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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ㅣ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 기무라 유이치 글 / 하타 고시로 그림 / 김정화 역 / 청어람미디어 / 쪽빛그림책 5 / 2018.11.20 / 원제 : ゆらゆらばしのうえで(2003년)
그림책을 읽기 전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에서 두 동물들의 표정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결말도 좋았던 기억이지만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 그림책이지요.
다시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빨리 건넌 다음 통나무를 떨어뜨리고 달아나야지."
"이 외나무다리만 못 건너게 하면 붙잡을 수 있어."

여우가 움직일 때마다 외나무다리는 시소처럼 움직였습니다.
"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 이런 물살에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할걸!"

"아~아. 이런 데서 밤을 지새야 한다니, 정말 싫다!"
"그러게 말이야.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그림책을 읽고
먹이를 향해 달리는 여우와,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토끼.
둘은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 위에서 맞닥뜨리지요. 폭우로 인해 다리는 흔들리고, 그 위에는 나무통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요. 바닥은 미끄럽고, 다리는 기울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지요. 여우는 당장이라도 토끼를 덮칠 듯하지만, 그럴수록 다리는 더욱 위태롭게 흔들려요.
그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여우와 토끼는 처음으로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게 되지요.
위에서 몰려드는 까마귀 떼, 깜깜한 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의 하룻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고, 함께 웃기도 하지요.
토끼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여우는 조심스레 토끼를 깨워 주기까지 해요.
처음엔 생존을 위해 시작된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두 존재는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되었지요.
그림책은 장면마다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지요.
세로로 길게 구성된 판형은 다리의 수직적인 위태로움을 생생하게 전해줘요.
오른쪽과 왼쪽, 토끼와 여우. 각자의 위치가 그 판형 안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는 그림은 제 심장도 함께 쫄깃하게 만들었지요.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지요.
무사히 다리를 벗어난 여우와 토끼는 다시 뒤쫓고 도망치는 사이로 돌아가요.
단 한 번의 우정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았지요.
하지만 분명히, 그날 밤 그 다리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던 시간은 둘 안에 작은 흔적을 남겼어요.
깜깜한 밤에 나눈 이야기, 까마귀 떼를 피해 서로에게 의지했던 그 마음을 우리는 기억하게 되지요.
그래서 여우가 툭 내뱉는 한 마디,
“무서워서 떨고 나면 꼭 오줌이 마렵단 말이야.”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우리가 잠시 함께했던 그 밤을 되새기게 하지요.
여우는 나쁜 존재라기보다,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었어요.
극한 상황에서 피어난 연대는 짧지만 진했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여운은 오래 남았어요.
우정은 어쩌면 그렇게, 잠깐 머물다 가는 바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는 닿을 수 없는 무언가로 오래 기억되겠지요.
익숙한 일상,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도 짧았지만 진심이 오간 순간을 우리는 기억하게 되니까요.
- 새롭게 출간 된 <흔들흔들 다리에서> -

원작은 <ゆらゆらばしのうえで>으로 2003년 10월 출간되었어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은 2008년 11월에 출판사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이네요.
2016년 2월 출판사 천개의바람에서 김소연 번역가님의 번역으로 <흔들흔들 다리에서> 출간되었네요.
두 권의 그림책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바뀐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네요.
- 기무라 유이치(木村裕一) 작가님 -

기무라 유이치 (Yuichi Kimura) 1948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다마 미술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텔레비전 유아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그림책, 동화책을 집필하면서 희극 오페라와 연극 각본을 쓰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폭풍 치는 밤에>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다양한 상을 수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 <흔들흔들 다리에서>부터
기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 뽀뽀곰 아기놀이책 시리즈, 라이언맨 시리즈도 있고,
제가 놓친 2001년 중앙출판사에서 출간된 <앗 깜짝이야>라는 그림책도 있어요.
기무라 유이치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official_ehon.kimura_yuichi/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