚이 있다고 한다. 자신은 선생을 하면서도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 가운데서도 늘 당당하지 못하고 의연하지 못했다. 거기에 비겁하기조차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노력을 하면서 살았던가 묻는다. 그것은 좋은 시 읽기다. 좋은 시를 골라 읽음으로 자신의 내면의 어둠을 밝히고 비뚤어진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 말에 공감한다. 예전에는 많은 책을 읽지 못했지만 요즘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이 밝아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좋은 시 읽기는 마음의 평형을 잡는 일이었고 마음을 청소하는 일이었고 바르게 살아보려는 출구를 찾는 일이었다. 가끔이라도 시집을 한 권씩 읽어보면 시인의 마음처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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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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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는 술마시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일들 술 때문에 알콜중독이 될 수도 있고, 기억을 하지 못해 일어나지 않을 일을 겪는다. 인생에서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다.

 

카메라

문정은 직장동료 관희와 술자리에서 관희의 동생 관주를 처음 알게 된다. 둘은 관희에게 비밀로 한 채 연애를 시작한다. 사소하게 다투고 헤어진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년후 문정은 관희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된다. 문정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고 관주는 카메라를 사 준다고 하였다. 문정에게 줄 카메라를 산 관주가 연습으로 촬영을 하다가 불법체류 중이었던 외국인과 시비가 붙어서 쓰러졌는데 돌길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죽었던 것이다. 비극적인 죽음이지만 인간은 대비할 수도 없다.

 

실내화 한컬레

경안, 선미, 혜련은 여고 동창생이다. 경안이 작가가 되면서 TV에 출연하면서 14년만에 만나게 된다. 선미는 쌍둥이를 키우고 있고 혜련은 아직 아이가 없다. 셋이 친하게 된 계기도 경안이 수학을 잘해서 같이 문제를 풀다가 친해진거였다. 국문과를 간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셋은 술을 마시다가 클럽에 가자고 하였다.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술을 더 마시자고 하였다. 까페 아는 언니가 합류하고 두패로 나뉘어 얘기를 했다. 언니의 애인이라는 사람도 어느 사이 와 있었다. 경안의 원룸으로 가서 남아 있는 소주를 마셨다. 선미는 언니 애인이 지독한 성병에 걸렸다고 경안에게 말을 한다. 언니가 병이 옮았다고 하였다. 경안은 그런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냐며 집안 구석구석 닦고 있었다. 혜란이가 가고 나서 선미는 새벽에 무슨 소리 못 들었니 하였다. 헤련이 술에 취했는데 언니 애인이 덮친 것 같다고 말을 한다. 둘은 혜련이 걱정은 하지만 나중에도 만난 적이 없다. 선미의 이중적인 성격을 알 수가 있다.

 

이모

내가 무엇보다 깜짝 놀란 건 그녀의 생활비였다. 언뜻 보기에도 검소한 살람이라고 느꼈지만, 그녀는 한달에 65만원만 쓴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중 30만원은 월세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용돈도 아니고 한달 생활비로 어떻게 35만원만 쓸 수 있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우와 결혼해서 한달을 살고 생활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따져보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p85

 

시어머니는 단호히 거절하고 우리가 그토록 사양하는데도 우리 부부의 통장에 이모의 유산을 입금했다. 통장에 입금된 여덟자리 숫자를 보고 나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 한달에 35만원씩만 쓰던 그녀가 95개월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숫자들은 그녀와 세상 사이를, 세상과 나 사이를, 마침내는 이 모든 슬픔과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나 사이를 가르고 있는, 아득하고 불가촉한 거리처럼도 여겨졌다.p107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이 남는 제목이다.이모주인공은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다. 시댁 친가 쪽은 알지만 외가는 친척이 없는 줄 알았는데 시삼촌, 시이모가 계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2년간 잠적하며 혼자 살았고, 췌장암에 걸려 석달간 투병하다 죽었다. 그녀의 이름은 윤경호이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5년동안 생활비와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남동생이 사업을 하다 부도인지 도박을 하여 빚 청산에 온 신경을 쏟았다. 시어머니가 몰래 서류를 꾸며 이모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그때부터 돈을 내놓지 않았다. 시 외삼촌이 또 도박 빚에 몰릴 때 따로 나와 살았다. 모은 15천만원 중 1억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남은 5천만원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볼 생각이었다. 이모가 스물여섯 쯤 되었을 때 공부하는 남자를 5년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옆에는 어리고 날씬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이모는 그때 벌어논 돈도 빚을 갚느라 결혼도 못했나보다. 나중에 들으니 그 남자는 결혼을 했다는 거였다. 세월이 흘러 지인의 싸이월드에 그 남자와 아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남자는 죽고 아내는 다쳤다는 글을 봤다.

 

벌어 논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조카에게 유산으로 남기다니 그것도 암에 걸려 죽은 이모의 인생이 안됬고 짠한 생각이 든다. 작가가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글이 많다. 나는 딸래미들이 싸이월드 할 때 아이디 만들고 파도타기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 다음에 다음사이트 카페로 옮겼는데 소설 속에 이모는 싸이월드가 시들해지고 블로그는 하다가 말고 페이스북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모가 살았다면 인스타그램도 하겠구나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났다.

