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안에 담은 것들 - 걷다 떠오르다 새기다
이원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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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힘들었던 그 여름.

그 여름의 기세가 꺾기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는 요즘.

단풍으로 물든은 나무들을 바라보면 괜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먼 곳으로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서의 가벼운 산책.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이 책 역시도 산책에 관련한 기억을 걷는 시인, 이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기에 혼자 하는 산책보다는 저자와 함께 떠나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산책'

가볍게만 여길 수 있는데 저자는 한 문장으로 산책의 의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산책은 한가로운 시간인 동시에 뜨겁고 깊은 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무거운 것도 아닌, 고요하면서도 설레고, 슬프면서도 기쁜......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나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산책이라는 바깥 풍경 나들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 나들이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덤덤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제 속의 이야기도 꺼내어 들춰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산책'>의 '사이'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사이가 사라지면 멈춘다. 그자리에서 썩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를 꿈이라고 희망이라고 삶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사이를 결핍이라고 환영이라고 부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 page 19

사이는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시간과 시간사이, 공간과 공간사이, 사람과 사람사이......

그 사이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사이가 사라지면 삶과 죽음이 바로 옆이었다는 것을. 모든 언어는 하나의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page 19

비어있는 공간을 일컫는 '사이'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존재하는 빈 공간에는 어떤 것이 채워져 있을까......


산책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루트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도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저만의 길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합니다.

나만의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

그것이 주는 짜릿함과 왠지 모를 뿌듯함이 저자 역시도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곳, 우리 동네>를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그동안 바뀐 것들, 그대로 있는 것들, 나만의 지도에 기록 중. 그림창작소 무지개코끼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육끼리 고기집이 있다. 이 둘의 연관 관계 탐문 중. - page 109

동네의 소소한 변화로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산책이 주는 매력이기에 우리는 어김없이 산책을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간만에 산문집을 읽었습니다.

소소하게 적혀있는 일상의 모습.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비추어져 있기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이 문장이 인상깊었습니다.

산책하지 않았다면 더 훼손되었을 것이다. 엉킬 때, 가벼워지고 싶을 때, 종이비행기를 날리듯 어떤 것을 잊고, 잃고 싶을 때. 고요해지고 싶을 때, 최종의 결심은 '산책하자'이다. 산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무작정 걷기 시작하라는 싱거운 대답. 지도를 들고 길을 잃어버리는 재미. 삶과 산책의 닮음. - page 10

우리네 삶과도 닮은 산책.

그래서 오늘도 걷기 시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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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려 - 감성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박지후 문자그림, 짱아찌 글 / 단한권의책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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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특이하였습니다.

더불어 온 부록선물도 신선하였습니다.

때밀이 타월.

책의 제목처럼 때를 기다려서 이 타월을 사용하면서 작가가 그동안 갈고닦은 이야기에 우리도 많은 공감과 위로, 격려를 받으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았습니다.

표지에 보였던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을 결합해 문자그림(typographiration)작품으로 선사할 감동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엔 문자그림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단어 자체도 생소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 제 1호의 '문자그림작가'인 '박지후'씨의 작품 하나하나는 독자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였습니다.

단어들이 그 물건을 표현하고 그 의미를 선사함은......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호기심으로, 읽은 독자에게는 깊은 여운과 더불어 후유증처럼 그 물건을 대하면 그 글씨가 떠오르게끔 하였습니다.


책의 제목이 왜 『때를 기다려』인지에 대해서 저자가 밝혀주었습니다.

『때를 기다려』는 박지후가 그야말로 끈기 있게 '때를 기다리며' 일상이라는 백사장에서 하나하나 정성껏 수집하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조가비들을 모아 만든 목걸이다. 이 목걸이가, 그리고 조가비들이 독자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면 좋겠다.

그의 바람이 담겨있기에 그림과 글이 주는 의미는 하나도 소홀함없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되새김질을 하게끔 하였습니다.

인상깊었던 구절은 아무래도 요즘 많이 화두에 올랐던, 가습기 사건을 떠올리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제목은 <널 패브리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뒷돈 받는 공무원.

양심 없는 기업인.

갑질하는 대기업.


모두

패 버리지. - page 122

아......

그래서 그 제품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였다면 사용도 하지 않았을텐데......

왜 이제야 이 사실을 알아버린거지......

마치 사이다 같은 문장이었기에 그 문장의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근심, 집어치약>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상 근심에 빠진 그대.


근심, 집어치워라.


그런다고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해결책이 보이겠지'하면서 살아 보자.​ - page 127

또다시 화두에 올랐었던 치약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 이 의미가 전달된다면......과연 지금과 같은 치약을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책은 짧은 문구와 함께 문자그림이 있었습니다.

