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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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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당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성당이 세워지다 보면 시대별로 건축적인 특색을 띠게 되는 건축 양식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이다. 신학교에 가기 전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현재 본당 사목과 함께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으면서 의정부교구 주보에 연재한 것들을 재정리한 것이다.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유럽을 차지하기 전부터 로마는 그들의 로망이었고, 로마를 건축물과 미술품에 담아냈다. 성당 건축이 프레-로마네스크에서 로마네스크로 발전되고 자연스럽게 로마네스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로마네스크는 로마풍의 건축양식을 말하며,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건축된 서유럽의 성당들이 대부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고대 로마 제국의 공공건물을 발전시킨 바실리카 양식과 중세 고딕 양식 사이의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코어 기둥의 네 면에 대응 기둥이 덧붙여진 형태의 기둥과 아케이드와 갤러리의 벽체는 그 두께가 상당하여 로마네스크 성당이 갖는 물질성을 드러내고 있고, 한 가지 로마네스크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평성이다.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로마 제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은 프랑크 왕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카롤루스 대제 이후 왕국은 서프랑크, 중프랑크, 동프랑크로 분열되었고, 유럽은 다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이 카롤링거 왕조의 전통과 영광을 잇고 있는 나라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새로운 건축술을 개발하여 성당을 건립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건축술을 바탕으로 대형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의 석조 둥근 천장 대신 경량의 목조 평면 천장이 트러스 형태로 설치하는 것을 선택했다.

 

라인란트 상류 지역의 대표적인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은 제1 슈파이어 대성당으로, 프랑스 남부의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인 클루니 수도원 성당과 견줄만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1 슈파이어 대성당은 3랑식 바실리카 평면으로 되어있다. 라인란트 하류 지역의 트리어 대성당은 트란셉트가 발달하지 않았고 네이브나 아일의 베이가 일정하지 않아 평면의 모듈화를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의 로마네스크가 수직성을, 독일의 로마네스크는 수직성과 수평성을, 영국 로마네스크는 건물의 무게감을,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는 고전주의를 강조한다. 3 클루니 수도원 성당은 규모 면에서 당대 최대의 성당이었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클뤼니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평면은 바실리카형을 기본으로 이중의 아일을 갖는 5랑식이며, 네이브는 11베이에 이르렀다. 트란셉트도 두 개를 가지고 있었고, 앱스와 트란셉트의 동쪽면에 일련의 소성당들이 둘러있다.




3 클뤼니 성당은 보편 교회와의 관계 속에서 종교적인 면이 강했던 반면, 2 슈파이어 성당은 지역 교회 차원에서 정치적인 색채를 많이 띠었다. 두 성당 사이에 공통점도 있었는데 각각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종합한 것과 그 결과로 모두 대형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로마네스크는 알프스 이북의 로마네스크에 비해서 로마 고전주의와의 연속성이 훨씬 깊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네이브월을 구성하는 아치, 오더, 볼트 등의 요소들과 바실리카에서 발전한 라틴 크로스 평면 역시 로마 고전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는 로마네스크의 고전주의라 말할 수 있다.

 

건축이나 성당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책에 나오는 건축물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아름답다. 저자는 잡초만이 들어서 있던 성당부지에 성당을 지었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일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당에 담긴 이야기는 감동이다. 이 책은 성당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될 것이며 성지 순례나 유럽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성당의 건축 양식과 구조, 역사적 맥락과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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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다란 그리움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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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다란 그리움]은 이상훈 저자가 서재를 정리하다 빛바랜 공책 몇 권이 담긴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세상사에 덜 여문 탓도 있으려니와 스스로 감정의 늪에 발을 디뎠던 일도 없지 않다.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 놓은 시라고 하였다. 그 안에 담긴 길게는 50년이 지난 몇 권의 노트에 담긴 시편들을 가려 뽑고, 거기에 근작 몇 편을 보탠 것이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 <한복 입은 남자>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현재 드라마와 뮤지컬로 제작 중이다. <제명공주>도 드라마 계약을 마쳤으며, 소설 <김의 나라>16회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고향생각] 1, 2권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시는 인생의 대변자로서, 삶의 증거자로서 저자와 함께 할 것이라고 적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다>

어릴 때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고향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고향보다 더 큰 세상이 있고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간이 가르쳐줬습니다

(중략)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요

위대한 성인들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니까요

백사장 모래 한 톨보다 못한 지구에서

우주보다 큰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텅 빈 세상에 외칩니다

내가 세상의 시작이고 끝이다p17



 

어느 사진작가는 말한다. 인생은 줌아웃으로 살아야 한다. 줌인하면 모르는 것들이 줌아웃하면 다 보인다고 했다. 멀리서 보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가끔은 게으름이 삶을 충만하게 한다고 말한다. 몸의 게으름이 아니라 생각의 게으름이라고 한다.

