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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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49세 비혼인, 뜨거운 커피와 우연히 고른 좋은 책, 따뜻한 악수를 좋아한다. 잡지사 편집기자로 일하다 우울증과 돌발성 난청으로 일을 그만두고 마흔 한 살에 방송작가에 도전, 현재는 프리랜서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마흔 넘으면 세상을 다 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혹스러운, 어른이지만 아직 서툰 어른의 이야기이다.

 

비혼이 아니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 글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시를 좋아한다. 결혼을 해서 둘이든, 혼자이든 사람이니까 외로운 것이다. 같이 살면서 우울증이 와도 혼자만 아프지 옆에 사람은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아플때나 외로울 때 마음을 나눌 수 있겠지만 어차피 혼자 감내해야만 한다.

 

결혼 안 하면 큰일이라는 말에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노처녀 히스테리라 욕먹고 결혼해서 애를 낳아보지 않으면 아직 애라는 등 독설을 많이 들어 왔다. 글만 읽어도 왜 여자한테만 무례한 말들이 쏟아지는지 화가 난다.

 

가족의 형태를 규정지을 수 없다. 둘이 사는 부부, 엄마 아빠와 아이가 있는 3인 혹은 4인 가족, 시가 식구들과 아들 부부, 처가 식구들과 딸 부부, 이런 가족 형태만이 정상적인 건 아니다. 동성끼리 동거를 하거나 혼자 사는 것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형태다.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이상하게 보거나 가십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편협한 시선이 저지르는 폭력이다.p23

 

비혼과 기혼 어떤 게 더 나을까? 혼자 보다는 둘이가 낫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 살수 없으니 친구도 사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이다. 친구들 친척 중에도 결혼 안한 사람들이 한 명씩 있다. 친정에도 비혼 동생이 있으니 부모님 속이 탔는데 지금은 포기 하셨다.

 

저자는 아빠가 돌아가셔서 혼자 있는 엄마, 오빠가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 서울로 발령이 나서 마흔한 살에 독립을 하였다. 집을 알아보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가구 구성원이 많을수록 청약이 유리한데 혼자 있는 사람은 점수가 낮아서 번번히 떨어졌다. 싱글, 나이든 싱글 여성들이 안정된 집을 갖을 수 있게 주거 정책이 시급하다.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저자는 방광염 증세가 있어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방광염이 문제가 아니고 폐경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노안이 온 것처럼 내 자궁도 그런 것뿐이야라고 위로를 했다. 밤마다 온몸이 쑤시고 저리고 아프고 하루에도 몇 번 오르내리는 열감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는데 웃음이 났다. 갱년기 증상은 현재 진행형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평생 간다고 한다. 갱년기 증상은 다 힘들지만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몇 번이고 깨는게 최고 힘든 일이다.

 

정성껏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응시관찰이다. 열심히 경주마처럼 살 때에는 하기 심든 것들이다. 내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과 질문들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은 정성을 들이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응시와 관찰은 사유에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도 차분하게 알려준다.P274

 

싱글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혼자 잘 살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다가오겠니?’ 왜들 그럴까요 잘 살고 있으면 응원은 못해줄 망정 그런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비혼으로 살 거라고 마음 먹은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독거 노인으로 살다가 방치 되지나 않을까 염려도 돼서 아무나하고 만나서 결혼하기는 싫을 것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책이 나왔는데 읽기 전이지만 동성끼리 사는 사람도 있다. 혼자라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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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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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슨]나 유적을 떠올리겠지만 흥미로운 모험과 보물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연대기만 나열된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고고학자가 흙 먼지 뒤집어 쓰고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 체험한 그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고 하였다.

 

고고학은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과거를 생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이다. 고고학자들은 붓질로 인골 주변의 흙을 털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감정이 전이 되곤 한다.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의 집안은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시신을 잘게 해체해서 독수리가 쪼아 먹은 후에 남은 뼈를 항아리에 담는 방식)를 믿었다. 발굴을 하다 보면 과거에 불을 피웠던 자리를 만나게 되고 요리를 한 듯한 동물뼈들도 발견된다. 남은 것은 불을 태운 흔적과 재뿐이지만 거기에서 생기는 수많은 의식, 요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죽음 이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고학자들은 대부분 흙을 퍼내면서 보내는데 화려한 유물을 평생 한 번이라도 발견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황금 대신에 일과를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옛 유물을 발굴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리는 대목이다.

 

쌀국수 먹을 때 들어가는 고수풀 처음에 이런 맛이 있나 하고 꺼렸었다. 저자는 시베리아에서 작업을 할 때 음식도, 고된 일도 아닌 모기가 힘들었다. 동료들은 모기약은 몸에 안 좋으니 자기들처럼 고수풀을 많이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기분 탓인지 모기가 적어졌다. 향이 진하니 모기도 접근을 못하였나보다. 우리는 술을 언제부터 마셨나 유래, 고대인들도 먹었던 보약 한국을 대표하는 인삼, 옛날에는 마약이 감기약으로도 쓰였다는 이야기들은 신기하다.

