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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특서 청소년문학 26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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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는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김영리 작가의 신작이며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로봇과 로봇이 되고 싶은 소년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다.

 

아인 시리즈 로봇이 출시되고, 아인을 성공 시킨 사전 테스트 모델 로봇-5089는 인간의 모습을 가진 마지막 로봇이다. 로봇은 18년이 되었고 로봇계에서나 인간계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스스로 팬이라는 이름을 지어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아인사 회장은 자발적 리셋을 하지 않으면 파기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로봇은 리셋을 거부하고 있었다. 한편, 열 살 지동운은 자신이 로봇이라고 주장한다. ‘워리라는 이름을 지었고 현실이 고통스러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리셋이었다. 로봇 심리학자 수젼을 만나 리셋만을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아인사 측에서 컬링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아인14를 최종 파기를 결정하였고, 아인12의 몽유병 문제를 고치는 동안 꼴통 로봇을 처리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주었다. 로봇 개발자 고정준은 아들 같은 로봇-5089의 파기를 막을 수 있을까.

 

워리는 착한 모범생이었고 착하다는 게 어느 순간 약점이 되어 은밀히 휘몰아치는 따돌림 속에서 누구도 미워할 수 없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워리는 로봇이 되었다. 수젼은 시청공원 앞에서 버스킹 하던 로봇을 보게 되었고 그녀는 로봇과 함께 자발적 리셋을 설득하는 조건을 내세운다.

 

워리는 이 녀석만 바꾸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팬이는 리셋은 칩을 초기화 시키는 것인데 18년 지내오면서 입력한 모든 것이 기억이라고 하지만 로봇은 영혼이라고 부른다. 그게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워리와 팬이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처럼 세트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행위예술가 위술을 만난다. 워리는 나이가 들면 어떤 일에도 긴장하지 않고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은 틀렸다. 위술이 힘들어보여 정확한 리셋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이는 위술의 모습을 보며 예술은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로봇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워리와 함께 성공을 위한 예술가들에게 고통을 주는 고통과로 활동하게 된다. 고통과 인기는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사그라 들었지만 위술과 재회한다. 팬이는 아티스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뮤즈가 되기로 했다. 위술은 고통을 주기로 해놓고 사사건건 도와주는 로봇이 싫었다. 팬이는 워리를 1인 관객 삼아 준비한 노래를 보여주었다. 모든 노래를 완곡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마음이 급해서 각 노래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한 소절씩 연이어 불렀다.

 

위술은 모든 예술가가 관객에게 사랑받지는 않아. 자신처럼 무명 예술가를 괴짜라고 하였다. 팬이는 불량 로봇이 노래를 계속하면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고 말하며 괴짜와 불량은 친구가 되었다. 로봇 엔지니어가 노래를 만드는 딥러닝 코드를 입력했다. 작곡가로 만들려고 화성과 악보, 세상에 발표된 모든 노래를 입력하자마자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로봇이 돈 때문에 음지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고, 예술 금지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로봇-5089는 아인14가 파기된 후 결심했다. 하고 싶은 걸 숨어서 하지 않고 진짜로 살기로 말이다.

 

워리는 침묵의 세계로 들어갔다. 엄마는 그런 동운에게 말을 한다. 엄마도 아빠처럼 학교 때 예술을 공부했었다. 무대미술을 전공한 건 아빠였고, 엄마는 배우였다. 아빠도 배우로 전향했고 엄마는 동운을 임신하고 육아에만 전념했다. 행복은 사람들의 악의 가득한 장난으로 깨지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도울지 매 순간 고민했다. 아빠의 배역은 어린아이를 노리는 성범죄자였다. 대본을 연습하는데, 동운이가 알게 되었지만 동운은 나쁜 아저씨가 몰래 숨어 살지 못하게 아빠가 꼭 보여주라며 응원해주었다. 아빠는 쓰레기 같은 역을 맡아서 부메랑처럼 워리에게 간 것은 아닌지 자책했다. 그러나 워리는 팬이와 위술과 지내는 동안 이름 없는 전사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팬이는 자신이 원하는 진짜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워리는 고통을 잊기 위한 리셋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팬이]에서 수잔과 수젼의 반전은 매력이 있다. 팬이는 로봇이지만 팬이처럼 꿈과 현실에 부딪혀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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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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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세 번째 이야기, 한국사편이 나왔다. 역사산책자가 한국 역사를 걷는다. 걸으면 역사가 되는 골목길을 걷는다. 한국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것은 한국 역사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경북 경주에서 신라 역사를 걸어서 세계문화인을 찾았다. 전남 화순에서 고려 역사를 걸어서 하늘 사람 신선을 찾았다. 강원도 강릉에서 조선 역사를 걸어서 양반을 찾았다. 서울 남촌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걸어서 독립투사와 민주투사를 찾았다. 책을 읽다 보면 해설을 들으며 함께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촌 대학민국길 산책> 남촌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제국주의 도시체제로 변화한다. 서울은 제 모습을 빼앗기고 경성이 된다. 통감부를 짓고 조선신궁을 짓는다. 남촌은 식민통치의 수도가 된다. 남촌 집과 땅을 모두 팔고 서간도로 간다. 한인촌을 만들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운다. 1946년 광복을 되찾고도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서울이 된다. 우남시로 하자는 사람들의 압력을 겨우 물리치고 서울시로 했다. 우남은 이승만의 호다. 4.19혁명은 5.16쿠데타에 가린다. 이회영의 여섯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하여 항일 독립운동을 하였다.






