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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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두 작가님의 서로에 대한 이야기.

가끔 이 같은 책을 만나면

이런 시선이 있구나...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찾아 읽곤 하는데...

이번에 열린책들이 새로운 에세이 <둘이서>를 선보였습니다.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 이훤.

이 둘은 서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슬쩍 엿보고자 합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

두 사람은 첫 편지 2023년 10월로 시작해 딱 일 년째인 2024년 10월을 마지막 편지로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편지 형식을 취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 일기처럼,

또 어떤 날은 서로를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둘이서 쓴 세계에 대한 일지이자 서로에 대한 목격담이고 자신에 대해 쓴 보고서'

를 엮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맞닥뜨렸을 때 제목이 의아했습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무슨 의미일까...?!

아름다운 것에만 둘러싸이는 자는 가끔 천박하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산책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너무 안 어울려서 두 언어가 한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것 같은 말을. 같은 날, 나는 놀랍도록 다른 마음을 갖는다. 아름다운 사유와 아주 못된 말을 동시에 품는다.

아름다움만으로는 세계가 통째로 굴러가지 않는 날도 있다. - page 230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

예술가이기에 아름답게만 표현할 것 같았지만 가감 없이 표현했기에 이들의 글이 독자로써 맞이했을 때

'더 고상하고 더 천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아한 듯이 행동하라. 당당하게 존재하며 위대하게 행동해라. 과장된 우아함과 정확함으로 움직여라. 그러면 오래잖아 당신의 몸이 정말 그렇게 바뀔 것이다. (......) 우리는 새로운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걸음에 서툴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영역에서 균형 잡을 기회를 거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우아함을 허용하는 만큼 삶에서 우아해질 것이다.

롤프 게이츠, 『요가 매트 위의 명상』, 김재민, 김민 옮김(서울: 침묵의 향기, 2021)

이들을 바라보면서 도리어 나를 바라보게 된 것.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존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 네가 나를 찾았다는 게

난 너무 기뻤어.

그래서 두고두고 슬프다.

감히 네 아픔을 조금 알 것 같아서.

비슷한 통증을 겪었던 나의 냄새를 맡고 너는

몇 번이고 나를 찾았던 거지.

네가 나만큼, 아니면 나보다 더 아팠을 거라 생각하면

난 네가 너무 불쌍하다. - page 224 ~ 225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어떤 보물보다도 더 값지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나는 그런 친구가 아직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고 마음을 다 잡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왕성한 동료들 볼 때 여전히 어떤 날은 불안의 종이 울려. 그때마다 찬찬히 그 앞으로 가서 충분히 듣고 종을 내려놓거나 안 보이게 덮어 둔다. 며칠 지나 돌아가면 없어졌기도 하더라. 그리고 그럴수록 좋은 일 생긴 동료들을 힘껏 축하해 준다. 그들이 잘되는 게 나에게도 이로운 일임을 기억하려고 애써. 친구들과 서로 영향받으며 함께 더 나은 작업자가 되는 게, 모두 정체된 우리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떠올려 내고 만다. 우리는 다르게 탁월하다.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동료이자 친구이고 싶어서, 배 갑판에서 중심 잡는 것처럼 끊임없이 앞발과 뒷발로 자꾸 몸을 곧게 세워 본다. - page 27 ~ 28

마흔이 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었기에 그랬을까...

이 이야기에 유독 오랫동안 눈길을 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던 이 문장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누군가도 이 말을 들으면 크게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어 가슴 깊이 새겨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둘이서>를 함께 할 이들.

그들은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

또다시 <좋아요>를 넘어 <좋아합니다>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 책을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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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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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과학자'가 실험실이 아닌 바다로 직접 향한 이유.

그 열정이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세계 최고의 해양과학 연구 기관인 미국 스크립스 해양 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에서 해양 연구를 해온 '남성현'교수.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은 물론 남극까지

1년에 3~4번씩 배를 타고

한 번 승선 조사를 나갈 때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 달씩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해양과학자가 전하는 일과 삶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는 분야이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기에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마루가 있으면 골이 있고, 폭풍이 치면 해일이 일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보다 고요할 수 없는 바다는,

널리 쓰이는 말처럼 인생을 닮았다."

바다 위의 과학자



수많은 사람들이, 아니 저부터도 바다 풍경이 보이면

"와, 바다다!"

외치곤 하는데...

"그런데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그저 바닷가지요."

해변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부분은 해안선으로부터 불과 10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그래서 우리가 본 영억은 바다가 아닌 바다 끝단의 경계에 해당하는 '바닷가'라 하였습니다.

그럼 '진짜 바다'는?

해안가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수평선 끝에서부터 시작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훨씬 광대한 영역이라 합니다.

