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 불완전한 우리 삶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
티아 루 지음,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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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울림이 있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삶에서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걸까...?

괜스레 책을 펼치기 전에 물어봅니다.

과연 이 그림책에서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기대하며 펼쳐보았습니다.

2021년 영국 dPICTUS 심사위원이 뽑은 최고작 선정!

영국 세바스탄 워커 어워드 수상!

2023년 골든 핀휠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50인 선정 작가!

다름의 열결 그리고 기쁨

우리 삶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

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한 곳에 뿌리내린 커다란 오크나무처럼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이 마을에만 머무는 카페 주인 '댄'이 있었습니다.

그는 늘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난 여기 있을 테니 언제나 들러."



떠돌아다니는 갈매기처럼 항상 날개를 펼친 채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뱃사람 '아키'가 있었습니다.

그도 늘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있잖아, 내가 그리로 갈게!"



이 둘은 각자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만

댄은 다른 지역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아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오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면

자신이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럴 때 이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댄은 카페에 오는 손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선물한 기념품을 액자에 넣어 카페 벽 한 곳을 가득 채우며 마치 작은 창처럼 액자가 세상 이곳저곳을 보았고



아키는 뭍에 닿으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찍은 사진을 여행 노트에 붙여 볼 때면 마치 집에 온 듯 포근한 느낌을 받으며



삶을 채우고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둘은

그런 순간에,

그들은 세상에

아주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서로 머물고 떠나는 대조되는 두 삶을 통해 우리 내면 안에서 충돌하는 두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마침내 두 마음이 함께 연결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본질을 바라보게 해 주었던

이 그림책.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다름을 포용하고 존중하고 연결하며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를 채우고 완성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마음을 담아 한 장 한 장 물끄러미 바라보았었습니다.

눈과 마음이 머문 곳으로부터 위로를 받게 된...

오랜만에 느껴본 감동이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의 삶은 외롭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고 경이로울 수 있음을 새삼 보여준 이 그림책은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더없이 좋을 책이었습니다.

저에게 이 그림책은 오랫동안 제 곁을 지켜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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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닿으면 팜파스 그림책 11
김지원 지음 / 팜파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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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달라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천과 실을 이용한 아플리케 자수로 작업된 특별한 이야기인데!

천이 주는 부드러움과 제목으로부터 건네받을 따스함에 그만 아이보다 제가 먼저 읽어보려 합니다.

과연 누구의 진심이 닿을까...

모아와 나무새,

그리고 특별한 친구들.

함께 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진심이 닿으면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아가는 새를 관찰하는 '모아'.

모아는 숲속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나무 조각, 나뭇가지, 나뭇잎을 주워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완성했다!"

바로' 나무로 만든 새'였습니다.



정성껏 만든 나무새를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이게 뭐야? 가짜 새잖아."

"이상하게 생겼어."

"쓸모도 없는데 왜 만든 거야?"

"하하하"

친구들의 놀림에 그만 슬퍼진 모아.

진심을 담아 만든 나무새를 꼬옥 안은 채 깊은 숲속에 와

나무에 얹어 놓고

냇물에도 살며시 띄워 놓았고

하늘로 멀리멀리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모아와 나무새에게 특별한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이건 누가 만들었을까?"

"내가 느꼈던 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

"우리 같이 찾아보자."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닿은 진심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는데 친구가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상처를 받게 됩니다.

또한 나 역시도 친구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진짜 친구라 할 수 있을까...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심이 닿아 끈으로 연결되는 과정임을, 나아가 그렇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모아와 친구들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이 책을 읽어보고는

"사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친구들이 못 그렸다고 해서 속상했어.

근데 나중에 ○○가 나에게 와서 자기 꺼도 하나 그려달라고 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난 ○○이랑 제일 친해."

"그랬구나. 너도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주면서 칭찬해 주고 서로 알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단다."

"알고 있거든요."

