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상황에 반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이게 기분 나쁠 만한 상황이 맞나?'
하면서 자주 머뭇거리는,
쿨한 사이다와는 거리가 먼 '김이경'
어릴 적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전학을 갔었던,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전학 온 '전솔'을 만나게 됩니다.
여자애든 남자애든 늘 주변에 친구가 가득했고 말수도 많고 잘 웃는 아이.
"그냥 무시해. 혐오하는 인간들한테 뭘 그렇게 상냥하게 답해 줘?"
"가만히 있으면 오해받잖아. 넌 기분 안 나빠?"
"별로. 여자애가 혼자 개 데리고 다니면 온갖 잔소리 다 들어.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고 상처받으면 산책 못 다니지." - page 39
자신과는 달리 당당한 전솔이지만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한껏 예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그런 전솔에게 다가가는 이경.
조금 전 전솔이 툭 꺼내놓은 무섭다는 말이 자꾸 울려대는 듯했다. 나도 대답해 주고 싶었다. 실은 나도 무서워서 그래. 섣불리 친구를 믿고 의지했다가 또 혼자가 되는 것도 무섭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아이들 눈빛도, 가볍게 함부로 내뱉는 말들도 나에겐 다 어렵고 무서워. 근데 피하기만 하면 영영 두려워만 하겠지. - page 74
그렇게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이 세상의 아름답고 밝은 쪽을 먼저 보려고 하겠지만 어둡고 거칠고 메마른 쪽에만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게 그 사람들의 잘못일까? - page 105
나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시킨 무언가와 계속 부대끼며 살아보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화해 아닐까. 나는 여태 상대방을 믿을 수 있어야만 화해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화해는 상대를 기꺼이 다시 믿어보기 위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age 121
이경이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고 아이도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였습니다.
10대엔 '친구' 관계에 예민하기에...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기에...
그래서 이경이 고모한테 했던 말이...
그리고 고모가 이경이에게 했던 말이...
제 아이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위로를 주었습니다.
"친구가 헷갈리게 할 때는 말이야. 그 친구 머리 위에 어떤 아이콘이 떠올라 있을지 상상해 봐. 널 속상하게 할 때도." - page 45
그런데 실은 말이야. 말이나 표정, 하다못해 그림 같은 것들로 기분을 애써 파악해야 할 필요는 없어. 감정은 전해지는 거고 저절로 느껴지는 거니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알 수 있고 통하는 사이 있잖아. 우리 이경이가 얼른 그런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되기를, 고모가 항상 기도할게. - page 179
이경이의 선함과 솔의 단단함을 한 수 배우며
저도 쉽게 미워하려는 마음에서 한 발 벗어나
우선 제 자신을 단단히 다잡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