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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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픽스와 베벌리 키팅 부부는 둘째 딸 프래니의 세례파티를 연다. 이웃, 친구, 교회사람들, 베벌리의 여동생, 자신의 형제들, 부모들, 관할구 전체라 해도 될 만큼의 경찰들이 모였다. 픽스는 경찰이었다. 그 중에 진을 들고 나타난 초대 받지 않은 남자 앨버트 커즌스가 있었다. 커즌스는 지방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다. 이 표지에 나오는 상큼한 오렌지와 버트가 가져온 진과 섞어 술을 만들어 마신다.

 

버트는 부인 테리사가 아이스바 틀에 오렌지주스를 넣고 얼려 만든 아이스바를 먹었고 저녁에는 얼음을 넣은 오렌지주스에 보드카나 버번, 진을 따라 마셨다고 하니 파티에 온 사람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파티가 무르 익어갈 무렵, 모두가 취한 저녁 버트가 베벌리에게 키스를 한다.

 

한 번의 키스가 네명의 부부와 여섯 아이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버튼 키즌스와 베벌리 키팅은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결혼을 해 버지나아로 떠났다. 커즌스의 아이들과 키팅의 아이들은 버지니아에서 매년 여름을 함께 보낸다. 서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일일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무엇보다 부모에 대한 환멸이라는 감정을 공유하면서 묘하지만 진정한 애정을 나누고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여섯 아이가 함께 보낸 그 나날이 늘 재미있었던 건 아니고 대부분의 나날이 재미있지 않았지만, 그들은 뭔가를, 진짜인 뭔가를 하고도 결코 들키지 않으며자기들끼리의 비밀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그 여름의 나날은 한순간의 비극적인 사고로 끝이 나고, 남은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 한편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모두가 조금씩 죄책감을 품고 있는 그 비극이 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소설은 여러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2장에서는 프래니가 나이를 먹었고 픽스는 암 치료를 받고 있다. 픽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픽스가버트는? 그 늙은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묻는다. 세 번째 여자가 있었잖아. 베벌리와 헤어졌나? 버트와 헤어진 테리사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검찰청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3장에서는 과거 여섯 아이들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한다. 버지니아에서 여름을 보내던 아이들 여섯은 버트의 차안에서 권총을 가지고 모험을 한다. 4장에서는 시카고의 바에서 일하며 소설가 리오 포즌을 만나는 이십대의 프래니를 보여준다.

 

그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이 파머하우스에서 리언 포즌을 만난 이야기를 오래도록 계속하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시카고에서 로스쿨에 다니다 그만두지 않았다면 바에서 일하는 일은 아예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훗날 자신의 아버지와 버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p131

 

프래니가 칵테일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작가 리오 포즌을 만나 사귀게 된다. 그것도 서른 두 살이 많은 남자. 그 당시 리오는 소설가로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프래니의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재혼, 여섯 아이가 함께 보냈던 그 사고에 대해 들려준다. 리오는 이야기를 소설 커먼웰스를 썼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커먼웰스를 읽으면서 오십년 삶의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아이들이 여섯이고 주변 인물들의 각자 이야기를 담아서 조금 산만했지만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던 소설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소설과 같지는 않지만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커먼웰스의 작가 앤 패칫의 자전적 소설이다. 앤 패칫의 부모가 이혼을 했고 어머니가 자식이 넷 있는 남자와 재혼을 하여, 그녀 또한 어느 날 낯선 가정에 던져졌다. 앤 패칫의 어머니는 이 소설에 대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앤 패칫은 이 책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하나도 없지만 감정은 아주 흡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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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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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책이 나온지 20년이 되어 개정 보증판이 나왔다. 후반으로 갈수록 눈물이 흘러서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리뷰를 쓰면서 울면 어쩌지 걱정은 되지만...부모의 사랑은 주로 어머니의 사랑이 대부분이지만 가시고기는 어머니 사랑 못지 않은 부성애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다. 아들을 살릴수만 있다면 내 한몸 내어주어도 좋은 가시고기아빠의 사랑,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린다.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본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나면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만다.