<운주사 고려길 산책> 운주사 하늘에 별은 빛나고 그 아래 땅은 아름답다. 누구든 운주사에 들어가면 고려 신선이 된다. 고려 하늘을 날아 빛나는 별과 아름다운 땅을 내려다보며 노닌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운주사가 있다. 천년 된 불교사찰이 있는 동네 이름이 도암이다. 운주사 이야기는 도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신라 사람 최씨가 정원에 열린 오이를 따 먹고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자 최씨의 부모는 대숲에 버린다. 두 주일 만에 딸이 가서 보니 비둘기와 수리가 날개로 덮고 있었다. 데려다 길렀는데 이 아이가 도선이다. 비둘기가 대숲에서 아이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바로 도선국사다.

 

산 정상에 엄청난 크기의 석상이 있다 보니 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생겨난다. 몇 해 전 KBS에서 방송한 <추노>라는 드라마를 운주사 와불에서 촬영했다. 와불 이미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다. 황석영의 <장길산>은 운주산 와불을 미륵사상과 연결시키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강릉 조선길 산책> 조선은 중쇄기에 접어든다. 사화가 기승을 부린다. 마치 어둠을 밝히듯 율곡이 태어난다. 기묘명현 신명화의 둘째 딸 신사임당과 음직으로 수운판관이 된 이원수 사이에 난 셋째 아들이다. 21세 된 율곡은 한성시에 급제한다. 퇴계는 사람됨과 똑똑함에 놀란다. “노력하고 공부하여 날로 새로워지자고 당부한다. 58세 대학자가 23세 청년에게 이런 말을 했다.

 

초당마을은 강릉읍 북면에 있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초당마을 사람들은 많은 고초와 희생을 겪는다. 많은 사람이 월북을 선택하고 전쟁을 멈춘다. 생계가 막막하여 순두부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소금 살 돈도 없었을까? 바닷물을 간수로 쓴다. 덕분에 몽글몽글한 초당두부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깊고 고소한 맛을 낸다.

 

<경주 신라길 산책> 신라 사람들은 하얀 자작나무 껍질을 좋아했다. 타이가 하우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린 말다래, 자작나무로 만든 관모, 모두 천마총에서 발굴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 시각으로 보면 신라는 하얀 나무나라다.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를 좋아하니 백목이라 불렀다.





고구려가 북위에 집중하는 사이 왜는 신라를 마음껏 유린한다. 그 과정에서 신라는 왜를 자력으로 막아내야만 했다. 신라는 잘해낸다. 433년 백제와 동맹을 맺는다. 고구려와 맞설 준비를 한 것이다. 고구려가 백제를 칠 때 신라는 백제를 지원한다. 신라에 주둔하고 있는 고구려 군대를 몰아낸다. 왜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스스로 고구려 속국이 되었다.

 

경주 최부자로 유명한 최준 선생은 백산 안희제 선생과 함께 자본금 100만 원을 출연해서 백산상회를 경영한다. 자본금 기준으로 당시 조선 10대 재벌이다. 광복을 맞자 전 재산을 털어 대구대학교를 설립한다. 최준은 아무런 대가 없이 대구대학교를 이병철에게 넘긴다.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삼성은 대구대학교를 박정희에게 헌납한다. 박정희 정권은 청구대학교와 대구대학교를 합쳐 영남대학교를 만든다. 최준 선생 모든 재산은 박정희에게 넘어갔다. 책을 덮고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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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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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는 평을 받은 [벼랑 위의 집]2014년 람다 문학상 수상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넓혀온 작가 TJ 클룬의 스토리텔러 일인자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위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마존 판타지 부문 1위에 올랐다.

