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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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어쩌다 내 책장에 존재하고 있을까...?!

읽지도 않았던...

그런데 지금까지 책장에 존재하다니!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동물'이 들어간 책을 읽는 미션이 있었기에 드디어 책장에서 빠져나오게 된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멋! 정말 그러네!

왜 왕자들은 그토록 떠돌아다녔는지...

마음에 드는 공주를 찾기 위해서였을지...

그들의 속사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마 탄 왕자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떠돌이 구혼자였다!"

월트 디즈니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미처 담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

너무 아름답거나 너무 잔혹하게 날조된 명작 동화의 세계를 복원한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늑대 인간과 마녀가 숲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은 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갔을까?

빨간 머리 앤이 금발이었어도 길버트와 싸웠을까?

늙은 왕비가 항상 젊은 공주에게 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루마니아의 민족 영웅 드라큘라는 어떻게 섹시한 흡혈귀가 되었나?

카렌이 몰래 빨간 구두를 산 것은 어째서 죽을죄인가?

레 미제라블은 파리의 하수도 고증 자료로 쓰인다?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가진 적이 없다?

왕자와 거지는 왜 똑같이 생겼을까?

그동안은 별생각 없이 읽었던 동화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도발적인 질문들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백설 공주』, 『빨간 모자』 와 같은 고전 동화에서부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레 미제라블』, 『해리 포터』처럼 비교적 최근에 씌어진 명작 소설에 이르기까지 총 27편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세계사의 숨은 뒷얘기를 발굴해 내고

선악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더없이 친근하고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당대의 인물들을 되살려

내었습니다.

이야기가 이리도 풍성할 줄이야!

명작동화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파헤치며 마주한 기가 막힌 반전의 세계사.

'동화'로 시작하였지만 '세계사'가 되었던 이 책.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 거구나!'

책장에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선!

왜 왕자들은 그렇게도 떠돌아다닌 것일까?

그 많은 싸돌아다니는 왕자들은 "네 운을 시험해 보라"며 고국에서 등 떠밀려 쫓겨난 젊은 기사들이었다. 물려받을 유산도 거의 없고 장차 실업자 신세인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웃 나라 외동 공주와 결혼함으로써 처가의 왕국을 물려받아 공동 왕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자들은 공주가 한눈에 반할 수 있도록 현란한 말솜씨와 에티켓, 기사도를 몸에 배도록 수련해야 했다. 유리관 속의 백설 공주가 자기 스타일의 여성이 아니어도, 심지어 100살쯤 연상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100년 동안 이를 닦지 않아 입 냄새가 진동해도 꾹 참고 키스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아, 슬프지만 이것이 바로 소녀들이 한 번쯤 꿈꾸던 백마 탄 왕자, 프린스 차밍의 정체인 것이다. - page 20

환상에서 현실이 되는 순간!

환상이 깨지는 소리... 들리시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

앤은 자신의 빨간색 머리카락을 놀린 길버트를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며 몇 년 동안 어떤 식의 사과도 받아 주지 않았었는데...

또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으로 염색을 시도했다가 초록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몽땅 자르는 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는데...

왜 앤은 이토록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혐오했을까?

게르만족의 후예인 서북부 유럽인들과 그들의 후손들인 앵글로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다수의 게르만족이 가진 금발 머리를 아름답고 정상인 것으로 본 반면, 자신들이 몰아낸 켈트족에게 흔한 빨간 머리는 추하고 비정상인 것으로 본 것이다. 즉, 빨간 머리 혐오에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박해가 깔려 있다. 금발에 푸른 눈이 다수인 서북부 유럽에서는 빨간 머리가 마녀로 여겨지지만 흑발에 갈색 눈이 다수인 남부 유럽에서는 오히려 푸른 눈이 마녀로 몰렸다는 사실이 이런 소수에 대한 박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page 47 ~ 48

빨간 머리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다수가 소수에게 가하는 억압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문학과 역사 속 빨간 머리의 여성들은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매력적이고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현재까지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음에!

어디선가 빨간 머리 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였습니다.

아이에게 권하면서 동시에 저도 다시 읽어야 할 책이 생겼습니다.

프랜시스 버넷의 『소공녀』.

