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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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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박물관에서 죽은 새를 도둑질한 에드윈 리스트 이야기를 듣고 범죄의 진실을 찾기 위해 5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담담하게 다가 온다. 저자의 생생한 논픽션,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모든 생물의 이름을 파악하기 위해 목록을 만들고 식물을 채집해 표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식물에서 곤충으로 이어지며 찰스 다윈의 책을 읽고, 탐험가의 꿈을 키웠다. 곤충학자 헨리 베이츠와 친분을 맺고 원정 계획을 세우고 파라에서 아마존강으로 들어가서 표본을 수집한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 위해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몇 달간 황열에 시달리기도 하여 탐험을 끝냈다. 배에서 불이 나서 윌리스가 목숨을 걸고 수집한 수만점의 가죽, , 물고기 표본들이 다 타버리기도 하였다.

 

월리스가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1000마리에 달하는 700여 종의 딱정벌레를 표본으로 만든 것을 영국 박물관은 모두 사들였다. 윌리스는 5년 동안 말레이제도의 열대 섬을 돌며 수개월씩 집중적으로 탐험을 하고 동물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표본을 만들고 이름표를 붙여서 종들 간의 미세한 차이도 연구했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포유류 310, 파충류 100, 조개류 7500점 나방과 나비 13100, 딱정벌레 83200, 기타 곤충 13400점의 조류 표본이었다. 박물학자 월리스의 업적이 나온다.

 

 

 흐름출판에서 카드를 별도로 제작하여 보내주었다.

 

학문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에드윈은 홈스쿨링이라는 자유로운 교육 방식 덕분으로 플루트 연주자로서 집중력을 보인다. 어느 날 아버지가 글을 쓰기 위해 가져온 낚시에 대한 비디오를 보는 순간 플라이 매력에 빠진다. 곤충 전문가이고 낚시 애호가인 조지 후퍼에게 플라이 기술을 배우게 된다. 에드윈 형제는 대회에 나가게 되고 [플라이 타이어] 표지에 실리면서 인정을 받는다. 플라이 잡지나 책에서 본 플라이들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은 모조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고민을 하다 진짜 깃털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타이어들이 우상하는 깃털은 집까마귀, 푸른채터리, 케찰이었다.

 

채터리라는 플라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150~120개의 푸른채터리 깃털이 필요하다. 쿠튀리라는 고수에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답장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에드윈이 열여섯 살이 되어 미국 자연사박물관 파충류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2007년 에드윈은 영국 왕립음악원에 합격을 한다. 쿠튀리에한테 영국에 가면 트링 자연사박물관에 꼭 가보라는 메일을 받는다. 조류 표본은 트링에 있는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기도 한다. 플라이타이어에게 희귀 깃털이 로망이듯, 플루티스트들도 좋은 플루트로 연주하고 싶어한다. 에드윈은 새 플루트를 사기 위해 박물관 새를 훔치기로 마음을 먹는다.

 

 

  흐름출판 서평단 서포터즈로 첫 책을 받았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께 너무 기분 좋은 글귀다.

 

런던 트링역. 에드윈 리스트는 바퀴 달린 여행가방에 라텍스 장갑, LED 손전등, 철사 절단기, 다이아몬드 날이 달린 유리 커터를 담았다. 에드윈이 훔친 새는 모두 299마리였다. 인터넷이나 이베이 사이트에 글을 올려 판매를 하였다. 박물관은 도난 사건 한달 후 새의 표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지만 단서도 찾지 못하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에드윈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299마리 중에 온전한 상태는 174마리였고, 그중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은 102마리였다.

 

최종 선고 법정에서 에드윈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박물관의 새를 가져가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줄 몰랐다거나 자신이 잡힐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일종의 자폐증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려 집행유예 12개월을 받았다.