 

소풍 가기 전날, 운동회가 있는 날, 첫사랑과 데이트 하던 날, 첫 출근 하는 날, 첫 해외여행을 가던 날, 결혼하는 날, 첫아이를 만나던 날, 잠 못이루거나 마음 졸이던 순간들이 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은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운 한때는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얀 눈이 하얀 머리에 쌓인다>

하얗게 덮인 시골길을

눈을 맞으며 걸어간다

온 세상이 하얗다

내 머리도 하얗다

내가 눈이 되고

눈이 내가 된다

머리가 하얘지는 것은

눈을 닮았기 때문이다

눈의 외로움과 눈의 추억

하얀 머리는 눈을 닮아 어여쁘다

하얀 머리에 떨어진 하얀 눈이

눈물과 함께 떨어진다.p82





초겨울 까치를 위해 홍시를 남기는 농부의 마음이 넉넉하다. 하얀 눈 속에 남아 있는 빨간 홍시처럼 작은 사랑을 남기는 일이다. 누군가 보고 싶을 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별이 그리움이 되어 내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엄마를 닮아 갈 것이다. 목소리, 외모, 솜씨까지 닮는다.

 

아랫목 밥그릇이란 시에는 세 개의 밥그릇이 누워있었다. 한 그릇은 할머니를 위해 한 그릇은 입시공부로 늦게 들어오는 형님을 위해 마지막 한 그릇은 귀가가 늦은 아버지를 위해서다.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이불 속에 뛰어들다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랫목에 밥그릇 그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할머니가 서른여덟에 혼자가 되셨고, 일찍 가신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할머니를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나이 서른여덟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 나이가 되고 보니 할머니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도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고 나를 닮은 모습이 신기하기도 할 것 같다.

 

[아주 높다란 그리움]은 한 두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생각날 때마다 몇 편씩 읽었다. 열심히 살다가도 세상이 부질없음이 느껴질 때가 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시를 읽으며 오랜만에 고향을 떠올리며 내 젊은날을 되새기게 해준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이 청춘의 시편들로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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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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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는 진분홍색 꽃이 달려 있고 꽃에 독소가 있어서 만져서는 안 되는 나무 이름이다.소설은 호주를 배경으로 하였고 단 한번도 자기 이야기를 가져본 적이 없는 세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들 이야기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위태로운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치동 입시학원을 다니는 해솔은 중3 겨울방학이 되면 호주로 유학을 간다. 친구 유리는 학종에 집착하고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됀다며 유리 엄마는 구슬들을 차곡차곡 환경 전문 변호사라는 실에 꿰어 나가고 있었다. 성적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솔은 엄마가 재혼하면서 호주에서 유학생은 의대, 법대 커트라인이 낮다고 했다. 영어 유치원 다니다 미국 3년 갔다 왔는데 모두 호주 치의대 진학을 위해 엄마가 써온 스토리였다.

 