이 소설은 역사책 읽기가 사람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 page 198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공주 같은 대우를 받던 세라가 지붕 밑 다락방으로 쫓겨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릴 때, 추위보다 더 차가운 멸시를 받을 때,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읽은 역사책 속의 내용을 떠올리며 그 힘든 상황을 이겨 나가기 때문이다. - page 198

교장인 민친 선생이 죄 없는 자신을 다락방에서 살게 하며 월급 없는 하녀로 굶기면서 부리는 것에 매우 부당함을 느끼며 자신이 바스티유 감옥의 죄수라는 상상을 하면서 자신의 꿋꿋한 정신을 지켜 나가려 합니다.

더불어 왕과 귀족의 부당한 억압에 저항했던 혁명의 역사를 읽으며 자신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반항심을 혼자 몰래 분출했을지도 모르는...!

이렇게 쫓겨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자신에 빗대어 생각하는 세라를 보면 세라의 공주병이 참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주병이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라의 공주병은 자신의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주위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부리려고만 하거나, 멋 내기에만 신경 쓰는 그런 안하무인의 공주병이 아니니까 말이다. 세라는 가난한 하녀의 처지가 되었어도 늘 자기보다 가난하고 배고픈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자신의 빵을 양보하는 진정한 공주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런 세라의 긍정적인 공주병은 역사책 읽기를 통해 성립되었기에, 동화책 읽기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려는 내게 『소공녀』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 page 203

근데...

이 사실을 모르고 다시 『소공녀』를 읽더라도 그저 재밌게만 볼 듯한...

하하핫;;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으니...

원래 하나의 공통된 모티프를 가진 구전 설화는 시대와 지역의 차이를 두고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의 어린 친구들이 읽는 신데렐라는 오직 하나, 페로 본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만화뿐이다. 이런 현상은 맥도날드가 전 세계를 지배하며 아이들의 입맛과 사고를 획일화시키고 비만을 유발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다양한 옛이야기 해석과 성숙의 권리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나는 요구하고 싶다. 우리는 여러 판본으로 여러 민족 간에 다양하게 계승되어 온 신데렐라 이야기들을 돌려받아야 한다. 당시 역사와 사회 현실을 반영하여 형성된 이야기는 다시 그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획일화된, 그것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교훈을 강조하는 한 가지 신데렐라 이야기만을 접하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신데렐라를 만날 권리,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 성숙할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 page 310 ~ 311

그럼 우리의 신데렐라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고전을 읽다 보면 <작품 해설>이 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고전을 배경지식을 전해주면서 해설을 해 줌으로써 비로소 이해가 되었는데...

역시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음에.

그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 나는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고전을, 동화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지만...

아직은 손보다 눈길만 좇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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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s Reading Ground (해커스 리딩 그라운드) Level 2 - 내신 대비 워크북 제공ㅣ독해 실력과 내신 점수를 속성으로 잡는 중학 영어 독해 교재 Hackers Reading Ground (해커스 리딩 그라운드)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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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가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엄마!

엄마도 영어 공부한다면서?

왜 안 해?

왜 나만 해?"

혼자 공부하는 게 억울한 우리 아이.

그리고...

아...

그랬었지...

매년 목표가 '영어 공부'였었지...

새삼 아이가 깨워주었습니다.

이미 올해도 반은 지났기에 내년을 기약할까 했다가...

어?!

이 책 재밌겠는데?!

제 시선을 사로잡은 이 책.

이번에야말로 공부를 해보고자 합니다.

탄탄한 실력을 속성으로 완성하는 중학 영어 독해서

Hackers Reading Ground Level 2



"중고등영어 교육 1위, 해커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그리고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영어 독해가 재미있어지니까!>

1 최신 이슈 및 트렌드가 반영된 흥미롭고 유익한 독해 지문

2 다양한 사고력 문제로 지문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드는 문해력+

3 지문과 관련된 재미있는 추가 정보로 상식을 키우는 배경지식

<독해+서술형+어휘+작문+문법을 다 잡을 수 있으니까!>

4 필수 문법 포인트 30개로 문법 문제를 확실히 잡는 Grammar Ground

5 학습한 내용을 확실하게 점검하는 Review Ground

6 내신 시험지와 서술형 문제를 그대로 담은 내신대비 추가문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특히나 Workbook을 통해 끊어 읽는 직독직해 하는 요령을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푸는 것을 중시 여기는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습니다.

