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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인 아트
배정원 지음 / 한언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명화와 관련된 책들은 자주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 그 시대에 대해서, 결국 이 그림이 명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되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은 조금 다른 시선이었습니다.
명화들 중에서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을 때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 편견으로 인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이 책.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의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을 연구하는 성학 역시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안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당연히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탄생'이라는 시작에서부터, 살아가면서 거치게 되는 사랑, 섹스, 이별, 질투, 배신, 출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람의 생로병사, 희노애락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성(sex)이다.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는 문장이었습니다.
'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인 것을 왜 그저 감추려고만 하고 쉬쉬 여겼는지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작가의 한 마디.
성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
과연 이 말은 이 책을 통해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명화가의 작품에서도, 그리스 신화에서도 우리는 '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쳤기에 그 숨은 의미를 몰랐을 뿐.
책에선 명화들과 함께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해석해 주었습니다.
<당신을 이제 더는 사랑하지 않아>에서 루치안 프로이트의 <호텔방>이라는 작품이 제겐 인상깊었습니다.
식어버린 사랑에 시들어버리는 한 여인의 모습.
그 모습을 차갑게만 바라보는 한 남자.
하지만 제목은 <호텔방>
아이러니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면, 그와 정서적인 관계가 단절되면, 그 사람과 나누는 모든 것이 즐겁지 않고 싫증이 난다.
상대의 말에 자꾸 짜증이 나고, 상대의 몸짓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상대와의 섹스가 싫어지고, 상대의 존재에 무감각해진다면 답은
명확하다. 당신은 이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중략)
상대가 나를 만질 때 전혀 행복하지 않다면, 혹은 내가 상대를 만지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그것이 단지 잠시가 아니라 계속되는
감정이라면, 더는 그가 내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인정하시라. 사랑은 이미 두 사람을 떠나갔다. - page
113
이 말이 더 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자꾸만 이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명화를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모르고 보았을 때와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았을 때의 명화는 제게 좀 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왜 그렇게 표현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게되니 작품 속의 인물들에게 눈길이 가게 되고 마음을 주게 되었습니다.
성에 대해서 저는 그리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성이라는 것은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이는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책 뒷표지의 문구가 이 책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성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우리는 그런 성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올바르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