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빼앗는 사람, 내 인생에서 빼버리세요 - 적당히 베풀고 제대로 존중받기 위한 관계의 심리학
스테판 클레르제 지음, 이주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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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함께 있을 때 자꾸 힘이 빠지고 우울해진다면, 항상 본인의 하소연을 하며 동정을 얻으려 한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시달린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나의 좋은 기운만 쪽쪽 빼앗아가는 멘탈 뱀파이어라고 불린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이고 흥미롭게 읽었다. 두고 두고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한 사람은 멘탈 뱀파이어가 되고, 한 사람은 숙주가 되는 관계다. 멘탈 뱀파이어가 숙주인 상대방의 기를 빨아먹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기를 빨리면 숙주가 되는 상대방은 더욱 큰 피해를 받는다.

 

멘탈 뱀파이어의 목표는 다른 사람을 파괴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반대로 타인을 필요로 하며 타인에게 의존적이다! 단지 다른 사람의 생기, 에너지, 소위 를 이용하고 싶은 것뿐이다. 멘탈 뱀파이어는 당신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영양분 삼아 살려는 것뿐이다.

 

어린 시절에 애착단계 대상과 헤어지거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멘탈 뱀파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 우울증을 앓으면, 이 다음에 커서 병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적이 된다.

 

멘탈 뱀파이어는 각종 인간관계, 갈등관계에서 기를 얻고, 반대로 상대방은 희생자가 되어 쓸데없이 에너지를 많이 낭비한다. 이들은 피해자인 척하거나 겸손한 척을 하지만 실제는 절대 자기비판을 하지 않는다. 타인으로부터 당신을 자꾸 고립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도 멘탈 뱀파이어일 가능성이 높아서 주의를 해야 한다.

 

제일 나쁜 부류는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는 끈질기게 의존하는 멘탈 뱀파이어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해로울 정도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 분석해보면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은 정상적인 수준이든 지나치게 과한 수준이든 모두 호르몬의 영향이다.

 

직장에서의 뱀파이어는 거머리같이 당신의 지식, 정보, 인맥, 고객을 거저 빨아먹으면서 정작 자신은 도움을 주는 것이 하나도 없다. 수다쟁이 멘탈 뱀파이어가 있는데 당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당신의 말을 재빨리 끊으며 자기 혼자 계속 떠드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킨다고 잡혀 있을 필요는 없다. 빼앗는 것 자체를 즐기는 뱀파이어에게 가급적 사생활 이야기를 하지 말자. 헛소문이 퍼질수도 있고 자기를 과시하면서 직장생활이 위태로울 수 있다.

 

친구라고 전부 멘탈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오래 사귄 베스트 프렌드가 맨탈 뱀파이어인 경우가 있지만 눈치채지 못한 경우다. 좋은 예를 들어 주었다. 당신이 상황적 여유가 안 될 때는 전화하면서, 정작 당신이 어려울 때는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는 멘탈 뱀파이어일 확률이 높다. 친구란 필요한 때 함께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는다. 정작 내가 말을 들어줄 상대나 도움이 필요할 때 멘탈 뱀파이어 친구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연락을 한다고 해도 정작 자기 고민 이야기로 화제를 몰아간다.

 

편안한 마음과 건강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선

인간관계에서도 빼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멘탈이 털리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지나치게 예민한 사람과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 멘탈 뱀파이어의 공격에 취약하다. 인간은 이타심, 이웃을 돕는 능력, 온정이 있어 진정한 친절은 감사를 기대하지 않는다.

 

주로 모든 것을 깊이 분석하기를 좋아하고 직관이 매우 발달해 있다. 모든 것을 깊이 이해하려고 하며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기쁨, 분노, 공포, 놀라움, 실망, 연민, 충격, 슬픔, 번민, 고민, 흥분 등 모든 종류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보다 강하게 표출한다. 예민한 사람은 공감도 잘한다.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당사자보다 더 깊이 생각한다. 그것도 주변뿐 아니라 낯선 사람들, 길이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들,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멘탈 뱀파이어를 이기는 18가지 멘탈 법칙이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말자

스킨십에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달콤한 말과 과도한 아부를 경계할 것

참지 말고 행동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두려움을 거두면 당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습관

자신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관계라면 이제는 멈춰야 한다

멘탈 뱀파이어의 덫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렇다. 피곤하고 짜증나고 힘이 빠지고 감정적이 되고 지치는 기분이 든다면 멘탈 뱀파이어처럼 구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헤어질 수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쌓인 정을 끊어내는 것이 고통스럽더라도 완전히 관계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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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미세먼지 어떡해?
진성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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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뿌였거나 흐리게 보이는 날은 날씨가 안 좋구나 생각한다. 요즘은 날씨를 예보할 때 미세먼지 나쁨 좋음으로 나타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세먼지가 치명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평소에 기관지가 안 좋아서 목 감기부터 오고 목이 칼칼해진다.

