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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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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신간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제목만 읽어도 힘이 나고, 책을 읽으면 나를 응원하는 소리 같다. 저자는 출판사 대표이면서 문화 사업을 운영중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지친 마음들에 위로와 응원을 전해 온 저자답게, 다정한 메시지를 가득 담았다.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오늘도 서툴렀고, 실수를 반복했겠지만 그래도 잘 견뎌 낸 나에게 고맙다. , 정말 수고 많았어. 마음도 옷을 입는다. 사람이라는 옷을 입는다. 사람은 혼자 있고 싶다가도 혼자이긴 싫어하는 거다. 맞는 말이다. 삶은 이기적인 마음이 모여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가끔은 사람과의 관계도 잠시 쉬어 가는 것이 해법일 때가 많다. 거리를 두는 것이 어느 정도 관계의 치유에 쉽게 도달하는 방법인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 역시도 어릴 땐 아프거나 슬픈일이 있으면 남에게 알려 위로받기 급급했지만 그게 약점이 되어 또 다른 상처로 다가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십년지기라는 말, 꽤 나이 들어서나 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십년지기 친구들이 있더라. 예전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했는데, 찍은 사진들을 보니 앳된 우리가 거기 있더라. 나 하나 먹고 살자는 비용이 이만큼이나 드는데, 몇 식구 먹여 살려야 했던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가 아닐까.

 

선택했으면 후회하지 말 것,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지 못한 길이 아쉬워 보일 것이다. 후회할 시간에 열심히 달릴 것. 나를 믿고, 내 선택을 지지 해 줄 것.p135

 

세상의 두려움은 두 가지다. 너무 몰라서 두려운 것과 아주 알아서 두려운 것. 전자는 상상이 안 가서 그런 것일 테고, 후자는 상상이 너무 잘 돼서 그런 것이겠다. 이 말을 온 몸으로 공감한다. 수술을 하고 예후가 안 좋아서 재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공포가 되살아나 죽어도 못하겠다고 미루는 나의 마음이랄까.

 

영원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마음 단단히 먹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 것.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게 생각하진 말 것. 모든 것은 세상 사는 이치인가. 사람은 내 마음대로 고칠 수 없고, 고쳐 쓸 수도 없다. 상대가 소중하다면 고치려고 안간힘 쓰기보다 단점을 눈감아 주려고 노력한다면 다 용서가 된다.





부탁을 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거절을 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의 일이란게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없어서 나 같으면 빌려주고 하겠지만 단번에 거절을 당하면 두 번 다시 말을 못하게 된다. 아무리 서운하고 섭섭하더라도 자신이 부탁을 한 용기만큼이나 거절한 상대에게도 용기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거리가 멀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가는 게 사람이고, 10분 거리여도 마음이 없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기 싫은 게 사람이다. 결국, 마음이 문제다.

 

거리가 멀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가는 게 사람이고, 10분 거리여도 마음이 없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기 싫은 게 사람이다. 결국, 마음이 문제다. 잘 버티다가 뜬금없이 위태로운 날이나 힘들 때 마음속으로 마법의 주문을 걸어 본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라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 힐링이 되는 위로의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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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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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인 [핑거스미스]<티핑 더 벨벳>, <끌림> 다음으로 읽게 되었다. 앞서 읽은 책들보다 두꺼운 800페이지 분량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음모와 배신을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핑거스미스]는 스릴러 소설로 처음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었으며, 2002년 영국 도서상의 '올해의 작가상' 부분을 수상하였다. 이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수전의 이야기, 2부는 모드의 이야기, 3부는 다시 수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이자 소설 속 주인공인 수의 직업이기도 하다. 랜트 스트리트에 사는 수전 트린더를 사람들은 <>라고 불렀다. 수는 소매치기들의 집단인 석스비 부인의 집에서 자랐다. 장물아비 입스 씨와 아이들이 몇 명 있었지만 부인은 다른 아이들보다 수전을 아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수전이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젠틀먼의 제안을 받는다. 3천 파운드를 받고 상속녀의 하녀로 들어가서 자신이 구혼하는 것을 도와주고 결혼한 뒤 재산을 가로채고 상속녀를 병원에 가둔다는 조건이었다. 수전이 제안을 받아 들인 이유는 17년 동안 키워준 것도 있지만 석스비 부인이 하는 말 때문이기도 했다. <넌 여전히 한몫 잡아야 한단다. 그리고 우리 것도 말이다.>

 