 

저자 존슨은 죽은 새를 훔친 도둑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에드윈에게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요청한지 3년만에 답장이 왔다. 질문지 284개 중에 단 두 가지만 질문을 하게 되었다. 감옥에 가지 않게 해준 아스퍼커증후군이 있는지? 사라진 새들은 롱이 가져 갔는지? 에드윈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수집한 새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다뤘다고 했다. 자기가 한 짓이 범죄라는 것을 알지만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놀라웠다.

 

 

이 책은 2009년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범죄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서 봤던 여성들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는 깃털, 연어 낚시에 사용되던 플라이 타잉의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되었다. 패딩 한 벌에 들어가는 깃털만 수십 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희생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안녕과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이 치르는 희생이 가혹하다. 수백개의 새 가죽을 훔치고 죄책감 없이 법망을 빠져나간 에드윈과 빅토리아 시대 연어 플라이타잉을 만들며 예술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과 욕망에 빠진 그들의 모습이 꼭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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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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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행의 이유를 읽게 되었다. 김영하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할 때 오직 두사람을 읽었다. 소설이 좋아서 다른 책들도 읽어 보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화 되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이지만 무서울 거 같아 영화는 안보고 책을 다시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 까지 재독을 못하고 있다.

 

2005, 집필을 위해 중국 체류 계획을 하고 중국으로 떠났는데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흔치 않은 경험을 당한 작가는 집에 와서 무사히 소설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경험이 지금의 글을 쓰지 않았나 좋은쪽으로 생각을 한다. 여행기란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저자의 첫 해외여행은 대학 4학년 때 중국여행이었다. 처음 여행이어서 패치형 멀미약 키미테를 붙이고 간 이야기, 안형사라는 노형사와 친분을 쌓아 도피자였을 때 무사히 넘긴 이야기는 지금의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겠구나 긴장하며 읽었다.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많이 할거라 생각하는데, 저자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의 책들 중에서 두 권만 모국어의 영토 밖에서 쓰였고,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오직 현재)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정보에 접속 가능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여행 인구는 멈출 기색 없이 증가하고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즐겨 보았던 예능이다. 저자는 매년, 여행을 떠나온 게 이십 년이 넘었는데 여행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앞에 언제나 깊이 생각하게 되고 미적지근한 대답을 내놓게 된다. 나는 취미란에 항상 여행을 써넣었다.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독서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멀리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집 밖을 떠나 내가 사는 도시의 유원지를 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개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가 된다. 사람들은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침입한 낯선 이를 눈여겨 본다. 친절을 베풀 수도 적대적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여행자들은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마치 휴일을 맞아 산책을 나온 현지인처럼? 매력적인 도시에서는 습격을 감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노바디가 되어 가급적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집에 가만히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면 돈도 안 들고 안전할텐데 말이다.

 

배를 타면 뱃멀미를 하게 되는데 흔들림에 익숙해지면 멀미가 잦아든다. 흔들림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찾아오는 낯선 단단함을 땅 멀미라 한다. [여행으로 돌아가다]에는 작가가 자신을 여행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겼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p207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람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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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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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요리에 대한 에세이. 어려서 요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저자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조금 까칠하고 투덜되는 위트 있는 에세이다.

 

보통 어릴 때 요리를 배우지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밥을 지었다. 연탄불에 밥을 해봤고 시골로 이사 가서는 불을 때면서 연기를 마셔가며 밥을 했다. 처음 몇 번은 삼층밥을 지어 식구들 밥이 모자랐던 적이 있다. 요리 학원 두 달 다닌 적이 있었는데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맛을 보니 개량컵 없이 만들 때 보다 맛이 없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싸준 눅눅하고 비트 물까지 들인 샌드위치 도시락의 얽힌 어색했던 기억도 떠올린다. 나이가 들어 그때 그 샌드위치 그래도 나름 독창적이고 맛있었다라고 말한다.

