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신혼 생활을 꿈꾸던 두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남편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서 '은진'에게 '동우'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고, 그 사랑을 자신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었습니다.
「해마」에서 '회영'에게 '시광'은 진창과도 같은 삶을 꽃길로 만들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 후, 남편의 낯선 면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선 「아름다운에 관한 모든 것」에서 친구들과 조촐한 결혼식을 하고 뒤풀이 뒤 의도치 않게 듣게 된 친구와의 통화 속 동우의 말,
"못생긴 거 알지, 누가 몰라. 눈은 단춧구멍 같지. 피부는 멍게 같지. 몸은 돼지 같지. 불 안 끄면 섹스도 못 해. 그런데도 나 같은 날건달 건져 주는 여자가 얘뿐이라서, 내가 만난 애들 중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얘뿐이라서, 그래서 잡았다. 됐냐?" - page 23
동우로부터 평생 그녀가 좇아온 신념이 송두리째 흔드는 비난을 듣고 동우의 사랑에 의심하다 예상치 못하게 동우가 죽게 됩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야 한다.
동우가 죽었다.
내가 사랑한 남자가.
내 남편이.
친구들 앞에서 나와 결혼한 남자가.
결혼한 바로 그날 죽었다.
죽은 이유는......
사고였다.
거리에 나와 방황하던 은진에게 한 노부인이 마치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보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려 줄 수는 있어. 단, 조건이 있다."
"그게...... 그게 뭔데요?"
"네 남편이 살아나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죽게 된 이유도 기억하지 못할 게다. 그것을 절대 일깨우면 안 돼. 그 기억을 돌이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 page 38
그리하여 되살아난 동우.
마냥 좋을 것만 같았지만 점점 그녀를 옥죄이게 되는데...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일은, 진실을 그 자체로 감당하는 일이었다. 그건 결코 가볍지 않을 터였다. 거짓을 계속 껴안고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심지어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가짜 행복이라 해도 지금까지 내가 누려 왔던 것은 행복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게 된 것을 모르게 할 수는 없었다.
결단을 내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동우야, 너 우리 결혼식 날 기억해?" - page 95
다음으로 「해마」에서 결혼하기 1년 전 이들에겐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교차로 맞은편에서 신호를 어기고 중앙선을 넘어 미친 듯이 내달려 오는 BMW.
BMW를 몰던 가해자는 사망, 조수석에 탄 가해자의 여자친구는 중상, 그리고 무사한 이들.
사고가 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자꾸만 악몽이 나타나 남편이 소개해 준 정신건강전문의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느닷없이 교통사고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나타나 묻습니다.
"작가님 남편분, 작가님이 아시는 분이랑은 다른 사람일지도 몰라요."
내 남편이 내가 아는 사람과 다른 사람......?
그 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
"그게 빙의인지, 기생인지, 또 다른 자아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범주의 존재인지는 솔직히 저도 몰라요. 다만, 그게 원래 사람과 다른 존재인 것만은 확실해요." - page 166 ~ 167
희영의 의심은 이제 남편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합니다.
그러다 마주한 진실...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지극한 아내 사랑이 눈물겨웠다. 내 정체를 눈치채고 파헤치지만 않았어도 그의 말대로......
"오래오래 잘 살았을 텐데......" - page 251
읽는 내내 짜릿함을 느꼈었습니다.
닮은 듯하지만 다른...
특히나 이 책에서 주어진 미션까지!
찾아가는 재미까지 더해져 앞으로의 이 프로젝트 행보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갈등 앞에서 우리는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간의 근원적 의심, 상대방과 함께 살고 있지만 상대방의 진실을 다 알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 의지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사랑으로 나아가야 함을, 머리로는 잘 알지만 참으로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너무도 매력적이었던 이 책.
다른 이들도 꼭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