해솔이 머무는 홈스테이 집 딸은 엄마의 바람대로 오로지 의대만을 목표로 공부해온 모범생 클로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1.5세대로 공부 잘하고 순종적으로 자랐는데 해솔에게 1등을 빼앗기면서 각성제를 먹고 성적에 집착한다. 롤모델인 과외 선생 노아가 휴학을 하자 자신이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클로이네 앞집에 사는 엘리는 흔히 말하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했다. 피자나 스파게티를 꺼내 렌지에 돌려 먹었고, 도시락을 직접 쌌다. 하이스쿨에 진학한 후에 친구를 사귀면서 그 애들이 하는 건 모두 따라 하며 술과 담배, 마약을 했다. 돈이 필요해서 마약상이 되었다. 엘리 부모님은 오로지 엘리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다. 엘리 가족은 현재 불법체류자로 호주에 오자마자 대학에 진학해 학생 비자를 받아 일을 했고, 호주가 좋은 나라이며 호주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엘리네는 차고를 개조해서 살고 있었는데 부동산 업자와 함께 인스펙션을 나올 때마다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호주 학교에서 해솔이 알던 영어가 아니어서 당황했다. 이유는 선생님들의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는 지우개와 내 교실, 짝이 없다는 것이다. 썼다 지우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라서 펜으로만 쓰도록 했다. 매시간 교실을 옮겨 다닌다. 학교 내에서 인종차별보다 인종 내 차벌이 심하다. 썸머힐 하이스쿨 내 한국계 애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FOB(Fresh Off the Boat)라고 불렸는데 이제 막 배에서 내렸다는 뜻으로 난민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유학생을 지칭할 때 쓰인다. ABG(Asian Baby Girl)는 엘리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자신도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하고 있지만 누가 한국인이냐고 물으면 불쾌한 표정을 짓는 애들을 말한다. 클로이는 한국인 이민자 1.5세대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무리로 불린다.

 

중간 무리인 클로이 그룹은 모범생으로 이루어진 만큼 보통 다음 수업에 늦지 않게 교실이 있는 건물 바로 앞 벤치에 머물렀고, 엘리는 잘나가는 백인 애들과 화장실을 독점하고 진한 화장을 더 진하게 고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해솔이 속한 유학생 그룹은 잔디밭과 운동장을 지나 농구장에 모였다.

 

11, 사람들이 모이면 산불 이야기를 했다. 시드니 전역에 화재 경보가 내려지고, 바람을 타고 옮겨 가는 산불에 대한 뉴스가 계속되고 있었다. 클로이 엄마는 산불이 났대도 휴교를 하면 어쩌냐고 걱정한다.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안전이 중요한데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 해솔의 엄마는 딸이 방학을 해서 한국에 간다고 하는데 한국은 추우니 여름인 호주에 남아 있으라니 자식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고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로 읽힌다.

 

유학생이 마약 하면 추방당하는데, 학생이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도 자기 자녀만 중요시하는 클로이 엄마도 이해가 안 된다. 해솔은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히 흩어졌다.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 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책을 읽고 정말로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밤을 새워가면서 공부하지 않아도 될까. 조금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고, 공부 머리가 있으면 의대도 해볼 만한 것일까 궁금하다. 저자는 호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책이 중고생 필수 권장도서가 되기를 바라고, 김혼비 작가는 여전히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 삶 속을 헤매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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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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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나라의 모습을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그려보고 그를 구현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이다. 책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들 문제를 풀기 위한 나름의 답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김용익 교수님을 중심으로 여럿이 뭉쳤다. 한겨레 신임기자 겸 논설위원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인 이창곤이 질문을 던지고 김용익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답했다.

 

가장 시급히 살펴봐야 할 위험과 도전은 경제영역이고, 대형 위험은 생태 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저투자, 저고용, 저분배 등 4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저성장을 심화하고 저투자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 저출산 문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가 사회의 각 부문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고령화 문제는 도전 과제이기에 제대로 해결해나가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촛불 혁명에 담긴 민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불의에 분노하며 그것을 척결하자는 요구이다. 다른 민심은 내 삶을 더 낫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는 뉴노멀이 필요해진 것이다. 국민의 삶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재정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정부 재정을 놓고 보면 한국은 분명히 가난한 국가다. 돈이 별로 없는 정부다. 그런데 국민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이 절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이 세 가지에 한국 경제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이 다 얽혀 있다. 양극화는 소득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져서 양극단으로 소득계층이 몰리게 된다.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이다. 20180.98명을 기록하며 합계출산율이 1.0이하로 내려갔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고령화율이라고 하는 비율이 2021년 기준 16.5%이고, 노인부양비는 23.0%. 고령화 추이는 앞으로 약 30년 정도는 이미 큰 방향이 결정되어 있다.

 

공공재원을 늘리면서 공공공급은 줄이는 모순된 정책의 결과가 한국, 대만, 일본 3국 중에서도 공공병상 비중이 유난히 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라고 한다. 의료뿐 아니라 복지분야의 공공 비중도 매우 낮다. 기금 고갈 문제를 고민해야 할 사회보험은 공적연금, 특히 국민연금인데 장기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금 고갈이 예측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 옹호론자들은 국가가 있는 한, 연금 수급을 정지할 수는 없다라고 설득하고, 정치인들은 선거철이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연금 지급 국가책임제방식을 언급하며 국민 불안을 무마하기도 한다.

