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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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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면 지구가 멸망까지는 아니어도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힘들 거 같다. 저자는 카피라이터, 홍보, 마케터 등 글쓰는 직무를 전전하다가 그만 프로 퇴사러로 거듭나고 있다.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고, 곶사슴이라고 불린다. 표지의 그림도 직접 그린 듯하다.

 

서른 살, 코딱지만 한 회사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정확하게 받지 못해 밀리면서 받다가 연봉 협상이 찾아올 시기에 퇴사 통보를 받았다. 사실인지는 모르나 투자자가 투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회사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잘라도 당장 지장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찾다가 선택된 것이 나였을 것이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후임자가 나올 때 인수인계도 해줘야 할 텐데 당장 내일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퇴사 1일 전을 시작으로 계속 써 내려갔다. 각별했던 팀원과 지하철 입구에서 악수하고 나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직장인이라면 높은 평가를 위해, 자신의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정치질을 해야 한다. 일과 정치 둘 다 못하는 사람이지만 일은 잘했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퇴사 후 거래처 사람에게서 일 괜찮게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만족스러웠다. 매일같이 카페에서 만나 그림을 그리던 동네 친구들과 카페에 쓸 돈을 모아 공간을 빌려 아지트로 쓰고 있다. 친구들은 고용 불안 속에서 백수 기간을 이 공간에서 보냈고 이제는 저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퇴사를 하면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 매일같이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집이 있다면 매달 죽일 듯이 날아오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해낼 수도 없다.p63

 

퇴사 여행은 마음을 채워주는가 의문을 가지면서 다녀온 사람이 별로 없는 다카마쓰를 훌쩍 떠났다. 여행은 복잡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카페 창업을 해볼까 알아보던 중 난관에 부딪힌다. 여유가 생기면 한적한 곳에서 나만의 카페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나에게 로망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로망인 법이다. 핸드 드립 커피 한 번 내려본 적 없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아찔하고 두려웠다. 카페를 해볼까 한다는 이야기를 떠들고 다녀 아직까지 카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답은 망했다.

 

 

요즘은 신점, 타로, 카드 점 종류별로 다양한 점들을 보러 다닌다. 예전 스무 살에 점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살면서 힘들면 일 년에 두 번도 가봤지만 신통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다는 것은 현재의 마음이 흔들려 뭐라도 붙잡을 심정으로 가는 것이다. 저자는 퇴사 후 우울증을 앓고 있어 해결해줄 수 있는 묘수가 미신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갔는데 점쟁이의 공허한 말만 듣고 우울증이 더 커지고 말았다.

 

퇴사 후 200일 블로그에 올리던 퇴사 후 이야기들을 수정하면서 올려 보았다. 하루에 하나씩 쓰기를 목표로 쓰던 글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지금의 책이 되었다. 맨날 고통스럽고 슬픈 일만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기쁜 일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 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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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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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뉴욕, 에디는 열한 살 큰딸 애너를 데리고 맨해튼 비치의 대저택의 덱스터 스타일스의 집을 찾는다. 에디는 한때 주식 중개를 통해 큰돈을 벌었지만 대공황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부의 치장물(검은담비털,진주 목걸이,아파트)이 하나씩 품에서 떠나갈 때 더넬런은 돌아온 것을 환영하며 듀센버그를 사고 조합원증을 주었다. 브롱크스의 같은 소년 보호소 출신의 더넬런의 심부름을 해주며 빠듯한 임금을 받았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보수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곳에 온 것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작은딸 리디아가 있게 리디아에게 비싼 휠체어를 사주어야 한다.

 

그는 끝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해변, 추위, 근사한 점심식사, 하얀 식탁보, 브랜디, 의자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를 덱스터 스타일스에게 보낸 것은 의자만이 아니었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꺼지지 않는, 절박한 바람이 있었다. 뭐든 상관없었다.p60

 

애너는 브루클린 해군공창에서 일하게 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리디아를 돌봐야 한다. 아버지는 열네 살이 되던 해 떠났다. 당시는 전쟁중이어서 군대에 가든지 사라지는 남자들이 있었다.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다이버에 지원을 하게 된다. 100킬로그램에 달하는 장비와 목숨을 위협하는 훈련을 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조롱과 멸시를 참아낸다. 친구를 따라간 나이트클럽에서 암흑가 거물인 덱스터와 마주치자 맨해튼 비치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덱스터는 군인 출신 고위층의 딸과 결혼해 합법적인 나이트클럽을 몇 군데나 소유한 사교계의 거물이자 갱스터 조직의 간부로 우뚝 섰다. 그림자 세계 Q씨가 주류 매매로 벌어들이는 어머어마한 액수의 돈을 세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애너는 아버지의 실종이 어릴 때 만났던 덱스터와 연관이 있는 걸 눈치 채고 접근하기 시작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라졌던 애너의 아버지 에디 케리건이 살아 있었다. 오 년여의 생활을 끝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급료를 정산한 뒤 두달 간 고등선원 훈련을 받기 위해 앨러미다행 기차에 올랐다. 그동안 에디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소설 애너, 에디, 덱스터, 바다 곁에서 나고 자라 바다에 자신의 존재 근거를 투영한 사람들이다. 세 사람 각자의 삶을 통해 시대를 정의하고 시대의 욕망을 규명한다. 강한 여성 애너의 이야기를 그린 670페이지 요약이 쉽지가 않다. 한가할 때 음미하면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제니퍼 이건은 가히 시네마스코프에 비견될 만한 문체를 동원하는 동시에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2차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구현한다.(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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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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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 걸작선 수선화 살인사건을 재밌게 읽었다. 공포의 천사를 펼치는 순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 소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는 지혜를 담았고 놀라운 반전과 시원한 결말이 좋았다.