 

백혈병에 걸린 다움이는 열 살이다. 완치되었다가 재발 되어 병동을 지킨지 2년이 되었다. 엄마는 자기꿈을 찾아 멀리 떠나버리고 아빠 혼자 다움이를 간호한다. 집도 날리고 회사도 다니지 못하고 번역일로 근근히 살아간다. 아들 정다움과 아빠 정호연의 시점에서 소설은 이어진다. 아빠는 시인인데 아들이 아프고 나서 시를 쓰지 않는다.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돼요?”모로 누워 다람쥐 꼴을 한 채 골수를 채취 당하던 날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아이는 아빠의 귓불을 쥐어야 잠이 들었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운 탓이리라.

 

아빠의 아버지는 광부였을 때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방황하다가 엄마도 집을 떠나고, 아버지가 맛있는 외식을 하고 나서 소화제라며 쥐약을 건넨다. 죽기 싫다는 아들을 파출소 앞에서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으니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말을 남긴채 떠났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도 아빠가 되었고, 아픈 아들을 살리고 싶었다. 두 번의 재발로 골수 이식만이 희망이었다. 형제가 있으면 골수가 잘 맞을테지만 친인척도 없다. 집 전세를 빼서 무작정 여행을 하기로 한다. 자신이 살던 고향쪽으로 가다가 시락골이라는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피노인을 만나 약초와 뱀탕으로 다움이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로 떠난 엄마가 돌아왔다. 화가가 되어 전시회를 열러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움이를 만날 생각을 안하다 산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팔방으로 찾았다고 한다. 일본 사람인 미도리라는 사람의 골수가 일치하여 이식을 하게 된다. 아빠는 이식하는 비용을 만들기 위해 장기를 팔기로 마음 먹고 검사를 하는데 간암이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들과 며칠 떨어질 수 없어 망설였다.

 

시집을 내면 계약금을 얼마를 받는다고 했는데 홍사장은 차일피일 미룬다. 수술 비용을 마련하는데 막막하다. 군대 후배인 원무과 직원인 송계장이 아빠는 간암이라 판정이 나서 장기는 팔수 없지만 새로운 제안을 한다. 함암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의 신약을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큰 돈을 준다는 것이다. 사흘동안 입원해서 시험에 들어갔는데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 투약 이후 복통으로 바뀌고 격렬한 통증이 왔다.

 

그 지경으로 어떻게 아이를 돌봤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못하겠군요. 고통이 극심하시죠?”그는 웃고 말았다. 고통이 엄습할 때마다 이를 악문 탓에 양쪽 어금니가 주저앉았다. 내부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는지 배설할 때마다 온통 핏빛이었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아이가 했던 말이 떨칠 수 없는 유혹처럼 다가왔다. 버텨야 했다. 어쨌든 아이가 아내를 따라 프랑스로 가는 그 순간까지는 견뎌내야 할 몸뚱이였다.p328

 

 

 

아빠와 아이의 정을 떼기 위한 시간이 2주일이 지났다. 수술도 성공적이라서 퇴원하면 프랑스로 떠날 것이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정리한 노트에 한자 한자 적으며 참 많이 울었다. 아이의 성격, 행동, 장점과 단점, 취미, 버릇,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들 이 노트는 아내에게 줄 참이다. 시집은 아들에게 주면 된다. 마지막 아들을 만나는 날 모르핀을 맞고 버티기로 한다. 부둥켜안고 싶지만 등을 보인채로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그리고 아빠는 널 잊을 거다. 너도 아빠를 잊어버려라. 아예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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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 - 말 한마디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판훙성 지음, 김경숙 옮김 / 다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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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말은 중요하다. 저자는 말재주는 하나의 기술이자 예술이다.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확실히 멋진 팔다리를 지닌 사람보다 더 큰 가치를 창조한다. 말재주가 있으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고, 반대로 말재주가 없으면 역경에 처한다. 어떻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한다. 이 책은 주제에 맞는 일화를 내놓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류 공통의 언어가 하나 있으니, 바로 미소. 미소 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직장 다닐 때 새로운 사람이 오면 인사를 시키는데 그 여사님 얼굴이 웃는 상이었다. 서로 잘 부탁한다고 하고 조금 친해지면서 내가 말을 걸었다. 어쩜 그렇게 미소가 예쁘나요? 뭘요 하면서 수줍어 하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는데 그 사람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미소에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어느 학자는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은 고결한 사교 기교 중 하나이며 반드시 행복을 얻게 해주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p14

 

 

 

얼굴을 마음의 거울이라 한다면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눈은 그래서 영적으로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신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훈련할 수 있다. 연습을 통해 당신은 여운이 충만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아나운서, 가수들도 모두 훈련을 통해 목소리를 만든다.