 

2022년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약 628만 명이고 투입된 예산은 20조 원이다. 생산이 늘면 고용이 생긴다. 고용이 늘면 근로소득이 늘고 또 거래가 증가한다. 복지로 지출되었던 정부 재정이 다시 세금으로 수입되는 것이다. 더욱이 기초연금을 수급받는 노인들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물건을 산다. 기초연금 지급이 골목상권 회생과 중소기업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복지에 쓰는 돈은 그냥 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으로 전환되어 돈을 순환시킨다.

 

김태일 교수는 마지막 장에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 국민이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좋은 국가, 유능한 정부가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책이다. [복지의 문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국민의 삶을 돌보는 한국형 복지국가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고 싶은 시민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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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는 CEO - 일상에 행복을 입히는 브랜드 리슬의 성장 철학
황이슬 지음 / 가디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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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입는 CEO][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이후 두 번째 책으로 취미로 만들어 본 한복이 직업이 되고 찰떡같은 적성을 발견하여 세계 무대에 서는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경영철학과 브랜드가 되어가는 단단한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전통을 알리려 360일 한복을 입고 생활했고, 덕분에 어떤 한복이 편하고 매력적인지를 알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스무 살, 대학 축제 때 코스튬 플레이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전주에서 이불 가게를 하는 부모님 손을 빌려 한복을 만들어보았고 그 경험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대학생 황이슬수업이 없을 땐 손짱 사장님이 되는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손짱이란 손재주가 짱이라는 뜻이다. 손짱의 주요 상품은 만화 []을 모방한 발랄한 스타일의 퓨전 한복이었다. 8년이 흐른 시점에 세컨드 브랜드 리슬을 만들었다.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캐주얼 감성의 생활한복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모던한복이라고 이름 붙였다.

 

책의 구성으로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간 동력이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보니 틀깨기 정신, 열심히 잘 정신, 따박따박 정신, 찐 정신 4가지라고 말한다. 해외 쇼핑몰을 개설을 위한 스터디 모임에 가입하고 6개월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남들보다 세 배로 시간을 써야 했다. 디자인만 세련되고 멋지게 바꾸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입어보니 소재, 세탁, 구매 방법, 착용 방식, 치마 길이 하나까지 세심하게 생활 환경에 어울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슬의 인지도가 상승한 시점은 비비지, 마마무, BTS K-pop 아티스트 의상을 제작하면서다. 대기업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사극 드라마 사진을 캡쳐해 보내며, 이런 한복을 구해달라는 해외 고객의 문의가 많았다면 이제는 K-pop 스타들의 사진을 보내며 비슷한 한복을 요청해온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보고 다시 한번 파리와 밀라노에 도전해서 정식계약을 딸 수 있었다. 계약을 따게 해준 것은 누비니 코트라는 제품이다.

 

한복을 입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리슬의 철학에 따라 우리는 값이 들더라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혹시 좋지 못한 품질로 생산된다면 리슬을 경험했던 고객들에게 나쁜 인식만 심어주지는 않을까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리슬은 한복을 패션 장르로 만든다라는 모토 아래 캐주얼한 콘셉트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대중 패션을 선호하고, 지금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한다. 협업 역시 진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업하면서 모든 게 순조롭게 된 것은 아니었다. 설익은 대량생산의 참패를 맛 보았고 사람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도전을 꿈꾸고 두 번째로 시도한 모던한복 미인도 시리즈는 리슬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준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한복의 시작을 만들어 준 만화 []과 박소희 작가님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리슬의 브랜드 철학이 ! 한복한 인생이다. 회색의 무미건조한 삶이 아니라 한복의 알록달록한 색감처럼 다채롭고 생기 넘치는 즐거움이 모두의 삶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복이 이 시대의 패션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을 캐치해내고 끊임없이 시도하며 한복의 입지를 넓혀 온 황이슬님을 응원한다. 이 책의 주제는 한복이지만, 이 글에는 창작으로 먹고사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기획자, 마케터, 작가, 작은 브랜드 대표, 공방 대표, 패션 전공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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