 

시베리아 평온에 잡초들 속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대마의 일종인 코노플리였다. 헤로도토스는 직접 사방을 다니면서 자료를 모았다. 대마초를 피우기 위한 증기욕 세트가 발견되었다. 물이 귀하고 추운 지역에 증기욕은 최고의 사치였다. 환각이 강하지 않아서 일반 사람들 사이에도 확산 되었다. 오늘날 찜질방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식물쓰레기 중에서 조개는 세월이 흘러도 썩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고대 바닷가 지역에서 조개껍데기만 수북이 쌓여 있는 흔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패총 발굴은 고고학자들에게 힘든 과제이다. 조개껍데기와 생선뼈들을 분석해야 하는 긴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가 패총 발굴을 경험한 곳은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 근처였다. 조개마다 번식하는 수온이 다르기에 당시의 기후를 알 수 있다. 젓갈의 역사, 발굴을 통해 수천년전의 식중독도 알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다.

 

발굴에서도 위조가 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 구석기 유물 위조 사건 일본인 후지무라 신이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우리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된 이유도 그렇다.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고고학자에게 명성은 마치 헤엄치는 고래와 같다. 고래는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다가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분출한다.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 피어나야 한다. 이 글귀가 마음에 든다. 역사, 고고학이어서 어려울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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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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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작품으로 저자는 48세 늦깍이 나이에 정식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하였다. 잘자요, 라흐마니노프를 먼저 읽어 보아서 전작이 궁금하였다. 작품의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세 권째 읽었는데 이 작품은 대 반전에 전율이 오는 걸 느낀다.

 

사촌인 가타기리 루시아는 인도네시아 스마트라섬 지진으로 부모를 잃었다. 일년에 한번 만났던 사촌이지만 하루카와 루시아는 동갑이고 키와 몸집, 머리 색까지 똑같고 성격은 정반대라 수다를 떨어도 지겹지 않다. 하루카 부모님은 루시아를 양녀로 거두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큼직한 손을 루시아의 머리 위에 톡 얹었다

너는 비뚤어질 만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끝까지 불행에 끌려다니지 말거라. 두 다리로 서서 앞을 보거라. 슬플 때는 울어도 된다. 분할 때는 이를 갈아도 상관없어. 다만 네 불행이나 주위 환경을 실패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눈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면 안 된다. 도망치는 습관이 들면 이번에는 괜히 더 겁이 나거든, 네 엄마는 결코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었다.p50

 

부유한 가정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열여섯 살 하루카는 어느 날 할아버지와 사촌자매와 함께 화재를 당한다. 하루카는 살아났지만 전신 화상 34퍼센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엄마의 피부도 떼고 기증 받아서 피부 이식도 받았다. 기도 화상은 수술을 할 수 없어 목소리가 쇠 긁는 소리가 났다. 재벌인 할아버지 유언장이 공개되고 하루카는 6억 엔의 유산을 상속받는다.

 

4월에 얼굴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하고 학교에 가니 고즈키 재벌, 피아노 천재로 소문이 나고 집단 따돌림을 받는다.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기로 한다. 손가락도 화상을 입어서 건반을 칠 때 땅기고 하였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되살아났다. 하루카는 콩쿠르에 나가기로 한다. 연주할 곡목은 드뷔시의 <달빛><아라베스크 1> 음악, 악기에 모르는 나여도 실제로 연주회에 있는 것처럼 묘사가 잘 되어 있다.

 

하루카에게 간접적으로 화를 입히려는 일이 두 번이 생긴다. 유산 상속 때문일까 조심하고 있는데 엄마가 신사 계단에서 죽임을 당한다. 불길한 사건들이 연이어 생긴다. 하루카가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항상 미사키 선생님이 있다. 미사키 요스케는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였다. 그는 뛰어난 머리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반전을 예고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 종종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서술은 마지막 장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작품 곳곳에 복선을 보게 된다.

 

당분간은 드뷔시의 음악과 멀어질 것이다. 건반을 만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할 날이 반드시 온다. 그걸 믿고 하루하루 속죄하며 살아가자. 그러니 그날까지 잠시 이별이다. 안녕, 드뷔시

 

이 시리즈는 다섯 번째 소설을 연재 중에 있다니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잘자요, 라흐마니노프]를 읽어 보고 나카야마 시치리 팬이 되었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와타세 경부 시리즈를 차례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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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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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의 후속작으로 기획된 [새벽의 방문자들] 은 전작보다 다양하다. 페미니즘 소설은 이제 하나의 장르다. 픽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내 이웃이나 내 가족에게 일어났을 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다.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 첫 작품으로 나오는데 파격적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음란성 문구 댓글들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어느 날 새벽마다 수상한 남자들이 그녀의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한다. 아마 성매매 업소를 착각하고 초인종을 누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숨어 들다가 이제는 대범하게 비디오 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프린트 해서 벽에 붙여 놓는다. 헤어진 전 남친이 모니터에서 보인다.

