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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열면 대화가 달라진다 - 호감을 주고 마음을 얻는 42가지 듣기 기술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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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호감을 주고 마음을 얻는 42가지 듣기 기술

 

 

말하는 것은 배웠지만 듣는 것을 배우지는 못했다. 그 사람은 자기 말만 하고 들을 줄을 몰라, 내말을 듣고 하는 말이야? 말 좀 끊지 말았으면..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리라 본다. 이 책은 제목이나 표지 그림에도 나왔듯이 말을 잘 듣는 것을 이야기한다.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했던, 대화의 신이라고 불린 래리 킹은 대화에서 첫 번째 지켜야 할 규칙은 듣기다라고 강조했다. 어제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일단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아무 판단도 하지 않고 내 마음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내주겠다는 태도로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말만하는 사람을 만나느니 외로워도 집에서 혼자 라면이나 끓여 먹는 게 낫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일단 거르고 본다. ‘만나고 싶지 않은 1순위 인간형이라고 한다.

 

듣기의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눈을 마주치고 적절하게 끄덕이고 감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느낄 것이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지 세 번, 네 번씩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루하기 이를 데 없겠다. 그래서 방법과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에 사소하더라도 생대방의 표정과 나의 감정을 모두 체크하는 훈련을 해야 언제 어느때든 잘들을 수 있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착각을 버리는 순간, 상대방에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순간, 그때부터 온전한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듣기가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누군가의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는 용기가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보다 잘 듣는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면 내 마음도 안타깝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해 왔고, 지금도 의도치 않게 내뱉고는 한다. 이것도 뒤늦게나마 깨닫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이상으로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많이 받아왔다. 이렇듯 우리는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다.p63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마음에도 귀 기울일 줄 안다. 상대방의 말을 조심스럽게 들을 줄 알고 그에 맞춰 대응할 수도 있다. 잘 들을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소리를 받아들이기 위해 안테나를 높이는 사람은 섣불리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다. 인간은 집중력이 8초라고 한다. 언젠가는 8, 80분을 집중해 들을 수 있도록 훈련한다.

 

 

 

버나드 쇼의 최고의 명언은 내 언젠가 이 꼴 날 줄 알았지가 의역돼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로 알려졌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에 즉각 반응하는 대신에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으며 우물쭈물해 보자. 그럼 말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우물쭈물하면 버나드 쇼처럼 될지도 모른다.

 

명창 중에 명창은 귀명창? 귀명창은 다순히 자신만 즐기고 끝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경청은커녕 그냥 듣는 것조차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남들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적을 만들고 싶다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우쭐거리면 된다. 잘 듣는다는 것은 겸손한 태도다. 당신이 내가 말할 때 잘 들어 준다면 나는 당장 당신가 친구가 되고 싶다. 잘 듣는 사람에게 먼저 인간관계가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상대방에게 딱 맞는 조언을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섣부르게 목소리를 내려 하면 안된다. 대신 가능하면 들어 주기로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기만 해도 관계가 개선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젠가 입원을 하였을때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너 뭐 때문에 아프게 되었다면서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들을때는 기분이 안 좋다.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라이언이 곰인 줄 알았다. ‘라이언이 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라이언은 카카오가 만든 캐릭터 중에서도 선두 자리에 서 있다. 폭발적인 인기가 있는 것은 첫째,갈기가 없어 부끄러워하는 수사자의 앙증맞음 둘째, 자유로운 삶을 표현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도록 짧게 만든 꼬리의 소박함이라나

라이언은 말하지 않는다. 무표정인 듯, 미소를 지었는지 알 듯 말 듯, 우리를 바라보는 라이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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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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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여 학교 기숙생활의 경험은 없지만 그 시절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시대상은 몇 년 차이가 나는데 회사 생활할 때 기숙사에 있어봐서 학교기숙사는 이렇구나 상상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중년 여인 김유경이 김희진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으며 시작된다. 그들은 대학 동창이면서 가장 친하지도 않고 끊어진 사이도 아닌 묘한 관계의 오랜 친구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전혀 다르게 묘사된 소설 속 기숙사 생활을 읽으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1977년과 2017년을 무대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첫날을 기억한다. 기숙사 철문으로 들어서자 오른쪽에 수위실이 나타났고 눈앞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다. 3월의 잔디는 아직 누런색이었다. 잔디가 끝나는 곳에는 앙상한 등나무 퍼걸러와 벤치가 있었는데 그 뒤로 날카로운 가시철망을 두른 높은 담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맞은편에 베이지색과 자주 색이 배합된 4층 기숙사 건물이 남쪽으로 난 수많은 창문으로 거느리고 세련된 자태로 서 있었다.p28

 

40년 전 1977년 지방에서 올라온 김유경은 서울 여자 대학교에 입학 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기숙사에서 중요한 것은 룸메이트다. 네 명이 한방을 쓰는데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이 배정 받은 322호는 3학년 최성옥, 2학년 양애란, 1학년 오현수가 있다. 최성옥과 절친인 송선미의 417호는 2학년 곽주아, 1학년 이재숙, 불문과 김희진. 두 방 사람들은 종종 모이기도 한다.