일러스트와 같고 때론 그 물건의 의미가 그 글씨였던 것 같은 이중적인 애매모호함.

그렇기에 우리는 그 물건을 보고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고 나아가 내 이야기를 대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론 의미심장하게, 때론 가볍게 여겨질 문구들 속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되었습니다.

과연 나에겐 어떤 의미들이었을까?

내가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만 해석하고 귀를 닫은 것은 아닌가?

책의 두께보다 훨씬 많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곱씹고 다시금 손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이 책.

책 장 한 편에 있어도 제 손은 그 책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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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 인생을 바꾸는 공간 활용법
오자와 료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꼼지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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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특이하였습니다.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덴마크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인생의 의미.

책의 뒷 표지에도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첫 월급으로 왜 그런 물건을 살까?'

'의자'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나?

저 역시도 의문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이런 의문을 가진 독자에게 이 책은 인테리어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의자의 의미를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프롤로그에 '의자'의 의미가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유럽, 특히 덴마크인은 의자를 간단한 가구가 아니라 시간과 돈을 들여 갖춰놓는 '소중한 장소'로 여깁니다. - page 7

각 나라마다 가구와 인테리어, 공간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여실히 들어났습니다.

'의자'라는 단순한 가구이지만 이것을 통해 공간을 바꾸고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바꾸게 되면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이 곧 인생의 질이 좌우된다는 점.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덴마크인들의 '행복'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인생'은 바꿔 말하면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즉, 다음과 같은 방정식이 성립됩니다.

공간 = 생활의 질 = 풍요로운 마음

(중략)

'돈이 생겼을 때 옷이나 손목시계 등 자신을 꾸미는 물건이 아니라 본인이나 가족, 친구 등이 쾌적하게 지내기 위한 공간에 가장 먼저 투자한다. 그렇게 하면 생활의 질이 향상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page 17 ~ 18

나만의 행복이 아닌 가족, 친구와 같이 좀 더 풍성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

그렇기에 그들은 우리와 다른 행복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책의 제목의 해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덴마크인은 첫 월급으로 자신과 소중한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하기 위한 공간에 돈을 쓴다.'  - page 48


이 책에선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가 나와 있지만 몇 권을 읽어봐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page 143

이에 대한 답으로 우리가 실제로 실천할 수 없는 탓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인테리어라면 당장 행동할 수 있기에 보다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북유럽에서의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야할지 알려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이 집에 오면 뭐라고 말해줄까?'

'이 소파를 과연 좋아해줄까?'

즉, 인테리어는 다른 사람도 생각하면서 꾸미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을 위해 쾌적한 공간, 아름다운 인테리어, 지내기 편한 방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의식해서 공간을 꾸미면 그곳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칭찬받고 감동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 page 161


저자는 '인생 = 공간'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훌륭한 인생이란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사용한 시간을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 그런 인생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집'이라는 공간은 휴식을 제공하는, 안락함과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을 단순히 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했기에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소한 공간마저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에 놀라웠습니다.

이제라도 작은 소품으로 집 안 공간을 꾸며볼까 합니다.

과하지 않게, 소소한 것이라도 조금의 변화가 가져다줄 행복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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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골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 컨추리 라이프
우연수집가 글.사진 / 미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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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 컨추리 라이프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였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가 꿈꾸던 삶, 바로 일상이 낭만이 되는 것.

그렇기에 이 책이 잠시나마 위안을 줄 것 같아 눈길이 갔었고 그 다음엔 마음이 갔었습니다.


이 저자의 마인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에게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을 예술화하기"

또한 프롤로그에 적힌 '행복'에 대한 정의.

욕심을 버려야 행복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욕심과 행복에 차이가 있다면 욕심은 하나만 가지려고 하는 것이고, 행복은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것이다. 돈에만 몰두하면 돈 욕심이 되지만, 돈을 벌면서 자유도 즐기고, 사랑을 하면서 쾌락도 채우고, 보람을 찾으면서 정도 쌓고, 낭만을 느끼면서 건강한 몸으로 세상에 보탬도 되려고 하면 그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

그동안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저의 막연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욕심이 행복이라 여겼었고 그와 관련된 책들도 몇 권 읽었었는데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그의 괴짜같은 생활 속에 담긴 낭만이 부러웠습니다.

<시끄러워도 괜찮아>에서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소리를 통제한다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요즘 사람들은 감정을 분출하는 것마저 참아야 하니 분노가 쌓이는 것이다. 결국 소리를 마음껏 내지 못해 사회가 점차 공격적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라고 혼자 유추해본다. - page 48

요즘들어 이슈되는 '층간소음'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조차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작은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웃간에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이 문장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로간의 소리 통제가 스트레스로 전환되어 공경성을 띄는 성향.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마음액자>에서 이 문장들이 인상깊었습니다.