반스는 다양한 저자들의 요리책을 읽고, 레시피들이 언제나 명확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기에 요리책을 보다가 저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의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간 크기의 양파 두 개에서 레시피 저자들이 볼 때 양파의 크기는 딱 셋으로 나뉜다. 작은 양파, 중간 크기의 양파, 큰 양파, 양파들의 크기가 다양한데 저자는 딱 맞는 것을 찾으려고 현학적으로 양파 소쿠리를 한참 들척이게 되었다에 빵 터졌다. 줄리언 반스는 스스로를 부엌의 현학자라고 부르며 레시피 재현 실험을 하고 계량 컵이나 음식재료의 수치를 재는 등 웃음을 선사한다.

   

 

 

여러분은 요리책을 몇 권 가지고 있습니까? 양념하는 요리책인데 처음에 몇 번 응용해보고 아직 꺼내보지도 않는다. 신혼때는 요리 백과를 사서 장을 보고 레시피대로 따라 해봤다. 지금은 인터넷에 제목만 치면 다양한 레시피들을 선 보이기에 출력해서 요리를 하기도 한다.

 

요리책 장서가의 길을 떠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 화보를 보고 책을 사지 말 것. 화보를 가리키며 나도 이걸 만들어야지라고 하지 말 것. 못 만든다. 지면 배치가 복잡하고 화려한 요리책은 절대로 사지 말 것. 범위가 너무 넓은 책은 피할 것. [세계의 일품요리] 이런 제목. 집에 주스기가 없으면 주스 책을 사지 말 것.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 비결을 알려주는 책은 사지 말 것. 나만의 요리 파일을 모아두는 데 적어도 두 번은 만들어보고 오래도록 쓸 가능성이 있으면 레시피 파일에 포함시키는 게 좋다.

 

저자는 지인들을 저녁 초대를 한다. 여섯 사람 자리가 마련된 식탁을 보고 한 부인이 참 용감하세요. 전 더 이상 디너파티 같은 건 안 해요.”이에 대한 응답은 이건 디너파티가 아닌데요.” 하였다. ’친구들이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완곡한 표현이 아니라 다른 표현이지 디너파티라는 말은 없다고 한다. 디너파티라면 왠지 세 코스 식사를 <애피타이저, 메인코스, 디저트>를 준비해야만 할 것 같아서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면 여덟 명을 넘어서면 안된다. 요리는 맛있는 것 하나만 만들어야 한다. 메인코스에 집중을 하고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등은 케이터링 서비스나 제과점에서 사다 쓰면 된다고 하였다.

 

 

 

[리버카페 요리책]에 토마토와 육두구(그리고 바질, 마늘, 페코리노치즈)가 들어가는 기막힌 펜네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데 잘 익은 방울토마토 2.5킬로그램, 이등분해서 씨를 뺀다."에서 조그만 녀석들이 몇 개나 모여야 1파운드가 될까? 한 개라도 빠뜨릴까 봐 마음을 졸이며 칼로 하나하나 씨를 톡톡 빼내다 보면 사방이 온통 토마토 주스로 범벅이 된다.

 

저자가 아내를 지칭할 때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라고 하는 글이 자주 나오는데 유머와 재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책을 (지출이 많았을 듯) 사서 읽고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가 겪은 시행착오의 큰 소득이 된 것처럼 공 들여 쓴 책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레시피대로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요리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실패한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작가의 이미지와는 안 어울릴거 같지만 아내를 위해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작가가 인간적이다. 나는 그저, 먹고 죽지 않을 요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를 말하는 요리 에세이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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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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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키스

 

 

좁은 감방 안에서 두 남자가 감옥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 이야기로 시작되는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 외롭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영화의 마술과 로맨스이다. 이 소설은 한 번 읽어보고 이해할 수는 없다. 성 억압, 동성애자 이런 이야기여서 그런지 풀어 내기가 조금 힘들다는 점이다. 해설을 참고하여 읽어보면 좋을거 같다.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들어오게 된 몰리나는 게이다.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 수감된 정치범 발렌틴.

