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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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여기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제협력단 활동가로도 살았던 저자가 다양한 일을 도모했으나 쉽사리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의 이유를 찾다가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오게 되었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오랜 시간 풀지 못했던 의문의 해답을 찾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자기답게 '브랜딩' 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

지금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제주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곳에서 반짝이며 일하는

열여섯 로컬브랜드에 물어본 '가장 궁금한 것!'

제주, 로컬, 브랜드



제주로 오기 전 다른 일을 하던 그들.

제주로 이주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나섰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선택하게 된 그들.

그들로부터 '브랜딩'이란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고민하여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일러주었고 덕분에 스스로 '브랜드'가 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에는 열여섯 브랜드 대표들의 인터뷰가 담겨있었습니다.

토박이 삼대가 함께 일하는 떡집, 소임을 다한 밀랍으로 양초를 만드는 부부, 도심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연필을 파는 가게, 저녁 8시면 모든 불빛이 사라지는 제주 끝자락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펍, 한 시간에 오직 한 팀만 받는 예약제 책방...

'제주'라는 공간으로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려나가면서 '경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상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윤이네농원>으로부터 '농산물'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정말 세상은 농업을 산업으로 치고, 자본주의 논리에 빗대어 보는데 사실 농업은 자본주의적 합의가 이뤄질 수 없음에.

특히나 수입 농산물로 인해 국내 농가가 위태로워짐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농사를 하는 그의 모습.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게 아니듯 농사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벽에 부딪히면 다시 서너 걸음 후퇴해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또 한 발 나가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그런 마음이 내게 있어요. 사실은 얼마 전에 저희 밭이 해걸이를 한데다 태풍이 세 번 오면서 감귤 출하를 거의 못 했어요. 밭에서 나온 걸 모두 가공으로 보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해 목표가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예요. 근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요. 지금 상황이 경제적으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선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요. - page 45

그가 있기에 우리의 농산물이 꿋꿋이 자리하고 있음에 멀리서나마 응원을 건네봅니다.

그리고 <목리>.

목리의 의미가 참 멋졌습니다.

뿌리를 지닌 나무로서의 생기는 없지만, 사람의 온기와 손길이 계속 지나간 나무는 그 나뭇결이 짙어지고 은은한 빛과 부드러움을 지니게 되죠. 관계의 시간과 변화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공간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나타낼 표현을 찾고 있었는데,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게서 자재를 고를 때 나뭇결을 '목리'라고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한자로 뜻이 '나무에 새겨진 이치'라고 느껴져서 이 이름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어요. - page 235



그래서 길고 넓은 테이블로 직원들에게 커피와 와인에 대해 묻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어느 때는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렇게 여러 가지 추억이 펼쳐지고 새겨지며 서로의 나이테를 새기는 이곳.

언젠가 제주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들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라는 것을.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버겁기만 하였는데 그들을 통해 숨통이 조금은 트였다고 할까.

한 줄기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오래 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음을 알려준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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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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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오래 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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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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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이는 마흔에 접어들었고...

그러다 문뜩 그 중심엔 제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공허함...

그렇다고 뭔가 도전하는 게 두려워 움츠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마냥 움츠렸던 저는 그녀로부터 도전을 배우고자 합니다.

지구생활 60년 기념 사업으로 시작한 공부!

문화센터라는 놀이터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68세 K-그랜마의 명랑 노년 탐사기

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언젠가 저도 그럴 것이고 누구나 때가 되면 '노인'이 됩니다.

나는 어떤 노인이 될까...

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있음이 사실입니다.

'이 나이쯤 되면 배우는 게 최고 놀이'라는 그녀.

지구생활 60년 기념사업으로 동네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노년에도 노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재미를 꾸밈없는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음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음을, 그래서 우리 모두 노인의 삶을 멋들어지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단군 이래 최초로 백세 시대를 맞았다. 남은 생을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노년에 이른 모두의 큰 숙제다. 해답은 바로 지금, 노년기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우리 생애 '세 번째 30년'으로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장착하자는 말이다. 노년을 늙고 병들어 죽는 일밖에 남지 않은 여생 또는 죽음의 대기실로 생각하지 말고, 숨 쉬는 마지막 날까지 삶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이 주인공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 page 14 ~ 15

전혀 모르는 외국어를 배우는 게 치매 예방에 좋다고 말한 친구의 말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동네문화센터의 '중국어 첫걸음' 강좌에 등록하고는 '매년 한 가지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 저지르기'를 부르짖으며 60대 초반에 배우기 시작해 어느덧 햇수로 7년 차.

