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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커튼 뒤에서 / 사라 델 주디체 / 박재연 역 / 바람북스 / 2024.04.10 / 원제 : Derrière le rideau (2022년)
책을 읽기 전
제목과 표지의 그림의 느낌은 숨바꼭질 놀이처럼 보이지 않네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네요.
실물을 만나고 책의 크기와 무게감에 살짝 당황했네요.
책 속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들도 들려드릴게요.
책 읽기
p 3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대부분 커튼 뒤에서 시작되고, 커튼 뒤에서 끝났다.
p 78
걱정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보통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넘겨주면, 우리에게는 그것이 남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걱정은 아무리 나누어도 우리에게서 없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 뒤로 이어진 몇 달은 길고도 비참했다.
p 82~83
“소피! 소피! 소피!”
누군지 모르겠지만… 소피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틀거리던 우리는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죽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P 127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갑자기 답이 떠올랐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에는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간단한데… 다시 태어난다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책을 읽고
SNS에서 스친 한 장의 사진!
주제나 내용은 확인하지도 않았어요.
표지의 그림만으로 시선을 잡아끌고 마음을 앗아버리더라고요.
그리곤 책이 도착하고 포장을 풀기 전에 살짝 놀랐어요.
A4 사이즈보다 큰 크기와 두께감 그리고 무게감에 당황했어요.
아~ 그림책이 아닌 140쪽의 800g이 넘는 그래픽노블이네요.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치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 후 반민주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헌법으로 개정했어요.
프랑스인이 고통을 받았고, 그중에서도 프랑스에 살던 유태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어요.
희생된 7만 명 이상의 유태인 가운데에는 어린이 11,000여 명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 혼란과 고통의 시기를 <커튼 뒤에서>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이 이야기의 무대이고, 1937년부터 1942년까지 5년 사이의 시간을 보여주지요.
주인공 두 소녀는 비유태인 아빠와 유태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지요.
전쟁이 시작되고 일상은 너무 달라져 버렸지요.
치과 의사였던 아빠도 전쟁터로 불려갔다 돌아왔을 때는 한 쪽 다리를 절게 되고,
먹거리는 부족해지고, 새엄마 바느질거리로 돈을 벌지요.
두 소녀에게는 더 잔혹하게 쫓아다니는 무언가가 있어요.
유태인 엄마는 이미 죽고 없고, 외가 친척들도 외국으로 다 떠나 버렸고,
유대교 행사에 열심히 참여한 적도 없는 그저 어린아이들뿐이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되지요.
경찰에게 쫓기며 커튼 뒤로 숨었던 두 소녀.
"유태인은 씨를 말려야 해!"
"그냥 아이들일 뿐이에요!"
이 마지막 장면은 공포였을까? 안도였을까?
야엘과 에밀리가 커튼 뒤에 숨어 떨고 있는 마지막 장면.
결말 없이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조금 더 책장을 넘겨 부록 뒷부분까지 확인하고 나면 작은 그림에서 결말을 확인할 수 있지요.
아이들끼리의 장난, 성장, 부모와의 대화, 조부모와의 관계, 주변 지인들의 모습들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만 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같은 것 같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아이의 시선에서 초점이 맞춰지는지는 이유는
주인공이 소녀이기보다는 중간중간 에피들에서 소녀의 행동과 생각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전쟁이 일어났지만 아이의 일상 에피들 순수한 시선에서 '나도 그랬었지'로 더 공감돼요.
감정 몰입을 했던 주인공이 겪는 전쟁 속 에피들이라 더 아픈 것 같아요.
어른들의 시선에서 아이는 아이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려 하지요. 순수한 시선이기에게 어른과 다른 해석이나 생각이 가능한 것 같아요.
전쟁 속에서 아픔과 고통을 처음 맞닥뜨리고 무서움을 견디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네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페이지마다 장면에 오래 머물며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되네요.
그래픽노블은 분할 장면이 많은데 펼쳐진 한 장의 페이지 속에서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보면서 감정들이 독자에게 흘러들어오는 것도 신기해요.
주인공 소녀의 좌측 눈썹 위의 점 또한 인물의 특징이겠지만 참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선 하나의 방향만으로도 인물의 표정이 다양해지는 것이 놀라워요.
두 소녀가 자주 나오니 귀여운 모습일 것 같지만 차분함과 생생함이 더 크네요.
아마도 그림체와 색감이 주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진짜 궁금해지네요.
- <커튼 뒤에서>의 북토크 -
출판사 바람북스에 소개된 장면 중 역사적 사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역사기록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지들이 재현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자료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요.
중요한 사건이 담긴 특정 일자의 신문, 개선물을 통과하는 독일군, 등 알아야만 보이는 것들이지요.
이 모든 이야기는 번역가 박재연 작가님의 진행하신 온라인 북토크 '알지만 몰랐던 이야기, 있지만 없었던 아이들'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해요.
이번에는 오프라인에서 북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네요.
날짜 : 5/12(일) 10:30 - 12:00
장소 : 평화문화진지 공연장
신청 : 구글폼 작성(프로필 상단 링크)
참가비 : 무료 - 노쇼 방지를 위해 예약금 1만원(익일 환불)
- <커튼 뒤에서> 작가의 메시지 -
<커튼 뒤에서>가 출간되는 날 작가님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온 인사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지구 반대편에 독자에게 가닿는다는 생각에 기쁨과 설렘을 전하면서
졸업 작품으로 구상하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졌고 책 속의 소녀들을 좋아하길 바란다고 하지요.
책을 소개하는 작가님의 사랑스러움도 좋았고, 도시의 풍경이 담겨 있어서 더 멋진 것 같아요.
- 출판사 '바람북스'는요 -
한 권, 한 권 모두 읽어보고 싶게 하는 이 책들을 출간 한 곳이 바로 바람북스이지요.
2003년 설립된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에서 2021년 론칭한 브랜드 '바람북스'이지요.
바람북스의 멋진 책도 좋고, 바람의아이들의 알맹이 그림책 시리즈도 좋아해요.
<우거즐튼무아>를 시작으로 <접시의 비밀>, <글자 세이크>, 등 인연이 있는 그림책이고요.
<난 그냥 나야>, <생일 축하해요!>는 포스팅을 했어요.(아쉽게도 최근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