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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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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상이야기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각각의 사연들은 작은 울림을 주었다. 작은도서관에 2권이 있는 것을 보고 대출을 하게 되었다.

 

[불편한 편의점2]는 독고가 떠나고 일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야간 알바는 곽선생이 하고 있었다. 50대 생계형 알바를 하던 오선숙이 점장을 맡았는데 말이 점장이지 편의점을 도맡아 하고 있다. 편의점을 팔아서 사업 자금을 대달라고 하던 아들 민식이 사장이 되었다. 그는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수익 운운하며 직원의 주휴수당 같은 비용을 줄이려고 열을 올리니 불편해진 편의점이 아닐수 없다. 무엇보다도 숨이 막히는 더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이 소설 속에도 코로나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곽선생 다음으로 새로 온 알바는 커다란 덩치에 화려한 알바 경력을 자랑하지만 편의점 일은 둔하기만 하다. 황근배라는 이름이 있는데 홍금보 이름표를 달고 밤의 편의점을 지키고 있다. 점장 선숙의 아들은 오랜 칩거를 끝내고 취업에 성공했다. 영화, 드라마 기획 피디라는 아들의 직업이 묘하기 그지없었다. 아들은 엄마가 점장이 되자 수시로 들러 매장을 살피며 조언을 해주었다.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카페를 덜 가니 편의점에 괜찮은 커피를 찾을거라던 추천 이유가 맞아떨어졌다.

 

취준생 3년 차에 접어드는 소진은 수많은 면접에서 서른 번이 넘게 낙방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 답답한 속을 달래기 위해 참이슬에 어릴 때 추억이 깃든 자갈치와 함께 구매하는데 참치! 하며 조합이 좋다고 말하는 근배가 싫었다. 서울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ALWAYS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소진에게 폐기도시락을 챙겨 주는 근배의 정체를 알 것 같았고 반면교사의 모델로 근배씨를 저장했다. 알바 한달 뒤 홍보 전문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자영업을 하는 최사장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고 있다. 근배는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최사장은 벽창호 꼰대였지만 근배는 상꼰대, 왕진상, 갑질 짱까지 두루 겪어본지라 반격이 가능했다. 엄마가 늘 말씀 하시던 비교는 암, 걱정은 독이라고 말한다. 사장인 민식은 편의점과 빌라를 처분해서 병원을 세우자는 누나의 말에 골치가 아팠는데 근배가 바지 사장만 하지 말고 직접 알바를 하라고 권한다. 근배와 민식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같은 대학 국문과 선후배 관계였다. 아무도 믿지 않던 민식은 근배를 형이라고 부르며 그를 따랐다.

 

인경이 쓴 대본으로 근배를 캐스팅했고 독고라는 캐릭터는 일생일대의 배역이었다. 알바를 하기 전에 인경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편의점에 독고 씨는 보이지 않았다. 70대 초반의 할머니로 설정되어 있는 그녀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며칠을 염탐해도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편의점이라는 무대를 파악하고 있다.

 

염여사는 언니 집에서 일년 넘게 생활하다 아들이 서울로 오시라며 데리러 온다고 한다. 발주도 하고 직원 관리도 자신이 하면서 편의점을 잘 꾸려 갈테니 엄마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한다. 아들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끝을 보았다. 사업은 망했고 사람들을 잃었고 감염으로 몸도 고통을 겪었다. 아들은 지금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는 갓난쟁이일지 모른다. 근배로 인해 민식의 태도와 생각이 바뀐 것에 많이 기뻐하였다.

 

코로나가 터지고 점장에서 잘린 채 방에 박혀 OTT로 수많은 드라마와 애니를 보고 또 보던 시현은 일본 드라마 자막 크레딧에서 일본어 자막 번역 일을 하며 알게 된 신 선생님의 이름을 마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번역일도 들어왔다. 염사장님이 보고 싶어져서 ALWAYS 편의점을 들어가니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던 남사친 준성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지는 것인가보다. 시현도 코로나 터지기 전에 일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편의점2]는 마음이 머물고, 사연이 오가고 눈물과 웃음이 터지는 곳이다.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의 힘들고 아픔을 나누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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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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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고양이 그림이나 글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하나 둘 셋 넷. 저자는 긴장이 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숫자를 세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올망졸망 모인 수채화로 수만 명의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토마쓰리의 첫 일러스트 에세이다.

 

저자는 혼자만 갖고 있던 마법 같은 말과 마음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차곡차곡 모은 그림과 글을 네모나게 엮어 보았다. 데이지, 두두지, , 튤립 요정, 뿔소라 요정, 체리 요정, 체리 판다, 토끼 삼둥이, 곰돌이 요정, 강아지 요정 등 토마쓰의 친구들을 소개한다.


