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천천히
장후이청 지음, 쉬쾅쾅 그림, 박지민 옮김 / 북뱅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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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그림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둘러서 그르치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지요.

지난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안, 건강, 직장, 등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시련들이 있었지요.

일이 생길 때마다 우선순위를 생각하며 해결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림책은 자꾸 후순위로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지요.

이제 와 돌아보고 나니 재취업과 함께 고3 아이를 케어하던 그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그림책인데...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에 저를 일으켜 준 것이 그림책인데...

집안의 문제들도 정리가 되고, 건강도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고,

직장에서도 마음도 머리도 정리가 돼가면서 이 모든 것들이 안정을 찾는데도

이 허전함과 공허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 원인을 한동안 찾지 못했어요.

저를 위로해 주던 무언가가 없어졌는데 몰랐던 거죠.

쉼 없이 빠르고 힘들게 살아갈 때는 저에게 위로와 휴식을 건네주었고,

늘어진 저에게는 또다시 움직일 이유를 건네주던 그림책이 저만의 시간이었는데 말이지요.



하루 동안의 시간의 변화를 느끼는 저마다의 시간들이 있겠지요.

저에게 있어서는 저만의 시간을 갖게 해 준 것은 '그림책'이었던 것 같아요.

매일매일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들을 마주할 수 있는 그 시간을 통해 저는 성장하고 있었던 거예요.

어느 날은 느리게 어느 날은 빠르게 저만의 그림책 시간 속에서 변화를 즐거워할래요.

늘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려고 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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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글로연 그림책 36
이셀 지음 / 글로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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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앞에서 어떻게 했을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놀이의 끝인 술래를 찾으러 굴로 뛰어들어갔을까?

아니면 굴이 위험한 곳인지 아닌지 고민했을까?

아직 결론이 나질 않았어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제 성격을 딱 알아버리셨군요. ㅋㅋㅋ

그래도 놀이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진짜 열심히 했을 거예요.

거기에 친구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앞뒤 재지 않고 돌진!

용기인지 무모함인지는 후에 판단하는 걸로...

그래서 가끔 제 모습을 착각하기도 해요.

생쥐가 뱀처럼 변해버린 코끼리의 모습에 놀라는 것을 보니

<코끼리는 왜 그랬을까?>의 주인공 코끼리 역시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간절함, 약간의 무모함, 용기가 필요하겠죠.

저의 성격에는 계획을 짜고 깊이 생각하고 계획을 짜는 일도 좋지만

무모한 뜨거운 열정은 작더라도 변화를 가져오니까요.


표지에 손이 닿는 순간....

보들보들 느낌이 먼저 다가오니 그림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말랑말랑거려요.

이렇게 처음부터 훅~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음!!!!!

거기에 표지 타공에 주황색의 귀여운 코끼리가 걸쳐 있어요.

표지를 열면 구멍 안으로 들어간 것 같잖아요.

아~~~ 이야기의 흐름상 구멍이 아니라 굴이겠네요.


표지 제목 폰트의 긴 글자들을 길게 읽으면 리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진에서 보이는 '생쥐'라는 단어가 굴로 들어가는 중이라 점점 눌려서 길어지고 있어요.

책장을 넘길수록 타이포그래피의 찰떡같은 느낌들이 책의 맛을 진짜 잘 살려주었네요.

독특한 제목의 폰트, 표지의 타공을 마주하면서 그림책과 찰떡인 부분들은 어떤 분의 생각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작가님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이런 오승연 편집자님이시네요.


코끼리에게는 좁디좁은 굴을 통과하는 힘든 과정과

뱀처럼 변하는 맛을 살리기 위해 가로의 긴 판형이 딱이지요.

그중에서도 코끼리의 마음이 가장 뜨거워지는 순간을

가로의 두 페이지의 긴 장면으로 다 담지 못해 페이지가 늘어났네요.

깊고, 좁고, 긴이라는 직관적인 부분을 나타내기 위해

표지의 재질과 타공, 폰트 디자인, 제본 방식, 판형, 편집....

