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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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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 최대환 신부님. 신학과 겸임교수로 철학을 가르치고, 라디오 방송도 하고 글도 쓴다. 이 책을 읽으면 클래식, 영화, , 철학 다양한 장르를 만날 수 있다. 인문학을 겸비한 무겁지 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미국의 팝가수 돈 매클레인의 유명한 노래 [빈센트(Vincent)]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이제 나는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던 것들을(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이 가사를 살짝 바꾸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알고자 애쓸 뿐입니다.”p5

 

선한 마음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존경하게 되는 인물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미리엘 주교이다.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과 만나기 전에 목자로서 어떤 삶을 살고 있었나 설명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온전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탄의 참 정신은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를 마음에 담고 사는 삶이다.

 

모차르트가 죽음을 벗으로 대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죽음에 초연을 실감하게 하는음악은 <레퀴엠> 보다도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슬픔을 머금은 기쁨이라 불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인생의 신비를 담고 있다.

 

기억하라는 명제는 인간의 의지와 양심을 요구하는 소명이다. 프리모 레비의 마지막 저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읽으면 실감하게 된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로 그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기억의 정치학을 두고 긴 세월 투쟁하였으나 비극적 운명을 선택한 사람이다.

 

옛사람들은 심지를 맑고 굳건히 하기 위해 걷기를 즐겼다. 여유롭게 도시를 음미하며 공원과 들판을 산책하든, 광야를 횡단하여 험한 산과 자갈길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을 걷는 많은 이가 걷는 것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는다. 걷기와 함께 막연한 불안과 혐오를 이겨내고, 이웃과 공감하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생각과 마음의 깊이를 더하기를 희망한다. 걷는 것이 우울증 예방과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30분이라도 산책을 하든지 걷기를 해야겠다.

 

지금이 휴가철인데 좋은 휴가는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을 익히는 시간이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 했다. 그런 읨에서 휴가는 철학의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휴가로 얻는 좋은 열매란 철학과 마찬가지로 평정심이 아닐까

 

여름 뜨거운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바다>가 떠오른다. 적당히 감상적인 마음은 봄날의 화사함과 가을의 적요함이 부럽지 않다.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 실린 <달빛> 이라는 곡은 여름밤 산책의 감미로움을 표현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 게릭을 보면 감사함을 아는 것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안다. 큰 불행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러나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기억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 불행이 결코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배운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 마주치는 사건들, 작은 자연의 존재들, 이 모든 만남 안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행복하게 살고, 행복하게 맺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이 책을 반년이나 묵혀 두었다 이제야 완독 하였다. 신부님이 쓴 책이라 종교적인 색이 짙을거라 생각되지만 거부감 없이 읽었다. 이 책에는 영화, 음악, 책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삶의 중력을 사랑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짐을 기꺼이 지고 가는 여정을 이야기 하는 다정한 글을 읽으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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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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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살인과 완전범죄를 연구하던 인기 추리소설가 오상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존속살인 용의자로 전락한다.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일까? 자신을 마인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기는 사람이 있다.

 

아인 김내성은 우리나라 최초 추리작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반가운 이름 김성종 작가도 떠올리게 하였다. 20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달맞이 추리문학관을 갔었다. 사는 곳에서 가까우니 자주 갈거라 생각했는데 두 번 가고 못 가봤다.

 

[마인의 블로그]

하하하!

메일을 확인한 나는 기쁨에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미세한 전기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느낌과 함께 도를 깨달은 구도자처럼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계획의 일부는 이미 육 개월 전부터 실행 중이다. 24시간 안에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다.

 

아인 김내성과 이름이 같은 추리소설가 김내성은 데뷔작 이후 좋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 김내성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 오상진 출간기념회에 참석하고 동료 작가, 독자, 편집자와 함께 신작 악의의 질량출간을 축하했다. 행사는 팬클럽 회장 정진영이 추진하였다.