설탕이 되고 싶어 너의 하루를 달콤하게 만들어줄 거야. 글이 상큼하고 귀여워서 함박 웃음이 났다. 물건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스며 있어 하나하나 소중하고 소품을 모아 놓은 장식장은 한 권의 앨범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땐 곰돌이를 세어 봐 하나 둘 셋 넷 모든 게 사랑스러워지는 주문이다. 눈에 보이는 따뜻한 마음을 좋아해요. 친구가 멀리서 활짝 웃으며 달려오면 몽글몽글 들뜬 마음으로 두 팔 벌려 친구를 기다려요.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하나 둘 셋 넷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 같은 말이예요

힘들었던 마음은 어느 새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해질 거예요.

 

둘이 함께해야 더 달콤한 것들을 알려 줄게

버터와 팥이 들어 있는 앙버터

소보로와 딸기잼이 들어 있는 소보로 딸기빵

멜론과 생크림이 들어 있는 생크림 멜론빵

옥수수와 감자가 들어 있는 옥수수 감자빵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하는

달콤한 빵 같은 오늘 하루 p134





너에게 빵집 같은 친구가 되고 싶어

날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 행복했으면

동그란 빵은 내 따뜻한 마음이야

 

오늘도 밖은 너무 무서웠어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만 했던 하루야. 그러다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지 뭐야. 넘어진 김에 쉬어가야지. 시작은 달달하게 해 보자고 어차피 쓰고 떫은 일들이 많지만 마음에 까끌하게 남는 맛들은 달달한 것들로 보드랍게 해 주자. 가끔은 단 것이 당길때가 있는데 바닐라 라떼를 선호한다. 그런데 살찔 것을 우려하여 자제하기도 한다.추위를 많이 타던 내가 갱년기로 인해 여름이 너무 싫어졌고 겨울이 빨리 왔으면 바라고 있다. 밤에라도 시원하게 잘 것 같은 바람이랄까.


저자는 몇 년 동안 모아둔 그림들과 짧게 메모했던 글들을 다시 꺼내면서 많은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통통통 튀어 다니던 동그란 말과 마음들을 네모난 책에 엮고 나니 흩어져 있던 시간이 모여 잔잔한 행복이 되었다. 잔잔한 행복, 이 다섯 글자를 그림 속에 한 글자씩 새겨 넣으려고 한다. 이 책을 보는 순간 표지의 그림과 글이 귀여움에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아름다운 글귀와 그림들을 보고 읽다 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마음이 힘들 때, 울적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힐링이 되는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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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 경제지 홍 기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절약의 기술
홍승완 지음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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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테크 책을 한두 권 사서 읽다 말았던 경험이 있다. 실천하기에 힘들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데 이 책은 읽기도 편하고 신박하다. 짠테크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지 말고 쓰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한 달 지출 반토막 내기다. 저자는 아주경제신문 기자로 짠내일기30편 이상 연재했다. 오로지 절약으로 3년 만에 목표 자금 5천만 원을 달성하고 계속 레벨업 중이라고 하였다.

 

한 번 늘어난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듀젠베리는 1949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소득, 저축 및 소비자행태이론]에서 톱니바퀴 효과라고 정의했다. 소득이 증가해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 향후 소득이 감소해도 한 번 높아진 소비 수준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봤다. 포드 자동차 설립자 헨리 포드는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아라. 부자와 결혼하라. 버는 돈보다 적게 쓰고 저축하라이다.

 

저자는 오래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 자신이 경제적으로 나아졌단 걸 느낀다사연에 공감했단다. 그렇게 살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인생 첫 정규직사원이 되던 날 목표를 정했다. 3년 안에 5000만원. 여러 제테크를 비롯해 창업 등 무언가 시도하려면 최소한의 자금 5000만원이 필요하다. 초년생 때 익힌 돈 모으기 습관의 만기는 평생이다. 월급이 적을 때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은 월급이 많아져도 돈 모으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재테크는 푼돈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노머니데이를 시작한 뒤로 스틱형 커피를 챙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카드 포인트 찾기, 하루 1만원 안에서 생활하기, 카드가 연동된 앱을 하나씩 지우기다. 하루에 편의점을 두세 번 들락거렸는데 이별을 고했다. 밥 사먹는 일을 줄이기로 하면서 식당에서 남은 것을 포장해 한 끼 식사로 재탄생시켰다. 중고거래와 친해지자.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어 하는 생각이 드는 물건에도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알뜰교통비카드를 쓰고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입하기보다는 식사를 줄이고, 5,000걸음이라도 더 걷길 택하는 식이다.

