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흥부네 똥개 ㅣ 이형진의 옛 이야기 2
이형진 지음 / 느림보 / 2009년 8월
평점 :

흥부네 똥개 / 이형진 / 느림보 / 이형진의 옛이야기 2 / 2009.08.06
그림책을 읽기 전
이형진 작가님의 옛이야기 그림책 시리즈에 반했던 기억이 나네요.
네 권의 시리즈를 모으기 위한 나름 애쓰던 마음도 기억나고요.
이렇게 마음을 다 하던 그림책들을 이사를 위해 정리하고 나니 더 아쉬움이 남네요.
남아 있는 그림책들이라도 더 아껴줘야겠어요.
그림책 읽기

동네 사람들은 나더러 똥개라고 놀려. 흥부네 식구들을 그렇지 않은데!
내가 아홉째거든. 내 뒤로도 세 명이나 더 있다고!

불쌍한 우리 막내 흔들이, 어디가 아픈 거니?
그래! 이젠 형이 맛있는 고기 먹게 해 줄게. 더는 아프지 않게.

지붕에서 커다란 박이 떨어졌어!
식구들이 흔들이를 안고 달려 나갔어. 왜 아무도 돌아오지 않지?
그림책을 읽고
흥부네에는 열두 식구가 살고 있어요. 그중 아홉째는 개, 점박이지요.
동네 사람들은 점박이를 ‘똥개’라 놀리지만, 점박이에게 흥부네는 분명한 가족이지요.
굶주림에 익숙한 집안에서 점박이는 따끈한 똥 한 덩이면 배가 부르고,
그걸 내주는 막내 흔들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 흔들이가 이상하지요.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고, 늘 익숙했던 똥 맛도 달라졌어요.
아버지가 흔들이를 업고 약방에 다녀온 날, 식구들은 무거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해요.
“내일 날 밝는 대로 잡자.”
점박이는 다 압니다.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란걸요.
도망치고 싶지만, 흔들이를 생각하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렇게 스스로를 내어줄 결심을 한 새벽, 지붕에서 ‘쿵!’ 하고 박이 떨어졌어요.
점박이는 기도하지요. 제발 고깃덩어리가 나오기를. 흔들이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박 속에서 쏟아진 건 반짝이는 금은보화였고, 흥부네는 기뻐하며 떠나지요.
점박이는… 거기에 남겨졌지요.
고전 <흥부전>의 외형을 빌려오되, 이 책은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의 구조를 따르지 않았지요.
<흥부네 똥개>는 점박이의 시선을 통해 무심한 인간의 본성을, 유머와 슬픔 사이에서 섬세하게 들여다보지요.
이형진 작가는 처진 눈과 혀를 쏙 내민 점박이라는 캐릭터로 무겁고 아픈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지요.
만화적 드로잉, 2D 애니메이션 느낌의 경쾌한 채색, 거칠고 투박한 삼베 질감이 더해진 화면,
그리고 밝게 시작해 점점 어두워지는 색감의 흐름.
이 모든 요소가 이야기의 정서적 변화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점박이의 감정선을 전달해 주네요.
풍자는 아프지만, 캐릭터는 유쾌하고, 그림은 밝지만, 끝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지요.
점박이는 충직해서 기다린 것이 아니에요.
사랑받고 싶었고, 함께하고 싶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지켰던 거예요.
그래서 점박이의 기다림은 저의 마음에 편치 않은 울림을 남겼어요.
그리고 마지막, 책의 뒤표지에서 우리는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게 되지요.

점박이가 집 밖으로, 어딘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과연 그 기다림의 끝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시 누군가를 향한 발걸음일까요?
아니면,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는 작고 단단한 다짐일까요?
말이 없는 점박이지만, 그 뒷모습 하나로 참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요.
가벼운 그림 속에 무거운 현실이 있고, 점박이의 조용한 결심 속에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어요.
- 이형진 작가님의 옛이야기 그림책 시리즈 -

<여우누이>를 사랑이라는 주제로 재해석한 <끝지>
<심청전>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비단 치마>
<흥부전>을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라는 주제로 재해석한 <흥부네 똥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도깨비로 화한 인간의 폭력성을 호랑이의 시각으로 전달한 <호랑이 잡는 도깨비>
현대적인 시각으로 옛이야기를 새로 쓰는 작가 이형진 작가님.
우리나라 옛이야기 그림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작가 이형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이형진의 옛이야기'는 총 10권을 발간할 예정이다.
- 느림보 출판사 책 소개 내용 중
이런 내용들이 책 소개에 있네요. 시리즈에는 4권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는데 작가님도 출판사도 아쉬웠을 것 같아요. 아니면 작가님이 너무 힘드셨을까요? 그림책 출판을 위한 모두의 노력을 생각하면서 그림책에 더 집중하게 되네요.
- 이형진 작가님의 작품 -

새로운 생각을 심어 주는 그림 작가 이형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린이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쓸 만한 책을 만드는 게 꿈이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글도 쓰며 그림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정말 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셨고, 쓰고 그린 그림책들도 많아요.
작가님의 작품 전부를 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쓰고 그린 작품을 담으려 노력했지요.
가장 최근 출간 작은 <소년병과 들국화>로 2018년의 작품을 이형진 작가님의 그림으로 다시 탄생했네요.
이 작품을 6.25 전쟁 이야기가 담긴 남미영 작가님의 동화이네요.
제가 <흥부네 똥개>를 마무리를 못하고 6월 25일에서야 마무리하면서 이 소식을 함께 전하게 되네요.
느림보에서 출간된 <100개의 귀>가 작가님의 그림책 중 가장 최근 작품이네요. 그림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네요.
출판사 느림보의 이형진 작가님 인터뷰(2010년) : https://blog.naver.com/nurimbo_pub/117118940
2012년 이형진 작가님 인터뷰 : https://www.kyeonggi.com/article/201202130440884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