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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F(에프) / 2021년 7월
평점 :
머물다 / 루이스 트론헤임 글 /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 이지수 역 / f(에프) / 2021.07.30 / 에프 그래픽 컬렉션 / 원제 : Je vais rester (2018년)
책을 읽기 전
출판사 에프의 그래픽 컬렉션이라면 꼬옥 챙겨 봐야 하지요.
<머물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떠나지 않거나 벗어나지 않는 의미로 알고 있는데
휴가지이지만 주인공의 표정이나 느낌이 밝지 않네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네요.
줄거리
그들은 이제 막 휴가지에 도착했다.
롤랑은 약혼자 파비엔느를 위한 완벽한 휴가를 계획을 갖고 있다.
그들의 미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멋진 한 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짐을 풀기도 전에 롤랑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약혼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파비엔느는 도무지 어떻게 대처할지 모른다.
그녀는 마치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획대로 휴가 일정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유령처럼 그녀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거리를 배회하고, 타인들이 누리는 삶의 기쁨에 수동적인 구경꾼일 뿐이다.
그러던 중 그녀는 삶과 죽음에 대해 별난 견해를 가진 현지인 파코를 만나게 된다.
파코는 그 무엇보다도 지금 그녀에겐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을 읽고
8월 16일 도착, 원형 경기장 투우 관람, 브라스 밴드 공연,
8월 17일 공군 에어쇼, 벼룩시장, 선상 창 경기,
8월 18일 포도주 농가 축제, 컨트리댄스 배우기, 전원 무도회
8월 19일 연날리기 대회, 마술 공연
8월 20일 르 파르 저녁 식사(예약과 계산 완료) + 깜짝 선물
여름휴가의 시끄러움, 활기, 즐거움, 웃음, 에너지, 유쾌함이 흘러가고 있네요.
주인공 파비엔느만이 그 자리에 없는 듯이 유령처럼, 구경꾼처럼 여름휴가지를 배회하고 있어요.
파비엔느는 약혼자 롤링의 휴가 계획을 세워 놓은 롤링의 수첩을 따라 혼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요.
우연히 현지인 파코를 만나게 되고 파코는 그녀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파비엔느는 평소에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지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서로 어긋나기도 하지만 파코는 그녀의 곁에서 일부 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있어주지요.
그렇게 파지엔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삶을 향해 출발하지요.
페이지에 급격한 스토리 전개에 너무 놀랐어요.
첫 페이지에는 휴가지 도착했을 때 해방감, 자유의 시작, 여유로움이 보여졌는데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는 파비엔느가 절망에 빠진 이유가 던져져 있지요.
맞아요. 던져져 있어요. 별일 아니라는 듯 피 따위는 여기에서 필요 없다는 듯이 짜여 있지요.
앞 장의 마지막 장면이 휴가지에 도착해 둘이서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다면
바로 뒤의 마지막 장면은 죽은 이의 손을 잡고 있는 대비되는 장면이지요.
그 후로도 몇 장면들로 계속 놀라게 되는 장면들이 있어요.
모든 것을 사전에 준비, 예약, 지불했고 여행 일정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해 놓은
치밀한 성격의 롤랑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어요.
언제 어디서든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위해
사망 기사를 스크랩하는 파코도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각자 대처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요.
항상 짖어대는 개에 대한 타코와 파비엔느의 다른 해결 방식만 보아도 알 수 있었어요.
이와 함께 '머물다'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지요.
생명의 유한성으로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다고 영원한 삶을 갈망하거나 삶을 살 수 없다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자리가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 거죠.
후회 없이 사랑하고, 행복하고, 여유를 갖고, 가지려 집착하지 않고, 웃어야겠어요.
P. 37 "같이 있던 여자는 어땠을까요?
세상에, 충격이었겠죠!"
P. 108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관광객일 뿐이에요.
건배! 어쩌다 마주쳤고, 앞으로 결코 볼일 없는 두 이방인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파코의 말과(싫었던 대사)
마음의 정리가 좀 되었던 걸까요? 어떤 결심이 선 것 같은 파비엔느의 말이지요.(좋았던 대사)
알려 줄 듯 말 듯 하는 대사와 그림은 <머물다>는 독자와 밀당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본 그래픽노블 중 나와 맞는 감정선들을 읽는 것 같아서 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네요.
- <머물다> 표지 & 작업 과정 -
좌측은 프랑스판 책 표지와 우측은 영문판의 표지이지요.
한글 번역판은 원작인 프랑스판의 표지를 가져왔네요.
작업을 하는 동안 비디오 게임 분양의 예술 감독인 자신의 직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수채화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배경 화면은 수많은 레이어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더 자세한 인터뷰 기사는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branchesculture.com/2018/09/08/je-vais-rester-bd-drame-fait-divers-palavas-les-flots-lewis-trondheim-interview-hubert-chevillard-vacances-plage/
- f 그래픽 컬렉션 시리즈 -
탁월한 시각예술과 매혹적인 텍스트의 만남.
충돌, 삼투 그리고 조화!
- 출판사 f(에프) -
f 그래픽 컬렉션 시리즈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그래픽노블과 다른 하나는 그래픽 에세이, 시이지요.
열여덟 권의 그림책 중에서 상단의 다섯 권이 그래픽 에세이와 시 부문이지요.
나머지 열세 권은 그래픽노블로 분류할 수 있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