 

우리집 에어컨이 인버터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어컨은 인버터형과 종속형이 있다. 인버터형은 실내가 희망 온도에 다다르면 전력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온도를 유지한다. 정속형은 희망 온도가 돼도 언제나 100% 출력으로 운전한다. 엄격한 소비 통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탄탄한 돈 근육을 만들어준다. 월급 안에서 저축과 지출, 비상금 등을 나눠 예산을 세우다 보면 이번 달은 이만큼만 써야 한다라는 한계선이 정해진다. 사고 싶었던 물건을 집었다 다시 내려놓는 일은 다반사가 된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남들보다 몇 십만원 더 저축할 수 있는 단단한 소비 체질로 바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무 상담을 받는다고 하니 지인들은 많은 돈을 모았느냐고 물었는데 작고 귀여운 돈도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금융 자문 서비스로 부채와 소득, 지출 관리, 은퇴, 노후준비 등 꼭 알아야 하는 알짜배기 내용으로 재무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푼돈을 우습게 여긴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푼돈에 울게 된다. 짠내 생활을 시작했다면 영수증을 받아서 네이버 ‘MY 플레이스에 영수증 리뷰를 남겨보라고 한다. 네이버는 영수증 인증을 한 이들에게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지급한다. 리뷰 창이 나오는데 리뷰를 쓰지 않고 별점만 체크해도 포인트가 지급된다. 마침 모아 놓은 영수증이 있어 인증을 했더니 포인트가 쌓였다. 이런 신박한 일이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었다.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목돈이 푼돈에서 시작하는 만큼 액수가 적더라도 사력을 다해 낭비를 줄여야 한단 뜻이다. 3년간 절약을 통해 모은 5000만원은 통장 액수 그 이상의 것으로 남겼다. 가계부 작성은 수시로 나를 돌아보게 했고 중고 물품을 판매하면서부턴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겼다. 텅장이 5000만원짜리 통장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저자 스스로 던진 질문과 답을 모은 이 책이 짠테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제기자의 체험형 절약의 기술을 한 번 따라해봐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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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특서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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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는 생태 작가로 아동, 청소년문학을 쓴다. 저자의 책은 호랑이 소설과 세 번째로 읽어보게 되었다. 원폭 피해자 2세 환자라고 밝힌 김형률의 커밍아웃을 보고 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이 책은 무월경, 심장병, 소아암, 빈혈, 탈모 증세 등 질병과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시간여행을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 박선은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생리가 늦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노란 고양이로 변하면서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고선생을 만난다. 3일 전부터 박선 시간 속으로 들어왔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았고 의뢰인의 부탁대로 고선생과 여행 코스를 짜는데, 가족으로 한정할 거라고 했다. 선은 고양이로 변하고 난 후 인간이야말로 축복받은 동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국에 사는 고모와 사촌동생 신해가 한국에 살려고 귀국을 했다. 박선은 신해의 시간속으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신해와 남자친구가 헤어지는 장면이 나왔고 박선이 자신의 시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경고를 했다. 가이드를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힘들어질거라고 한다. 때로는 아는 것보다 모르면서 사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라고도 했다. 신해는 시간여행 경험자였고 여행 도중 그만두었다고 한다. 왜 그만두었는지 선이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열일곱 살 때 심근경색 수술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선은 시간여행에서 본 것을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시간여행에 본 것은 할아버지가 친형제보다 가깝게 지내던 송치수라는 어른이었다. 1942312일 일제강점기 때 할아버지와 송치수가 강제 징용에 끌려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선은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의뢰인이 누군지 감이 오질 않았다.

 

아빠가 휴가를 얻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낸 강가에 갈 예정이라고 하자 박선이 동행한다고 했고 고모와 신해도 같이 가게 되었다. 아빠와 고모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하고 의절하고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할아버지는 히로시마에서 비행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세상이 쪼개지는 듯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할아버지보다 송치수의 얼굴에 상처가 많이 보였다. 박선은 비로서 자신이 피폭 3세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폭격을 맞은 도시에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강으로, 강으로 그렇게 검게 변해버린 강으로 몰려들었다. 많은 죽음들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신해는 할아버지가 원자 폭탄이 터진 히로시마에 있던 장면만 보고 뒷일을 예측할 수 있어 더 이상 가이드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다. 고모도 병을 달고 살고 신해는 병치레를 하고 소아암까지 걸렸다. 선이한테도 리틀 보이(Little Boy)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방사능은 남자보다 여자 쪽 피해가 크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귀국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곱게 보지 않았다. 원자병이 심한 것도 아닌데 히로시마에서 살다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고향을 떠나라고 했다. 아빠는 방사능 피폭 2세대라는 말을 듣고 많이 힘들었고 그렇게 여기저기 아팠구나 불안해지고, 신경 안정제를 먹지 않고 하루도 버틸 수가 없었단다.