 

하유지의 [룰루와 랄라] 예비 신랑 겸과 함께 산지도 2년 방값과 식비를 줄이자고 같이 살았는데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 취업한 주인공이 직장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자 잘 대처해주는 겸과 아이를 잃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는 룰루라는 여자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정지향의 [베이비 그루피] 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주인공과 초는 라이브 클럽에서 KP를 만나 일탈한다. 미성년자들에게 어른들의 배려란 없다. 주인공과 P는 조금 사귀다 헤어졌다. 초가 대학에 편입을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라이브 클럽에서 일은 서로 힘들어겠네 위로의 말을 한다.

 

박민정의[예의 바른 악당] 흑수저인 보라와 금수저인 지나를 저울질하며 보라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그는 정치적 올바름은 알아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모른다. 연애나 우정으로 보였던 관계에서 소외를 느끼면서도 침묵했던 보라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무장한 세계를 떠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린다.

 

김현의 [유미의 기분] 형석은 동성애자이고 교사이다. 형석은 수업을 하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 웃었지만 유미는 웃지 않았다.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는 얘기에 대해 형석에게 책임질 수 있는지 묻는다. 왜 그렇게 발끈하는지 모르다가 승우와의 통화에서 유미의 기분을 알아주었냐고 정식으로 사과를 하라고 한다.

 

김현진의 [누구세요?] 답답하였다. 늘 밝히기만 하는 남자 친구 재영과 헤어진다. 직장 상사의 성추행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하니 화를 내며 가버리고 그게 끝이었다. 문제는 월세 입금 독촉을 받지만 돈이 없다. 데이트 통장에 월급에서 많은 돈을 입금을 한 것이다. 통장 명의는 재영 이름으로 되어 있어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위자료라고 생각하고 못 준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 있나. 드라마에서 봤던 내용과 같은데 휴대폰도 상대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 해지 할때는 보기 싫은 얼굴을 다시 봐야 되는 일이 생긴다. 연애할 때는 무조건 다 수용하고 좋을지 몰라도 휴대폰이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데이트 통장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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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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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죽고,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남자,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과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인구조사원이 되어 알파벳 순서로 표시되는 북방으로 가는 길이다. 주인공은 A부터 Z까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까. [센서스]에 인물들은 두 개의 공간을 여행한다. 이 소설을 읽으니 찐한 부성애가 느껴진다.

 

이 책은 저자의 형 다운증후군을 앓은 아브람 볼을 위하여 쓰였다. 1998년 형 아브람 볼은 스물네 살에 세상을 떠났다. 형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므로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

 

인구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갈비뼈를 찾아내어 표식을 남긴다. 남자는 외과 의사였더라도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끔찍한 작업인 인구조사에 끌렸을까? 아내와의 지난 추억들이 행복하고 단란했던 시간들이 오버랩된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하는 일들, 점점 아버지와 아들의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니 슬프다.

 

남자를 진찰해 준 의사는 그의 친구기도 하다. 꼭 살던 곳에서 죽을 필요는 없지 그게 딱히 고귀한 것도 아니고 직장을 그만두고 어디든 습하지 않은 곳으로 북쪽으로 가라고 하였다. 그런 여행이 좋을 거라고 조언을 해준 덕분에 아들과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죽고 나면 아들을 누가 돌봐줄까를 지인 중에 아내와 합의한 사람이 아들을 봐주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여행을 할 건데 Z에 가까운 곳으로 가서 항상 철도를 이용할 것이고 혹시 상황이 나빠지면 아들은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남자가 연락하면 아들을 역에서 받아주면 된다고 당부하고 인구조사원의 길을 떠났다.

 

나는 자동차 뒷자석으로 가서 아들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방 하나에 다 들어갈 수 있도록, 그러는 내 모습을 보고 아들은 다른 가방 하나를 찾아 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나는 말했다. 아빠는 기차 못 타.p284

 

ST를 지나쳐 U에서 또 다시 발작을 하는 바람에 발이 묶이고, 어느새 쇠락해가는 공장지대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이제부터는 숲속을 달려가야 한다. 어질어질했다. 날아오를 듯 기분이 좋아졌다. 나무 한 그루에 대한 노래를 부르자 아들도 따라 불렀다. 우리는 그 노래를 부르고 또 다른 노래들을 불렀고, 도로가 우리 뒤로 미끄러져 사라졌다. S,T에서 Z까지 가는데 두 단어씩 건너 뛴다. 남자의 몸이 안 좋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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