수는 모드의 운명을 알고 있어서 끔찍한 기분이 들기보다 모드에게 상냥하게 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자매 같았다. 모드와 젠틀먼이 결혼식을 올리고 야반도주를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정신 병원에 수전이 끌려가는 것으로 1부가 끝난다. 소설 속 반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어. 모드가 말했다. 내 삶이 어떤지 봤잖아. 난 내가 되어 줄 네가 필요했어.p739


 



2부에서 똑같은 일을 모드의 시점으로 읽으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모드는 열 살때까지 정신병원에서 키워졌기에 광기 어린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삼촌은 모드를 책을 읽고 베껴 쓰기 위한 일종의 기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모드는 삼촌을 떠나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젠틀먼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젠틀먼은 모든 계획은 석스비 부인이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믿으려 하지 않았다. 런던을 벗어나서 브라이어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선명하게 드는 생각은 반드시 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3부에서 수가 겪은 정신병원의 생활은 비참했다. 수는 자기가 사기꾼인 줄 알았지만 너무나 얼간이였던 브라이어에서의 시절을 떠올렸다. 두 악당과 보냈던 나날을 생각했다. 모드를 멍청이라 생각했다니. 모든 일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뒤틀린 욕망, 운명, 속임수, 위험한 사랑, 배반이 등장하는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한 레즈비언 소설이지만 그 수위가 약하다. 책 말미에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지독한 악당인 젠틀먼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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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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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했던 대로 4월의 마지막 날에 떠난다. 리처드의 체류도 끝난다. 우리의 계획, 도주 작전은 이제 나보다는 리처드의 바람에 의해 본격화되는 듯이 보인다. 리처드는 모드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수는 정리할 일이 있어 좀 더 거기에 남아 있을 거라고 말한다. 모드는 우리 집이 아닌 수의 집으로 온 것을 알고 화를 낸다. 이 계획은 석스비 부인의 생각이었다.

 

이제까지 나는 용감하고 단호했다. 자유를 위해 분노와 광기와 욕망과 사랑을 억눌러 왔다. 이제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완전히 빼앗겼는데, 내가 졌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그리 놀라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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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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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2년생 김지영]1982년생을 중심으로 한 여성 서사였다면 [우리가 쓴 것]은 십대 청소년에서 여든 살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겪는 삶의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소설 [우리가 쓴 것]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고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매화나무 아래] 여든 살이 된 동주 할머니는 큰언니가 지내는 치매 요양원에 간다. 큰언니는 설렁탕집을 운영하며 자식들 키우고 결혼시켰더니 돈 때문에 오지 않는 자식 걱정을 한다. 어느 날 큰언니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카는 의미 없는 치료에 본인은 얼마나 괴로우실까 고민한다. 눈이 꼭 꽃 같네, 꽃잎 같네. 언니는 꽃이 지기 전에 오라고 자주 말했었다. 금주 언니야, 이제야 알았어. 꽃이 눈이고 눈이 꽃이다.

 

[오기]에서 선생님은 아버지의 폭력에 가족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때 나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김혜원 선생님은 <릿터>에 실린 소설, 그거 내 얘기잖아!라고 했다. 폭력을 경험한 여자들이 너무 많은데 사실은 꽤 흔한 일이라고 했다. 기사에 악플들이 달리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선생님에게 메일을 쓴다. 죄송하다고,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내 경험이었고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같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 선생님과 밤새 나눴던 대화가 내 기억들를 불러온 것은 맞다고 쓴다.

 

[가출]은 일흔둘, 아버지가 가출했다. 막내딸에게 끔찍한 아버지가 결혼식을 앞두고 집을 나가다니. 퇴직하고 딸이 건네준 카드를 받아 몇 번 쓰고 가출 이후로는 쓰시지 않다가 두 번째 가족회의를 마친 다음 날, 일요일 아침 문자메시지가 왔다. 카드 내역서였다. 아버지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직원들은 줄줄이 엮여 있고 나만 공채 출신인데, 김 대리, 장 과장도 자기라고 불렀다. 내 자리에 있던 미스 김 이야기를 듣게 됐다. 회사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고 조율하고 진행했던 미스 김을 해고 했다. 이메일이 이상하고, 전화번호가 이상하고 번거로워서 신고도 못하고 각자 관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현남 오빠에게]10년 넘게 사귄 연인에게 이별을 통고하는 편지글이지만 고발장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갑을 관계처럼 변해 버린 연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이나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로라의 밤]57세의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인 효경은 남편은 10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딸과 손주의 양육을 거절한 탓에 갈등 중이지만, 오로라를 보러 가겠다는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시머어니와 과감하게 캐나다로 여행을 떠난다. 오로라를 보고 손주 봐주기 싫다고 기도하는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여자 아이는 자라서]에서 피해 학생을 쫓아다니며 합의를 종용하는 성폭행 가해 학생의 부모, 논문의 공저자로 미성년 자녀의 이름을 올리는 대학교수 등 뉴스를 볼 때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여자애들 치마 아래로 휴대폰을 들이대면서 성희롱했다며 딸이 친구와 함께 유도한 동영상 촬영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는 딸과 공범이 되어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첫사랑 2020]4학년 승민은 서연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사귀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같이 하교하자고 약속했는데 행복의 시간은 일주일 만에 끝났다. 코로나확진자 수가 증가하며 개학이 2주 연기됐다. 학원도 학교에서도 만날 수 없게 됐고 통화도 어려웠다. 승민은 자주 못 만나고 연락도 못하는데 서연이의 헤어지자는 말에 선물로 준 마스크 도로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어린애들 답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였다.

