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택배
히이라기 사나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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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천국에서 온 택배_히이라기 사나카_모모


 책 표지를 보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법 한적한 도시 풍경이 보이며 적당히 녹지도 있다. 그곳을 내려다보며 높은 곳에서 어딘가를 향해가는 천국 택배 배달원의 모습은 마치 희망을 안고 있는 듯했다. 바람이 부는지 모자도 날아가고 있다.


히이라기 사나카 작가의 이력을 살펴봤다. 눈에 띄었던 건 그녀가 부산과 마산의 전문 대학에서 7년간 일본어 강사로 일했다는 것이다. 그랬다는 건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있을 테고 그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일찍이 국내에도 출간될 수 있었을 것 같다.

 1974년에 태어났으며 고베여자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강사로 일하다가 2913년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가벼운 미스터리부터 다양한 작품을 써왔다. 특히 <인생 사진관의 기적>은 전 세계 23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천국에서 온 택배>는 1편에 이어 2023년, 2024년에 각각 2편과 3편이 일본에 출간되었다. 한국에도 인기를 얻어서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천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약간은 판타지 같은 느낌도 들게 하면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올해도 그렇지만 국내에도 힐링 되는 드라마 형식의 소설이 주목받고 있으며 독자가 원하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익숙하면서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천국에서 온 택배>가 주는 감동의 힘은 예상보다 대단했다. 장르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실에서 때로는 과격함과 폭력성 때문에 심리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일탈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첫 작품 <우리들의 작은 집>에서부터 눈물 핑 돌게 했다. 친구를 잃은 한 할머니가 세상과 벽을 쌓고 온 방안을 쓰레기통으로 어지럽혀 놓은 채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사실 처음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기대감이 있었지만 외외로 현실성 있고 인간애가 있어서 더 좋았다. 중편 소설 분량의 이야기는 개성 있었으며 독자들의 인생에 빗대어 감정을 교감할 수 있었다. 가끔 각박한 세상 때문에 힘들 때 이 소설을 읽으며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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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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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혐오의 즐거움에 대하여_윌리엄 해즐릿_아티초크


 어떻게 혐오를 즐거워할 수 있을까.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삶은 늘 힘겨우며 내가 이상한 건지 혹은 세상이 나를 싫어하는 건지 조금은 헷갈려 하며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어쩌면 위로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줬다. 사실은 내가 세상을 혐오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는.

 1778년 영국 메이드스톤에서 급진적인 유니테리언 목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해즐릿 작가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다. 에세이스트로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는 유명 작가였지만 진보 성향의 행동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해 외로웠던 사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 비평과 인간사에 대한 방대한 글을 남겼다. 알아보니 아버지의 종교가 일반적인 기독교와는 다른 특이한 종교여서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끈 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불륜녀에 대한 소설 때문이었는데,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다른 작가의 에세이가 첫 부분에 실려있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쓴 윌리엄 해즐릿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의 방대한 작품을 모두 읽고 썼다고 한다. 그리고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도 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제목 그대로 혐오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쓴 글이었다. 이런 면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내 감정과 연결 지어 보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냥 혐오에 관한 즐거움으로 꽉 차 있었으며 사람, 상황, 세상에 관한 그런 면에 대해 특별히 어떻게 해결해야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때로는 난해하면서도 그가 직조한 불편함은 오히려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뛰어난 에세이로 칭송받으며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글도 읽고 싶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

 -질투에 관하여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에 관하여

 -학자들의 무지에 관하여

 -맨주먹 권투


 제목이 반사회적인 느낌이 들지만 사실 누구나 무의식 안에 있을 법한 감정의 모음 같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내 진심을 들켜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디만 이 책에 관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번역 책이다 보니 직역과 의역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직역체로 쓰여서 그런지 한국어로 읽혔을 때 불필요한 단어와 다소 상징적인 문장의 나열이 보여서 가독성이 떨어졌다. 거기다 한눈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과 문단이 큰 덩어리가 되어 버리니 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면적인 감정에 대한 혐오의 표현은 훌륭했고 염세적일 수 있는 죽음에 관한 내용도 일부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어서 방치만 할 건 아니기에 추천하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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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별 도감 : 여자 캐릭터 그리는 방법 부위별 도감
코모리 다이스키 외 지음, 고영자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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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여자 캐릭터 그리는 방법_코모리 다이스키_모치우사기_정보문화사

문학과 미술과 음악을 좋아한다. 미술은 취미 생활인데 만화 일러스트를 배워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스케치를 할 때 인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기초 지식이 부족했기에 연필로 손 가는 그대로 막 그렸다. 그 때문에 신체 비율도 맞지 않고 열심히 그려봐도 뭔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알고 보니 기본기가 스케치에도 있었다. 특히 캐릭터를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기본 선을 그리며 비율을 맞추고 눈과 코와 귀 등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결국은 제대로 그려보지도 못한 체 흥미를 잃었다.

그런 면에서 ‘정보문화사’출판사에서 나온 ‘여자 캐릭터 그리는 방법’은 드넓은 사막에 단비가 내리듯, 혹은 오아시스가 솟아 오른 것처럼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너무 상세하게 나와서 황송할 정도였다.