 

회사를 처음 입사 할때 낯설고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기숙사도 마찬가지다. 먼저 들어온 선배가 군기를 잡고 기숙사의 규칙을 말해주기도 한다. 기숙사로 걸려 오는 전화를 사무실에서 받아 메모를 해준다. 방 룸메이트가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점호 시간이 가까워지면 기숙사가 소란스러워진다. 사무실 창문 앞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확인한다. 점호 시간에 늦으면 혼자만 벌을 받는게 아니라 같은방 룸메이트 모두가 사감실로 불려 간다. 꾸지람을 듣고 벌칙으로 청소를 해야 한다. 귀가증을 끊어 나갔다가 새벽에 여관길에서 남자와 팔짱을 낀 모습이 목격돼 사생들의 입방아를 견디지 못해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제일 기억나는 일은 세탁이었다. 일이 끝나면 좋은 자리(일명 빨래터)를 맡아 빨래를 해야 했다.

 

대학생활의 꽃인 5월의 축제가 열리고, 이성 친구도 만날 수 있는 미팅도 주선한다. 주인공 김유경에게는 말을 더듬는 약점이 있다. 심한 말더듬이는 아니라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대개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매사에 튀지 않고 모범생으로 된 것도 말더듬증이다. 고등학교<교련>시간에 구령 외치기를 강요당하고부터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친구들은 소극적인 모범생에서 소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는 몰랐겠지만 세 번째 공주를 다방에서 뛰쳐나가게 한 것은 무엇보다 그런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약점에 대처해왔던 방식 그대로 나는 노력하고 준비해야만 나를 드러낼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으며, 그리고 피해버렸다.p179

 

소설 속 사생들을 공주로 지칭하며 이름은 영어 알파벳 대문자로 표시하였다. 예를 들어 양애란은 Y공주, 곽주아는 K공주. 김유경은 어느 대목에서 책을 덮었다.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읽기 쉬운 글은 아니었기에 소설 속의 많은 이야기가 김유경이 공유한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도, 그 중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쪽을 조망하고 있다는 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김희진의 낭독회에 참석을 하였는데, 30대로 보이는 여자가 색이 바랜 책을 내밀며 이름은 적을 필요 없고 사인만 해달라고 말했던 독자가 궁금했었다. 독자는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고 딸이 엄마의 유품이라며 가지고 나온 것이다. 어렴풋이 그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는 연령층은 다양하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고 중년으로 가는 사람들은 과거로부터의 소환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기게 될 거 같다. 새의 선물이 나오고 은희경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작품 전부는 아니라도 출간 즉시 읽었다. 오래 전 이경자, 신달자,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이나 산문집을 읽다가 신경숙, 공지영, 김형경, 은희경 작가님으로 옮겨 가면서 책을 읽던 생각이 난다. 빛의 과거를 읽으면서 나의 소실적 추억들도 가만히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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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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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내 추리소설만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시선을 바꾸어야 할 때 구디 얀다르크를 만났다.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버스안에서 젊은 사람과 노인의 언성이 높아지고, 사이안은 한마디 거들다 욕만 먹고 마음만 심란해진다. 그녀의 스무살 그때로 돌아간다.

 

IMF가 오면서 아빠가 자살을 했다. 엄마는 세 식구가 함께 다니던 교회에 계속 나갔다. 위로해줄 곳은 교회밖에 없었다. 자살은 대상이 자기 자신일 뿐,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담임목사의 설교를 들은 날 교회를 끊었다. 엄마는 일년만에 우울증을 박차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어느 날 자살을 선택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엄마가 한 사업은 다단계였다. 이사할 때 손 없는 날미신이 인도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99학번. 언론은 세기말 학번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국어국문학과를 전공 한거와 달리 IT 업계 회사에 취업이 되었다. 회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던 것은 전공지식보다 불면증 덕분이다. 정기 PM 작업에 자원하여 밤샘하면 추가 수당을 받았다. IT 기업의 실무 교육은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기에 첫 사수를 잘 만나야 한다. 이안의 사수 천 대리는 숙취 때문에 늘 눈동자가 흐리고, 늦게 출근해서 오전 내내 졸기 일쑤다. 회의가 있다며 없어졌다가 사우나에 다녀온 적도 있다. 소설에서 천 과장을 거머리로 표현한다. 스물여덟에 대리가 되었다. 축하해줄 가족도 남자친구도 없어 서글픔이 몰려왔다.