 

제임스 메레디스는 약혼녀 진 브리거랜드의 위증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메레디스 친구이자 변호사인 잭 글로버는 브리거랜드가 엄청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믿는다. 법원 입구에서 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에는 창백하고 슬픈 표정이 서리어 있지만 그 얼굴은 내려진 블라인드 뒤로 사라졌다.

 

3년 전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리디아는 혼자가 되었다. 당시 아버지에게 빚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하고 채권자들에게 아버지 빚을 떠맡아 책임지겠노라 선언한 것이다. 리디아 베일은 데일리 메가폰제작사의 직원으로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었지만 매달 쇄도하는 빚 독촉에 시달렸다.

 

메레디스는 서른 살이 되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아버지 유언대로 전 재산 60만 파운드가 진 브리거랜드에게 넘어간다. 약혼녀 진 브리거랜드는 메레디스의 사촌뻘 친척이다. 잭 글로버는 그것을 막기 위해 빚더미에 힘들게 생활하는 리디아 베일을 찾아가 메레디스와 혼인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살아 있는 동안 매년 5천 파운드를 지불한다는 말에 이게 꿈은 아닌가 생각하다 제안을 받아들인다. 결혼식을 마친 후 메레디스는 살해를 당한다. 누가 살인을?

 

메레디스 가의 상속녀 리디아는 잭이 마련해준 저택으로 이사를 한다. 재그스라는 경호원을 한 명 두는데 나이가 많고 몸도 약간 불편하다니 경호를 얼마나 할까 싶었지만 리디아가 위험할 때마다 나타나 구해준다. 진 브리거랜드가 리디아를 살해하려고 한다. 잭 글로버가 말을 한다. 그것도 네 번이나 당하고도 리디아는 그럴리 없다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진은 천사 같이 예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확인하고는 엄숙한 그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구부정한 허리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자로, 뾰족한 흰 턱수염과 흰 눈썹이 매를 연상케 하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오른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왼손으로 낡은 모자를 가볍게 만지며 인사를 건넸다. “실례.” 상당히 쉰 목소리였다. “재그스이올시다! 오늘부터 일을 맡게 되었습죠.”p88

 

잭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진 브리거랜드와 똑같은 범죄자의 심리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내겐 법을 향한 건전한 존경심이 있고 옳고 그름에 대한 건강한 감각도 있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갖게 되면 행복할 수 없는 부류가 있는 반면, 그것이 진짜 돈이기만 하면 돈을 많이 가진 것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브리거랜드 양은, 글쎄, 과연 무엇에 행복해하는지를 잘 모르겠단 말입니다.”p218

 

진 브리거랜는 소설을 쓰는데 자신의 손목이 아프니 리디아에게 대필을 해달라고 한다. 유언장 목적으로 쓰일터였다. 몇 명의 남자들도 천사가 시키는대로 하다가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진 부녀가 살인 계획을 이야기 할 때는 화가 났다가 재그스의 정체를 알고 나니 웃음이 났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연인 의자에 앉으면, 미래에 짝이 될 연인 이름이 당신에게 나타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믿고 국경을 넘으려 길을 떠나는 리디아.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브리거랜드에게 끌려 다니는게 못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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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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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명]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평론가인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이 하버드 디자인스쿨 교수직을 내려놓고 7년간의 탐구 끝에 탄생한 역작이다. 우리가 건축하고,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는 물론 자녀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100장이 넘는 사진과 함께 건축 환경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수준 높은 건축물과 도시 디자인을 수용하는 도시였다. 조경가이자 환경예술가인 김미경이 디자인한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의 아름다운 공원만 보아도 그렇다.<한국 독자 여러분에게>

 

 

 