 

오상진은 기념식에서 악의의 질량 소설이 된 배경을 말한다. 지금은 노숙자가 된 친구의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르고 가정이 어떻게 파탄이 났는지 영감이 떠올라 소설을 쓴 것이다.

 

맞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일이었어.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결과의 책임은 친구 아버지가 지는게 맞지. 자신이 한 일이니까. 하지만 징역 5년은 너무 무거운 형벌이 아닌가? 피해자와 합의도 봤는데 말이야.

 

악의의 질량! 작가의 입으로 악의의 질량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들으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참 좋은 제목이에요. 글만큼 제목도 잘 만드시는 우리 작가님. 최고! 

 

다음날 오상진의 아버지가 살해되고, 아들인 오상진은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다. 오상진은 정진영을 의심했다. 김내성은 오상진의 누명도 벗기고 정진영의 결백도 주장하려고 사건을 조사한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금품이 없어진 점과 살해 도구가 집에서 사용했던 망치인 점을 들어 우발적인 살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상진은 살해 한적 없다고 같은 말을 진술하는데 노트북에서 아동포르노를 입수하게 된다. 존속 살인에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되니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언론의 자극적 보도에 대중은 댓글로 분노했다.

 

김내성은 짐을 챙겨 오상진의 집에서 며칠 묵기로 한다.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들어갔다 책장을 보고 하다가 뭔가에 힌트를 얻는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친구의 이야기가 아닌 가해자는 오상진 아버지이고 피해자는 정진영의 아버지였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정진영이 오상진의 팬클럽 회장이 된 이유는 가족 이야기인 악의의 질량출판을 막으려고 댓글 공방을 벌이다가 안되서 우선 친해지고 나서 복수를 하려고 접근을 하였던 것이다.

 

정진영 남매는 법정에 서게 되고 오상진은 눈물로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김내성이 꼬드긴 것이다. 아인 김내성 선생님의 작품 마인이 재출판되고, 초판이 김내성에게 있는데 오상진에게 주는 조건이었다. 부산에 있는 김성종 선생님의 추리문학관에 필적할 만한 한국추리문학기념관을 서울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마인초판본이 있으면 콘셉트를 아인 김내성 선생님의 상설 전시관도 기념관 안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오상진은 몇 달 사이 큰돈을 벌어 단독주택을 사서 내부를 리모델링 하였고, 그 집을 공개하는 날 시체로 발견된다. 올해는 한국 추리소설의 시조 아인 김내성 선생 탄생 110주년 되는 해이다. 저자는 이 글을 써서 영광이고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앞으로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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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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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49세 비혼인, 뜨거운 커피와 우연히 고른 좋은 책, 따뜻한 악수를 좋아한다. 잡지사 편집기자로 일하다 우울증과 돌발성 난청으로 일을 그만두고 마흔 한 살에 방송작가에 도전, 현재는 프리랜서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마흔 넘으면 세상을 다 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혹스러운, 어른이지만 아직 서툰 어른의 이야기이다.

 

비혼이 아니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 글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시를 좋아한다. 결혼을 해서 둘이든, 혼자이든 사람이니까 외로운 것이다. 같이 살면서 우울증이 와도 혼자만 아프지 옆에 사람은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아플때나 외로울 때 마음을 나눌 수 있겠지만 어차피 혼자 감내해야만 한다.

 

결혼 안 하면 큰일이라는 말에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노처녀 히스테리라 욕먹고 결혼해서 애를 낳아보지 않으면 아직 애라는 등 독설을 많이 들어 왔다. 글만 읽어도 왜 여자한테만 무례한 말들이 쏟아지는지 화가 난다.

 

가족의 형태를 규정지을 수 없다. 둘이 사는 부부, 엄마 아빠와 아이가 있는 3인 혹은 4인 가족, 시가 식구들과 아들 부부, 처가 식구들과 딸 부부, 이런 가족 형태만이 정상적인 건 아니다. 동성끼리 동거를 하거나 혼자 사는 것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형태다.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이상하게 보거나 가십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편협한 시선이 저지르는 폭력이다.p23

 

비혼과 기혼 어떤 게 더 나을까? 혼자 보다는 둘이가 낫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 살수 없으니 친구도 사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이다. 친구들 친척 중에도 결혼 안한 사람들이 한 명씩 있다. 친정에도 비혼 동생이 있으니 부모님 속이 탔는데 지금은 포기 하셨다.