정말 수많은 작업들이 들어가서 한 작품이 완성된 것을 볼 수 있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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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뭘 좋아해?
조 로링 피셔 지음, 남은주 옮김 / 북뱅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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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강하고, 용감한 소피 모습은 처음부터 갖고 있던 것은 아니지요.

집에서 혼자 노는 외톨이고,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는 서툰 소녀이지요.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늑대 옷을 입었지만 오히려 놀림감이 되어버리죠.

마음의 상처로 상상의 공간으로 가게 된 소피는 가장 좋아하는 늑대를 만나게 되죠.

늑대와 보낸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게 되지요.

완성되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를 곰에게 쏟아내지요.

그렇게 자신을 지켰다고 생각했던 소피는 곰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죠.

상처받은 곰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지요.

자신을 지켰다는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상대도 살핀다는 거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여주지요.

와~ 달라졌어요. 현실 속 공간으로 돌아와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요.

자신과 같은 늑대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올빼미를 좋아하는 소년을 친구가 되지요.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소피가 처음과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대견하네요.

소피가 들어간 상상의 세계에서 소피는 좋아하는 이를 위해 강하고, 빠르고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상상의 공간으로 도망간 줄 알았는데 소피는 그 공간에서 나와 현실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 모습에 저 찐~ 감동했어요.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뭐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잖아요.

소피가 상상 속 공간과 현실 속 공간 모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외쳤어요.

요즘 편협하게 변해가는 제 생각과 시선을 돌아보게 되네요.


겉표지를 열어보니 올빼미가 더 잘 보이는군요.

작가님들은 뭐든 그냥 넣어두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책 소개 내용 중 작가는 소피 캐릭터는 자신의 딸 얼굴을 본떠서 그렸다면서

콜라주나 자연의 윤곽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식으로 작업하면서도

캐릭터 하나하나 섬세한 표정을 심는다는 부분을 읽고 나니 캐릭터들의 표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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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져! 우리는 멋져!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고바 요코 그림, 김보나 옮김 / 북뱅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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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멘트가 맘을 으샤으샤하게 만드네요.
맞아요. 우린 다 멋지지요.
세상 모두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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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초록섬 피카 그림책 10
잉그리드 샤베르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문주선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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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의 세 장면은 인간으로부터 전혀 방해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섬을 보여주지요.

동식물이 잘 어우러져 살고 있는 푸르른 섬, 그 섬을 활공하는 새들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견디지도 못할 무게를 업은 사람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시작이지요.

섬으로 옮기고 있는 꽁꽁 싸맨 '나머지'는 저 섬을 개발을 위한 걸까?

아니면 섬에 쓰레기를 매장하는 걸까?

그렇게 '나머지'가 섬을 뒤덮을 정도로 넘치고 많아지니

사람들은 섬을 회복시킬 방법을 생각하네요.

섬이 아프고 사라지려 할 때 우린 뒤늦은 후회를 하지요.

아니 섬이 우리에게 반격할 때서야 우리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 돌이켜 보지요.

항상 뒤늦은 후회와 대책이 되풀이되고 있어요.

하지만 섬을 되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은 의미가 없죠.

장면이 보여주었던 무게 때문인지 텍스트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문장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바다 위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결론을 도출하려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실은 질문도 잘못되었고, 사람들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으로 일이 마무리되는 일도 아닌데

그림책 속 사람들처럼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착각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자연은 우리에게 해결책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을 외치고 있어요.

어떠한 노력에도 섬은 여전히 황폐화되어가고 있던 중

한 사람의 노력이 더해지고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섬이 달라지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해결 방법이 아닌 자연이 원하는 해결 방법으로 섬은 변화하지요.

섬이 원하지도 않은 변화를 멋대로 결정하고, 그 해결책 또한 사람들의 입장이었지요.

달라지는 섬은 과연 사람들을 용서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을 ‘분리’하거나 ‘무시’하는 사회에서 산다. 그리고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물건을 축적함으로써 물질 만능 주위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우리는 때때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가리기 위해 높은 벽을 쌓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않기 위해 연막을 친다. 그리고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문제없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 ―라울 니에토 구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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