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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테에서 제공해준 심리 스릴러 소설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삭제하고 싶은 이름을 하나쯤 대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단 한 번의 기회 29초.남성 작가가 여성이 처한 현실과 심리를 이토록 정교하게 묘사한 것에 감탄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소설을 읽는데 긴장감이 넘친다.
“내게 이름 하나만 주시오,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주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하나의 번호, 한 번의 통화, 돌이킬 수 없는 29초의 시간
대학 시간강사인 세라는 그레이스, 해리 남매들 두고 있다. 남편 닉은 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나가서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 워킹맘으로 아이들 학원 보내고 출근까지 하려니 시간에 허덕인다. 상사인 러브록 교수는 매일같이 더듬고, 희롱하고, 차별하고,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이 있는데 회의 때마다 현장 실습 나온 애처럼 ‘영특한 녀석’이라고 부르며 휘둘리는 자신이 너무 화가 난다. 승진심사를 앞두고 전임강사가 되기를 한가닥 실날같은 희망을 품고 견디고 있다.
러브록의 실체를 폭로하려는 누구든지 맞고발 당하고 대학에서 쫒겨난다. 대학이 러브록을 보호를 해주는 것이다. ‘결과 발표 면담’에서 자신한테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 말은 자기와 관계를 맺어야 승진이 된다는 뜻이다. 에라이 나쁜~읽으면서 화가 마구 난다. 이런 경우는 소설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다. 세라는 운전을 하고 가다 도로변에서 납치 될 뻔한 여자 아이를 구해 주었던 일이 있었다. 볼코프는 아이 아빠로서 보답을 하기 위한 제안을 한다.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볼코프가 말했다. 세라는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p137)
볼코프의 제안에 세라는 사람을 임의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거라며 말해줄 이름이 없다고 했다. 볼코프는 말한다. “누구게에나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말입니다. 스스로 인정하든 아니든.”(p139) 당연히, 알려줄 이름이 있었다. 회의 시간을 갑자기 바꿔 세라를 참석을 못하게 하고, 세라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본인이 한 것처럼 발표한다.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뛰어넘을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떠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괴로워했다. 거의 2년 내내 세라를 희롱하고 더듬고 자신과 자도록 압박해왔다. 러브록이 세라의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세라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열 두 시간 만에 두 번째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휴대폰에 통화목록을 확인했다. 어제 오후 5시 27분, 29초간, 발신 통화였다. 세라가 실행에 옮기도록 한 일이 무엇이든, 이제 멈출 수 없었다.
인생에는 단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단다, 세라.
달아나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
절차를, 제도의 힘을 믿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맞서 싸울 수도 있어.
세라는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p476)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세라를 절벽 끝으로 내몬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세라가 멋있다.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를 이렇게 스릴러로 다룰수 있다니 감동이다.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복수를 해내는 모습 짜릿한 감동을 만나 보세요. 이 책이 로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인데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