현실을 해결한 다음 이상을 얻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말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어 미래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보여야 현재를 즐길 수 있고, 현재에 대한 만족이 있어야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은 한 몸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자영업의 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현실이 이상을 든든히 받쳐줄 테니까.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오전에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소설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이 현실을 다채롭게 할 설렘을 주니까. - page 198 ~ 199

저 역시도 현실과 이상은 서로 다르다고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은 언제나 행복만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착각.

그래서 현실에서 탈피해야 이상에 갈 수 있다고만 생각한 편견.

현실이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지금부터라도 당장의 행복을 찾아야 겠습니다.

다가올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이 책의 배경은 분위기는 시골이었지만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홍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따뜻한 낭만이 있는 시골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작은 관심만으로도 우리 스스로에게 낭만을 선사할 수 있고 여유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저자는 2년 이상 같은 곳에 살지 않는 이사중독자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마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 여행하듯 이사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낭만주의자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그 역시 다시금 이사를 가고자 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

'여유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age 334

쓸데없는 짐을 버리고 다시금 시작하려는 그의 삶에 또다른 설레임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의 삶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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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정은석 옮김 / 더숲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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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월든』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이 책은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의 삶의 모습을 그려냈었는데 읽고 난 뒤 마치 명상을 마친 기분과도 같았었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 심플라이프에서 느끼는 행복에서 저에게는 지금의 생활에 대해 반성하게끔 하였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이 책 역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저자를 보면서 예전에 제가 느꼈던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의 앞표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의식을 갖고 살아갈 때 우리는 작은 존재에서도 극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문장을 통해서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작은 존재라는 것.

그동안 거만하게 자연을 함부로 대한 것, 마치 동.식물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 마냥 무분별하였기에 오늘날 폭염과도 같은 이상기후현상을 겪게 되었다는 것에 반성해야 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저자의 계절별로 관찰일지를 작성하였는데 그림과 더불어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몰입이 되면서 어느새 그와 한 몸이 되어 저 역시도 숲에서의 산책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월든』이라는 책은 조금 지루함이 없지않게 있었는데 이 책은 마치 소설책과도 같아서 쉬이 읽을 수 있었으며 읽고 난 뒤의 감동은 쓰나미처럼 몰려와 잠시나마 숲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가 숲으로의 삶을 떠난 이유가 나타납니다.

최근 들어 가끔 나는 내가 아이 때 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자세히 살피고 탐험하는 일이 여전히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그때처럼 다시 자연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쾌하고 맑고 영원한 마법에 싸인 세상. 이제는 그저 이따금씩 떠오르는 그 생생함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어릴 적에는 마냥 뛰어놀면서 곤충 하나하나에 관찰하고 수집하고 꽃들을 보면서 예쁘다는 감탄을 하곤 하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그것들조차 바라볼 여유도 없고 손에는 스마트폰,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은 언제였는지......

왜 어릴 적의 호기심이 지금에서는 무관심으로 바뀌게 된 것인지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가을 숲의 향기와 소리>에서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꼭 무엇을 잃어버렸는데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슬퍼졌으나 동시에 향기를 맡자 행복한 느낌도 들었다. 기억이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켰지만 또 다른 추억이 기분을 나아지게 한 것이다. - page 173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 속엔 수많은 생명체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모습은 서로 서로 공존을 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은 그들보다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더 바쁘게만,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고만 하는 모습이 왜이리 안타까움을 자아내는지......

그들은 1년을 살아가더라도 그 속에 여유스러움, 자유스러움이 묻어 있어서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파리 떼의 귀환>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삶이 '원래'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무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생물에게 삶이란 그 자체로 '제비뽑기에서의 행운'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성공에는 행운이 뒤따라야만 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중요하지만, 대부분 동등하게 태어난다.

우리가 물려받는 세상은 계획된 체계라기보다는 혼돈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기분이 들뜨고 즐겁고 낙천적이게 된다. 민주적 자유주의 사상가 토크빌은 "기회는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 것에는 찾아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아마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곳을 꿈꾸며 이곳에 올 준비를 해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page 312 ~ 313

앞으로의 삶에 대해야 할 자세를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전에 자신의 삶을 준비하되 그 삶 자체의 행운에 대해 우리는 받아들일 자세를 취할 것.

너무 큰 욕심은 갖지 말 것을...... 

이 책 한 권으로 저 역시도 숲 속을 산책하며 사색에 잠기어 조금은 느리게 사는것, 다른 이들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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