 

상대의 말과 안색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다.‘집을 나설 때는 하늘의 기색을 살피고, 집에 들어와서는 사람의 안색을 살핀다는 말이 있다. 타인의 말과 안색을 자주 관찰해 그의 의도를 헤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야기를 할 때 상대의 얼굴이 어두우면 말이 하기 싫어지는 그런 뜻으로 해석된다. 적시에 자신의 말을 조절할 수 있다면, 자신의 희로애락을 통제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분명 더 조화로워질 것이다.

 

누구나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칭찬의 말로 상대를 기쁘게 하라. 마크 트웨인은 적절한 칭찬은 사람을 두 달 동안 황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칭찬을 받으면 긍정적인 심리가 발동해 열정적인 성격으로 변화한다.

 

인간관계에서 경청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심리학 연구를 통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사람일수록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하는 데 능한 사람은 타인의 감탄을 받을 수는 있어도 호감과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경청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능숙하게 격려하는 사람은 쉽게 타인의 호감과 신임을 얻는다.

 

타인을 이해하고 싶다면 상대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며 소통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사고할 때, 우리는 상대의 생각과 심리 상태를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역지사지는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하고 감정을 돈독히 만들어 주는 교량이자 연결고리이다.

 

 

 

상대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가 당신을 충실한 친구,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전략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상대를 자기편으로 만들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쌍방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며 상대는 경계를 늦추고 당신의 관점과 견해를 쉽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당신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그중에서도 특히 상사와의 소통은 표현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어디에서든 말 잘하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사람을 사귀거나 일을 할 때 말재주는 지극히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는 반드시 입을 조심해야 한다. 때와 장소를 고려하지 않고 말을 내뱉어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무슨 말이든지 다 내뱉어버리면 결국 타인의 미움 만 살 뿐이다.

    

연설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첫 마디다. 음악회에서 전주를 듣고 곡 전체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연설도 첫 마디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연설에서 일화를 이용하면 청중이 주제에 맞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되고 깊은 영향을 받는다. 연설가는 진실한 감정을 전달해야만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상처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에는 완벽한 것이 없고, 사람 중에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므로 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일할 때 절대 상대의 단점을 폭로하거나 잘못을 직접 지적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p291~292

 

이 책은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말재주를 기르는 비결을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말재주라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말을 조심하며 신중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성공적인 소통을 진행한다. 성공의 문을 여는 말재주와 미소를 갖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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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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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고 난후 여운이 남는다. 가제본을 읽어보고 뒷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던차에 완성본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나이를 보면 놀란다. 현재 만 열다섯 살이고 만 열네 살에 이 작품으로 작가 데뷔를 하였다. 일본에서는 천재 소설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가난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의 이야기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단 하나의 감동 소설이다.

 

하나미는 아빠가 없어서 쓸쓸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답하기가 늘 곤란하다. 초등 4학년 때, 친구 미키의 아빠와 셋이서 볼링장에 갔다. 친구가 아빠, 아빠 부르는 바람에 자신도 무심코 아빠라고 불렀다가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경찰서에 지명수배범의 얼굴 사진을 보고 하나미 아빠도 강도살인이나 흉악범이지 않을까 도망다니느라 자신과 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좋을지 얘기한 적이 있는데 벌레가 좋겠다는 대답이었다.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겠어.” 나는 하나도 안 좋을 것 같지만 벌레든 동물이든 괜찮으니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었으면 좋겠다.p23

 

유카와 유카 아버지와 아라카와유유랜드를 놀러 간적이 있는데 뉴스 화면에 떴다.회삿돈을 사사로이 쓰다. 업무상 횡령. 외국 도피, 용의자. 체포. 조사용의자가 유카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놀란다. 하나미라는 이름을 풀이 해보면 죽은 후에 꽃과 열매 어쩌고가 어떤 의미인지 물으니 어쨋든 살아 있으라는 소리야라고 한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이미 없는 사람이고 엄마는 남편 부모 형제 친척도 없다.