물론 중국어를 배워 취직할 것도 아니고 승진 요건이 되지도 않지만 느슨한 학구열로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중국어 교재 한 권과 돋보기를 넣은 배낭을 메고 문화센터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만의 '갓생'을 살아가는 열정에 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노년은 오래 벼르거나 미뤄왔던 것을 시작하고 이어가기 좋은 시기이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우선 찾아내기를 추천한다. 시작은 반이다. 나머지 반은 웃는 얼굴로 오래오래 가보는 것. 혼자보다는 관심사를 공유한 이들과 어울려 가는 방법이 더 좋겠다. - page 32

동네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나이 제한이 없으며, 경로 할인까지 제공하고, 진도가 빠르지 않아 부담 없이 무리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동네문화센터 프로그램의 매력.

그동안 아이들이 어릴 때에만 갔었는데 새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잘하지 말자고 서로의 발전을 은근 방해하며 양꼬치맥 뒤풀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이것이야말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전통춤, 댄스스포츠, 펜화 블로그 만들기 등

마음속에 새로움이 결핍될 때 인간은 늙고 낡아가는지도 모른다. 배움은 부족해진 새로움을 채워 넣으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 page 89

무엇이든 배우는 삶으로부터 노년에도 성장할 수 있음을,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희망과 용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눈물 나게 예쁜 봄을 다시 한번 맞은 엄마. "들여다볼수록 봄꽃들이 기특해. 약하고 작은 것들이 겨울을 견뎌내고 연둣빛 이파리를 피우는 걸 봐라. 세상에 제일 힘센 건 바로 봄이야."

90대 엄마의 느릿느릿한 일상 궤적을 따라가면 그곳에 미래의 내가 보인다. 머지않아 다가올 내 70대와 80대의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우게 될까? 길례 씨가 말한다. "몸은 해마다 늙고 낡아가도, 오는 봄은 모두 새봄이더라. 이런 예쁜 봄날에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오늘이 너무 좋다. 특별히 나랄 게 하나도 없어." - page 210

그녀의 모습은 사실 우리 엄마에게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딸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신 엄마.

뭔가 배운다는 즐거움을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그땐 귓등으로 흘려버렸던...

새삼 우리 엄마도 멋진 분이셨다는 것을, 힘찬 응원의 박수와 건네봅니다.

저도 동네문화센터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걸 배워볼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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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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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는데 이들이 '생명'을 주제로 대담을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었었습니다.

두 저자의 시선 끝에 나의 시선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들의 동행에 저도 동참해 봅니다.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생명 칸타타



생명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바보 예수>와 <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을 화두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한국화가 '김병종'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살라'는 '명령'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 쉬는 일이고 움직이는 일이다. 그림도 살아 있는 생물이다.

내 그림은 모두 숨 쉬고 움직이며 이동한다. 멈춰 선 순간처럼 보이는 그 속에도 정중동의 미묘한 움직임이 있다. 노래는 그 움직임들이 서로 만나고 흐트러지면서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가락이다. 따라서 내 그림 속에 진정한 의미의 스틸 라이프는 없다. - page 13

젊은 나이에 입원 생활을 하면서 줄레줄레 주사 줄이 꽂혀 꼼짝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비로소 생명의 울림, 소중함이 사무치게 다가왔다는 그.

그래서 작은 것들, 어렸을 때 만난 생명의 호흡들을-바람의 향기, 햇빛, 구름의 이동, 분분히 날리던 송홧가루 같은- 그리게 되었다는 그.

그의 그림을 보면 생명의 아름다움을, 같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에게는 <몽환의 구름, 송화분분>으로부터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송화 꽃에도 암수가 있어서 먼저 꽃을 피워 모체를 떠나는 것이 수꽃이라 합니다.

수꽃들의 발화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날 때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그 노란색 생명체의 여행을 도와준다는데...

안타까운 것은 아주 적은 수의 꽃들만이 암수 결합하여 생명을 잉태하고 대부분은 낙화하고 만다는 사실. 방하착. 이상적 만남으로 생명 유전자가 무사히 싹을 틔우면 낙락장송도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화롯불에 떨어지는 눈꽃 한 송이처럼 그렇게 소멸해간다. 그토록 소멸해갈 것이라면 저 노란 점들은 왜 저토록이나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태어나 떠나가는 것일까. 아름답지만 슬프다. 몽환의 구름처럼 떠가던 그 송화분분. - page 37

어디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그 몽환적 노란색의 이동.

