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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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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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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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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저씨 김창완이 매일 아침 써 내려간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23년 동안 전국 아침에 창을 열어준 글들이 모였다.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두어 개만 그럴듯한 것처럼, 회사생활도 47일 중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라고 위로한 편지는 SNS와 블로그에 오랫동안 화제가 되었고 산울림 막내 김창익을 잃은 상실감을 고백하며 건넨 편지도 눈물겹고 따스하다.

 

저자는 매일 동그라미를 그린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그리는데 제법 그럴듯한 원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찌그러진 동그라미이다. 책을 펼치면 몇 장은 큐알코드가 있고 실제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볼 수 있다.

 

닭 잡으러 가는 고양이 동영상에서 얼마나 살금살금 가는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릴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봄이 꼭 닭 잡으러 오는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 먹고, 밥맛 없으면 입맛으로 먹으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만 그런 게 아니라 꼭 살맛 나야 만 사는 것도 아니어서 살다 보면 그게 인생의 맛이다.

 

마음 시끄러울 땐 길 떠나는 게 답이예요.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너무 떠듭니다.p66

 

아이들은 다 천진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다 지혜롭고 심지가 굳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흔들리는 어른의 모습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어른이 되기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이길 바란다.

 

고기를 구우면서 기름 덩어리랑 고기 부스러기를 고양이 밥그릇에 내놓았다. 한참 후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한 입 쪼아 먹고 날아가더니 친구를 불러 왔다. 먹을 게 조금 많으면 여러 마리가 와서 먹고 한 마리나 서너 마리가 독식하는 법이 없다. 새들도 나누며 사는구나 생각했다.

 

어른들이 사라졌다. 무슨 말일까? 운전해보면 알 수 있는데 양보하는 사람이 없거나 귀찮아서 아니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주말 아침, 친구 얼굴이 떠올라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써야지 하는데 참 힘들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죽마고우 발인이 어제였다. 방이 몇 개 있든지, 서랍이 여러 개 있든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단칸방이라 그 선한 얼굴을 어디 숨길 데가 없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우거짓국이 얼큰하면서도 맛있었다. 얼갈이 껍질을 비닐 조각으로 오인해서 배식 아주머니께 가져다 드렸던 일이 있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국 맛있게 먹고 갑니다 라디오 오프닝에서 말씀드릴게요 했더니 깔깔깔 웃으시더라.

 

진짜 마음 은행이 있어서 급할 때 빌려 쓰고 나누어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좋은 사연 적어서 마음을 나눠주시는 분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엊그제 써놨던 <아침창>오프닝 멘트를 지우면서 쓰는 거에 비해서 지우는 게 쉽다고 생각했다. 다시 쓰려고 하는데 지난봄 생방송을 하러 달려가던 길의 나무들, 강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봄꽃들이 다 생각나는 것이다. 지우는 게 쓰기보다 힘들구나 사랑도 그렇겠지요?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져서 자다 한밤중에 눈이 떠졌는데 뜬금없이 <아침창>을 안하면 지금 무얼 하고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상상이 안 되고 그냥 멍해졌다고 한다. 나는 라디오 <아침창>을 한 번도 못들어봤지만 이 책은 그가 많은 세월 동안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그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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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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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처음 읽어 보았다. 저자는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전단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글쓰기 교사는 KTX를 타고 여수 글방을 열고, 어린 형제들을 위한 작은 글방, 망원동의 어른여자 글방, 청소년 글방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열아홉 살 때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간접적인 영향을 준 목소리는 엄마 복희씨다. 엄마는 자신의 재능을 한껏 발휘하며 살아왔다고 느낀다. 음식을 뚝딱 만들기도 하고 부엌에서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

 