 

저자는 아빠가 돌아가셔서 혼자 있는 엄마, 오빠가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 서울로 발령이 나서 마흔한 살에 독립을 하였다. 집을 알아보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가구 구성원이 많을수록 청약이 유리한데 혼자 있는 사람은 점수가 낮아서 번번히 떨어졌다. 싱글, 나이든 싱글 여성들이 안정된 집을 갖을 수 있게 주거 정책이 시급하다.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저자는 방광염 증세가 있어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방광염이 문제가 아니고 폐경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노안이 온 것처럼 내 자궁도 그런 것뿐이야라고 위로를 했다. 밤마다 온몸이 쑤시고 저리고 아프고 하루에도 몇 번 오르내리는 열감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는데 웃음이 났다. 갱년기 증상은 현재 진행형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평생 간다고 한다. 갱년기 증상은 다 힘들지만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몇 번이고 깨는게 최고 힘든 일이다.

 

정성껏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응시관찰이다. 열심히 경주마처럼 살 때에는 하기 심든 것들이다. 내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과 질문들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은 정성을 들이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응시와 관찰은 사유에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도 차분하게 알려준다.P274

 

싱글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혼자 잘 살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다가오겠니?’ 왜들 그럴까요 잘 살고 있으면 응원은 못해줄 망정 그런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비혼으로 살 거라고 마음 먹은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독거 노인으로 살다가 방치 되지나 않을까 염려도 돼서 아무나하고 만나서 결혼하기는 싫을 것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책이 나왔는데 읽기 전이지만 동성끼리 사는 사람도 있다. 혼자라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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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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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슨]나 유적을 떠올리겠지만 흥미로운 모험과 보물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연대기만 나열된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고고학자가 흙 먼지 뒤집어 쓰고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 체험한 그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고 하였다.

 

고고학은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과거를 생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이다. 고고학자들은 붓질로 인골 주변의 흙을 털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감정이 전이 되곤 한다.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의 집안은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시신을 잘게 해체해서 독수리가 쪼아 먹은 후에 남은 뼈를 항아리에 담는 방식)를 믿었다. 발굴을 하다 보면 과거에 불을 피웠던 자리를 만나게 되고 요리를 한 듯한 동물뼈들도 발견된다. 남은 것은 불을 태운 흔적과 재뿐이지만 거기에서 생기는 수많은 의식, 요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죽음 이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고학자들은 대부분 흙을 퍼내면서 보내는데 화려한 유물을 평생 한 번이라도 발견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황금 대신에 일과를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옛 유물을 발굴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리는 대목이다.

 

쌀국수 먹을 때 들어가는 고수풀 처음에 이런 맛이 있나 하고 꺼렸었다. 저자는 시베리아에서 작업을 할 때 음식도, 고된 일도 아닌 모기가 힘들었다. 동료들은 모기약은 몸에 안 좋으니 자기들처럼 고수풀을 많이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기분 탓인지 모기가 적어졌다. 향이 진하니 모기도 접근을 못하였나보다. 우리는 술을 언제부터 마셨나 유래, 고대인들도 먹었던 보약 한국을 대표하는 인삼, 옛날에는 마약이 감기약으로도 쓰였다는 이야기들은 신기하다.