그러고는 책을 덮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그리는 캐릭터를 그리는 아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 씁쓸해지곤 했지만...

아무튼, 그림만으로도 다정하고도 따스히 말을 건네주었기에 읽고 난 뒤엔 누군가 살며시 안아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책 속엔 QR코드가 있었는데 들어가 보니 '북트레일러' 영상이었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들어진 이 책.

그 정성도 따스함에 한몫을 한 것임에...

저도 오늘은 제 진심을 다해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할까 합니다.

과연...

제 진심도 닿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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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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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구성, 위트 있으면서도 경쾌한 글, 개성적인 등장인물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일본 대표 작가 '이사카 고타로'.

'아사카 월드'

저도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껴 꽤나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사카 고타로의 특기가 모두 담긴

'이사카 월드'의 팬에게는 반가움 가득한 '베스트앨범'이,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독자에게는 이 한 권으로 '이사카 월드'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

된다고 하니 팬으로서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

과연 이번엔 어떤 인물들이, 얼마나 정교하고도 기상천외한 사건들로 우리를 안내할지 읽어보았습니다.

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와

소설 속 기묘한 2인조 사냥꾼

두 이야기가 교차할 때 세계가 변한다!

페퍼스 고스트



페퍼스 고스트(Pepper's Ghost)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수법.

다른 곳에 숨겨진 물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중학교 국어 교사 '단 지사토'.

그에게는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에게, 아버지로부터 단에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체질 같은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비말을 옮긴 사람이 내일 겪을 일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마치 '선공개 영상'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하면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번쩍 터졌습니다.

등받이가 보인다. 신칸센 좌석이다.

그 재채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건 사토미 다이치가 보는 장면이다. 즉, 그가 신칸센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다.

3인용 좌석이고 옆에 사람이 있다. 가족과 여행을 가는 걸까 생각했을 때, 그 장면이 크게 흔들렸다. 차체가 비스듬해질 만큼 크게 기울었다. 어디선가 페트병이 날아왔고 천장에 가까운 수하물 선반에서 가방이 굴러떨어졌다.

차멀미 비슷한 감각에 휩싸이더니 스크린이 깜깜해졌다.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장면이 사라졌다. 그 대신 거실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 page 35

자신이 담임하는 반 학생인 사토미 다이치가 탄 기차가 탈선 사고에 휘말리는 장면이 보인 것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충고를 들었는데...

좋지 않은 '선공개 영상'을 보았을 때 '신경 쓰면 안 된다' '잊어버려라' 하고 자기 자신을 타일러도 마음속에 앙금은 남고, 그런 일이 계속되면 우울해진다. - page 66

어떤 사람의 미래를 알게 되었더라도 그 사람에게 전하지 않는 게 낫다고 했지만 다이치가 걱정된 단은 은근슬쩍 자신이 아는 점쟁이가 전해줬다며 그에게 알리게 됩니다.

덕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다이치.

다이치의 아버지는 감사 인사로 그를 찾아오지만 오히려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단에게 엄청난 일들이 닥치게 되는데...

한편 단의 학생 '후토 마리코'.

마리코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린 '고양이 도살자'와 그를 부추긴 시청자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를 찾아 복수하는 2인조, '러시안블루'와 '아메쇼'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러시안블루와 아메쇼 콤비는 다음 타깃으로 정한 고지모의 집으로 향했으나 이미 그는 납치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네, 안녕하세요. 고지모 사냥꾼입니다. 고양이에게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하라쇼, 아메쇼, 마쓰오 바쇼." 남자는 구슬이 달린 끈 같은 물건을 빠르게 돌리고 있었다. 아메리칸 크래케라고 불리는 장난감과 비슷하게 생겼다. 씽씽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또 재미없는 말장난을 하는군, 하고 다른 남자가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탄식했다.

후토 마리코의 소설에 나오는 두 사람 아닌가?

