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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
김목인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나는 음악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한다.
해운대,
광안리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면 기타로 연주하며 홀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고,
밴드를
포함하여 공연을 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예술하는 사람들은 화려하고 멋있을 거 같은데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씨의 일 년 과정을 적은 내용이다.
특이한 것은
음악가들은 1월에
행사가 없다는 거다.
책
표지도 예쁘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음표가 그려져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소설가든 음악가든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열린책들
블로그에 김목인씨 강연 소식이 있긴 하지만 서울,
경기도여서
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프롤로그》
나는 음악을 한 지 15년쯤 되어 가는
싱어송라이터다.
초반에
밴드로 시작해 5~6년쯤 활동한 뒤부터는 솔로로
활동해 오고 있다.
햇수로
정확히 모르는 것은 대부분의 일들이 페이드인으로 시작해 페이드아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취미와 일의 경계 어느 지점에서부터였고,
혼자
활동하게 된 것도 <어느 날 보니 혼자 공연을 하고
있었다>.말하자면 공식적으로 활동을 쉰
기간이 없는 셈인데.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여전히 <공연은 언제
하나요?>라고 묻곤
한다.
《목 차》
1.싱어송라이터,
나의
직업
2.공연의 계절
3.작은 가게와
음악가
4.작업,
또
작업
5.앨범 녹음 일지
음악가들에게 1월은 일이 없는
달이다.
서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파티처럼 북적이던 연말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약속이나 한 듯 조용해진다.
중순쯤
연주자들과 통화해보면 <보릿고개지요,
뭐>하며 겸연쩍게
웃는데,
이런
사정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는 이 1월이 좋다.
하얀 눈밭
같은 1월,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에는
내가 그 위에 먼저 발자국을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 제안이나 외부에서 오는 연락은 보통 2월부터온다.
그건
우리의 일이 사회의 다른 분야와<시소>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심각해지면 한쪽은 느슨해진다.
만일
회사들마다 시무식을 공연 관람으로 대신한다거나 모임마다 작심삼일을 이겨 내려고 파티를 여는 게 유행이라면 음악가들도 1월이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연초는 사람들이 한창 일에 집중하는 시기이고,
우리는
연말에 쉬지 못한 한숨을 이때야 비로소 쉰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이 다른 이들의 <휴식>과 연관되어 있다는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셈 치고 1월을 여유롭게
보낸다.
싱어송라이터란 <싱어singer>와<송라이터songwriter>를
나란히 붙인 말이다.
즉
노래하는 이와 노래를 만드는 이가 합쳐진 단어이다.
싱어송라이터는
<작곡하는
가수>이지만
거꾸로 보면 <무대
위에 노출된 작곡가>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음악을 그 자체로도 즐기지만 음악가 개인의 인간적 면모와 연결지어 즐긴다.
겉보기에
슬픈 노래이지만 작곡가의 우스운 사연을 알고 미소 짓는 관객들도 있고,
한
음악가가 어두운 시기를 딛고 쓴 곡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곡을 더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즉
싱어송라이터 음악은 개개의 작곡가가 펼치는 모노드라마 같은 음악이다.
음악뿐
아니라 싱어송라이터의 행보,
그
사람의 캐릭터(셔츠나
말실수 등)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글을 쓴다기보다 말을 하듯 하는 것이다. 메모가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라면 우리는 비록 머뭇거릴지라도 몇 마디 정도는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 게다가 말하는 것은 노래 만드는 것보다 평상시에도 더 많이 하는 일이라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 때 좋은 기준이 된다.
가령, 노랫말을 너무 글처럼 생각하면 기승전결을 맞춰야 할 것 같은 작위적인 상항에 빠진다. 대신 말하듯이 생각해보면 <음>,<그렇단 말이지>,<글쎄>같은 문구가 막혔던 부분을 절묘하게 해소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참 노래를 쓸 때는 공간을 울리는 우렁찬 피아노 소리 같은 것은 없다. 열심히 초고를 출력하고 있으면 아내가 다가와 당신은 프린터로곡을 쓰느냐며 놀린다. < 응, 기타 줄 갈기 전에 A4용지부터 사와야겠어>라고 말하며 출력물을 들여다본다.
공연 안 할 때는 뭘
하시나요?공연이 확정되면 당일까지 이것저것
세부 사항들을 정한다.
작은
공연은 보통 기획자가 한꺼번에 정리해 알려 주지만,
큰
공연은 서로 여러 번 연락을 거치며 정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정하는것은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들이다.
반면
비공개로 느슨하게 정하는 것들도 있는데,
리허설
시간이나 출연 순서,
팀당
공연 길이 등이다.
공연자
쪽에서 미리 준비할 것은 셋리스트이다.
연주할
곡과 순서가 적힌 이 목록으로 기획자는 현장에서 공유할 큐시트를 만든다.
스태프가
조명가 등퇴장까지 섬세히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공연은 곡의 음원이나,
곡별
연주 길이,
연주
영상까지 보내기도 한다.
앙코르는 외형상 하나 더 베푸는
보너스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관객이
<한
곡 더!>를
외치면 연주자는 잠시 뜸을 들이거나 퇴장했다 다시 나와 한 곡 더 연주하는 아량을 베푼다.
