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돌이와 신나는 음악회 비룡소의 그림동화 313
나카에 요시오 지음, 우에노 노리코 그림,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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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쥐돌이와 신나는 음악회>가 아닌 절판된 아람 출판사의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쿵짝쿵짝 음악회 / 나카에 요시오 글 / 오에노 노리코 그림 / 푸름이닷컴 펴낸곳 / 도서출판 아람 공급처 / 2008



그림책을 읽기 전


그림책 이야기보다는 사라진 포스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아~ 놔~ 어제 쓴 <쿵짝쿵짝 음악회> 포스팅이 통째로 날아갔어요.

어제 기록했던 문장들은 기억나지 않고 같은 글을 다시 쓴다는 게 속상해요.

어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공들였던 시간들에 다시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어요.

도! 대! 체! 어디로 갔을까요? 아~ 놔~

보셨나요? 아무도 없으시나요? 제 어제의 포스팅을 보신 분? ㅠ.ㅠ



그림책 읽기



"쥐돌아? 음악회에서 이 트럼펫 좀 불어 주겠니?"

"너는 몸집이 작아서 트럼펫밖에 못 불 텐데... 그럼, 연습하고 있어."



"고양이야, 이 트럼펫이랑 그 심벌즈랑 바꿔 줄래?"

"흥, 싫어. 나는 이 심벌즈가 마음에 쏙 든단 말이야."



"코끼리는 몸집이 커다래서 큰 피아노를 맡았구나."

"애들아, 하나도 부러워할 것 없어."




그림책을 읽고


어느 날, 펭귄 지휘자가 쥐돌이에게 음악회에서 트럼펫을 불어 달라고 부탁해요.

쥐돌이는 열심히 연습하지만, “푸우, 푸” 소리만 날뿐 악기 소리가 나지 않아요.

실망한 쥐돌이는 친구들에게 악기를 바꾸자고 제안을 해보지요.

고양이도 너구리도 “이건 나랑 딱 맞아!”라며 바꿀 생각이 없어요.

과연 쥐돌이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악기를 찾아 음악회를 함께할 수 있을까요?



펭귄 지휘자는 쥐돌이의 작은 몸집에 트럼펫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사자는 큰 턱으로 바이올린을, 곰은 튼튼한 손톱으로 하프를 연주하지요.

코끼리는 커다란 피아노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울상이네요.

우리는 종종 겉모습이나 크기, 고정된 기준으로 적성을 판단하지만

그건 진짜 ‘어울림’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쥐돌이가 트럼펫을 불지 않아도, 악기를 바꿀 수 없어도 연주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쥐돌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결국 자신에게 딱 맞는 방식으로 음악회를 즐기게 되지요.

자신과 꼬옥 맞다는 악기를 가진 고양이의 심벌즈, 너구리의 북도 사실 몸집과는 별 상관이 없었죠.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을 찾으면, 함께 음악회를 즐길 수 있어.”



<쿵짝쿵짝 음악회>는 부연 설명 없는 짧은 대화와 반복되는 구조, 그리고 연필로 그린 흑백의 그림은 간결미가 돋보이는 구성이라고 생각해요.

악기에 색이 있어서 전체 그림에 포인트가 되어서 귀여움을 높여주지요.

이렇게 구성된 글과 그림이 알기 쉬운 패턴으로 반복되는 전개로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여주네요.

특히, 많은 여백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이야기와 상상을 넣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그림책은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완성해 가고 있어요.





- 쥐돌이 음악회의 변화 -



1987년 출간되었던 <ねずみくんとおんがくかい>이지요.

한글 번역판으로 세상모든책에서 2003년 <또또의 음악회>가 출간되었네요.

그 후에 출판사 아람에서 2008년 <쿵짝쿵짝 음악회>로 출간되었어요.

그리고 2022년 9월 <쥐돌이와 신나는 음악회>가 출간되었지요.

첫 번째 한글 번역에서는 쥐돌이가 '또또' 이름을 가지고 있네요.





- 50주년을 맞이한 쥐돌이 이야기(2024년) -



일본에서만 500만 부 판매! 약 50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빨간 조끼를 입은 쥐돌이 이야기.

