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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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

'캐트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출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역사추리소설의 클래식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

그녀가 그려낼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하며 포문을 열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평화로운 곳, 수도원에서 움트는

인간의 탐욕과 야망, 그리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싼 피의 비극과 진정한 기적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1137년, 영국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한쪽 구석에는 허브밭을 가꾸며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캐트펠' 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라는 과거를 뒤로한 채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 후 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던 콜룸바누스 수사가

대회의실 한복판 바닥에 콜롬바누스 수사가 납작 엎드려 이마와 손바닥으로 대리석 바닥을 때리고 문질러대며 땅에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몸부림치고 있었다. 무릎까지 올라간 수도복 밑으로 드러난 길고 하얀 그의 다리가 허공을 마구 차댔고, 입에서는 육체적 광분 상태에 못 이겨 괴상망측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page 23

발작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를 간호하게 된 제롬 수사는 다음날 아침, 몹시 흥분한 얼굴로 수도원장님께 이르길



이 말을 듣고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수도원장님, 위대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닌 수호성인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경건한 노력이 마침내 계시를 얻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친절하신 성녀께서 제롬 형제의 꿈을 통해 몸소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의 병든 형제를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라 권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 우리를 그다음 단계로도 인도해주시리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녀께서 우리의 기도를 듣고 콜룸바누스 형제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시켜주신다면, 그다음에는 몸소 우리들과 더불어 거하시리라는 희망을 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겸허히 교단의 허락을 받아 그분의 축복받은 유골을 이곳 슈루즈베리로 옮겨 와 그분께 합당한 의식을 갖추어 안치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성녀의 위대한 영광과 우리 수도원의 영예를 위해서 말입니다!" - page 33

그리하여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콜룸바누스 수사, 캐드펠 수사, 존 수사 등 네 명의 수사들이 귀더린으로 떠나게 됩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귀더린.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일생을 바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가겠다며 찾아온 수사들로 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생각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황하게 되고 그 와중에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 리샤르트가

관목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타원형의 작은 풀밭이 나타났다. 관목숲 한쪽 끝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보였다. 아마 리샤르트도 그곳을 통해 빈터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리샤르트는 풀밭에 누워 있었다. 무성한 풀 위에 오른쪽 엉덩이가 놓이고, 양 어깨는 바닥에 닿아 있었으며, 두 팔은 한껏 펼쳐진 채였다. 무릎을 세워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걸친 자세였다. 그리고 가슴께에는 깃털이 달린 화살 하나가, 하늘을 향해 도전적으로 뻗쳐 있는 턱수염과 똑같은 각도로 그의 늑골을 꿰뚫고 비죽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 page 128 ~ 129

화살에 맞아 비참하게 살해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리샤르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 쇼네드, 쇼네드의 연인이자 마을의 이방인 엥겔라드, 쇼네드를 짝사랑하는 페레디르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일까?

엥겔라드가 쇼네드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리샤르트를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마을에 성녀의 분노가 내린 것일까?

콜룸바누스 수사의 발작은 정녕 위니프리스 성녀의 계시를 전하기 위한 신의 안배인가?

캐드펠 수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데...

과연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너 자신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이다." - page 295



와!

진작에 나왔었어야 했던 이 작품!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매력까지.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지루하지 않을까-워낙 어려웠었고 책이 암시하고 있던 책들을 몰라 힘겹게 읽었던-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간만에 매력적인 인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캐드펠 수사'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그.

"겉보기에 성스러운 직분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감춰진 내면은 있는 법이라오. 교단에서 제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지.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소. 십자군으로 종군하기 전까지 난 사라센인들을 명예롭고 자비로우며 예의바른 이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소. 그러다가 그들을 성지의 전쟁터에서 다시 만났지. 그들 역시 평소에는 그곳을 더럽히거나 그곳에서 장사를 벌이는 사람들을 경멸해 마지않았을 거요. 그러나 우리 동맹군들이 그랬듯이 그들도 성지를 더럽히고,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약탈을 하더군. 모두 마찬가지요. 수도복을 입든 평복을 입든 누더기를 걸치든, 그 속에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이 들어 있는 법이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만들어지고 잘 관리되는 이도 있긴 하지만, 본질은 한 가지지, 뭐,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합시다.