공연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는 자리에서 종종 이 앙코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거,
마지못한
표정으로 앙코르 하는 거,
진짜인가요?
연기인가요?
앙코르를
예상하신 건가요.
아니면
정말 당황하신 건가요?]사실 많은 공연자들이 앙코르까지
연출에 넣는다.
하지만
자신이 인기가 좋을 걸 예상해서 그런다기보다는 공연에서는 끝마무리가 중요하고,
실제로는
앙코르까지 그 끝마무리에 포함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곡을 다 했다 해도 끝을 잘 마감해 주지 않으면 공연에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남긴다.
앙코르는
그저 덤일 때도 있지만 나름 섬세한 감정 조절의 기술인 셈이다.
내가 일하며 깨닫게 된 생각이 하나
있다면 음악가와 제작사는 어디까지나 <신뢰를
쌓아 가는 좋은 협업 관계>여야
하고,
일을
중심으로 쿨하게 만나고 헤어졌다.
또
만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가는
제작사와 일할 생각이 있다면 <영원히
안식을 취할 곳>을
고르듯 기대하는 것보다는 서로 인생의 한 시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고 조그만 성과 한 가지를 내본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흥행이
좌우하는 이 일의 특성상 결과가 어떨지는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협업의 과정이 어느정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이후에 다시 좋은 프로젝트로 만날 수가
있다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는
몇 년 전까지 내 머릿속에 자주 맴돌던 개념이다.
이
비유가 음악가라는 내 직업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음악가는
개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가게에 가깝고,
다만
그 가게가 투명해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논리.
동료 블루스 음악가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아주 공감한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그것도
아주 쪼끄마한 구멍가게죠.]
이것을
소재로 공연도 한 번 했다.
[소극장
콘서트-작은
가게와 음악가]
공연의
기획자는 극장 대표님도 자주 그런 말씀([우리
극장이야 뭐 구멍가게죠])을
하셨다며 반가워했다.
나는
음악가란 직업을,
신곡을
하나씩 개발해 손님(싱어송라이터
이랑이 맡았다)에게
메뉴로 내는 식당 정도의느낌으로 연출했다.
많은
음악가들이 자신을 한 명의 개인으로만 생각한다.
음반사를<회사>라고
즐겨 부르며 종종 자신을 직원으로 착각하는 것,
그리고
<문화
노동자>라는
말에도 기본적으로 개인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하지만
가만 보면 우리는사업장이 투명한 나머지 종종 스스로를<개인>이라고
착각하는 가게들이다.
나
자신만 해도<김목인>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하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진다.
도대체 작업이
무엇이기에
하루쯤 작업을 안 한다고 몸이
아프거나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업을 못 한 날에는 작업이란 것이 내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적잖은 시간을 워밍업만 하다 날려
보내거나,
차라리
하루쯤 머리를 비우고 쉴 걸 그랬나 싶게 작업 태세만 갖춘채<불완전
연소>했던
날들도 많았다.
불도
안 붙고 안 좋은 연기만 풀풀 나던 그런 날들.
게다가
힘든 건 그런 날들 마저 불규칙했다는 것이다.곡이라는 것이 몇 단위로
쪼개어지고,
진행표에
적을 수 있고,
착수할
때마다 진척이 있다면 조금씩 꾸준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의 완성된 곡은 나름의 구조가 생겨 오늘은 1절,
내일은
2절
그런 식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스케치
단계의 곡은 뭐가 될지 모를 모호한 덩어리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보컬 녹음의
고독
노래의 윤곽을 잡아 주는 주요 악기
녹음이 끝나면 보컬 녹음에 들어간다.
보컬
녹음은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몸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가 듣는 사람에게도 가장 섬세히 들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많이
불러 본 노래라도 여러 번 부르며 좋은 테이크들을 찾는다.
앨범을
위해 새로 쓴 곡들의 경우에는 아직 분위기를 정하지 못해 헤매기도 한다.
그래도
몇 번의 앨범 녹음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첫
곡으로 가사가 짧은 곡을 골랐고 예상대로 금방 해냈다.
예감이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곡 부터 슬슬 헤매기 시작하더니 결국 다음 날로 넘기고 말았다.
이틀째가
되자 만회는커녕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번 연습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에
몇 곡씩 녹음할 기세로 와서 연습만 하고 간다는 것은 상당히 맥 빠지는 일이다.
《에필로그》
앨범이 발매된 후 몇 달 동안 각종
인터뷰를 했고,
콘셉트와
제작 과정에 대해 길고 자세한 설명들을 했다.
라디오에서는
신곡을 연주했고,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발매 공연도 치렀다.
무대에서는
어떻게 이리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와주었을까 싶을 만큼 과분한 축하를 받았다.
2018년
3월1일
상은 못 받았지만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다녀왔고,
결국
상은 받지 못했습니다.^^4개
부문이나 올랐었기에 기대가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고,
어쩌면
제작진과 연주자들에게 좋은 선물 하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습니다.
프로듀서와
A&R,
연주자들,
디자이너,
엔지니어,
피처링
해준 동료들과 뮤비팀까지.....,
무대에서
했을지 모를 감사 인사를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전합니다.
또
힘들게 번 돈을 쪼개어 항상 공연장을 찾아 주시는 관객분들께도 여기에서 깊은 감사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