마침내 머리가 이상해진 모양이다. - page 267

소설은 소설 속 등장인물인 고지모 사냥꾼, 그리고 교사 단을 축으로 진행되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과연 결말은 어떻게 그려질지 또다시 펼쳐질 '이사카 월드'로 빠져들어보는 건 어떨지.

개인적으로는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읽고 나서 조금은 찝찝함이 남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사카 고타로만이 그려낼 수 있기에 대단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인상적인 문구를 뽑자면...

전부 정의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건 알아요. 약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니까 굳이 따지자면(아주 편향된 평가일지도 모르지만) 악인이 아니라 선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정의감을 연료로 폭주하는 기관차같이 변할 때가 있는 거겠죠. - page 233 ~ 234

피해자들이 나서야만 하는 현실이...

지금의 우리 현실과도 닮아 있었기에 씁쓸함이 남았었습니다.

그리고 울림으로 다가왔던 말

러시안블루가 눈살을 살짝 찌푸린 후 "바뀌었나?" 하고 심술궂은 질문을 던졌지만 나루미 효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이 끝나고 겨우 자신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후회와 불안이 깃든 표정 같아 보였다. - page 427

소설 속에선 자주 니체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언급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영원회귀' 사상에 감탄해 이 사상을 반영해 보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삶이 다시 반복된다면...

그 전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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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외국인과 스몰토크 - 상대의 마음을 여는 4단계 대화법
Mr.Sun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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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어공부가 재밌습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는 것부터 흰 종이에 배운 내용을 적어내려가는 것, 예전엔 그저 외우기만 했다면 이제는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하면서 배우기에, 무엇보다 첫 시작에 그리 어려운 걸 공부하는 것이 아니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외국인과 대화'였습니다.

차후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이 앞에서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이왕 영어공부의 흐름을 타고 있을 때 회화 관련된 책도 찾아보았습니다.

책을 그저 훑어보았는데 어?!

딱! 제가 찾던 스타일이었습니다.

상황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회화.

이 책을 공부하고나면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화상대를 선정하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거는 법부터

회화에 필요한 필수 표현가지 모두 익힐 수 있는

영어회화 기초 중의 기초 실습서!

처음 만난 외국인과 스몰토크



대개의 회화책을 보면 외국인과의 일상적인 대화에 대해 가르쳐주었었습니다.

음...

대부분의 상황은 외국인과 첫 만남부터 시작할텐데...

인사하고는 안부를 묻는?!

친하게 지낼 경우라면 그래도 되겠지만 단순히 대화를 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낯선 외국인과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대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활용도 면에서는 너무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어회화 실력을 높이기 위해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 합니다.

외국인과 대화를 많이 해 보라고.

막상 외국인과의 대화가 마냥 쉽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기에...



그러니 외국인과의 대화를 통해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는 욕심은 일단 접어두라고 말하였습니다.

목적을 가진 대화가 즐거울 수 있겠는가!

대신 외국인과의 대화를 관객과 배우의 역할을 번갈아 넘나드는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처럼 즐기라고 하였습니다.

즐기는 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책은 낯선 외국인을 만났을 때 대화를 하는 법, 그리고 그 외국인을 친구로 만드는 대화 기술을 단정하게 정리된 이론과 풍부한 사례연습을 통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한 예만 보더라도 이 책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때마침 마주 오던 외국인이 커피를 손에 들고 있다.

이런 상황 언제든 겪을 수 있지 않나요?

이럴 때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Can I have a question?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놓치기 쉬운 영어문법을 짚어주는 팁페이지와 영어 초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필수 영단어가 있어 영어회화의, 영어공부의 진수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재적소 영어회화!

이보다 더 좋은 기초 영어회화 책은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강추합니다!!

세계 공통어인 '영어'.

이제는 말이 짧고 조금은 어색해도 조금의 배려로, 조금의 상상력으로, 조금의 도전정신으로 당신은 외국인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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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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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몇 장 남아있지 않은 달력.