이토록 쓸쓸하고도 찬란한 송홧가루를 그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에 대해 동물과 곤충들의 행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삶, 나아가 생명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 나서고 과학의 대중화를 주창해 온 최재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에 관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해요. 할 수 있다면 종교에서 바라보는 생명의 의미, 예술가들이 그려내는 생명의 모습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생명을 죄다 다뤄보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가 하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는데 어느 날 생명의 가장 보편적 속성이 뭘까 하는 생각을 스치듯 하다가 아, 죽음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적어도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 끝이 나잖아요. 모든 생명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 바로 죽음이에요. 그 생각을 하고 나니까 '아, 이거 한번 제대로 정리해봐야겠다' 싶었어요. - page 123 ~ 124

죽음을 전제로 한 생명.

그럼에도 영속성이 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연속성도 있는 '생명'의 고귀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늘 사고하며 살아가는 유일한 동물도 아니고, 가장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으로부터 만물의 영장이라는 책임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인간이 참으로 특별난 종임에는 틀림없으나, 인간도 엄연히 이 자연계의 한 구성원이며 진화의 역사를 가진 한 종의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틀림없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글의 제목을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라고 붙였었다. 그러다가 글을 써 나가던 도중에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라고 바꿨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감히 자연 앞에 건방지게 설 수 있겠는가? 그 말 또한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놓고 보는 이원론이 아닌가? "드디어 적을 찾았다. 그런데 그는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라는 표현처럼 겸허한 자세로 자연 속에 다시 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page 214

생명의 끝은 죽음, 죽음의 시작은 생명.

이 슬픈 알고리즘 속에서 이들이 전한 메시지.

한번은 짚고 넘어갈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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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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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후 비밀>이란 대체 무엇일지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현재와 과거가 갈마들며 펼쳐지는

쾌락과 인간 심리, 뇌 속 비밀에 대한 탐구

뇌 2



<최후 비밀>이란 무엇일까...?!

과거 시점의 리스(리스란 Locked-In Syndrome의 줄임말로, 신경 체계가 마비되어 눈 깜박임만 가능한 질환을 의미합니다.) 환자 '루이 마르탱'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거슬러 1954년 미국의 한 연구소.

당시 미국의 신경 생리학자 제임스 올즈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해 숨겼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핀처와 마르탱이 발견하고는 '쥐'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최후 비밀에 전선을 연결하여 전기 충격을 주면 그 쾌감으로 자신의 능력 최대치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그건 불의 발견이나 원자력의 발견과 같은 거예요. 우리를 따뜻하게 해줄 수도 있고 우리를 태워 버릴 수도 있죠.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되느냐 하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 page 22

이를 생쥐가 아닌 인간을 상대로 실험해 보고 싶었던 핀처.

「장루이, 한번 상상해 보게. 인간이 이 생쥐들처럼 강한 의욕을 갖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장애든 뛰어넘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두개골에 구멍을 내서 뇌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영역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실험을 누가 받아들이겠나?>

「내가 있잖아.」 - page 108

그리하여 최종적인 목표였던 그 이유를, 그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유쾌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모두 그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겁니다.」

그는 스스로 쾌감 중추로 규정한 작은 점을 볼펜 끝으로 콕콕 찌른다. 그 바람에 종이 식탁보에 구멍이 생긴다.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거예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죠. 사뮈엘 핀처는 이 부위를 <최후 비밀>이라 명명했어요.」 - page 143

그리고 최후...

그 끝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심이 어떨지요...!

이 소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었습니다.

120

그런데...... 나는 진정 무엇 때문에 이 모든 일을 기도하고 행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제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무엇.

바로 '동기'와 '쾌락'.

그럼 다시금 묻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쾌락을 만족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것일까...?

단순한 듯했지만 심오했던, 뇌라는 미지의 영역에 한 발 다가간 느낌이었습니다.

왜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걸작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던, 추상적이고 까다로운 소재를 추리적 기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파고들며 소설적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었던 이 소설.

덕분에 '뇌'에 대해 더 알고 싶었습니다만...그렇다고 뇌과학으로 깊이 있게 갈 만큼의 수준은 아니고...

아무튼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았고 소설인 듯 과학인 듯한 그의 다른 작품 역시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무얼 읽어볼까나......

또다시 기웃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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