..." - page 170 ~ 171

본질은 '사람'이라는 것이.

새삼 또 무서워졌습니다.

그럼에도 '기적'이 찾아와 문득 기쁨과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우리네 이야기.

한 권씩 독파하고 싶지만...

일단 가지고 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마저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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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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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필요한 만큼 낯설어서 신선하고

기대한 만큼 낯익어서 반가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감성 노트.

다시 마주해 봅니다.

글에 취해본 적 있나요?

무라카미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보세요.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런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개 이상의 나라에서 함께 읽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2012년 3월 26일자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전설의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번째 단행본이자 최종판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10년이 넘었던지라 다시 마주했을 때 도통 떠오르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새삼 그때가 떠올랐었습니다.

그때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그의 글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니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섬세하고도 야릇함,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무튼 다시 읽기를 잘했다 여겨졌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뜬금없었습니다.

사자가 샐러드를?

왜?

그 이유가 책 속에 있었습니다.

다만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선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서, 그것이 내게는 약간 문제다.

물론 생각났을 때 바로 메모해두면 좋겠지만, 졸리기도 하고(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베갯머리에 필기구 같은 건 두지 않기 때문에, 아, 됐어,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무얼 쓸 생각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다. - page 12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꿈속에서 교향곡을 하나 작곡하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 1악장 세부까지 고스란히 기억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베를리오즈의 아내는 큰 병을 앓고 있어 막대한 돈이 필요했고 교향곡으론 돈을 벌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교향곡을 잊어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음악은 그의 곁을 떠났다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처럼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까맣게 잊어버리는 편이, 잊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잊으려 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상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자꾸 잊어버려도 좋다는 건 물론 아니지만. - page 15

무엇보다 그에게서 '인생'에 대하여, '삶'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었습니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 page 63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 page 115

인생에는 분명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열심히 사용해볼 시기가 필요하다. 설령 당시는 노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 page 171

이야, 그 토마토 정말로 맛있더군요. 물론 한창 더울 때라 목이 말랐던 탓도 있겠지만 자연의 향, 충분한 수분감, 아삭한 식감, 아름다운 색, 어느 것도 내 생애 최고의 토마토였다. 태양의 냄새가 심지까지 아낌없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 맛 이상으로 내 속에 '좋은 토마토'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저씨가 자신이 키운 토마토에 긍지를 갖고, 그 신선한 성과를 나-새까맣게 그을린 대갈장군에 지저분한 차림을 한 변변치 못한 대학 2학년생-와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준 것이었다. 뙤약볕 아래를 걸으면서 그 토마토를 우적우적 통째 먹으니, '세상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네' 하는 실감이 들었다. - page 214 ~ 215

이렇게 쭈욱 쓰다 보니 그의 다른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

그런 시선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다시 역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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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책이나 글은 우선 제목부터 달라요.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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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이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됩니다.

취미라...

"아... 전 취미가 딱히 없네요..."

취미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머뭇거리는 1인.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난 뒤면 왠지 모를게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취미도 없이 살고 있는지...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취미.

저도 이 책의 저자로부터 '취미' 하나는 가지고파 읽게 되었습니다.

15만 팔로워 보유,

화제의 인스타툰 작가 '박구석'.

우선 그의 취미는 무엇일지...?!

지금, 즐겁게 살고 있나요?

취미로 일상의 재미를 채우는

방구석의 취미 탐구 생활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그도 처음부터 취미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이렇다 할 취미 없이 무색무취의 일상을 보냈고, 이따금 취미가 대화 주제로 오를 때마다 '취미'라는 말이 주는 묘한 부담감에, 남들보다 잘하고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말을 고르다가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넘겨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취미의 진정한 의미로부터 취미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취미'란 무엇일까...?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밑줄 쫘~악!!)