2025년 총 42권의 그림책이 출간되었고,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일본의 그림책 작가 부부 나카에 요시오와 우에노 노리코이 함께 완성한 작품이지요.

글을 쓴 나카에 요시오는 부끄러움과 겁이 많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의 유년 시절 모습을 투영해 ‘쥐돌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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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스파게티
라이너 하흐펠트 지음, 한수진 그림, 배명자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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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스파게티 / 라이너 하흐펠트 / 한수진 그림 / 배명자 역 / 서교책방 / 2025.04.30 / 원제 : Spaghetti mit Ketchup(1980년)



책을 읽기 전


그림책이 아니라 잠깐 고민을 했지요.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이라는 이야기에 망설임을 사라졌어요.

벌써 십여 년이 넘는 시간인데... 아직도 그 노래가 기억나네요.



책 읽기



"심각한 건 아니야."

"곧 스파게티가 완성될 거고, 그러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뭐야? 지금 돈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나중에 꼭 드릴게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래요."




"살짝 식혀야 해. 체 어디 있어? 내가 해줄게."

"그냥 앉아 있어! 이건 우리 스파게티야. 우리가 할 거야."



그림책을 읽고


아빠가 출장을 간 사이, 엄마는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지요.

급히 이모가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지만, 이모마저 오지 못 오게 되자

디터와 악셀 형제는 옆집 할머니에게 가는 대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둘이서 집에 남기로 해요.


그날 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늦게까지 TV를 보다 결국 학교에 지각하고 말아요.

돌아온 집에서 배고픔에 허덕이다가 집 안을 뒤져 사과, 소고기 캔, 스파게티, 케첩을 찾아냈지만,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망설지지요.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헤쳐 나가야 해요.


아이들이 다칠까 봐, 혹은 집을 엉망으로 만들까 봐 아무것도 못 하게 통제했던 엄마의 마음은 저 역시 아들 둘을 둔 엄마로서 충분히 이해돼요.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디터와 악셀은 처음으로 진짜 ‘성장’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지요. 부모의 간섭이 없으면 뭐든지 자유로울 줄 알았던 아이들은 배고픔, 어질러진 집, 지각 등 현실의 무게를 체감하게 되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악셀이 열판에 손을 데었을 때, 디터가 동생에게 응급처치를 해주고, “스파게티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장면이었어요. 디터는 동생을 보살필 줄 아는, 어른들보다 훨씬 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던 거죠.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결국, 믿고 기다려주는 만큼 성장하는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어요.

<케첩 스파게티>는 부모인 저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건네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통제보다는 지지, 신뢰, 기다림이 필요한 '성찰의 시간'이라는 것을요.

그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는 모든 엄마와 아빠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케첩 스파게티>는 십여 년 전 아이들과 대학로에서 본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이기도 해요.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 이야기를 나누자, 그때 들었던 “아이들도 뭐든지 잘할 수 있어, 그치?”라는 노래를 기억해 냈고, “우린 똑똑하니까!”를 외치며 함께 웃었네요.

책장을 덮었지만, 십여 년 전 그날과 오늘의 저녁 식탁의 웃음은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아요.



- 출판사 서교책방의 책들 -



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

- 서교책방 SNS


<모니카와 케이디> : https://blog.naver.com/shj0033/223609190836





- <케첩 스파게티>의 어린이 뮤지컬 -


어린이 뮤지컬의 포스터 '고추장 떡볶이'와 독일의 그립스 극단의 'Spaghetti mit Ketchup' 포스터 / 원작 표지들


무대 디자인, 만화영화, 미술을 공부한 디자이너이자 극작가이다. 독일의 여러 극단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 창작동화를 쓰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라이히스카바레트(Reichskabarett)’의 어린이 극장과 이곳 소속의 ‘그립스 극단’에서 공연되었다. 그중 '케첩 스파게티(Spaghetti mit Ketchup)'는 김민기 학전 대표가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안해 무대에 올렸고 15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서교책방의 작가 소개 내용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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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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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 기무라 유이치 글 / 하타 고시로 그림 / 김정화 역 / 청어람미디어 / 쪽빛그림책 5 / 2018.11.20 / 원제 : ゆらゆらばしのうえで(2003년)


그림책을 읽기 전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에서 두 동물들의 표정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결말도 좋았던 기억이지만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 그림책이지요.