무엇보다 지구가 푸른 행성일 수 있는 이유가 지구 표면의 7할을 바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이토록 드넓은 바다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낚싯배, 크루스, 쇄빙선 등 온갖 배를 타고 망망대해 위를 약 75회 누볐다고 하였습니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이 책에 써 내려갔습니다.

읽으면서 바다의 광대함과 우리의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도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곤 합니다.

웨이브는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에도 늘 굴곡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승승장구하기도 때로는 깊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누구나 가끔씩은 흔들리는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웨이브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며, 세상에 웨이브가 아닌 것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158

라며 그가 전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바라는 것은 모든 웨이브가 부디 오래도록 서서히 상승하여 긴 호흡으로 최대한 늦게 하강하는 것이다. - page 160

이 문장을 읽곤 지금의 나는 웨이브 중 어디에 있을지, 쉼 없이 달렸다면 잠시 호흡을 다듬어 봅니다.

우리나라 연해와 서태평양, 동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빙양을 건너 남극 연안의 아문센해까지.

여러 바다에서 탐사하였지만 여전히 접근해 볼 수 없었던 바다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부분이 해빙으로 뒤덮여있는 북빙양.

하지만 이곳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 소실로 북극항로의 개척을 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논란 등 미·중·러의 정치, 경제, 군사 정책이 모두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북극해로의 진축은 과학적 의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 page 180

과연 좋은 소식인 걸까...?!

그리고 또 한 곳 북한 앞바다.

과거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는 경제협력 차원에서 국내 연구선이 북한 수역에 접근한 적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데...

하루속히 서로 활발한 해양관측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인류가 해양을 물자 수송 수단, 식량 등으로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해양 자체를 연구하는 해양과학이 여전히 프런티어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비약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영역인 해양.

아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르기에 더 매력적인 이곳.

저도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몸소 실천해 주는 과학자들이 있기에 지금 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 역시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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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학의 문장들 - 니체에서 박완서까지, 위대한 작가들의 준비된 위로
김욱 지음 / 윌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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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주옥같은 문장들이 우리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위로를 선사하곤 합니다.

어쩜 그들은 이런 문장들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덕분에 저는 살아갈 힘을 얻곤 하는데...

그 원천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니체, 박완서, 헤세, 김소월, 양귀자...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을 남긴 이들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문장으로 드러내며 희망을, 삶의 찬란함을 표현한 작가들.

또다시 그들을 통해 힘을 얻어보고자 합니다.

"살면서 아픔을 경험한 사람만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실의 시대를 현명하게 건너온 문학가들의 인생과 예술 이야기

찬란한 문학의 문장들



문학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의 모습은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영롱한 진주...

조개 속으로 침입한 이물질을 내뱉지 못해 점액질을 분비해 이물질을 감싸는 조개.

점점 속살로 파고들며 어쩌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물질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마침내 만들어낸 진주.

조개의 아픔처럼 문학가들 역시도 힘든 삶 속에 몸부림치며 마침내 진주와도 같은 작품을 토해내는 것이 마냥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요즘 들어 큰 울림을 선사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완서' 작가님.

마흔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하고 40년간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써낸 그녀.

딸로, 아내로, 엄마로, 소설가로 그야말로 동분서주한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처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없다. 이 용기에 나이라든가, 여자라든가, 엄마라는 역할은 거추장스러운 변명일 뿐이다. 박완서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지치고 위안이 필요할 때, 진이 다 빠져 빈 껍질만 남은 것 같은 허탈한 시기에 여자도, 엄마도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그녀가 거둔 성공은 행운이 아니며,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재능이 넘쳤던 것도 아니다. 용기 있는 한 인간의 기나긴 여정이었을 뿐이다. 타인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 page 40 ~ 41

마흔 살의 여자, 한 남자의 아내, 다섯 아이의 엄마였던 박완서.

자신의 이름을 사랑했던 그녀로부터 배우게 된 건

문득문득 당장의 생활에 치여 습관처럼 살아가는 내 모습이 역겨워질 때가 있다. 구원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해방은 현실과 조건을 계산하고 수용한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 page 41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그녀의 작품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백석' 시인.

화려한 외모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세상이 선망하는 천재 시인으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이룩한 성공 안에만 머물기를 고대하며 세상을 시와 시가 아닌 나머지 것들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 살아가기에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백석의 삶을 견뎌내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몸이 괴롭고 심정이 고독해질수록 더 좋은 시, 더 아름다운 시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방황을 하던 그가 다시 고향 땅을 밟았을 때 갑작스런 해방이 찾아옵니다.

숱한 지식인들은 고향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가지만 평안북도 정주에 남은 백석.