 

친구 지섭은 박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생리를 안 하는 것과 피폭 3세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선을 위로하려고 했다. 박선은 지섭과 보미가 사귄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삭발을 해버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사친과 애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허탈한 마음이었다. 신해는 박선의 삭발한 모습에 화를 내고 만다. 신해는 소아암으로 탈모 증세로 가발을 쓰고 있었다. 선이는 왕따를 당해서 고립된 뒤부터 친구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했다고 말을 했고 박선과 신해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에 의뢰인이 밝혀지고 그 다음 이야기는 소설의 반전이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쓴 것은 어린 시절, 문둥이라고 놀렸던 소녀에게 바치는 사과의 편지로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선가 원자병을 달래면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간여행 가이드로 하얀 고양이를 내세운 것도, 인간이 만든 핵무기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생명을 언급하고 있다. 원폭 피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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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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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이 된다면]은 캐시 렌첸브링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심리 에세이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까다롭고 힘든 일이지만 보람 있고 자부심을 높이는 일이다. 저자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동생을 8년간 돌보다 결국 안락사를 택한 사연을 풀어낸 책 [안녕, 매튜]를 쓸 때 경험담을 포함하여 글쓰기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즐거움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글이 술술 잘 써질 거라는 장담은 못 하지만 당신이 글을 쓰려는 의도와 계기가 무엇이든 팔을 걷어 붙이고 돕는다는 말이 믿음이 갔고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었다. 저자는 삶을 글로 옮길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다섯 번째 책인데도 모든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정형화된 글쓰기 틀이 없어서 곤란한 점은 백지의 공포에 휩싸여 갈피를 못 잡고 어찌할 바를 모를 수 있다. 반면 유익한 점은 글쓰기에는 옳고 그른 방법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부디 수익은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이는 경마장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 시간을 들여 글쓰기 교육을 받으라고 한다. 두려움을 떨쳐 내고,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탐색할 수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견뎌내고, 삶을 종이 위에 옮기면서 자신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독자를 떠올리고 등대에 불을 밝힐 때 더 좋은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는 굴 까는 칼로 가장 연한 속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과거를 들추며 밑바닥까지 훑어 흙탕물을 일으킨다. 한편으로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호한 의지로 가슴속에 파묻어둔 것을 끄집어낸다면 결국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p33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일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달리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거나, 작곡을 하기 전에 피아노에 앉아 음계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매일 글쓰기는 모닝 페이지, 낙서하기, 일기 쓰기 등 부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불러도 좋다. 또한 매일 글쓰기는 지난날을 돌아보는 데도 아주 유용하다. 이런 습관은 우연히 익혔지만 지금은 나이 들면서 기억이 변하는 탓에 미래의 내게 줄 선물을 쟁여두기 위해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단다.

 

회고록은 개인의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이 아니므로 모든 사건을 빠짐없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삶의 한 단면 혹은 삶을 바라보는 렌즈다. 본질적인 진실, 다시 말해 단순히 사실과 날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정신과 핵심을 짚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진실은 오히려 회고록에 방해되기도 한다. 어떤 책보다 이 책이 독자를 직접적으로 끌어 들이고 있지만,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책을 쓴 원동력이자 나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늘 비교하고 절망한다. 세상에는 더 재미있는 삶을 살거나, 더 나은 육아를 실천하거나, 더 큰 공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다. 트위터는 나를 질투하고 험담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공을 던지기 때문에 모두 받아서 공중에 띄울 수가 없다.

 

책을 쓰는 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규모에 압도되어 한 단어 한 단어 써 내려가는 당연한 작업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놀랄 만큼 쉽다. 저자도 글을 쓰고 싶어 하던 사람에서 책을 낸 사람으로 바뀐 비결은 시간을 쪼개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우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지만 자신이 우울한 눈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필요하다. 잠시 글쓰기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쓰고 있는 책들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울함을 극복하고 나면 더 이상 모든 것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다.

 

부록에 매트 헤이그, 줄리아 새뮤얼 등 작가 37인의 조언들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시간을 내서 글을 쓴 다음, 글쓰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책을 읽는 것이다. 정혜윤 작가가 추천의 글을 썼듯이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나에게는 어느 글쓰기 책보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끌어 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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