물거품이 되어버린 목표들.

헛헛함...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보단 '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그 공감으로 이 마음을 채워보고자 합니다.

이 시대에 시는 왜 필요한가.

시는 한 시대의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힘과 용기를 준다.

시는 문명을 이룩하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시는 미래의 언어다.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시대가 삭막할수록, 그리고 미래가 암울할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전복적 상상력으로 시대를 가로지르고, 공중을 떠도는 유언과 비어를 채집하며,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고 표상을 찾는 숭고한 소명이 있는 ''라고 답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대의 끔찍함과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힘과 용기를 주는 시.

그런 시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불행했을 것인가...라며 시의 숭고한 사명을 되새기며 자기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스물아홉 편의 시와 시인들을 불러 삶의 깊이와 방향을 다시 물어보았었습니다.

첫 장부터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절망보다 희망이 더 괴로운 까닭은>.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는데...

김승희 시인은

"남들은 절망이 외롭다고 말하지만

나는 희망이 더 외로운 것 같아."

라고 썼습니다.

본디 절망이 없다면 희망도 없기에 오히려

희망을 버려라! 차라리 희망과 싸워라! 희망을 폐기하는 자만이 현실을 바라보고 절망을 넘어 구원에 이를 수가 있다. - page 19

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희망의 토템 폴인 선인장......

피가 철철 흐르도록 아직,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인데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이유 없이 나누어주는 저 찬란한 햇빛, 아까워

물에 피가 번지듯......

희망과 나,

희망은 종신형이다

희망이 외롭다"

삶은 견딜 수 없는 지경인데 희망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채 가느다란 끝을 붙잡고 있는 우리들이 참 애처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백색'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백색어사전

임봄

겨울나무가

수많은 잎들을 잉태하는 소리,

얼음 밑에서

물고기가 우는 소리,

괜찮다 괜찮다 내ㅐ리는 눈발이

각진 말들을 품어 안는 소리,

사전에 활자로 정의된

나, 너, 우리, 나, 너, 우리,

마른 땅에서 서로를 핥던 물고기가

달의 뒤편으로 헤엄쳐 갈 때를 기다려

당신이 꽁꽁 언 내 마음을 지나

안개 속으로 사라져가는 소리.

색을 소리의 영역으로 환원시킨 <백색어사전>.

특히나 이 시의 계절이 겨울이라 그런지 지금 더 와닿았던 이 시.

하지만 이 시는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는데...

백색은 모든 색들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다. 검은머리는 하얗게 변하는데, 이때 흰머리는 노화의 징표다. 오래 묵은 것들은 다 흰색에 가까워진다. 흰색은 소멸의 징후다. 노인의 흰머리는 젊음의 약동하는 기운이 다 쇠하고 죽음이 지척에 와 있음을 암시한다. 이렇듯 시인은 백색이 꿈, 환, 망각, 소멸의 뜻을 품고 있고, 궁극으로 공이며 무의 표상이라는 것에 기대어 우리 실존의 가없음을 노래한다. 시인의 백색 시편들은 우리 생의 가없음을 노래하는 비가로 읽어야 한다. - page 120

백색의 서사가 가슴 절절히 사무쳐왔습니다.

저자가 말한 시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보는 능력, 의외성을 가진 이미지들, 무의식에서 솟는 돌연한 감정들, 다양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들, 이제까지 없던 음악, 어디서 오는지 모를 에너지, 순진무구한 주문, 기다림과 숙고와 완전한 몰입, 이런 것이 없이는 시도 없다. 이런 성분 없이 나왔다면 시란 언어의 무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시는 불행과 격투를 마다하지 않는 시, 낡은 사물이나 생각을 바꾸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시, 청춘의 착란 속에서 빛나는 미래 비전을 담은 시다. - page 5

은유의 집적이며 어떤 전조와 예감과 우연을 품고 돌아오는 '시'.

시를 통해 잠시나마 사색할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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