 

시베리아 평온에 잡초들 속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대마의 일종인 코노플리였다. 헤로도토스는 직접 사방을 다니면서 자료를 모았다. 대마초를 피우기 위한 증기욕 세트가 발견되었다. 물이 귀하고 추운 지역에 증기욕은 최고의 사치였다. 환각이 강하지 않아서 일반 사람들 사이에도 확산 되었다. 오늘날 찜질방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식물쓰레기 중에서 조개는 세월이 흘러도 썩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고대 바닷가 지역에서 조개껍데기만 수북이 쌓여 있는 흔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패총 발굴은 고고학자들에게 힘든 과제이다. 조개껍데기와 생선뼈들을 분석해야 하는 긴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가 패총 발굴을 경험한 곳은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 근처였다. 조개마다 번식하는 수온이 다르기에 당시의 기후를 알 수 있다. 젓갈의 역사, 발굴을 통해 수천년전의 식중독도 알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다.

 

발굴에서도 위조가 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 구석기 유물 위조 사건 일본인 후지무라 신이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우리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된 이유도 그렇다.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고고학자에게 명성은 마치 헤엄치는 고래와 같다. 고래는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다가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분출한다.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 피어나야 한다. 이 글귀가 마음에 든다. 역사, 고고학이어서 어려울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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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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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작품으로 저자는 48세 늦깍이 나이에 정식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하였다. 잘자요, 라흐마니노프를 먼저 읽어 보아서 전작이 궁금하였다. 작품의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세 권째 읽었는데 이 작품은 대 반전에 전율이 오는 걸 느낀다.

 

사촌인 가타기리 루시아는 인도네시아 스마트라섬 지진으로 부모를 잃었다. 일년에 한번 만났던 사촌이지만 하루카와 루시아는 동갑이고 키와 몸집, 머리 색까지 똑같고 성격은 정반대라 수다를 떨어도 지겹지 않다. 하루카 부모님은 루시아를 양녀로 거두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큼직한 손을 루시아의 머리 위에 톡 얹었다

너는 비뚤어질 만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끝까지 불행에 끌려다니지 말거라. 두 다리로 서서 앞을 보거라. 슬플 때는 울어도 된다. 분할 때는 이를 갈아도 상관없어. 다만 네 불행이나 주위 환경을 실패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눈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면 안 된다. 도망치는 습관이 들면 이번에는 괜히 더 겁이 나거든, 네 엄마는 결코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었다.p50

 

부유한 가정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열여섯 살 하루카는 어느 날 할아버지와 사촌자매와 함께 화재를 당한다. 하루카는 살아났지만 전신 화상 34퍼센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엄마의 피부도 떼고 기증 받아서 피부 이식도 받았다. 기도 화상은 수술을 할 수 없어 목소리가 쇠 긁는 소리가 났다. 재벌인 할아버지 유언장이 공개되고 하루카는 6억 엔의 유산을 상속받는다.

 

4월에 얼굴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하고 학교에 가니 고즈키 재벌, 피아노 천재로 소문이 나고 집단 따돌림을 받는다.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기로 한다. 손가락도 화상을 입어서 건반을 칠 때 땅기고 하였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되살아났다. 하루카는 콩쿠르에 나가기로 한다. 연주할 곡목은 드뷔시의 <달빛><아라베스크 1> 음악, 악기에 모르는 나여도 실제로 연주회에 있는 것처럼 묘사가 잘 되어 있다.

 

하루카에게 간접적으로 화를 입히려는 일이 두 번이 생긴다. 유산 상속 때문일까 조심하고 있는데 엄마가 신사 계단에서 죽임을 당한다. 불길한 사건들이 연이어 생긴다. 하루카가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항상 미사키 선생님이 있다. 미사키 요스케는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였다. 그는 뛰어난 머리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반전을 예고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 종종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서술은 마지막 장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작품 곳곳에 복선을 보게 된다.

 

당분간은 드뷔시의 음악과 멀어질 것이다. 건반을 만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할 날이 반드시 온다. 그걸 믿고 하루하루 속죄하며 살아가자. 그러니 그날까지 잠시 이별이다. 안녕, 드뷔시

 

이 시리즈는 다섯 번째 소설을 연재 중에 있다니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잘자요, 라흐마니노프]를 읽어 보고 나카야마 시치리 팬이 되었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와타세 경부 시리즈를 차례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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