 

피고인 3018.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

1974720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형사법원의 후스토 호세 달피에레 판사 판결문.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8년 선고. 1974728B34호 방에 비도덕적 혐의로 이미구속된 베니토 하라미요, 마리오 카를로스 비안치, 다빗, 마르굴리에스와 함께 수감. 197544D7호 방으로 이감되어 정치범 발렌틴 아레기 파스와 함께 수감. 모범수.

 

피구류자 16115, 발렌틴 아레기 파스.

19721016일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던 두 자동차 공장에서 소요를선동하던 급진 행동파 그룹을 연방경찰이 급습한 후 조금 뒤, 바랑카스 부근 5번 국도에서 검거됨. 이 두공장은 모두 5번 구도에 위치하고 있음. 국가 행정권에 의해 임시 구속되어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음. 1974114A10호 방에 정치범 레르나르도 히아신티와 함께 수감됨. 경찰 심문중에 죽은 정치범 환 비센테 아라리시오의 사망에 항의하여 단식농성에 가담. 1975325일부터 열흘 간 독방에 감금됨. 197544D7호 방으로 이감되어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법인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와 함께 수감됨. 행동이 반항적이며 위에 언급한 단식투쟁 및 각 동의 위생 상태 개선과 사신 검열에 대한 항의 소동의 주모자로 지목 됨.

 

고양이 얼굴을 한 여주인공 이레나는 남자가 키스를 하면 표범으로 변한다. 정신과 의사는 이레나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레나 이야기는 몰리나가 변형을 하였는데 발렌틴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몇 편의 영화를 이야기하다 어느날 번갈아 가며 복통으로 고생을 한다. 발렌틴은 자신이 아플 때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는 몰리나를 보며 애정을 느끼다 둘은 사랑을 하게 된다. 가끔 미친년인가. 내 친구들은 나같은 게이였어 하는 몰리나의 말투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표범 여인의 종말은 바로 몰리나의 죽음을 예시한다.

 

독일군 장교와 프랑스 여가수 레니의 사랑 이야기는 장교의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임무를 띤 레니는 장교를 사랑하게 된다. 조국을 배반할 것인가 괴로워 하다 운전사의 총에 맞아 쓰러진 레니를 장교는 키스를 했지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몰리나와 레니가 동일시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몰리나는 발렌틴의 조직의 비밀을 알아내는 조건으로 가석방을 해준다는 교도관소장의 건의를 받아 들이지 않고 다른 방으로 이감 될 거라는 생각에 이별의 키스를 해주라고 한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나한테 키스하는 것, 아주 싫어?

네가 처음에 말해 준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네가 표범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그래

난 표범여인이 아니야

그래 맞아, 넌 표범여인이 아니야

표범여인이 된다는 건 아주 슬픈 일이야. 아무도 그녀에게 키스를 할 수가 없으니까. 아무도

넌 거미여인이야. 네 거미줄에 남자를 옭아매는

아주 멋진 말인데! 그 말, 정말 맘에 들어

[]

발렌틴, 너와 우리 엄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야 P343~344

 

몰리나는 한 남성과 평생을 살면서 그를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껴안으면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허울만 남성인 여자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부르주아적 이성애 모델을 답습한 것으로, 동성애자 역시 착취적인 남/여 모델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 게다가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이중의 굴레를 씌운다. 발렌틴은 <여성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남성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성적 취향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르쿠제가 동성애자를 사회의 억압적 요소를 상기시켜주는 비판적 철학자에 비유하듯 우리는 몰리나를 통해 애처로운 환상을 그러나 아름다운 관계의 가능성을 본다.