그리하여 그의 삶과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볼 '취미의 세계'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가 멋있어 보여서 독서를 시작하는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가 되고 싶어서 집 근처 하천을 따라 달리기를 시작하고,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입고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든 채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영장 새벽반에 등록하고,

모든 예술적인 공간에 식물이 있었기에 자신의 작업실도 예술가 느낌을 내기 위해 시작한 식물 키우기 등

일단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해보며 차곡차곡 취미 생활을 이어간 그.

그러고는 깨닫게 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뺄 수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을.

모든 취미에는 조금씩 인생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재미 탐험 전문가 방구석 작가로부터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포문을 장식했던 '패션 독서'란 말을 듣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있어 보이려고' 책을 읽는다.

어찌 되었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또다시 떠올랐던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듣게 된 이 말.

"힘 빼세요."

말은 쉽지... 그게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힘 조절을 잘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또다시 힘이 들어간 어깨에 천천히 호흡을 하며 힘을 빼 봅니다.

그의 취미들이 하나같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하나같이 재미있어 보이고 있어 보이고...

그리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넌 재밌어 보이는 게 없니?

그러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생각을 하기 전 다짐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취미란!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는 것을.

그저 내가 즐거우면 취미다!

그렇기에 재밌어 보이는 것들에 망설임 없이 시작해야 함을.

저도 곧 하나둘 취미를 수집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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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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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몰랐었습니다.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이 아직까지도 그 작동 원리에 관해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의식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의식 이론 중 가장 설명력이 뛰어난 이론인 통합 정보 이론의 체계를 수립한 줄리오 토노니에게 사사하고,

유명 경제 전문지 <포보스> 가 선정한 '30세 미만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과학 부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오늘날 신경과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에릭 호엘'.

그가 이 책에서 오늘날 의식 연구가 처한 어려운 문제와 자기모순의 역설 등을 거침없이 전개해나간다 하였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의식'에 대해 저도 이번을 기회로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과학은 의식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의식을 둘러싼 '세계 너머의 세계'에 가닿기 위해

한 젊은 신경 과학자가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첨예한 질문들

세계 너머의 세계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 두 가지로 수렴된다고 합니다.

내재적 관점은 우리 내부를 향해 시선을 두어 생각과 느낌, 기억, 성향, 감정, 감각, 지각, 혼란, 환각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의식적 흐름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 언어는 내재적 관점을 취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내재적 관점과 정반대인 외재적 관점은 우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두어 어떤 현상으로부터 그것의 특질과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관점이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각자 자기만의 궤적을 그리며 발달해 온 동시에 시기에 따라 혼재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무렵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시금 저울》이라는 저서에서

"수학의 언어를 인식하는 법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어두운 미로 속을 하염없이 헤매게 된다"

라며 과학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즉, 내재적 관점을 외재적 관점에서 분리해야 하는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과학 자체에 외재적 관점만을 명확하게 적용했지만...

과학이 내재적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백히 드러나게 됩니다.

신경 과학과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게 되고, 우리는 뇌를 겨우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식 과학으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다시 통합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남겨진 과제였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식의 지평에 가닿기 위해 세계 석학들이 지금까지 해온 열띤 논쟁들을 소개하고,

이와 더불어 오늘날 신경과학이 마주하게 된 어려운 문제들과 역설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을 야심 차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이탈리아 신경 과학자 팀이 우연히 점심을 먹다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카크 원숭이가 신경 과학자 팀이 음식을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뉴런들이 펑! 펑! 하는 소리를 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전운동 피질의 뉴런들은 마카크 원숭이가 손을 움직일 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 과학자 팀이 포크를 들어 올려 마카크 원숭이가 갈망하는 음식을 먹을 때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은 기능적으로 시간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다른 종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심지어 다른 종들과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종들의 행동도 이해하도록) 신경 기반을 형성하는 부차적인 목적도 가져야 한다. - page 86 ~ 87

다른 개체의 특정한 행동을 보고 거울처럼 그 행동을 자신에게 투사하여 직접 행동하지 않아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뉴런을 '거울 뉴런 mirror neurons'이라 하며 이를 주제로 하거나 이를 인용한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뜨거워졌지만...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인기는 시들해지고 맙니다.