 

8편의 단편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매화나무 아래서][오로라의 밤] 두 작품이 끌렸는데, 아마도 내가 그 나이가 되어 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였고 손주가 생기면 저렇게 될까 공감이 되었다. 작가는 [가출]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쓰기 시작했다. 장례식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정작 가족들을 불러 모은 아버지가 안 계신 상황이 기묘하기도 했고 괴롭기도 했단다. [오로라의 밤][매화나무 아래]는 연결되는 소설인데 박막례 할머니에서 시작되었다. 유튜버의 영상들을 보기 시작한 후 여성으로 나이들어 가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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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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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 4년차인 정다해, 강은상, 정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 흙수저 여성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이다.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정말 술술 읽혔다. [달까지 가자]를 읽으면서 그들의 모험이 대단한 것 같다. 주식 책을 읽어보고, 강의를 들어봐도 실행에 옮기는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월급만으로는 부족해! 우리에겐 일확천금이 필요하다! 소설은 정다해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서로 다른 경로로 입사하였지만 시기가 비슷해서 인사팀에서 셋의 입사일을 같은 날로 맞추고,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 처음 만났고 입사동기라고 생각한다.

 

셋은 금방 친해졌다. 은상 언니, 지송이와 이야기 할 때는 첫날부터 우리가 같은 부류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고,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원룸에 살고 있다는 공통 정보가 나왔다. 한해 동안 한 일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시간. 평가 등급은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중간인 M을 받으면 무난이라고 한다. 등급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결정된다.

 

우리는 ‘B03’그룹 채팅방에서 각자의 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회사의 뉴스와 동정과 가십들, 사내 동향, 인맥, 정보로부터 조금은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B03이 모일 때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커피빈으로 향하고, 그러던 어느 날 은상 언니의 들뜬 목소리에 좋은 일이 생긴 걸 직감하고 추궁한 결과 가상화페의 종류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상은 다해와 지송에게 이더리움을 하자고 권했다.

 

다해의 원룸은 방과 화장실 사이에 턱이 없어 조금만 방심하면 물이 넘치는 곳이라 하루 빨리 이사를 하려고 1.2룸을 보고 온 날 눈앞에서 깜빡거린다. 보증금과 월세가 비싼 그곳에 살고 싶어 10년짜리 적금 등 전재산을 털어 이더리움을 구매할 계획을 세운다. 지송의 큰일 날 언니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은상을 믿어보기로 했다.

 

일상은 그래프 위주로 돌아갔다. 단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액수의 큰돈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은상과 다해는 그래프 화면을 캡쳐해서 B03 채팅방에 공유했다. 지송은 못마땅해서 방을 나가고 다시 초대하고 공지사항에 경고 문구를 적어넣었다. 회사 근처에 연월도사의 출장 사주를 보기로 하였다. 한푼 두푼 모은 전재산을 가상화폐에 걸어두고 퇴사를 꿈꾸며 점쟁이에게 미래를 물어보려는 내 인생에 스스로 황당해서 쓴웃음이 났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 좋았다.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p193

 

셋은 휴가시즌을 맞아 제주도 여행을 가고, 여행지에서 은상과 다해는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투자한 코인이 갑자기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송은 지난 몇 달간 가상화폐 이야기만 꺼내도 발작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였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은상과 지송이 말다툼을 하게 되고, 시멘트로 붙여놓은 돌탑에 발이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날을 계기로 전재산을 쏟아부어 이더리움에 합류하지만 그래프가 계속 하락세였다. 소위 말하는 떡락이었다. 셋은 전례 없는 코인 판의 풍파 속에서 존버엑싯의 기로에 서 있었다. 삼인방은 더 높이 올라서 달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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