다시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빨리 건넌 다음 통나무를 떨어뜨리고 달아나야지."

"이 외나무다리만 못 건너게 하면 붙잡을 수 있어."



여우가 움직일 때마다 외나무다리는 시소처럼 움직였습니다.

"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 이런 물살에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할걸!"



"아~아. 이런 데서 밤을 지새야 한다니, 정말 싫다!"

"그러게 말이야.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그림책을 읽고


먹이를 향해 달리는 여우와,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토끼.

둘은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 위에서 맞닥뜨리지요. 폭우로 인해 다리는 흔들리고, 그 위에는 나무통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요. 바닥은 미끄럽고, 다리는 기울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지요. 여우는 당장이라도 토끼를 덮칠 듯하지만, 그럴수록 다리는 더욱 위태롭게 흔들려요.


그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여우와 토끼는 처음으로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게 되지요.

위에서 몰려드는 까마귀 떼, 깜깜한 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의 하룻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고, 함께 웃기도 하지요.

토끼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여우는 조심스레 토끼를 깨워 주기까지 해요.

처음엔 생존을 위해 시작된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두 존재는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되었지요.


그림책은 장면마다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지요.

세로로 길게 구성된 판형은 다리의 수직적인 위태로움을 생생하게 전해줘요.

오른쪽과 왼쪽, 토끼와 여우. 각자의 위치가 그 판형 안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는 그림은 제 심장도 함께 쫄깃하게 만들었지요.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지요.

무사히 다리를 벗어난 여우와 토끼는 다시 뒤쫓고 도망치는 사이로 돌아가요.

단 한 번의 우정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았지요.

하지만 분명히, 그날 밤 그 다리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던 시간은 둘 안에 작은 흔적을 남겼어요.

깜깜한 밤에 나눈 이야기, 까마귀 떼를 피해 서로에게 의지했던 그 마음을 우리는 기억하게 되지요.


그래서 여우가 툭 내뱉는 한 마디,

“무서워서 떨고 나면 꼭 오줌이 마렵단 말이야.”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우리가 잠시 함께했던 그 밤을 되새기게 하지요.


여우는 나쁜 존재라기보다,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었어요.

극한 상황에서 피어난 연대는 짧지만 진했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여운은 오래 남았어요.

우정은 어쩌면 그렇게, 잠깐 머물다 가는 바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는 닿을 수 없는 무언가로 오래 기억되겠지요.

익숙한 일상,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도 짧았지만 진심이 오간 순간을 우리는 기억하게 되니까요.




- 새롭게 출간 된 <흔들흔들 다리에서> -



원작은 <ゆらゆらばしのうえで>으로 2003년 10월 출간되었어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은 2008년 11월에 출판사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이네요.

2016년 2월 출판사 천개의바람에서 김소연 번역가님의 번역으로 <흔들흔들 다리에서> 출간되었네요.

두 권의 그림책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바뀐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네요.




- 기무라 유이치(木村裕一) 작가님 -




기무라 유이치 (Yuichi Kimura) 1948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다마 미술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텔레비전 유아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그림책, 동화책을 집필하면서 희극 오페라와 연극 각본을 쓰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폭풍 치는 밤에>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다양한 상을 수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 <흔들흔들 다리에서>부터

기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 뽀뽀곰 아기놀이책 시리즈, 라이언맨 시리즈도 있고,

제가 놓친 2001년 중앙출판사에서 출간된 <앗 깜짝이야>라는 그림책도 있어요.


기무라 유이치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official_ehon.kimura_yu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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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책] 언니는 비밀이 너무 많아
시모나 치라올로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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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니는 비밀이 너무 많아 / 시모나 치라올로 / 엄혜숙 / 미디어창비 / 2017.07.10 / 원제 : Whatever Happened To My Sister (2015년)



그림책을 읽기 전


시모나 치라올로 작가님의 그림책은 진짜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언니에게 진짜 비밀이, 언니만의 비밀이 생겼을 거예요.