이제 첫 문제를 풀어보려 합니다.

두근두근...

과연 결과는...?!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오랜만에 문제를 풀어보니 너무 재밌었습니다.

꼭 공부하라고 할 땐 싫더니...

하하핫;;;

이 느낌 그대로 계속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너무나도 유용한 지문.

세련된 구성.

기분 좋은 스타트!

지금부터 이 책과 함께 탄탄히 실력을 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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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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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추리소설 작가

일본 미스터리·추리소설계의 거장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존재하였습니다.

바로

'에도가와 란포'.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 상'은 현재까지도 일본 추리소설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저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받은 작품들은 읽어보았지만 막상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의 작품을 만나고자 합니다.

왜 이번이었을까...?

그의 진정한 매력은 미스터리를 가득 머금은 단편 기담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하였기에 이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란포 세계'

직접 경험해 보겠습니다.

이 책을 덮은 후, 당신은 섬세하고 기괴한 매혹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초대하는 서늘한 물살 속에서

한 줄기의 땀이 등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싹함에 사로잡히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책 속엔 1924년 발표된 <쌍생아> 부터 1931년 발표된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까지, 에도가와 란포만의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한 상상력으로 쓰인 기담 16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잔혹하고 기괴한 기담을 넘어서 인간의 가장 추악하고 처절한 내면이 담겨있었던 '란포 세계'.

그래서 마냥 섬뜩한 것이 아닌 끔찍한 우리의 본모습에 치가 떨렸었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형을 죽이고 형 행세를 하며 계속된 살육을 벌이는 남자의 이야기인 <쌍생아>.

결코 형을 원망해서가 아닙니다. 악인으로 태어난 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저 쾌락을 얻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 page 13

형을 죽인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시하는 그.

하지만 저로서는 형제이기 때문에 도리어 죽일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경험이 있으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간에게는 자신의 혈육을 증오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 감정에 대해서는 소설책 같은 데서도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오직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타인에 대한 그 어떤 증오보다도 한층 더 견딜 수 없는 종류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저처럼 얼굴까지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의 경우에는 정말이지 극도로 참을 수 없어지는 것입니다. 딱히 어떤 이유가 없더라도 그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혈육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죽이고 싶어지는 것이지요. - page 17 ~ 18

범행에 대해 합리화시키며 '지문'을 이용한 트릭.

결국 자신임을 밝히게 된 어리석음에...

그리고 살인이나 죽음이 깃들지 않더라도 강렬했던 <인간 의자>.

여류 작가에게 한 통의 편지(?)가, 아니 원고가 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목도 이름도 없이 갑자기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되는데...

어쩐지 기묘하면서도 불길함 예감이 들었지만 그런 면이 도리어 호기심을 자극해서 읽게 됩니다.

보기 드문 아주 추악한 얼굴을 가진 그.

전 어째서 이토록 죄 많은 사람으로 태어났을까요? 왜 이렇게 추하게 생겼으면서도 가슴속으로는 남몰래 격렬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걸까요? 괴물 같은 얼굴에다가 지지리도 가난한 직공에 지나지 않는 제 현실을 잊고 당치도 않게 달콤하고 호사스러운 온갖 '꿈'들을 그리고 있을까요? - page 88

그리곤 엽기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데...

바로 의자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신기하거나 기이하거나 기분 나쁜 갖가지 경험을 했지만 결국 이렇게 글을 쓴 목적이 있었으니...

부인이 의자 속에 있는 저의 존재를 의식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염치없는 소리지만 저를 사랑해주셨으면 하고 바랐답니다. - page 105

까악!

소름 끼친 대목.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애벌레>.

전쟁으로 인해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마치 살덩이로 만든 팽이처럼 몸을 들썩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인.

불구자가 된 자신을 보살피며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처절한 육욕에 빠져버린 아내.