 

세상은 거머리 천지다. 갑이 을에게, 을이 병에게 흡혈한 피로 산업이 돌아간다. 사람의 불안감을 빨아먹고 사는 보험, 상조, 종교 음모론자, 언론인, 유사과학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정부지원금에 빨대를 꽂아 해마다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 스타트업도 수없이 많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을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P134

 

대기업에 다니는 자부심을 느낀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근속 이 년차에 받을 수 있는 덕분에 원룸 옆의 오피스텔을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융자금 상환 완료 전에 퇴직하면 미상환 잔액을 상환해야 한다. 퇴직원을 제출했지만 인사팀장과 면담을 하고 퇴사 대신 부서 이동을 제안 받았다.

 

5년만에 첫 회사를 그만두고 성 과장의 제안으로 회사를 이직했다. 제시된 조건은 스타트업에 이전 직장 수준에 맞춘 연봉, 실장급 대우로 지분까지 보장받는 내용이었다. 회사가 문을 닫고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중견 IT 업체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가디와 구디의 회사를 여럿 거쳤다. 너 말고 일할 놈 널렸다며 일상처럼 가해지는 인격모독, 회식 자리마다 벌어지는 성폭력, 숫자로만 존재하는 휴가. IT 노동자를 위한 노조 결성을 하였다. 어느새 그녀는 구디 얀다르크가 돼 있었다.

 

구디 얀다르크가 된 이유는 구디는 구로디지털의 약자이고, 주인공 이름인 이안을 사람들은 야니라고 불러서 얀이 되어 구디 얀다르크가 된 것이다.

 

내 꿈에 나와 나를 부추겼던 잔다르크가 원망스럽다. 그녀는 왕을 옹립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왕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왕 역시 교황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다. 나 역시 노조를 만들었지만, 정치 구호를 외치는 이들에게 숙청당했다. 그들 역시 명문대를 나온 운동권 출신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다. 잔다르크는 마녀재판 혹은 이단재판에 희생됐고, 구디 얀다르크는 정치적 이유로 탄핵당했다. 내가 들은 그녀의 목소리는 혹시 악마의 속삭임이 아니었을까?p236

 

소화계통이나 두통, 알레르기 문제로 병원을 찾는 노동자는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걸 의사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책은 약자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IT 종사자가, 여성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을 끝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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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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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생리라고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조심한다. 생리는 귀찮고 불편한 것이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만 했지 생리에 대한 책을 읽을 줄은 몰랐다. 제목도 그렇고 읽을 때 과한 표현들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생리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월경 터부’ ‘성폭력’ ‘가정폭력’ ‘낙태죄’ ‘독박 육아’ ‘유리 천장’ ‘성별 임금 격차’ ‘성적 대상화’ ‘불법 촬영’ ‘남성 중심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 ‘여성 대상 강력범죄등 모두 여성 혐오라는 거대한 구조로 엮여 있다.

 

저자는 이 글을 쓰면서 친구들의 초경 경험을 인터뷰 하였다. 아랫배가 아프고 팬티에 혈이 묻어나고 당혹스러웠는데 가족이 알고 나서 축하를 해주었다. 외국에 사는친구들은 초경을 축하받거나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간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축하받지 못하거나 축하받더라도 부끄러워 했다는 것이다.

 

월경을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나는 더 이상 생리 축하합니다라는 노래에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꾼다.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생리 축하의 관행이 자리 잡길 바란다.(p32)

 

일회용 생리대에 환경호르몬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사용을 안 할 수가 없어서 수십년을 쓰고 있다. 저자는 어릴 때는 없었던 지독한 PMS와 생리통을 겪고 유해물질이 가득한 생리대와 무관한 일일까 그럼에도 감수하고 생리대를 써야 하는 여성만의 경험인 월경을 국가에서 책임져주지 않는다. 아 맞다 생리대 가격도 싼 편은 아니기에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려야 하나.ㅋㅋ

 