더 이상 그의 말과 생각은 본인의 것이 될 수 없음에 결국 체제에 방해가 되는 반동주의자로 낙인찍혀 쉰이 넘은 나이에 양 떼를 기르는 목장의 파수꾼이 되고 맙니다.

남쪽에서는 월북 작가라는 오명 속에 오랫동안 출판 금지를 당했던 그.

하지만 이제는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시만큼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시에서 보여준 성찰과 반성, 사무치는 외로움이

하이야니 눈을 맞으며 마른 잎새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던, 어느 먼 산 뒷옆 바위 곁에 혼자 남아서도 외로워하지 않겠다던 시인의 성찰이 우리의 남은 삶에도 동행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하면 이 작고 힘든 삶에서 외로움이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것이다. - page 188

순간 따스히 느껴지는 건... 왜일까......

세상은 우리네 인생을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나이듦의 지혜》의 소노 아야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설가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의 삶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홀어머니 밑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귀에 닥지가 앉도록 교육받으며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상관없이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자랐습니다.

다시 찾아온 절망에 속절없이 무너지게 되었지만 인생은 얄궂게도 소노 아야코에게 놀라운 반전을 선사합니다.

기적적으로 수술이 성공해 시력을 되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밝아진 시력이 보여준 세상은 그녀가 아는 과거의 외롭고 처참했던 고단한 날들이 전부가 아님을 일러줍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처럼 쓰러져가는 이들을 위해 남은 생애를 헌신하기로 합니다.

소노 아야코가 찾아낸 삶의 지혜는 베풂과 자립이었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그의 삶이 자립해 있다는 증거이며, 건강하다는 증명이다. 남들은 물러남을 준비하는 지천명의 나이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개척한 그녀에게 쉰이라는 나이는 인생이 지나온 계절을 헤아리는 숫자였을 뿐이다. 그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그녀는 어둠 속에 갇힌 누군가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빛을 들고 다가갔다. 소노 아야코의 오래된 삶에서 언제나 싱싱한 생명의 냄새가 진동하는 까닭이다. - page 310 ~ 311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현실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삶은 변화될 수 있음을.

책 속의 문학가들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제 그 해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이 없다면 어떤 언어로 오늘의 기분을 바꿀 수 있을까"

또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한 손에 책을 쥐어 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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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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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과 동물, 자연을 존중하는 자연주의자

느린 삶의 아이콘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타샤 튜더'

56세에 정원 가꾸기에 도전하며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비밀의 화원을 만들었고 100여 권이 넘는 그림책을 그리면서 산 타샤 튜더.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그녀의 '그림 인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타샤 특유의 맑고 따스한 감성의 작품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평생 자기만의 속도로 꿈꿔온 세계를 창조해낸

세계적인 동화 작가 '타샤 튜더'의 90년 그림 인생 에세이

타샤의 그림



2007년 첫 출간 후, '화가' 타샤 튜더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로 손꼽히며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이 책.

저는 이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연주의자, 원예가, 요리사...

타샤 튜더를 향한 수많은 수식어 중에서도 언제나 스스로 '화가'라 말했던 타샤.

타샤의 예술가로서의 영감은 어머니에게서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오빠 프레더릭과 나는 큰 욕조에서 같이 목욕을 하곤 했어요. 우리가 목욕을 할 때면 어머니는 곁에서 붓을 빨곤 하셨죠. 물감이 많이 묻은 붓을 꼭 남겨두었다가, 오빠와 내 배에 얼굴을 그려주셨어요. 우리가 배를 쑥 내밀거나 힘을 줘서 배를 집어 넣으면 얼굴 표정이 바뀌었지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바라는 것이 쉽게 손에 들어올 때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화가가 되었어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page 34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과 풍경을 스케치하고 채색하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는 타샤.

"그림은 즐거운 작업이지요.

눈으로 바라본 것을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마치 신이 된 것 같아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타샤의 삶은 그림과는 달랐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나이에 다른 가족에게 맡겨졌었고 결혼 생활은 생활비를 전적으로 그녀가 책임지기를 바랐던 남편.

결국 이혼을 하고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엄청난 집안일을 감당하면서 삽화 작업으로 꿋꿋하게 생계를 해결해 나갔던 타샤에게

그림은 꿈 이전에 삶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타샤의 그림을 좋아하는 건 아마도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에 주목한 능력이 돋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삽화가들과는 구별되게 삶의 로맨틱한 면과 어두운 면(버림받음, 보답 없는 사랑, 죽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타샤의 예술 세계.

그래서 더 아름답고 독창적이었습니다.


70여 년 동안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긴 성실한 예술가 타샤 튜더.