그런 아내를 향해

'용서해'

라며 가타카나 석 자를 남긴 채...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그 황급한 순간에도 도키코는, 칠흑 같은 밤에 애벌레 한 마리가 마른 나뭇가지를 기어 다니다 가지 끝에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하니 바닥 모를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마치 환영처럼 그리고 있었다. - page 313

아내에게 남긴 이 메시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생의 아이러니가 불쾌함이나 그로테스크한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불온한 내면과 불안한 시대상을 촘촘하게 엮어 구축한 '란포 세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짜릿하고도 진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미스터리하고도 기괴한 기담들.

우리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의 내면엔 누가 있는지...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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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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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가치 읽는 독서에서 핫한 이 책.

마냥 핫하기만 했다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사람들의 평도 좋았었습니다.

그렇다면 읽어야지!

『훌훌』 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과 제14회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이룬 '문경민' 작가.

"쉽사리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정확하게 표현" _유영진,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심사평

한다는 평을 받는 그가 이번 책에서도 수많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변화무쌍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데...

저에겐 그와의 첫 작품인 이 책.

어떨지 기대되었습니다.

하고 싶다,

되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모든 욕심이

무너지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복어



내 별명은 청상가리. 조폭은 아니다. 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키는 164cm에 몸무게는 55kg. 김두현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간혹 뒤에서 나를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놈들이 있다. - page 5

금강복집 손자인 두현.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청산가리를 먹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로 인해 그의 별명이 된 청상가리.

그런데 두현은 스스로를 '복어'라고 칭합니다.

왜...?!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입안에 니퍼 같은 이빨이 있고 내장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서였다. - page 24

사실 엄마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걸 알았을 때,

아버지가 엄마에게 내던진 말을 기사로 읽었을 때,

두현의 마음에는 복어의 독보다 더 진한 독이 맺혔습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제든 뜨끈한 복국을 내어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곁에 있었기에,

그리고 어떤 문제든 같이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준수가 있었기에

소박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쇠를 깎는 밀링을 배우며 미래를 탐색하던 두현과 준수는 인문계에서 전학 온 재경이 귀금 코리아 장귀녀 사장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며 사회로 나가게 되면 벌어질 일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현장 실습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재경의 오빠 재석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끝까지 시위를 벌이는 재경.

"당신 같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죽을 곳으로 몰아넣는 거야."

떨리는 재경의 목소리가 집 안 공기를 휘어잡았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여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 page 107 ~ 108

그리곤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후진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현실은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때마다 초조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압박감은 결정을 해야만 해소될 수 있었다. 재경의 말마따나 우리는 시간 부자였지만 시간은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에 떠밀려 간다는 점에서 세상 모두는 평등했다. - page 133 ~ 134

더없이 가혹하기만 하였습니다.

10월이 되면서 두현은 마음을 다잡지 못합니다.

엄마의 기일이 있는 달이자 감옥에 간 아버지의 출소일이 머지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현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준수와 재경을 보며, 이제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면하고 무마하려 했던 비극적인 가족의 진실과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결심하게 됩니다.

이제 아버지에게 갈 차례였다.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은 존재했다. 조건에 매여 살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자격은 아닐 것이다. 잘 살아갈 조건, 행복할 조건 같은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잘 살 자격, 행복할 자격 같은 말에는 '뭐라는 거야?' 하며 눈을 치뜰 것이다. - page 185 ~ 186

세상살이는 버겁고 회복은 더디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한 두현, 준수, 재경.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봅니다.

슬픔이, 좌절이, 원한과 분노가 삶의 힘이 되기도 한다.

영혼을 잠식했던 독이 두현의 에너지가 되었길 빈다.

그렇게 길러진 야성으로 두현은 만만치 않은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_ 문경민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터에서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었으면 했다. 억지로 근무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내 몫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했다. 이것이 나의 욕심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더하자면 세상을 밝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page 186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이 역시도 우리에겐 희망이라는 사실이 더 안타까울 뿐이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어른들의 몫에 대해 또다시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복국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뜨끈하고 말간 국물.

시원한 미나리 향.

저도 복국을 먹으며 한껏 날아오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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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외 지음, 홍수연 외 옮김 / B61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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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재치 그리고 비애를 적절히 혼합해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이 소설을 덥석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이 소설은

찰스 디킨스윌키 콜린스의 콜라보 추리소설!