그럼 인간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신경 과학이 수렁에 빠진 이유는 진화된 뇌가 설정한 목표를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진화된 뇌가 존재하는 이유다. 뇌의 모든 영역이나 기능적 구성 요소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작동하며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의식은 다른 모든 인식적인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뇌에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틀과 같다. - page 119

바로 '의식'이라는 점.

한동안 의식 과학은 가학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누락한 유사 과학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델만에 의해 과학의 범주로 포섭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호엘은 제럴드 에델만이 연구했던 방식인 이론적 접근 방식의 계보를 따라 의식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호엘에 따르면 의식 이론이란 '시스템이 가진 경험이 무엇인지를 (경험의 공간 밖에서) 예측하여 만든 예측도'로 추상적으로 물리적 상태와 정신적 상태를 연결시켜 의식을 총체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의식 연구...

아마도 저자는 이 말을 전하고자 앞서 많은 이야기들을 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이 항상 보편적으로 매우 날카롭고 예리하게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과학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개념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지지해준다. 또한, 우리를 억누르기보다 오히려 개선시킨다. 그런 상황을 과학의 위안이라고 칭하자. 우리는 털이 없는 유인원일 수도 있지만, 의식을 둘러싼 역설들이 입증했듯이, 실제로 다소 특별하고 독특하게 의식을 갖추고 있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 지대를 탐구해야 한다. - page 375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열띤 논쟁 속에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의식'.

(저도 미지의 영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럼에도 더없이 매력적일 학문이었던 '의식 과학'.

저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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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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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편지나 전화, 인터넷 매체 등 통신 수단을 사용해 사귀고 교류하는 친구를 가리키는 영어 어휘이다 _ 나무위키

지금은 '펜팔'이란 말을 알까나...

저는 알고 있지만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끔 이런 책들을 만나면 반갑기만 합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안 해보았기에 미련이 남아서 재미있게 느끼는 것인가...?!)

이렇게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역시나 남의 것을 몰래 보는 재미란...!)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

취향이 다른 두 책방지기가

읽고 쓰는 삶에 대해 나눈

서른여섯 번의 책 편지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작가와 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일명 아독방)'의 주인장 '박훌륭' 작가.

이 책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두 명이 책과 뒤엉켜 사는 생활에 대해 주고받은 서른여섯 편의 편지였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며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던 두 책방지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그 일환으로 서로가 읽어온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난여름과 여름 사이 1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에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 육아의 어려움과 책방 운영의 고충, 책방 이용법 등 두 책방지기의 취향과 취미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우리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진행형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주디스 리치 해리의 《양육가설》이란 책이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야기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뜻하는 기존의 양육가설에 대한 비판 연구인 이 책.

책은

다만 우리가 믿고 있는 부모양육의 중요성과 그에 따라 느끼는 죄책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는 이야기를 근거와 함께 말해주고 있는데...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 집단과 함께 자기 삶을 만들어나간다"

라는 문장.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만 울타리를 쳐주는 내 모습, 죄책감, 두려움...

저도 688쪽의 《양육가설》을 읽고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요즘에 꼭 읽어야 할 김기창의 소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작가는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며 지구가 처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위함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정서로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행동까지 움직이게 한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조금씩 아열대기후로 변하는 우리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내가 늙어버린 여름》 《우리는 왜 불평 등을 감수하는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말을 부수는 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 등의 책을 통해 가난과 차별, 불평등, 나이 듦, 여성의 글쓰기, 자기실현을 논하며 어느새 두 사람의 교감이 읽는 독자들에게도 또 하나의 실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처럼 책으로 연결되어 편지를 나누기도 하고 백 년 전 쓴 글로 인해 오늘이 두근두근하기도 하니까요. - page 29

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것.

그렇기에 저도 또다시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두 책방지기가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몸과 마음을 깨치는 마흔다섯 권의 책들.

저도 하나씩 차근히 읽어가며 이들의 편지 속에 제 이야기도 조심스레 넣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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