 

1987년 당시 우리나라 공기의 질은 좋았고, 미세먼지는 없었다는데 왜 이렇게 공기가 나빠진걸까? 푸른 하늘은 맑은 날의 하늘을 나타내는데 요즘 하늘은 회색빛이다. 베란다 문을 여는 것도 망설여진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고운숨결내과 진성림 원장님이 쓴 미세먼지 어떡해를 읽어보게 되었다.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며 기관지의 점막이 건조해진다. 기관지의 건조가 심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기관지에 쉽게 침투할 수 있어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기관지 염증과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된다. 미세먼지와 호흡기질환이 연관성이 있구나를 알게 된다.

 

지인중에 천식이 심해서 간단한 대화나 전화를 잘 하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질환이라고 한다. 낫는 방법은 없는가 물으니 사람들 많은 곳은 피하고 저녁이 오면 말도 거의 안하고 산다고 하는데 얼마나 불편할까

 

기관지 천식의 발생 원인은 기관지 점막의 만성적인 염증이다. 근본적인 치료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약제는 염증을 치료해주는 항염증 약제가 포함되는 흡입제이다. 그것이 바로 흡입형 스테로이드제이다. 그래서 흡연을 하는 곳을 피해야 한다.

 

만성 폐쇄성폐질환인 COPD가 생기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사들도 있지만 정의는 이렇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폐질환으로, 흡연, 직업적 노출, 실내 오염, 감염 등에 의한 기도와 폐 실질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 마스크의 문제에 대해 미세먼지 투과율이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마스크를 착용해야지 도움이 된다고 한다.

 

2부에서는 환자를 보면서 경험한 진료 이야기를 썼다. 숨 쉬기가 중요한데 코 감기 걸리면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데 그 경우보다 몇 배 힘든 경우를 말하는 거 같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이 되면 무서운 질병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응급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때 119 구급차에 의사가 대동하지 못하면 소방서 소속 119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고 민간 사설 구급차를 환자 본인이나 환자 보호자가 불러서 가야 한다는 규정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성림 원장님은 개인 병원이어서 응급 환자와 대동하면 남아 있는 환자를 돌볼 수 없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겨울 12월에 독감 환자가 생기면 의사들은 녹초가 되고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이 된다. 의사 선생님들 힘내세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게 해준 이 책을 쓰신 진성림 원장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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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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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자서전이다. 21세기에 수천 명이 집단 학살되고 성 노예로 팔려 나가는 일들이 벌어지다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하였다. 나디아 무라드는 코초라는 이라크 북쪽 지역에 있는 작은 야지디 마을에서 태어났다. 21세 학생이던 그녀의 삶은 산산히 부서졌다. 11남매 중 막내 딸인 대가족이 살았다. ISIS가 코초와 신자르를 점령하였다.

 

이라크 하면 걸프전.이란-이라크 전쟁이 오래 지속된 걸로 기억을 한다. 2003년 미국이 바그다드를 침략했다. 사담은 축출당해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2006년 교수형을 당했다. 2013년 이라크전 이후 힘을 키운 이라크와 일샴의 이슬람 국가(ISIS)라는 단체가 시리아의 혼돈속에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모술이 함락된 뒤 쿠르드 자치 정부(KRG)는 야지디 타운들을 방어하기 위해 신자르에 추가 페슈메르가 병력을 보냈다.

 

다에시가 코초를 포위하여 주민들은 마을을 떠날 수 없게 되었고 IS 지휘관은 회관에 모인 남자들에게 탈출을 시도했다가 처벌 받을거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이슬람 개종을 하라고 최후통첩을 하고 개종하지 않으면 산으로 데려가겠다 하였지만 나디아 오빠와 더불어 마을 남자들이 끌려가서 총살을 당했다. 나디아와 16-17명 소녀들과 트럭에 태워졌다.

 

버스에서 성추행을 감행하고, ISIS가 신자르를 점령하고 야지디를 납치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을 인간 전리품 사비야라 불렀다. 야지디 여자 수천명을 집에서 끌어내 데려와서 사고 팔거나 다에시 고위 간부와 종교 지도자들에게 선물로 바쳤다.