 

한작가당 서평단 앞으로 권여선 작가님이 쓴 편지가 메일로 보내왔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울컥하네요. 일부만 공개합니다.

 

제목 : 사랑보다 어려운

사람이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렵고,

두렵지만, 두려워도

삶의 실상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삶의 반대는 평()인 것인가,

그래서 나는 평하지 못한 삶의 두려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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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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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제주 출생인 시인 허영선 작가님이 최근까지 <한겨레><한겨레21><코리아나>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에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충격이었고 마음이 아팠다.

 

난 찐빵을 안 먹습니다.

 

70여 년 전, 194731일이 도화선이 되어 일어난 참극 제주4·3사건194843일부터 1954921일까지 이어졌으며, 무력 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약 25천 명~3만 명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숫자의 희생자를 남겼다. 77개월 동안 섬의 공동체는 절멸했다. 섬은 핏빛으로 새벽과 어둠을 맞았다.

 

제주국제공항은 누군가에겐 그렇게 아픈 공간이다. 4·3 70년 동백꽃 배지 하나씩 가슴에 달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뛴다. 어여쁘지만 하얀 눈 위에 뚝뚝 지던 동백꽃 목숨들처럼 아리다. 왜냐하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4·3연구소의 유해 발굴 작업으로 활주로 구덩이에서 드러난 실체적 진실은 충격이었다. 유해 혹은 뼛조각으로 확인된 이들 380구 유해의 가족찾기 운동이 벌어졌고 산자들의 피와 혈육이 맞는지 맞춰보기 위한 DNA 검사가 이뤄졌다.

 

우리들의 순이 삼촌

아무것도 모르던 팔롱팔롱하던 사람들에 가해지던 참혹한 그해 겨울의 죽음들, 남편 없는 여인들에 가해진 고문들, 수형인으로 끌려간 삼촌들,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산 자들의 트라우마는 악몽이나 가위눌림, 죄책감 같은 여러 양태로 드러난다. 제주의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늦어도 많이 늦었다. 4·3의 폭풍을 견뎌내며 살아내야 했던 직접 체험자들은 이미 세상을 뜬 이들이 많다. 고통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지도 조금의 위로도 받지 못했다.

 

4·3평화공원의 행방불명인 묘역은 실체 없는 거대한 묘소다.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모를 그들이 묻혀있다. 헛묘다. 그 묘역의 조각상은 서늘한 리얼리티다.

 

오계춘과 박내은. 1948114·3 초토화 시기, 어린 아들을 데리고 숲으로 도망 다니다 토벌대에 붙잡혔다. 둘 다 남편이 행방불명. 구금과 고문, 군사재판을 받고 육지 형무소행. 어린 아기를 업고 산지항에서 목포항으로 향하던 배를 탄 두 여인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심문. “죽은 아기 생각허민 아직도 가슴이 벌러졍 살질 못헙니다. 이 억울함을 재판을 통해서 풀어줬으면 좋겠수다.”(오계춘) “나는 죄가 없는데 왜 그런 고문을 받고 삶을 살아야 했는지 이것이 억울하고 억울하니까 이 원을 풀어주십시오. 억울해서 죽어도 눈 감을 생각이 없어요.”(박내은)슬픈 목소리였으나 있는 힘을 다 짜내고 있었다. p93

 

제주 어르신들이 많이 쓰는 말에 살암시민(살다보면) 살아진다살다보면 살 수 있다는 말이고 사난 살앗주(사니까 살았다)’ 어떤 순간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한 생의 축약이다. 스스로 한 생을 끌어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세계가 인정했다. 제주도의 해녀문화가 지난1일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숨 하나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숨 하나로 바다를 누비는 해녀. 바다와 가장 자연친화적인 인간이 만나 생명력을 교감한다. 이 경이롭고, 이색적인 이미지로만 보여지던 해녀문화를 유네스코가 공감했다.

 

 

 

 

조선적 재일동포는 제주가 고향이어도 올 수 없다. 조선적 재일동포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먼저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에서 심사받고 한시적인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여행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들어올 수 없다. 조선적은 일본이 재일동포에게 정치적으로 들이댄 하나의 기호이다. 일본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제주 출신 재일동포 수는 경상남북도의 뒤를 잇는다. 1923년 오사카와 제주를 잇는 정기여객선 군대환을 띄워 제주사람을 값싼 노동력으로 일본으로 실어날랐다. 현대사 참극인4·3을 피해 살기 위해 떠난 땅이기도 했다. 수많은 재일 1세대가 이념 굴레에 묶여 고향땅 한번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제주가 사라져가고 있다. 어디서든 보이던 한라산과 오름의 스카이라인은 고층 빌딩, 펜션으로 시야를 가리고 마을의 하천들은 무참하게 콘크리트로 뒤덮여지고 있다. 구불구불 길들은 나날이 직선으로 펴지고 공기가 달라지고 있고, 제주의 지형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을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 스물도 안 된 나이에 결혼한 제주의 며느리들 중엔 4·3 유족들에게 지원해주는 30%의 병원진료비, 80세 이상의 유족 지원금 월 3만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4·3 특별법의 유족 범주에서 직계가 아닌 며느리는 빠지기 때문이다. 남편 없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도 직계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고 한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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