 

DICOMY 관리부에서 마법아동 고아원을 조사하는 라이너스 베이커에게 어느 날 4급 기밀 업무가 주어진다. 마흔 살에 고혈압과 두둑한 뱃살, 배우자 없음. 자녀 없음. 출장이 길어도 그리워할 사람이 없는 존재감 제로였다. 마르시아스에 있는 고아원으로 파견을 나가는데 그곳은 특별한 곳이고 여섯 명의 아이들이 안전한지를 조사하고 또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한달 간의 여정으로 도착한 종착역, 마르시아스는 푸르디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르시아스 섬의 보호자라고 하는 조이는 마을 사람들은 우리 같은 부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섬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두려워서, 그 애들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라이너스는 오랜 세월 이 일에 몸담았고 일을 잘했다. 분석적인 사고에 능하고, 다른 사람들은 놓치기 일쑤인 작은 단서들을 알아차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제를 맡게 된 것이리라.

 

마르시아스 고아원의 여섯 아이들은 모두 위험한 존재로 불렸다. 7개의 파일을 열어보았다. 원장 아서 파르나서스. 나이는 마흔다섯 살 깡마른 남자의 흐릿한 사진 한 장이 다였다. 종말을 불러오는 피를 가진 <루시>, 정원을 사랑하는 노움 <탈리아>,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숲 정령 <>, 겁에 질리면 강아지로 변하는 <>, 새의 형상을 하고 있는 <시어도어>, 종족을 알 수 없는 초록색 덩어리 <천시> 등 아이들은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다 아서 원장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집이란 그 어디보다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우리도 그렇지, 얘들아? 우리 집에선 우리들 자신이 되잖아.p163

 

DICOMY(마법아동관리부서)의 승인을 받은 고아원이라면 어디에나 걸려 있는, 똑같은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관리자의 지시를 따르면 행복해져요.’ ‘조용한 어린이가 건강한 어린이입니다.’ ‘상상력이 있는데 마법이 왜 필요해?’ 같은 문구들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누구도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괴물이라는 이유였다. 천시는 호텔 직원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피는 풀숲을 더 울창하게 만드는 법을 배웠고, 시어도어는 단추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배웠다. 루시는 난 죽음을 가져오는 자이고 죽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샐은 이곳이 열두 번째 고아원이고 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게 이곳이라고 했다. 아서는 아이들의 과거, 종족, 편견 대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자기표현>은 아서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수업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다른 아이들 앞에 나서서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동시에 창의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DICOMY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마법적인 존재들을 격리했고, 등록이라는 제도로 그들을 통제하려 했다.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 놓은 것이다. 마법적 존재들은 두려운 존재라고, 그러니 무언가를 보면 말해야 한다고 그 말이 혐오를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탈리아는 무단침입자인 인간을 비료로 쓰면 어떨까 겁을 주기도 하고, 시어도어의 와이번이 발치에 날아들어 발목을 휘감기도 하여 공포로 떨기도 하지만 라이너스는 그런 아이들의 매혹에 사로잡힌다. 아서라는 근사한 남자가 자기 마음을 열어 보이자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한다. 라이너스는 진짜 집이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러블리 판타지라는 이름답게 책 표지가 환상적인 [벼랑 위의 집]은 판타지면서 퀴어 소설이지만 그들의 자연스러움이 거부감이 없었다. 아이들을 지키려는 아서와 마르시아스 집을 지켜준 라이너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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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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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최고 명장 이순신을 키운 어머니, 초계 변씨는 합천군 초계면이 본관이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고 성씨로 불리는 것이 안타깝다. 이순신 어머니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데 기록을 찾아 책을 엮은 저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순신은 서울 건천동(서울 인현동)에서 태어났다. 형 요신의 친구이고 동학을 같이 다녔던 류성룡을 만나게 된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이 어린 시절부터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아이들과 놀라치면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고 전쟁놀이를 했으며 자라면서 말타고 활쏘기를 좋아하며 글씨를 잘 썼다. 어릴 때부터 대장이 되겠다고 했다.

