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독과 흥분은 여행 중이 아니라 여행의 시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여행의 시작을 몸소 느끼게 하는 것은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밤거리에 있었다.
등 뒤에는 게르가 있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인기척도 없다. 밤이라는 생물과 마주한 채 나는 홀로 서 있었다. - P31
대개 혼자서 여행을 한다고 하면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은 "무섭지 않아요? 이다. 물론 무섭다. 밤에는 더더욱 무
사막 한가운데에 매트리스를 깔고 시트를 씌우고 누웠다. 하늘에 가득한 별, 지금까지 본 어떤 밤하늘보다도 수많은 별이 보였다. - P47
본 적 없이 거대하고, 본 적 없이 눈부시게 빛나는 달은오렌지빛을 내뿜으면서하늘을 기어올라가고 있었다. - P50
건물의 핑크색과 흙의 옅은 갈색, 그 두 가지 색으로이루어진 듯한 마라케시 마을이 해 질 녘의 금빛을 입었다. 버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을에서 멀어져갔다. - P63
야간열차를 좋아한다. 창밖으로 서서히 밤이 찾아오고, 진동을 느끼면서 잠이 들고, 잠에서 깨도 창밖 풍경이여전히 흘러가는 야간열차, 그것뿐인데도 야간열차가 이 - P69
열어든 창밖의 풍경이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별이 총총한 하늘이었다. 열차가 별하늘의 한가운데를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 열에 있으면지루한 게 고통스럽지 않다. 어두운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이고그렇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 아차 싶을 때가 많다. 주로 그 나라에 대한 예습이 부족할 때 생기는 ‘아차‘ 이다. 내 경험상으로는 이렇게 추울 줄(더울 줄 몰랐다. 이렇게 넓을 줄 몰랐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줄 몰랐다 등의 ‘아차‘가 있다. - P96
여전히 초저녁이었지만마을은 이미 어두웠다. 곳곳에 오렌지빛 가로등이 있었지만쓸쓸함을 더 강조할 뿐이었다.
스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건함도, 가짜 명품을 파는 뻔뻔함도이 도시 사람들에게는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사실을 안다. 아니,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 이그렇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재미있는 점은 일렬로 세워져 있는 게 아니라 세 줄로 세로 주차, 아니 주선되어 있다는 것, 모든 배가 출입구를 열어놓으면, 관광객은 딱 붙어서 늘어서 있는 크루즈 선내를 통과하여 선착장에 내린다. 선착장에서 제일먼 세 번째 줄에 세워진 배의 승객은 두 번째 줄, 첫 번째줄의 배를 통과해 육지에 발을 디딘다. - P134
네팔은 지금까지 여행해온 어떤 나라와도 달랐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지나치게 개성적이라 색다른 경지에 이른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여행자도 많을 것이다. - P141
"일본인은 다들 부자잖아. 너희가 1년간 일해서 버는돈으로 여기선 평생 놀면서 살 수 있어. 우리 친구가 일본여자랑 결혼해서 이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를 지었는데, 그 비용을 여자가 전부 다 냈대." - P145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없이 한가로웠던 나의 그 여행도앞으로 절대 반복할 수 없으며, 죽은 시인을 떠올리며 촛불 아래서책을 읽던 그 장소에도두 번 다시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철도 마니아는 아니지만 침대 열차를 좋아한다.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한 맨션 옆에는 편의점이 있었고, 나의 타락은 아마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딱 한 번 편의점이 없어서 정말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인도네시아 빈탄섬의 탄중피낭이라는 아담한 도시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 P163
아갔다. 편의점에 익숙해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편의점없는 세계에 익숙해지는 것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상당히걸린다. - P165
비행기 안에서는 시간이 뒤죽박죽이다. 시간과 함께이동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오후 10시인데 바깥이 엄청밝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승무원이 밤을 조성한다. - P167
밤. 모르는 장소를 걷고 있어도조금도 두렵지 않다. 이건 사랑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걷고 있다 해도한창 누군가를 사랑하는 중이라면두렵지 않다.
그리고 외톨이라는 생각, 친구와 연인이 있어도 그 관계가 언젠가 달라지리라는 사실을 나는 서서히 깨닫는다.
병원에서 보내는 밤은 어떤 밤과도 다르다. 사람의 영혼이 자유롭게 왕래한다는 의미에서 열려 있는 느낌이든다. - P202
사람은 분명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지만 병원에서는사람의 죽음을 밤에 더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전날에는
병원이라는 곳은 세상을 떠나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전날 침대에서 다리를 뻗고 있던 사람이 오늘 사라진다.
번호를 외우는 기억력,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이는 감각도 소멸한 지 오래다. - P213
한 가지 더, 휴대전화가 사라지게 만든 것 중에 밤의고독이라는 것도 있는 듯하다.
아침이나 점심에는결코 찾아볼 수 없는 고독과 함정이밤에는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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