처음 글쓰기 제자는 형제였는데 아홉 살 세윤의 마지막 글은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였다. 그런 문장을 읽고 나니 책임감 같은 게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글에서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을 종종 본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대도 좋은 거짓말에는 빛도 어둠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와 함께 지어낸 거짓말로 진실 쪽을 가리키고 싶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출장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출퇴근을 반복한지 4년째 되던 어느 날, 김온유가 원고지를 들고 왔다. 선생님의 옷이 너무 야하다고 적었다. 글에 유심히 기억해줘서 고마워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며 몇 개의 계절을 통과하다보면 아이들은 어느 새 다른 인물에게 숨을 불어넣는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일기를 꼭 쓰라고 했는데 은선생님은 거의 편지에 가까운 코멘트를 손수 적어주었다. 일기를 그렇게 열심히 봐준게 처음이었고 그날부터 일기인이 되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어딘의 글방에서 글을 썼다. 글방 합평을 하는 시간은 최선을 다해도 글에서는 언제나 부족한 점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어떤 소속도 없이 혼자 글을 쓰지만 언제라도 등뒤에서 나를 꾸짖거나 응원할 그들이 나타날 것만 같다고 한다.

 

어른여자 글방은 성인 여자분들이 망원동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한다. 녹슨 몸을 실감하지 않고도 배워볼 수 있는 게 글쓰기인 것 같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의 글방을 할 때는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수업방식을 공유했다. 매주 한 번씩 만나 근황을 나눈 후 각자 써온 글을 가지고 합평을 한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헤엄 글방을 열었다.

 

어딘은 저자를 가장 오래 가르친 스승이다. 아주 많은 글을 쓰고 아주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제자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이 책을 탈고할 무렵 어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집을 정리하다가 1995년 썼던 노트를 발견했다며 노트에 적힌 시 한 편을 보내주었다.

 

교사의 자리에 서서 아이들을 매혹한 것들을 탐구했다. 부지런한 사람이 부지런히 쓰고 사랑할 때 어떤 힘과 파장을 일으키는지, 사람의 문장이 어떻게 이 세상과 자신의 운명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지 저자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인용을 허락해준 덕분에 만들어졌다. 저자는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꼈다.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꾸준한 글쓰기가 지금의 작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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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법 -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요건에 관한 이야기
장혜영 지음 / 궁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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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7년 동안 검사로 일한 저자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변사, 책임, 사기, 학대, 합의, 중독, 시효라는 주제로 묶었다. 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 삶이 타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랑과 법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랑과 법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각자 생각하는 사랑과 법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자주 법이 개정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는 이유도 사랑과 법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정의와 이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를 때려 상해를 입혀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입장을 묻는데 제가 죽일 놈이지요라고 했다. ‘잘못한 건 처벌받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되죠라고 말했다. 다음 날 피의자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의문에 답은 해소되지 않았다. 변사란 그 사망이 범죄에 기인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부자연사로서, 변사체는 그러한 사체를 의미한다. 변사 기록은 통상의 결재판과는 달리 빨간색 결재판에 끼워져 오는데, 시각적으로도 다른 업무에 우선하여 처리되어야 함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검사로 일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로 인한 변사 기록이 증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코올중독자에 종종 처와 자녀들을 때렸다던 남자의 죽음을 알려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죽을 결심을 하자 아이가 난 아직 일곱 살밖에 안 됐는데 조금 더 살면 안 될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못 죽겠더라고. 그래서 아이들하고 또 살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비라고 아이가 결혼하기 전 자신의 소식을 알려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계속 살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존재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책임능력이 문제되거나 피의자 스스로 책임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책임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한 기억은 별로 없다. 책임능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개인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책임은 검사에게 그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주된 업무인 검사에게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속을 수 있기 때문에 속은 사람이 아니라 속인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는 원칙은 착오가 한 단계에서 끝나는 경우는 비교적 지키기 쉽지만 속은 사람이 그 상태로 또 다른 사람을 속이게 될 경우, 착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착오를 일으킨 경우, 원칙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이면서 다른 사람의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되는 사건을 착오의 사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다단계 사건이나 유사수신 사건에 많이 존재한다.