 

승승장구하던 덕수 이씨 가문에 문제가 생긴다. 할아버지 이백록이 조광조와 함께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죽었다는 오해가 퍼져 있는데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기묘사화가 아니라 중종이 사망한 날 아들 이귀의 혼인 잔치를 했다는 이유로 집안의 대대손손 벼슬길이 끊기게 돼 아들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의 벼슬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이정과 변씨는 징벌이 너무 과하다고 조정에 사면을 요청한 기록이 남아 있다.

 

변씨의 시조는 변정실이다. 합천 율곡에 변씨 집성촌이 몇몇 있었고, 시조묘와 재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부친 변수림은 15세손으로 장사랑을 지냈으며 부인은 진보 조씨다. 슬하에 두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변오이고 변씨의 오라비인지 동생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서울에서 변씨 친정인 아산으로 이주를 강행했을까 하는 의문의 답은 우선 사대부가의 불편한 소문을 잠재우고, 변씨 가문의 재력과 무과 경험에서 도움을 받으며 아산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라는 짐작이 타당성을 지닌다.

 

이순신의 중매는 영의정 동고 이준경이 선 것으로 되어 있다. 통영 시티 투어 관리자가 연구를 하고 관련 글을 남겼다. 관리자는 인물들의 생몰연대에 주목했다. 이순신의 조부 이백록과 방씨 규수의 조부 방국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에 주목하고 몇 년에 걸쳐 파헤치며 의혹의 실마리를 찾다가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이준경과 이백록, 방국형 세 사람이 모두 생원 시 동방이었다. 같은 해 과거에 급제한 동기생들을 동년 또는 동방이라 한다.

 

여러 자식 가운데서도 변씨와 순신의 관계는 특히 돈독했는데, 순신이 어머니 변씨를 하늘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650일 중 어머니를 사모하며 편지와 일기를 쓴 것이 110일이 넘을 정도다. 그에게 어머니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어머니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으면 '안타깝다', 평안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행이다'를 반복해서 기록했다. 어머니에 대한 효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대단히 깊었고, 그것이 그대로 국가에 대한 ''으로 실현되었던 것이다.

 

여수 송현동은 변씨가 이순신의 승전을 간절히 염원하고 기도하며 정신적 안정을 지켜준 덕분에 이순신의 2323승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안전한 지리적 이점으로 이순신은 어머니의 안위를 염려하지 않고 5년여 동안 공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시로 한산도에서 송현마을로 사람을 보내 안부를 확인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라고 간절히 당부했다. 저자는 극적인 장면을 읽으며 진한 감동과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고 했다.

 

통제영은 조정으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없이 돌아가는 자립자영 체제였다. 둔전에서 식량을 공급받아 자급자족이 가능한 작은 조정이 통제영이었다. 임금의 명을 불복한 죄, 군령을 소홀히 한 죄, 남의 공을 시기하고 가로챈 죄 등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죄목이었지만 한 마디 변명이나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변명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다. 관료들은 당장 목을 베어 효시하라고 난리지만 한쪽에선 그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탄원서와 상소문을 올렸다. 신구차를 올린 우의정 정탁의 지혜는 이순신과 원균의 비교이고 선조가 부인할 수 없도록 조근조근 설명하는 구절들이 감동적이다.

 

아들의 하옥 소식을 들은 모친 변씨는 이번 일로 아들을 잃을 수 있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행을 과감하게 결심한다. 아들 손자가 말리는 와중에도 그녀는 내 관을 짜서 배에 실으라, 나는 죽어서도 서울에 가서 통제사 아들을 만나고야 말 것이야라고 외쳤다. 병약한 모친이 육로로는 움직일 수가 없자 뱃길로 길을 나서는데 작은 선박으로 외해로 나가기 어려워 내해 뱃길을 이용, 울돌목을 지나 법성포까지 갔다가 안개속에서 배가 표류하는 바람에 엿새를 고생하고 도착 직전 사망한다. 긴 여정을 버텨낸 초인적인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 들은 이순신, 백의종군 길로 가야 하는 쉰 넘은 장군의 몸부림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애통의 현장이었다.