세 자매였던 저라서 자~알 알아요. ㅋㅋㅋ



그림책 읽기



난 잠깐 아리송했어. 하지만 이젠 알아.

누군가 언니를, 언니 꼭 닮은 사람하고 바꿔 놓은 거야. 틀림없어!



언니는 절대로 저렇게 크지 않아. 갑자기 저렇게 된 걸까?

내가 잘 지켜보고 있었는데, 확 변하는 순간을 못 본 게 분명해.



어떤 낌새가 있었을 거야.

언니는 몇 번이나 엄청나게 지루해했어.



그러다 문득 언니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어.

새로운 언니는 예쁜 곳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



그림책을 읽고


<언니는 비밀이 너무 많아>는 어린 동생의 시선으로 언니의 사춘기를 바라보는 이야기이지요. 어느 날부터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언니, 예전처럼 놀아주지도 않고 비밀만 많아진 언니를 보며 동생은 고개를 갸웃하지요. 너무 다르게 변해 버린 언니가 낯설기만 해요. 동생은 속으로 생각하지요. ‘이건 분명히 우리 언니가 아니야. 언니를 닮은 다른 누군가로 바뀌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동생의 시선은 단순한 의심이나 서운함에 머무르지 않아요. 언니의 말투와 표정, 친구들과의 대화, 가족과의 행동까지 조용히 관찰하지요. 그저 예전처럼 언니와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던 시간이 그리운 거예요. 동생은 예전의 언니를 찾기보다, 지금의 언니를 더 잘 알고 싶어 하지요.


언니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이지요. 다만 터울이 있는 동생에게는 그 변화가 조금 갑작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던 거예요. 하지만 그런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시선은 사랑스럽고 따뜻하지요. 어리광을 부리거나 투정하기보다는, 사진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헤아리려는 모습이 이미 동생 자신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증거지요. 결국 언니는 먼저 동생에게 손을 내밀어요. 완전히 바뀐 사람이 아니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걸요. 그렇게 자매는 나란히 자라가고 있는 거지요.


시모나 치라올로 작가의 그림은 따뜻한 감성과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지요.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시선의 흐름이 이야기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해져요. 회색과 주황의 색 대비, 페이지 흐름도 장면의 분위기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지요. 자매의 사진 장면은 사랑스럽고, 고양이 캐릭터는 이야기에 유쾌함을 더해 마지막까지 웃음과 위로를 안겨 주었어요.


어쩌면 이 그림책은 ‘사춘기’보다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관계든 시간이 흐르면 거리와 벽이 생기고, 그로 인해 낯설어질 수 있지요. 특히 형제자매처럼 가까운 존재일수록 그 변화는 더 크게 다가오지요. 하지만 그 낯섦을 바라보고, 기다려 주고, 다시 다가가는 마음이야말로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가족은 친밀함 안에서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이 조용한 그림책이 말해 주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나는 중이니까요.




- 시모나 치라올로 (Simona Ciraolo) 작가님의 책 -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섬에서 태어난 시모나 치라올로는 토리노의 국립영화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예술대학에서 어린이 그림책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런던에 살며 어린이 그림책뿐만 아니라 어린이 애니메이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치 있고 따뜻한 그림책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세바스티안 워커 상을 수상했습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부끄럼쟁이 친구들 : https://blog.naver.com/shj0033/222021941692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 https://blog.naver.com/shj0033/220872507450





- 시모나 치라올로 작가님 SNS -


시모나 치라올로 작가님 SNS에서 찾은 <언니는 비밀이 너무 많아> 스토리이지요.

이렇게 보니 고양이 등장 장면들이 넘 귀여워요.

그림책에서 장면을 찾아서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시모나 치라올로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simonacira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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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뿜는 용
라이마 지음.그림, 박지민 옮김 / 예림당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불 뿜는 용 / 라이마 / 박지민 역 / 예림당 / 2007.03.20 / 원제 : 我变成一只喷火龙了!(2004년)


그림책을 읽기 전


<불을 뿜는 용>의 펼침면의 장면이 좋아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이지요.