우리가 사는 공간에 만연한 빈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유감스런 공간이 있다. 슬럼의 판잣집은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 환경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금이 더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지붕이 건축에서 쓰는 금속, 플라스틱 조각, 지푸라기, 썩어가는 합판, 널빤지가 아닌 천으로 된 방수포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도시 경관과 건물, 조경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건물과 거리, 광장, 공원이 인간의 의식 경험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다. 의식 경험은 변화해도 속도가 매우 느려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인간이 신경학적으로 정적이고 변화가 없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대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 마음의 존재와 기능 방식은 뇌와 신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며 인간의 뇌에 신체는 함께 힘을 합쳐 마음이 잘 기능하도록 돕는다. 인간의 인지 작용은 이 지구, 이 공간에 살고 있는 물리적 신체 안에서 일어난다. 나아가 우리가 신체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때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의 인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 폐쇄된 공간(내부가 아니라)밖에서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P113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을 필요로 한다. 문화적, 개인적으로 다를 수 있겠지만 인간은 생물 친화적종으로 진화해왔다. 그래서 자연에 마음이 끌리고 집과 사무실, 공동체가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갖기 원하는 것이다. 수술 후 녹지가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가 벽돌이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보다 고통을 덜 느끼고 회복이 빨랐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우리는 공간안에서 행복한가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이라는 특정 공간에 깊은 애착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와 지리학자들이 장소 애착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동물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행위와 유사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도 볼 수 있다. 어릴 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보낸다. 생후 10개월만 되어도 낯선 공간과 익숙한 공간을 쉽게 구별한다. 집에서 살아가며 형성한 이야기를 평생 동안 쓰고 또 고쳐 쓴다.

 

디자인을 할 때는 패턴에 반드시 복잡성을 가미해야 한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아테나 니케 신전 같은 소규모 건축물에서 보이는 단순한 빛, 그림자, ,그림자의 반복은 신전의 상징적인 콜로네이드를 더 멋져 보이게 만든다. 반면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재무부 건물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대규모의 단순 반복 패턴은 지루할 뿐아니라 보는 사람의 기력마저 빼앗는다. 그래서 건축도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을 지지하고 추구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좋은(조경,도시,건축)디자인은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풍성한 환경에 사는 쥐는 쳇바퀴만 있는 환경에서 사는 쥐보다 더 잘 지낸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공간을 탐색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학습 능력, 노화에 따른 뇌 인지 저하도 더 낮게 나타난다. 인간도 풍성한 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와 이익을 누릴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 디자인이 뛰어난 풍성한 환경은 인간의 역량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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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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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가 시간이 생겨도 어떻게 쓸줄을 모른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차를 타고 어디를 다녀 올 수도 있고,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여가란, 결코 물질적 이익을 바라지 않고 순전히 그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로이 선택한 것,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단장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 아우를 때 쓰는 단어다. 여가를 누릴 때에는 가치보다는 기교가 훨씬 중요하다. 현명하게 선택한 여가는 아무리 짧은 삶에도 깊이를 준다._들어가는 말

 

저자는 쉰을 넘긴 나이에 그랜드 호텔인 인도 다르질링의 메이페어 호텔에 묵고 있다. 며칠째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말의 의미를 콕 집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것은 바쁜 것을 접고 쉬면서 방금 바쁘게 하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부터 모든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무슨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사람은 늦잠 자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 늦잠 자기는 언제나 빈둥거릴 수 있다는 권리 주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지금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점은 톰 호지킨슨이[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에서 짚어내지 않았던 내용이다. 과거 젠트리 계충의 저택에서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날 때에만 당신은 습관적으로 늦잠을 잘 수 있다.p62

 

요즘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모험을 하기 위해서.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서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아마도 더 많은 측면에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더 과감하고, 더 다채롭고, 더 솔직하고, 더 교활하고, 더 깊고 더 다면적인 나 자신 말이다.p75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 한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은 걷기다. 걸을 때 어렴풋이 무한을 명상하는 행위에서 확실하게 멀어지게 된다. 저자의 고향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변에서 편안히 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햇볕 아래 누워 몸을 태우고 있으면 정신 나갔다고 오해 받기 십상이다. 해변은 서핑을 위한 곳이고, 서핑은 여가활동이니 빈둥거리기가 아니다. 그것은 스포츠다.

 

우리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다음엔 집에 깃들어야 한다.

 

깃들이기는 버리는 것부터 해야 한다. 잡동사니, 헌옷 버리기부터 하려고 한다. 저자는 깃들이기에서 정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을 한다. 목욕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 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편안하게, 집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서 거품에 감싸여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떤 종류의 여가를 즐기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미 목록을 내놓곤 한다. 쇼핑은 취미가 아니다. 운동이나 텔레비전 시청, 백화점 쇼핑에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그럼 뭐가 취미이고 놀이는 무엇인지 단정짓기가 어렵다.

 

저자는 여행은 나머지 모든 형태의 여가를 훌쩍 능가한다. 관광이란 우리가 집 떠나서 보내는 시간을 한 업체에 넘겨주고 돈을 지불할테니 대신 관리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건, 집을 잘 떠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떠나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경고의 말도 있다. 우리의 정신 함양을 위해서 여행해서는 안 된다.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강좌를 들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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