 

엄마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데 도로포장이나 집을 해체하는 일도 한다. 굉장한 중노동인데 여자 직원은 엄마 뿐이다. 엄마는 헝그리 정신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늘 배고파하고 뭘 먹어도 맛있어 한다. 신기하게도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엄마다.

 

    

양면으로 되어 있어서 원하는 대로 표지를 바꿀 수 있다. 표지는 딸이고 앞 표지는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모습

 

 

엄마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했더니 육교 아래 사는 노숙자 아저씨라고 한다. 20년 넘게 혼자 그렇게 살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실외에서 열사병에 걸리지도 않고, 눈이 내려서 얼어 죽을 것 같아도 동사하지 않고 예방주사도 맞지 않았는데 독감에도 안걸리고 등등 뭐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주인 아줌마 아들이 우리가 사는 1층 위에 혼자 사는데 이른바 니트족이라고 하는 백수다. 엄마는 어릴 때 남아용 수영복을 입히고 공원에 갔다. ‘겐토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수영복은 아줌마 아들의 것이다. 남아로 알면 불법 촬영을 당할 위험이 없다고 생각해서 라는데 조금 커서 생각하니 세탁은 했겠지만 수염이 덕지덕지 난 아들을 생각하니 온 몸이 근질근질 하다.

 

엄마가 맞선을 본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맞선남이어서 좋아한다.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상상을 했는데 돌연 거절을 당한다. 혹시 자신이 걸림돌이라면 시설에라도 들어갈테니 엄마를 받아주라고 한다. 12살 짜리 아이는 엄마를 생각해서 온갖 구상을 하는데 맞선남의 사연을 알면 까무라칠 것이다.

 

친구 마리에와 미키와 셋이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 드리밍랜드에 가고 싶다. 어쨌든 돈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이 뭘 해서 돈을 벌수 있나 생각해 낸 것이 일러스트 응모가 눈에 띈다. 당첨이 된다해도 석 달 후이니 늦다. 고민하다가 자판기 밑에 떨어진 동전을 모으기로 한다.

 

매년 늦은 가을, 모녀는 은행 줍기에 나선다. 순수하게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함이다. 은행은 스태미나 음식이라고 하지만 많이 먹으면 독성이 걱정 된다고 하니 엄마는 배가 고파서 죽는 거랑 은행을 먹고 죽는 것 중에 어느게 좋니? 할만큼 엄마는 먹는 것이 이긴다.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신사나 절에 참배하는 행사를 시치고산이라고 한다. 은행을 줍다가 하나미 친구가 하는 말이 신경이 쓰였는지 직장의 아르바이트 청년을 데리고 와 사진 촬영을 해주는 엄마의 마음이 따뜻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지막 [안녕, 다나카]는 미카미 신야의 이야기다. 반 아이들에게 에로 변태라는 놀림을 받는데 다나카 하나미가 말려 주었다. 학원도 안다니는 하나미는 아는 것도 많다. 책을 많이 읽어서 성적도 우수하다. 미카미는 형과 누나 보다 공부를 못하여 중학교 입시에 다 떨어진다. 다나카가 동전을 주울 때 남자애들이 접근하여 거지라고 놀릴 때 도와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미카미는 형과 누나만 있으면 되고 자신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여서 멀리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버린다는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듣게 된다. 죽고 싶은 것은 아닌데 그냥 끝내고 싶어서 강의 난간을 붙잡는 순간 다나카가 이름을 부른다. 다나카 집에서 셋이 저녁을 먹으며 감사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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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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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소설 조남주 작가의 신작 사하맨션을 금방 읽었다. 소설처럼 한 도시를 기업이 사들인다면 시민들의 삶은 어떨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작은 도시국가가 있다. 밖에 있는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이곳을 사람들은 타운이라 부른다. 팔순을 바라보는 회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사업가일 뿐이라며 도시를 인수한 것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타운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타운에는 주민권을 가진 또는 주민으로 불리는 L과 주민 자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범죄 이력이 없고 간단한 자격 심사와 건강 검사를 통과하면 L2 체류권을 받을 수 있다. 타운에 남은 원주민과 그런 L2들이 양육의 의지 없이 낳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2년 동안 타운에서 살 수 있다. 2년 동안은 걱정 없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건설 현장, 물류창고, 청소 현장같이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이다. 그리고 주민권은 물론 체류권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사하맨션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하라 불린다.