 

나디아는 하지 살만이라는 남자가 데리고 갔다. 그는 법원에서 다에시 소유를 인정하는 결혼 이라는 계약을 하였다. 말이 결혼이지 노예 계약서였다. 사진을 찍고 사비야들이 도망을 가면 사진을 뿌려 체포한다고 한다. 나디야는 살만에게 강간을 당하고 도망치려다 매를 맞고 다른곳으로 팔려간다. 자해를 하면 치료를 해서 살려 놓을테니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 아메르에게 팔렸는데 일주일 있다가 다른 곳으로 팔려 간다고 한다.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하게 된다. 모술의 어느 가정집에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오빠 헤즈니와 통화를 하고 캠프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것이다. 나세르 아버지이기도 한 히샴의 가족들이 나디아를 도우려고 발벗고 나섰다. 가짜 신분증으로 나세르 부인으로 가장해 몇 번의 경비초소를 무사히 지나갔다. 페슈메르가가 나디아를 인터뷰 하면서 자료만 남긴다고 하더니 방송을 내 보냈다. 나디아를 도와준 나세르 가족이 걱정이 되었고 나중에 들으니 아들 한명은 군에 입대하여 사망하였고 다른 가족 소식은 모른다.

 

나디아는 마헤르 그하넴이 내가 UN‘인신매매 생존자들의 존엄을 위한 친선 대사로 임명되는 자리에 함께했다. 청중 앞에서 겪은 일을 말해야 했다. 자기 사연을 말하는 일은 여러 번 해도 쉽지 않다.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검문소에서 사내들에게 성폭행당한 일이나 하지 살만에게 담요 위로 채찍질당했던 일을 말할 때면 그 순간과 공포로 돌아가는 듯하다. 나는 한숨이 나온다. 많이 힘들었겠지만 자서전으로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의 용기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제목처럼 이 세상에서 나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고...

 

정의와 가해자 처벌만이 존엄성을 되살리는 유일한 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디아 무라드, 2018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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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 비밀 - 천재변리사의 죽음
이태훈 지음 / 몽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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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랑이도 살고 도 사네

 

특허와 변리사를 소재로 한 국내 첫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특허로 30년 가까이 일을 했고 1년에 200권씩 읽는 책덕후로 추리들을 열심히 읽다가 추리물을 펴냈다는 작가의 이력이다. 변리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게 된 소설이다.

 

변리사란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으로 소위 자 달린 전문직에 속한다. 변리사는 특허법을 통해 기술을 다루는 기술 변호사라고 볼 수 있다. 특허 사무소대표 변리사로 밀린 업무와 상관 없이 새벽 까지 일을 하다가 퇴근하던 강민호는 친구인 송호성 사무실에 불이 켜 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을 찾아가지만 문이 잠겨 있어 밖으로 찾아 나선다.

 

천재 변리사 송호성이 사무실 근처 주택 골목에서 살해당했다. 같은 직종에 일하고 죽마고우의 죽음을 목격한 강민호. 충격으로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용의자로 몰린다. 흉기에 쓰인 칼은 강민호 집에서 잃어버린 한자루였다. 강민호 사무실 건물 1층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송호성의 천재성을 인정하여 비밀을 지켜 주면서 특허를 등록 받도록 해 주는 조건으로 A기업은 송호성에게 사무실 일년 치 일감을 확보해 주겠다고 한다. 수습 변리사 선우혜민과 같이 일하는 조건으로 하였다.

 

 

 

경찰은 송호성의 주변 인물들 중에서 수습 변리사를 들이지 않는다는 송호성 변리사가 5년만에 들인 선우혜민도 조사하게 된다. 선우혜민은 송 대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친구인 강민호를 찾아가라는 말이 있어 증거품인 쪽지를 보여준다. AERUS-IL 이라는 글자를 추적해가면서 이야기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영수증 뒷면에 쓰인 글자의 의미는 무엇이며, 전두엽 임상 실험, 국정원, 북한의 핵실험까지 궁금하여 책을 놓을수가 없게 만든다.