 

검사였고, 아동학대를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저자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어려움을 느낀 경우 중 하나로,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사람들 중 때린 건 맞지만 학대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아동학대 판결에서는 체벌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체벌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양한 딸을 성폭행한 사건은 여덟 살이던 때 처음 발생했는데 꼭 10년 전이었다. 첫 번째 범행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상태였다. 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될 수 있게 되어 당시 공소 시효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 피의자를 구속할지 여부에 관하여 고민했다. 시간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년이 될 무렵 집을 나와서 피의자를 고소하고, 최대 10년 전의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그 10년 동안 원했든 아니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의 책임능력은 범죄의 성립요건인 책임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피해자는 고통에서 회복하지 못하여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가해자는 완전한 면책을 얻어 과거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니 유효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 싶은 저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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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CC스토어 특서 어린이교양 2
이재은 지음, 진성훈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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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낯선 개념인 기후 위기를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딸기, 김치, 감자칩, 미역국, 쌀밥, 초코바 등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서 30년 뒤의 상황을 가상으로 꾸며 놓은 메타버스에서 쇼핑하면서 지금의 기후 위기에 대해 알게 된다.

 

TV 채널 요리 프로그램에서 딸기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을 메모했다. TV 화면에 큰 큐알 코드가 떠 있고 [지구를 사랑하는 어린이를 위한 메타버스 쇼핑, 지금 경험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CC 스토어 가입 선물로 100만 원을 준다고 했다. CC 기후 위기 상품을 선택했는데 지금으로부터 30(2054)이 흘러 있었다.

 

딸기 한 알에 10만 원?이라고 한다. 이는 기후 변동성 때문이란다. 날씨의 기분은 변하면서도 질서가 있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봄에는 이 정도 따뜻해야 하고, 가을에는 이 정도 서늘하고. 이런 규칙이 깨지고 이상한 날씨가 자주 나타나서 변화가 생기면, 기후 변동성이 커졌다.





CC스토어 안내서를 읽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후 위기 상품을 찾아내 사는 것뿐이다. 정답을 맞히면 적립금을 주는 ‘CC스토어 퀴즈를 풀고, 기후 위기 키워드와 관련한 지식을 알려 주는 지식의 방’, CC 스토어 상품과 기후 위기 키워드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의문의 방’,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품에 대해 알려 주는 소멸의 방’,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품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알려 주는 부활의 방을 하나씩 통과하며 기후 위기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30년 뒤에 김치는 사라졌고 메타버스에는 김치 맛 가루를 팔고 있었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로 인해 김치가 사라지면서 개발된 김치 맛 가루를 개발할 수 밖에 없다. 그밖에 지구 열탕화, 해양 산성화,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와 관련한 문제로 이어진다. 파리 협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했다는데, 온실가스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 때문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쓰고 무분별한 개발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쉼 없이 뿜어낸다. 지금부터라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만 지구가 더 뜨거워지지 않게 막을 수 있다.

 

해양 산성화가 심해진 바다에서 해조류는 요오드 함유량이 많이 증가하게 되어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갑상샘에 병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바다도, 인간도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양 산성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열탕화 현상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지면 대기가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대기는 더욱 땅을 건조하게 해서 사막화가 일어난다. 물 발자국, 생태 발자국, 탄소 발자국이란 것이 있다. 다년생 벼를 기르니까 물 발자국까지 줄어들게 된다. 다년생 벼 개발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 꾸준히 좋은 품종을 개발하면, 물 발자국은 줄이면서 더 맛 좋은 쌀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은 일상생활에서 탄소를 만드는 행동을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활용품을 쓰고, 소비를 줄이고, 까까운 곳은 걸어 다니기, 고기를 덜 먹는 것도 탄소를 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곤충이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고? 이 대목에서는 충격적으로 읽었다. 지구에는 사람 한 명당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양이 50톤이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13년부터 식용 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면서 미래의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여긴다. 우리도 머지않아 곤충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날이 다가올지 모른다.

 

저자는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장을 보곤 했는데 제철이었던 딸기 가격을 보고 놀랐다. 뉴스를 찾아보니 이상 고온 현상과 빠른 한파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감자 농사가 흉년이라는 것도 기후 위기 때문이었다. 국민 과일인 사과는 너무 비싸서 금사과라는 별명을 얻었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며 기후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책 속의 메타버스 쇼핑 공간인 CC 스토어의 곳곳을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해 조금 더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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