 

총리들은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별다른 절차도 없이 제정하였으며 휴일에 세 사람 이상의 성인이 모임을 가질 때에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제약도 많은 타운에 총리단은 무분별한 밀입국을 막기 위해 주민 자격을 두기로 결정했다. 원주민이 떠난 주거지들은 철거 되었지만 사하맨션의 공사만 자꾸 연기되었다. 수도와 가스는 끊겼지만 앞마당 수도와 옥상의 태양광을 이용해 쓰고 있다.

 

본국에서 진경의 엄마는 이사업체에서 일하다 자살로 판정이 났지만 동생인 도경이 자살이 아니라고 사장을 살인하고 남매는 숨을 곳을 찾던 중 수십년 전에 독립했다는 남쪽 어딘가의 도시국가, 섬처럼 고립된 어느 맨션을 생각한다. 사하맨션 정말 거기에 있었다. 진경은 L2도 못 되었다. ‘사하라 불리었다.

 

소설의 시작은 도경과 연인 사이던 타운의 소아과 의사 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도경은 자취를 감춘다. 경찰은 수의 죽음이 강간, 살인에 의한 것이라 발표하고 도경을 지목한다.

 

214호 사라의 엄마, 연화는 타운 주민 자격을 얻지 못한 원주민이었는데 열심히 일을 해도 가족을 돌볼 수 없었다. 직업소개소 소장이 소개해준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사라를 임신한채로 도망 나왔다. 사라는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났고 열 두 살에 엄마가 죽었고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했다. ‘이아라는 아이가 실종이 되었는데 그 엄마가 이상하고 소문도 잠잠해 진 것이 진경은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자식을 팔아먹지 않았어요. 이아를, 우리 이아를 팔아먹지 않았어요.”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말일 것이다. 한 번도 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아 엄마는 코를 한 번 크게 훌쩍이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p163

 

305L2로 태어난 은진은 공공 보육원의 원아였다. 보육사의 꿈을 키우며 사하맨션 아이들을 돌본다. 311호 꽃님이 할머니는 본국에서 조산사였다. 자격증이 있는건 아닌데 젊은 산모의 낙태 시술을 하다가 산모가 깨지 않았다. 무면허 불법 시술인만큼 도망쳐 맨션까지 왔다. 타운에서 꽃님이 할머니가 아이를 받았는데 엄마가 죽어서 키우게 된 우미는 몸이 크고 날렵하다.

 

우미는 연구소에 자주 갔다. 어깨에 소독솜을 문질러 팔에 주사를 놓는다. 무슨 주사인가요? 물어도 여자는 웃기만 했다. 정신이 꺼져 내리고 멀어진다, 심장을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들,목소리,촉진제 때문일까요? 벌써 증상이 나타날리 없는데...우미는 자신의 성별이나 정체성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월경이 시작되고 기간도 출혈 양상도 불규칙하고 통증도 너무 심해 힘들기만 했다. 성장이 아니라 질병으로 느껴졌다. 산부인과 검진이 시작됐고 난소에 혹이 있다며 전신 마취를 하여 수술을 한 번 했고 자궁내막증 치료는 꾸준히 받고 있다. 남자연구원이 카드 리더기를 그어 문을 열어준다. 무전기에서 미스터키 하나가 연구원을 폭행하고 도망쳤다는 말이 들린다. 우미는 생존자여서 백신과 난치병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확인, 검사, 치료, 시술, 수술 매번 다른 이름이 붙어 용인되던 시간들과 그때의 차갑고 축축하고 뻐근하고 따갑고 욱신거리던 감각들이 모조리 떠올랐다.P279

 

진경이 낯선 남자에 끌려 간 곳은 연구소였다. 실험대 같은 것이 몇 개 있는 곳에서 죽은 듯 누워 있는 우미를 발견한다. 죽지는 않았다고 하면서 맨션에 어떤 사람에게서 자료 하나를 구해주라고 한다, 수년간 연구소에서 우미에게 무슨 검사를 했는가

 

소설의 배경은 가상이지만 도시국가의 제도를 비롯해 사하라 불리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포와 불안, 절망과 좌절의 감정은 좀처럼 낯설지 않다. 타운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부유하고 삶의 질이 높은 곳이라면 사하맨션은 타운이 거부하는 사람들, 타운이라는 시장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소모품조차 되지 못한 사람들의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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