생각해 보면 소장해고 싶은 이유들이 진짜 많아요.

그림책 한 권, 한 권 모두가 이유가 있어요. ㅋㅋㅋ 민망해서 웃음이 나오네요.




그림책 읽기



보타이에게 물리면 모두 불을 내뿜는 병에 걸리고 말아요.

보타이는 툭하면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심술쟁이 용을 찾아갔어요.




"잡히기만 해 봐라!"

큰 불은 그의 집 반을 태워 버렸어요.

용이 입만 열면 불꽃이 뿜어져 나왔어요.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친한 친구도 몸을 데고 말았지요.

괴상한 나라 친구들은 이제 아무도 용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아요.



그림책을 읽고


괴상한 나라에 사는 심술쟁이 용, 하지만 이 용은 처음부터 불을 뿜었던 것이 아니었지요. 작디작은 모기 ‘보타이’에게 물린 뒤, 입에서 불을 내뿜는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햄버거도 못 먹고, 장난감도 다 녹아버리고, 친구들까지 다치게 하니 아무도 용 곁에 다가오려 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용은 점점 외톨이가 되고 말았어요. 정말 불을 끌 수는 없는 걸까요?


불을 끄고 싶은 용은 물속에 들어가고, 땅속에 얼굴을 파묻고, 소화기를 써보고, 심지어 냉장고에도 들어가 보며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요.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지요. 불을 끄려는 그 몸부림에는 해결을 넘어서 감정을 스스로 다스려보려는 용의 노력이 담겨 있어요. 그런 모습이 안쓰럽고도 귀여워 보이지요.


놀라운 건, 처음엔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하던 심술쟁이 용이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보타이’에게 “왜 나를 물었느냐?"라고 따지지도 않고, 자신을 멀리한 친구들을 원망하지도 않지요. 오히려 용은 감정보다 해결에 집중하고 있어요. 자기 때문에 다친 친구들이 걱정되어 혼자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겠지요.


결국 불은 끄지 못하고, 용은 엉엉 울고 말아요. 모든 게 나아질 것 같지 않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했으면 그렇게 울었을까요? 그런데 울고 나자, 용의 얼굴이 환하게 웃음으로 바뀌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 웃음이 바로 불을 끄는 열쇠였어요. 감정도 극한까지 몰리면 울거나 웃거나, 혹은 자거나 하며 일시적으로 쏟아내게 되지요. 그렇게 표출한 뒤에야 조금씩 정리되기도 하고요. 용의 한바탕 울음은 바로 그런 감정 해소의 과정이었지요.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예요. 보타이에게 물려 생긴 불꽃은 어쩌면 툭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렸던 용에게 내려진 일종의 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쉽게 짜증 내는 아이에게 백 번의 잔소리보다 이 그림책 한 권을 건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불 뿜는 용’을 보며,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감정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유머와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자”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어요.



이 책의 그림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장면은 불을 뿜는 모습이 펼침면을 가득 채운 장면이었어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장면이 이어져서, 용의 감정 폭발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멀리까지 퍼지는지를 압도적으로 보여주지요. 이런 공간의 확장은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책의 물성이지요. 또, 장면마다 살짝 등장하는 모기 ‘보타이’를 찾는 재미도 숨어 있어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요소이지요.




- <불 뿜는 용>의 표지들 -



2007년 3월 출판사 예림당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2017년 11월 출판사 천개의바람에서 달라진 표지로 재출간되었네요.

불을 내뿜는 병에 걸리게 하는 모기 보타이는 앵앵이가 되었고,

이름이 없던 심술쟁이 용은 버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등장하네요.




- 라이마 작가님의 그림책 -



대만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1968년 대만에서 태어나, 대만 사상 처음 그림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1위에 올랐습니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1995년 첫 작품 <나는 불을 뿜는 용이 되었다>를 발표한 뒤로 꾸준히 좋은 그림책을 내놓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 속에 창의적인 내용과 유머를 첨가하는 것을 좋아하는 라이마는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계속 읽어도 질리지 않을 즐거움을 얻기 바란다. -출판사 소개 내용 중


라이마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laimapicturebook/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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