 

거미여인의 키스1976년에 스페인에서 출판되지만, 정치범과 동성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 내에서는 판매 금지를 당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푸익이 지닌 소설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독자들이 그가 선택한 소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증명해 준 것이었다. [p375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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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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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글쓰기의 태도

    

 

세상에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있다. 어떤 책은 멋진 문장을 써내는 법,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법, 치밀한 플롯을 구성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못 쓰고 있거나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쓰고 있기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경험한다. 지속적으로 비난받거나 반복해 거절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트라우마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중략) 하지만 어려움 앞에서도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매일 컴퓨터를 켬으로써 오히려 아픔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상처 입은 내면을 발견한 후 글쓰기를 향해, 인생을 향해 더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p163

    

 

10초 만에 마음과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고 눈앞에 놓인 일에 빠르게 집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본다. 일단 5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숨을 내뱉을수 있을 때까지 심호흡을 연습해야 한다. 10초 집중하기 기술은 이해하기도 이용하기도 익히기도 쉽다. 처음에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은 아주 막대하다고 하니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과정은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글 쓰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인생을 대하는 기본 태도가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바뀌고, 일을 자꾸 미루는 성향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성향으로 바뀔 것이다. 걱정도 사그라질 것이다.

 

 

작가가 되려면 반드시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글을 쓴다고 반드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당신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지 걱정된다면 머리를 세개 한 대 후려갈겨라.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챕터 마다 LESSON TO DO 로 요약한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니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가끔은 일침을 가하는 글로 조언을 해준다. 강의실에서 강의 듣는 기분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끌어모아 작업에 몰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개 넓은 공간은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소음은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책은 바로 단순해 지는 것이다. 약간의 고요함과 약간의 체계 그리고 약간의 경외심이 필요할 뿐이다.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라.

 

글쓰기 공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잡다한 업무, 극적인 사건, 심리적 위기나 집안일에 말려들고 있다가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스스로 경종을 울린 다음 이 모든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맑은 머리와 홀가분한 상태로 글쓰기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쓰라는 말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직 시도를 안해봤지만 나는 딱 한번 일주일동안 아침 필사 한게 전부이니 반성을 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꼭 가야만 할 장소란 없다. 글을 쓸 때 침대를 활용하라고 한다. 집이 좀 추울 때는 히터를 틀지 않고 침대에서 글을 쓰면 난방비도 절약할 수 있고, 많은 작가가 침대에서 글을 썼고 쓰는걸 즐겼다.

    

 

 

우리를 쓰러뜨리는 모든 감정들, 예컨대 고통, 좌절, 회한, 자책, 분노, 슬픔, 공허함, 무력감,질투, 두려움 등은 자극에 반응해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내면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중심 공간이다. 당신은 그 공간을 온통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하게 만들 수도, 온갖 생각이 당신을 깊은 우울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혹은 창조적 마음챙김을 훈련해 자기 내면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내면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내면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창조적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

두려움 없이 나의 생각을 관찰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에서 한 발 떨어져보자.

생각을 찬찬히 뜯어보자.

자신이 내린 평가에 근거해 자신의 의지를 다시 말해보자.

뇌 속 신경세포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마음을 비우고, 창작할 준비를 하자.

 

가끔은 자신만의 글 쓰는 장소를 확장해나가라고 한다. 동네에 있는 소박한 카페 햇살 좋은 공원 벤치, 매일 아침 통근 지하철을 추가할 수도 있다. 사람들 앞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자. 그 다음은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으로 떠나자.

유럽의 카페라든지 생각만해도 설레는 말이다. 한국이니 유럽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소설을 쓰는 것은 당신이 바로 작가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글쓰기 휴가를 떠나라. 즐기라! , 글쓰기는 잊지 말고~

 

인생이란 나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자. 이 말은 내가 의도하는 인생을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하라. ‘그래, 결정했어!' 그러고선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다음 한 걸음 앞으로 내 딛자. 실제로 매일 글을 씀으로써 삶이라는 도박에서 이길 수 있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 평범한 사람이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글쓰기만 도와주다 정작 자신의 글은 한 글자도 못 쓰고 있는 사람, 40년이 넘도록 쓰고 싶다는 욕망을 외면해온 사람,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비난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 타인의 시선에 너무 집착해 내 글이 아닌 남이 원하는 글만 써온 사람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라 공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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