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출간 즉시 프랑스 문단의 찬사가 쏟아진 화제작이라고 하였습니다.
문학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이 책.
생각 외로 얇은 두께였기에 선뜻 손이 갔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결코 책의 두께보다 어마어마한 세계와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 담긴 모험들이 있었기에 작가를 따라 저 역시도 상상의
나래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은 '하비에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교수가 이스탄분의 한 동료가 15세기와 16세기의 정치 지도자들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그에
대한 자료를 보다가 자료를 직접 보내준 동료 '하칸'교수와 희귀한 자료를 보다가 결국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탐색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로 '록셀라나'와 '술레이만'의 심리 게임까지 있기에 서로간의 이야기 끈은 마치 하나의 끈인마냥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역사 속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미묘하게 진행되고 다소 생소했던 15세기와 16세기의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을 뜻하지만 과연
이런 일이 있었을까라는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주곤 하였습니다.
책 속의 문장이 이 책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세세한 역사적 사건들을 읽고 또 읽은 뒤 그는 이 점에 관해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 page 86
사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저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였습니다.
특히나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기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과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저에게 그런 고민을 접어두게 하였습니다.
두 교수가 풀어가는 수수께끼는 정교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놓았었고 그들의 행적을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이들과 하나가 되어 수수께끼도 풀어가고
결국은 놀라운 결말까지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책의 뒷페이지에서도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굳센 바르바로사가 그 도시의 모든 성벽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아는 사람들은, 그런 바르바로사도 원하는 것만 전하는
역사책들은 결코 뒤흔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보르헤스가 한 수많은 인터뷰처럼 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쿠아우테모크, 목테수마, 말린체를 재창조하며 흡족해했다. 또한 바르바로사, 마니카텍스, 록셀라나도 재창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재창조하며 흡족해했다. 이 이야기에서 기억해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시라. 이 세상의 위대한 인물들이 배를 타고 자기
얘기를 할 때에는 모든 것이 표류한다.
결국 남는 건 물결뿐이다. 그리고 해안뿐이다. - page 181
이 책을 옮긴이인 '백선희'씨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역사란 이야기다. 한 편의, 끝나지 않은, 긴 이야기다. 얘기되지 못한 사건들과 여담들, 실현 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들이 여러
갈래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미로 같은 이야기다. 역사의 빈틈과 불가사의, 비밀과 아쉬움은 우리의 상상을 근질여 무수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 page 5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 속에 우리가 모르는 무수한 사건들과 여담들은 존재할 것 입니다.
하지만 이를 문서화하지 않았고 세상에 공표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나중에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며 또다른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창조하는 작가들이 있기에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