그녀가 남긴 140여 점의 그림을 보더라도 일상을 예술로 만든 화가의 '꾸준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월든』의 구절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타샤.

하지만 점점 지쳐갔던 그녀는 어느 날


"나는 모든 것을 다 해냈어요"


라고 삽화가로서 마지막 여정으로 그려낸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세계는 고독과 마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녀 자신이 온전하게 휩싸이고 싶었던 세계...

그렇게 그녀가 꿈꾸는 마법의 세계에 독특함이 더해진 특별한 책을 끝으로 타샤의 이야기도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장애를 극복할 만큼 강인했고

그 과정에서 부러울 만큼 성공했으며

자신이 그토록 숭배하는 다른 세계를 창조할 만큼 상상력이 풍부했던 타샤 튜더.

그녀가 바라보았던 세상이 독창성과 더해 우리에게 행복과 위로를 선사했던 그림들.

덕분에 잠시나마 꿈을 꾸었고 따스했으며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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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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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날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말.

그러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멈칫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무슨 뜻이냐고 물을 때...

말문이 막히면서...

어?..............................

어른인 저부터 제대로 알고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공부'

어른이기에 더 우리말을 제대로 익히고 사용해야 함에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말은 곧 우리의 삶입니다!"

낯익은 말들 속 숨은 이야기로 배우는 어른의 단단한 말 공부

어른의 말 공부



우리가 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줍니다. 뜨겁고 차갑고 기쁘고 즐겁고 막막하고 쓸쓸한, 느낌을 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말에 담긴 느낌을 서로 나누면서 외로움을 이겨 내고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말은 느낌뿐 아니라 생각과 뜻을 담는 그릇입니다. 맞고 틀리고 옳고 그른 것을 가르는 생각도 말에 담기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뜻도 말에 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담는 그릇입니다. 삶이 뚜렷하고 힘이 있으면 말도 굳세지고, 말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 삶도 제 갈 길을 잃고 맙니다. - page 6

말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자 우리 겨레의 삶이 담겨있기에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되면

저절로 겨레의 삶이 보일 것이고

그러다 보며 말이 사람의 삶을 북돋는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기에

우리말 어원을 찾아가는 일은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책 속에는 너무나 낯익은 말들이, 하지만 이 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의 새로움과 깊은 울림, 사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포문을 열어준 '응어리'

우리는 '마음속에 응어리가 졌다'로 마음속에 남아 단단히 자리 잡게 된 이야기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실 응어리는 열매 속에 단단히 뭉친 것을 뜻한다고 하였습니다.

사과나 배를 베어 먹다 보면 단단해서 더 먹지 못하는 속.

그 의미가 사람 몸으로 옮겨 가면서 의미가 넓혀지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속 응어리가 뭔지는 알아도 사과나 배 속에 있는 단단한 것에 대해서는 모르게 된...

저자는 우리에게 말뜻을 잊어버리지 않게 이렇게 말해 보는 것을 제안했었는데...

"사과 응어리를 씹으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다."

첫 이야기였기에 강렬했고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3.1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만세를 외치다 모진 고문으로 돌아간 유관순 열사.

유관순 열사는 일제 헌병에게 아우내 장터에서 붙잡히게 됩니다.

여기서 아우내는 '아우르다'에서 왔다고 하였습니다.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가 되게 한다는 뜻으로 만세 운동이 있기 전부터 이어져온 이름이 3.1 만세 운동을 벌이기에도 딱 맞는 이름이 되었는데...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를 나오기 하루 전날 돌아가셨습니다. 조금만 더 견뎠다면 살아서 감옥을 나왔을 겁니다. 고문으로 입은 상처를 치료했다면 그토록 바라던 대한 독립을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우내 사람들과 어울려 오래오래 행복했겠지요. - page 62 ~ 63

3월을 맞이하고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에 알게 된 단어 '보람줄'



처음에는 구별하기 위한 표시에 쓰던 '보람'이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보다는 마음속 느낌을 나타내는 것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보람이 있던 자리에 표나 표식, 기호 같은 한자말이 자리 잡게 되는데...

지금부터라도 '보람'이라는 말을 보람차게 써 보는 건 어떨지!

앞서 저자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말 어원을 찾아가는 길은 크고 넓은 길이 아니라 오솔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간 사람의 자취를 따라 천천히 오솔길을 걸어왔습니다.

...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겨레가 살아온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거기 내 삶을 보태어 새로운 말을 나누며 새길을 걸어갈 수도 있겠지요. 말이 곧 삶이니까 말입니다. - page 8 ~ 9

말을 안다는 것은 곧 우리 삶의 방향을 가다듬는 것이고 나아가 세상과 연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우리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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