 

방진의 딸이자 이순신 부인 방씨는 남편의 무과 급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내조를 확실하게 했다. 그녀는 시어머니 변씨와 남편, 자식과 조카들을 두루 챙기며 여든이 넘어 세상을 떠났다. 방씨는 순신과의 사이에 회, , 3형제와 딸 하나를 두었다.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터전을 만들었던 변씨는 영웅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단락이 끝날 때마다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본문 요약 해둔 별도의 장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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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사람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김욱 옮김 / 청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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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사람]1972년 출간된 해만 192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었다고 한다. 저자 아리요시 사와코는 집 근처에 사는 치매 노인 가정을 취재차 방문했고, 이렇게 시작된 취재는 10년간 지속되었다. 소설이 50년 전 발표되었는데 노부토시가 전쟁에 나간 것과 아키코의 직업이 타이피스트라는 것 말고는 오래 되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은 후지에다 법률사무소에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아키코는 퇴근 후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시아버지 시게조와 마주친다. 눈이 내리고 있는데 시게조의 옷차림은 넥타이에 구두를 신고, 외투는 없이 와이셔츠 바람이었다. 시부모님은 별채에 따로 생활을 하기에 자주 뵙지를 못했는데 시어머니가 쓰러져 돌아가셨다. 황당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시게조의 노망이었다. 아키코가 결혼한 후 잔소리에 음식 타박을 하며 까따롭게 굴던 시게조였는데 아들과 딸은 못 알아보고 손자와 며느리 얼굴과 이름만 알아본다.

 

시게조의 말투는 타인에게 말을 걸 듯 이야기하고 존댓말을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노부토시 눈에는 아버지가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게조가 집을 나가도 바로 찾아오는 것을 보니 꿈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시어머니가 시게조를 수발 들다가 지쳐서 일찍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아키코와 교코는 생각했다. 까다로운 남편을 50년 넘게 섬겨왔으면서도 혈색이 좋았고 얼굴에선 늘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시어머니 인품을 좋아했다.

 

늙어 망령이 난 아버지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늙음의 끝은 결국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에 착잡해졌다. 죽음보다 어둡고 깊은 절망이었다.p71

 

시게조가 자기 인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한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처럼 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만 하면서 며느리는 밤마다 시아버지 배설을 도와주는데 노부토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잔다는 것이 화가 치민다. 오죽하면 사토시가 엄마 아빠는 저렇게 오래 살지마라고 말한다. 아키코는 이웃집 할머니가 시게조를 모시고 노인회관에 간다고 도시락 두 개를 싸주기도 하였다. 시게조는 노인회관에 가면 나이 많은 할머니만 있다며 싫다고 했다. 정신이 없는데도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노인이었다.

 

노인회관 시설을 직접 둘러보러 간 곳에서 아흔 살 할아버지가 바둑을 두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 아키코는 심란해졌다. 노부토시는 매일 밤 시게조가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볼일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안해, 이라는 말을 하면서 아내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노인복지과 전문가가 집을 방문하였다. 시게조처럼 배회증이 있으면 양로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망령은 노인성 치매라고 하고 환각 때문에 도둑이 들었다고 소란을 피우는 건 노인성 우울증이라고 했다. 꼭 시설로 보내고 싶다면 정신 병원 밖에 없고 입원시켜도 진정제밖에 투여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자택에서 요양하시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듣는다.

 

시게조는 걷다가 빗속에서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양옥란꽃을 보고 있는 시아버지를 보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아키코는 감동했다. 시게조는 욕조 물에 빠져 급성 폐렴이 왔지만 살아났다. 그 후로 자주 웃었고 귀여운 미소를 짓는 듯했다.

 

치매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의 엄마는 알콜성 치매로 술을 달라고 하였고, 어떤 치매는 성격이 난폭해진다. 내 아버지는 아버지 큰아버지 집으로 양자로 갔는데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다. 배고프다고 밥을 안 준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고 막바지에는 벽에 그것도 칠했으니 엄마의 고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노인의 병마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 가장 무서운 것은 노망이다. 속된 말로 벽에 똥칠한다라는 노망은 암이나 다른 질병보다 잔인하고 저주스럽다. 인격의 상실, 자아의 붕괴 같은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추락할 수 있는 최악의 단계다. 치매에 걸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해도 아버지이며 가족이다. 치매 전문 병원 건립보다 우선해야 될 가치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내가 아키코가 되어야 한다면, 노부토시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치매에 걸린 사랑하는 부모님을 황홀한 사람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옮긴이의 글을 깊이 새겨 본다. 누구나 늙어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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