오늘 예상치 못하게 생리가 터진 후 내가 쓴 돈은 과연 얼마일까. 생리대, 진통제, 커피값. 다 필요없는 지출이었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해 써버린 돈이다. 또 오늘 하나도 듣지 못한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듣는 수업이라 필기를 보여줄 친구도 없는데. 이따 있을 저녁 약속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기승을 부렸던 식욕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그저 집에 가서 기절한 듯 잠에 들고만 싶었다.(P121-생리일기)

 

우리는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만큼이나 우리의 월경 역시 다르다. 그리고 모두의 다양한 경험은 그대로 존중받아야만 한다.(P142)

 

대비할 수 없는 생리에 대해 완전 공감 한다. 밖에서 갑자기 생리가 터지거나 생리혈이 새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거의 준비를 하고 다니지만 양이 많을때는 수시로 갈아야 하는데 일이 바빠서 두 시간 뒤에 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여성이라면 생리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성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가 있고, 원한다면 생리 안 할 권리도 있다? 순리대로 따르지 않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은 된다. 생리를 통해 나의 몸을 다달이 점검하고 재정비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생리가 생활습관과 몸의 변화에 바로바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귀찮고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먼저 나서서 내게 신호를 주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 책을 쓰기로 하였다는 저자의 말이다. 또한 이 사회 어디선가, 자신의 몸을 혐오하며 아까운 삶을 손가락 사이로 흘러보내고 있을 무수히 많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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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죽지 마
우대경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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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표지의 강렬함에 끌린다. 죽다가 살아난 사람들. 사람 목숨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만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할까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표지만큼 강한 흡입력 때문에 단숨에 읽었다. 나는 수십 년 전 마포에 살면서 마포대교를 자주 걸어 다녔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때 옛 생각에 젖어 든다..

 

부산에 살고 있는 우대경 작가는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은 큰 관심사였고 교사를 업으로 삼은 후에도 작가를 동경해왔다. 소설 한 권을 읽고 나면 소설 쓰기에 대한 열망이 더 뜨거웠다.

 

살면서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어릴 때 아빠의 사고로 엄마가 집을 떠나고 불편한 몸으로 아들 하나 보고 살던 아빠마저 돌아가시고 아빠가 남겨둔 유산? 보험금마저 못 타게 된 시우는 자살을 선택했다. 마포대교에 뛰어내리지만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고 살아서 기쁘다기보다는 정해진 날짜에 죽지 못했다고 화를 내고 다시 뛰어내린다. 또 누군가 구해준다. 죽어도 죽지마! , 미쳐버리겠네. 제발 죽으려고 하지 말어

 

새벽 3. 혜지는 마포대교에서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곤히 잠들었던 태서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마포대교. 태서만 있었더라면 절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태서를 잃은 곳에서 생을 마무리하려 했다.(p111)

 

사고로 아들을 잃고 살아갈 자신이 없던 혜지는 성폭행을 당한다. 아빠를 잃고 친척집에서 살게 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죽을 결심으로 마포대교에 뛰어 드는 수호와 혜지는 노인 천사가 살려준다. 세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서울이 아닌 섬에서 함께 살아라한다. 일년을 살고 나면 나머지 돈을 지불해주겠다고 한다.

 

구름. 이라고 했다. 혜지는 스스로를 늘 그렇게 생각해온 듯했다. 순간 시우의 머리에 혜지와 함께 본 노을이 떠올랐다. 비로소 가족이라고 느꼈던 해청도에서의 그날, 그날의 노을에도 구름이 끼어 있었다.(중략)“혜지야. 모두 맑은 날을 꿈꾸지만, 진정 아름다운 노을을 보려면 적당한 구름이 필요하대. 내게 낀 그 구름이 남은 인생에서 미치도록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게 도와줄 거야.”(p353)

 

해청도 섬으로 들어가 가족 아닌 가족이 되어 생활을 하는데 옆집 사는 사람들이 수상하다. 추정우의 팔뚝에 선명하게 도드라진 핏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을 뻔하다. 부인 명미희는 신들렸다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며칠이 지나 섬 주민인 권순자씨가 가족을 그리워 하다 자살을 하게 되면서 조용한 섬이 들썩인다. 어느 날 혜지가 납치를 당하게 된다. 세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 만큼 천사가 나타나 구해주기만을 기도한다. 소설이 아무 사건도 없이 읽히면 재미가 없겠지만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말하고 싶어 근질 거리지만 참기로 한다. 무엇보다 따뜻한 결말에 감사하다. 개나리 꽃말처럼 기대와 희망으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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