이라 하였습니다.

윌키 콜린스...?!

솔직히 몰랐었는데 그는 『흰옷을 입은 여인』, 『월장석』 을 비롯한 다수의 소설을 남겼고, 『월장석』 은 현대 추리소설의 시초이며, 현대 추리소설의 기본 규칙을 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니... 이리도 대단하신 분이셨다니...!

이렇게 또 한 분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두 거장의 콜라보 추리소설!

잔뜩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아직 현대 추리소설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시기,

영문학의 두 거장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는

지워진 편지 속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낼까?

사라진 5백 파운드의 행방을 찾아라!

바다에서 온 편지



책장을 열어보니 두 거장이 주축이 되어 여러 작가들이 공동 집필한 작품이었습니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

사실 『바다에서 온 편지』 의 영문판은 무수히 많은 해외 출판사에서 발행해 판매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원본에서 3장과 4장을 뺀 1, 2, 5장만을 책에 싣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온전히 디킨스가 쓴 글만을 선별해서 출간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는데...

하지만 이 책은

국내 최초 완역본!

이라는 것.

그래서 더 의미 깊었습니다.



치렁치렁한 푸른색 코트와 푸른색 바지를 입은 조르간 선장.

선장은 자신의 길고 치렁치렁한 푸른색 코트 가슴팍에 난 깊은 주머니에서 단단한 사각병을 꺼내게 됩니다.

그리고 운을 띠우는데...

"고향으로 향하던 내 마지막 항해에서." - page 30

남미에서 리버풀로 향하는 마지막 항해에서 거센 폭풍을 마주하게 된 그.

폭풍에 실려 표류하고 또 표류하던 중 어떤 섬을 마주하게 됩니다.

섬을 탐색하던 중 바깥쪽 암초 안 해초 더미 속에 병을 발견하게 되는데...

"지금 보고 있는 바로 이 구겨지고 접힌 종이를 발견했네. 보다시피 그 바깥에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었네. '이것을 발견하는 누구라도 고인이 정중히 부탁하니, 내용을 읽지 말고 영국 북데번주 스티프웨이스에 사는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전해주시오.' 성스러운 임무지." - page 33

그리하여 조르간 선장은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건네주었고

"이건 불쌍한 제 형의 필체예요!" - page 33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불쌍한 아버지의 5백 파운드'라는 대목을 가리킨 젊은 레이브록.

"전 아버지가 이 돈과 관련해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혹은 상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형이 바다 무덤에서 도난당한 돈이라고 엄숙히 경고한 마당에." - page 38

진상 규명을 하고자 젊은 레이브록은 떠나게 됩니다.

조르간 선장과 함께.



그러다 이들의 여정 중 뜻밖의 일을 마주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알프레드!" 내가 말했습니다. "나를 알아보겠어?" 동생의 내면에 설명할 수 없는 억눌린 공포가 있는 듯했고, 내 목소리가 그 공포를 불러일으킬까 봐 두려웠습니다. 나는 재빨리 동생의 손을 잡고 다시 말했습니다. "알프레드!" 내가 말했습니다... - page 170

죽은 줄 알았던 형을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의 명예와 5백 파운드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야기.

책장을 덮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났었습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 안에 4~5개의 이야기가 포함된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중심 이야기는 사라진 5백 파운드에 대한 행방을 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4~5개의 액자소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가족과의 이별, 외딴 여관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 산행 중 발생한 사고, 배의 ㄴ난파 사고로 인한 고립 등 일상생활과 갑자기 분리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라든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자발적 분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뒤틀림까지...

이 얇은 소설 속에 압축되어 있었던 모든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지리적 분리나 물리적 고립,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소통의 단절이 진실을 얼마나 모호하게 하는 최악의 악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틀이 잡히지 않았던 시대의 글이었기에 감안을 하고 본다면 아마도 짜릿한 매력을 지녔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뭐... 그랬습니다.

그리고 1, 2장을 읽고 난 뒤 3장의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음... 뭐지?!

마치 폭풍에 실려 표류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다행히 4장에서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 2, 5장만 실은 책이 많다고 했던 말이 이해되었고...

그럼에도 완역본을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저자의 의도를.

누군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꼭 완역본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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