 

교훈을 한가지 말한다면 아이를 양육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기를 죽이면 안된다.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슬픔을 가져오니까

 

이 소설은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사건이 전개될 때마다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송호성이 대학공부를 하는 동안 장학금에 얽힌 이야기, 선우혜민의 아버지와 송호성의 오랜 인연은 마지막에 드러난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변리사는 2013년 기준, 1인당 평균 연수입이 56000만원으로 9년째 전문직 소득 1위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독자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변리사라는 직업과 특허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 산호새의 비밀 - 천재 변리사의 죽음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몽실북스 책을 한 권씩 읽어 가는 중인데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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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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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소설가이자 편집기획자로 활동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사람들의 욕망에 주목하는 글을 써온 저자에게 루게릭병이 찾아왔다. 멀쩡한 정신으로 죽어가는 육체에 갇혀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는 병. 안베르는 소망한다. “나는 내 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나의 선택으로 완성하고 싶다.” 존엄사에 대한 이 글을 썼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병을 인정을 하지 못한다. 그동안 죽어감, 죽음, 늙어감에 대한 책을 한 두권 읽어보면서 나 자신도 그런 과제에 직면하면 스스로 초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느낌이 서서히 엷어가는데 입원을 앞두고 많이 초조했던 기억이 있다. 뭔가를 정리를 해야겠는데 무엇부터 정리할지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그런 일들 말이다.

 

내가 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서서히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얼마 못 살고 죽을 것이 분명하다. 진단을 받고서 이미 한 차례 충격에 빠져 꼼짝도 못하다가, 내 생의 마지막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프랑스의 문화와 법이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죽음 환상을 뛰어넘어, 나에게 친밀한 죽음 환상을 다시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P23

 

루게릭이 그녀의 꿈을 훔쳐가고 평화롭고 깊은 밤이 없어 진지 2년이 됐다. 커피를 마실때도 빨대로 마셔야 한다. 이제 시작되는 또 다른 삶 앞에 머리를 조아릴 때다. 비록 이제 나는 그삶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신경과 의사가 몇 달을 지내오다 기력이 떨어지고 근육량도 줄고 피로해지며 점점 힘들어졌고 살도 많이 빠지고 팔도 잘 움직일 수 없어 잘 타던 자전거를 갑자기 못 타게 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주치의에게 보낼 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척수 앞뿔 세포 손상이라고 쓴다.

 

척수 앞뿔 세포, 루게릭병, 근위축성즉삭경화증, 의사가 처방한 리루텍이라는 알약을 준다. 자신의 병을 담담하게 써내려 갔을까 읽으면서 나는 잠시 멈춘다. 남편과 딸, 어머니는 눈물을 쏟지 않는다.

 

나는 내 어머니의 딸이자 내 딸의 어머니다. 파도가 밀려오고 엄마하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의 밑바닥을 드러낸다고 표현한다. 나의 절망, 내 딸의 절망, 내 어머니의 절망 자신이 죽고 난 후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시동을 껐다. 갑자기 더는 못 버티겠다 싶어서 그대로 무너진다. 나는 운전대에 머리를 찧으면서 절규하고 눈물을 흘린다. 다 부숴버리고 싶다. 이놈의 차에 발길질을 퍼붓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 할 수 없다. 아직은 죽기 전에 차를 몰아 달리고 싶다. P73

 

 

나는 죽기 전까지 누가 내게 딱 붙어 수발들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갇혀 지내기를 원치 않는다. 누가 나를 자동차 뒷자석에 앉혀서 소풍에 데려가는 것도 싫다. P74

 

621, 르아브르가 500주년 기념 축제를 연다. 내가 마지막으로 맞는 여름, 마지막 여름의 축제인데 눈곱만큼도 우울하지 않다. 저 높은 곳에 자리한 이 도시에서 내 심장은 자바 춤을 추고 싶어 한다. 마음이 우울하니 생각이라도 편하게 하는 거 같다.

 

안 베르는 친구들과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벨기에로 가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서 아무 말이나 농담을 쏟아내고 아주 즐겁다. 친구들은 불치병 앞의 절망이라는 막다른 절벽에서 비끗하며 추락하지 않게 도와준다.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안녕을 고한 이 아름다운 방식을, 환하게 미소짓지만 그들의 눈시울을, 현실로의 복귀를, 그들의 용기를 사랑을 생각한다.

 

저자는 전망대에서 젊은 음악가 한 무리가 색소폰을 켜는 것을 본다. 그들이 자바를 연주할 때 눈물이 흘러 내린다. 무엇 때문에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참을 수가 없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죽을 사람이 진지하면 뭐하나. 책을 덮으며 그냥 멍해졌다.

 

나의 마지막은, 여름은 프랑스에 존엄사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의 에세이다. 저자는 2015년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프랑스에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했다. 그리고 2017102, 59세의 나이에 벨기에로 가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실천했다. 저자가 스스로 생을 완성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감동과 슬픔에 빠뜨렸고, 이틀 뒤인 104일에 이 책이 출간되었다. 프랑스의 존엄사법 개정안은 20182월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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