저자 코모리 다이스키는 도쿄 애니메이터 학원 시간 강사다. 주로 만화 비법서를 냈지만 무려 30권을 작업했다. 공동 저자 모치우사기는 도쿄 애니메이터 학원 출신이며 일본 만화 잡지 <차오>와 <만화 mee>에 연재 중인 현역 만화가였다.

모든 기술은 기본기가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초보자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았다. 초보자 뿐만 아니라 전문인까지 두루 이 책을 본다면 도움이 되도록 구성이 풍성했다. 책의 처음 부분엔 저자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일러스트 완성본이 몇 장 있었으며 이후엔 기초적인 얼굴 그리는 법부터 시작한다. 기본 선을 그리며 구도를 잡고 비율에 맞춰 눈, 코, 입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히 한 장면만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그릴 수 있게 내용이 상세했다.

물론 이 방대한 양의 내용을 짧은 시간에 마스터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일러스트 교과서로 두면서 차근차근 그려나간다면 충분히 기본기를 다질 수 있으며 나아가 전문적인 수준까지 이를 수 있는 훌륭한 책이었다. 중요한 건 직접 그리는 걸 실천하는 것이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는 게 실력 향상의 지름길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큐알코드를 통해 선생님이 직접 그리는 동영상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좋고 영상을 본다면 혼자서 그리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기본기가 충실하게 실려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만화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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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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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당신의 비밀_이종관_고즈넉이엔티

어우.. 표지 그림부터가 긴장되게 한다. 차가운 눈빛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여성과 뒤돌아서 있는 사람. 짙은 남색 배경에 ‘당신의 비밀’이라는 제목.

개인적으로 국가 대표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종관 작가의 신작 소설이었다. 사실 그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세계적인 작가들과 비교해 봐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수사 극이었다. 물론 외국 감성이랑은 차이가 있겠지만 오히려 한국 정서에 잘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실력이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인정받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거기다 앞전 작품들은 해외 유명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리볼브’는 이미 MBC에 원작 판권 계약이 체결되았고 베트남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것만 봐도 월드 클래스 작가다. 작가 이력을 보면 한국의 범죄 스릴러 소설 분야에서 가장 큰 두각을 보이는 작가라고 하는데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슈를 타고 더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시 시작에서부터 프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동시에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신기한 사이트인 ‘당신의 비밀’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파기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가장 매력적인 건 주인공에 대한 입체적인 설정이었다. 이를 통해 메인 사건과 함께 다양한 부가적인 사건과 연결 지어지는 흥미로운 서사가 이어진다. 자질구레한 문학적 표현 없이 오로지 순수 미스터리 수사 극의 진액만을 발라낸 느낌이라 이점이 강력한 장점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이런 비밀 사이트를 통한 사건은 이미 사회적으로도 이슈 되었던 텔레그램 사건이나 다크 웹 사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다른 이름을 붙이고서라도 단순히 사이트가 아니라 일반적이지 않은 SNS나 웹사이트였으면 더 감정이입이 되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이라 안 좋다고 하는 건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두일이 처음엔 강력해 보였는데 보조적 악당으로 순간적으로 치환되면서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김빠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일종의 연기이자 자신을 위한 딜이라고 친다면 수긍이 갈만한 부분이다.

정말 제대로 된 정통 사건 수사 극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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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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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_김진성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음주 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다. 미성년자는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되지만 보통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음주를 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어서 혹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 마신다. 그런데 코가 빠지도록 마시다가 소위 ‘블랙아웃’이 와서 정신을 잃게 된다. 귀소 본능으로 집은 잘 오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 재수 없으면 일명 ‘뻑치기’나 ‘부축빼기’라고 하는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찾는다. 술에 덜 취하거나 숙취가 없는 약을 말이다. 물론 효과는 있겠지만 사람마다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며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알약 하나만 먹으면 씻은 듯이 과음 상태가 사라진다면 이거야말로 한국인에겐 노벨상을 주고 싶은 마음 같겠다. 이 소설은 그렇게 시작된다.

김진성 작가는 극작가 및 소설가이며 이공계열 화학 신소재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가릴 선, 들 거>로 2022년 우수 과학 문화상품 스토리 부분 과학기술정보 통신국 장관상을 탔다.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며 차갑고 날카로운 이야기에 열광한다고 한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흡인력이 있었다. 자질구레한 배경 설명이나 인물 묘사 없이 바로 사건 사고 보도 글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면 전환이 되며 화학자가 모여있는 현실로 오게 된다. 신기한 건 아주 특별한 약에 관한 것이었다. 반전은 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작은 축하 파티였는데 술의 안 좋은 점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 사람들이 음주하며 실험실에서 노는 모습은 인간적인 면마저 느껴졌다.

사실 제약 회사의 영업 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교육을 빌미로 검증되지 않은 약을 판매하려는 부분이 처음엔 공감이 되지 못했다. 받지 않으면 500만 원의 벌금을 받게 된다는 금전적 제안을 통해 비밀스럽게 약을 파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그 작용이 확실했기에 거기서부터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시작이 몰입 되게 했다. 제목처럼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이는 것처럼 가독성 있으면서도 머릿속에 상상이 잘 되게 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원작이 판매되어서 영상으로 보인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약에 관한 이야기는 일단 흥미롭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되며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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