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얼굴에 켜켜이 깃든 경험과 서사를, 한순간에 반영되는 미묘한 표정과 감정을 읽을 이유가 없다. 여유 또한 없다.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언어는 불과 칼처럼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에필연적으로 사용자를 다치게 한다. 언어는 본성이사나운 것이다. 언어에 대하여 가장 민감하다는시의 언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선생님, 시는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의그 불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나요? 진실이라고 하는 것, 사실이라고 하는 것을 막상 추구해보면 없는 것 아닌가요? 그 추구 자체가 시아닌가요?

연합은 힘을 키운다. 그 힘을 어떤 연합은 권력을 얻는 데에 쓴다. 패권이 목표다. 폭력의 말은그에 대한 기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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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은 부지런히 바꿨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한일 간의 격차는 좁혀졌고, 일부 지표는 이제 한국이 앞선다.
2024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6,194달러로 일본보다 401달러 앞섰다. 가구당 순자산 역시 18만 6,100달러로 일본보다3,500달러 많다. 1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대중가요는힘이 셌다. 국내에는 수입이 금지된 엑스재팬x-Japan의 노래를 숨어서 듣는 젊은이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블랙핑크와 BTS를 위시한K-팝의 위세가 J-팝을 능가한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상대적으로 탄탄한 내수시장을 가진 J-팝은 여전히 CD 발매 위주의아날로그 시장을 지키는 데 연연할 때, 우리 뮤지션은 유튜브를 발판으로 세계 무대를 직접 두드리는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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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보어omnivore 란 사전적으로는 잡식성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함께가지고 있다. 사회학적으로는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트렌드 코리아2025』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옴니보어라고 칭하고자 한다.

Everyone
"누구나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라는 펭수의 말대로, 요즘 직장인들은 위대한 인물을롤모델 삼아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가고자 한다. 이처럼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포인트업‘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Strategy of Coevolution제품과 서비스 간의 상호연결성이 높아지면서 하나의 상품이 홀로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동차 하나만 잘 만들면 됐지만,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면서충전의 호환성이 요구되고, 자율주행 기능이 발달하면서주행 데이터의 공유나 스마트폰과의 부드러운 인터페이스연동성 역시 필요하다. 상호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이처럼 같은 업종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과도 긴밀한 연계를 통해 공동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고려해, 자연 생태계ecological system의 공진화co-evolu-tion 개념으로, 비즈니스 주체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트렌드를 설명하고자 한다. 공진화는 참여자의수, 개방의 정도, 참여자들의 역할과 상호관계에 따라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비물질의 시대지만 우리는 여전히 체감할 수 있는그 무엇을 갈구한다.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materiality,
을 부여함으로써 손에 잡히는tangible 매력을 지니게 만드는 힘을 ‘물성매력‘이라고 정의한다.
Ex

K-팝·K-푸드·K-드라마 등 수많은 K(한국) 상품이 해외시장을 주름잡는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0만명을 돌파해 인구의 5%에 육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은 단일민족이 단일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는 고정관념 내지는 자부심이있었다. 하지만 범세계적으로 동조화가 커지는 대이동의시대, 전 지구적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K를 단일한 기준에 의한 이분법으로 규정하기쉽지 않다. 이에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서서히 변화하는
‘그라데이션‘ 개념을 사용해 한국적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라데이션K‘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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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진실이 제 갈 길을 가는침묵의 소리가 들린다

빈곤은 미래에도 이어질 오래된 유물이다. 과거의 빈곤과 오늘은 빈곤은 같고도 다르다. 이웃이 없고 집이 없으며, 목소리가 없기에 그들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거리를 전전했다. 빈곤의 덫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에게 손을 내민 이가 거의 없었고, 자신조차 이해할수 없는 불행의 근원을 따질 곳도 없었다. 그녀는 피해자였으나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그녀는 내게 형제복지원의 기억을 이야기한 뒤로 악몽을 꾼다고했다. 그 이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아니, 만날 수 없었다.

채찍을 맞으면서 교회를 지었어. 교회가 완공될 때까지 벽돌을날랐지. 교회로 가는 산길이 400미터쯤 되는데 부대 하나씩 등에 지고 가면 채찍을 얼마나 때리는지 몰라. 버드나무 가지로 흑벽도 1

2014년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의 집에서 인터뷰를 했다. 세월호침몰 사고 이후의 만남이어서 그는 박인근 원장을 구원파 유병언에 비유했다. 복수를 위해 칼을 배웠다는 그의 이야기를 당시 기사로 쓰진 못했다. 어떤 기억은 대다수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다른것도 있어서, 공통적으로 증언되어지는 내용을 책에 옮겼다.

정부가 수용을 계획하고 집행하면 수용소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설 원장들이다. 이들은 국가보조금을 받으며 자신을 위법시설 운영자가 아닌 국가협력•자로 인식했다. 수용시설에서 일어나는 죽음, 인권유린, 강제노동은 ‘운용상의 수단으로만 여겼다.
내가 생각한 나는 다른 사람과 달랐습니다. 저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남달랐습니다"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은 2010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자신을 애국자로 인식한다. 시설 원장,
국가 그리고 이들의 위법을 눈감아준 공무원이 얽혀 감금의 시대를 공고히 했다.
박인근은 1987년 각종 혐의로 구속 수감됐지만 그와중에도 부산 시내를 활보했다. 32회에 걸쳐 외출하고 간수장의 집에서 목욕을 했다. 구치소에 찾아오는 고위 공무원에게 호통을 쳤다.
그를 수사한 김용원 검사에게 수사를 종결하고 횡령 혐의를 축소하라는 검찰 상부의 압박이이어졌다. 특수감금에 대해 무죄를, 다른 각종 협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박인근은 2년 6개월의 형기를 채우고 1989년 7월 20일 출소했다.
형제복지원은 이후 서민들을 파탄에 빠지게 한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의 중심에 선다. 그는여든일곱의 나이로 2016년 6월 27일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사망 전까지 치매를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근은 마지막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죄의식이 없다. 인간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죄이나 국가가 그의 죄를 사하였으므로, 죽음 이전까지 그가 가진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억울함이었다. 죄의식은 감정의 본능에 기반한 것이지만 사회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박인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감금의 설계자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했는지를살펴본다.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 Primo Levi가 말한 것처럼, 억압이 거셀수록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권력에 기꺼이 협력하려는 의지가 확산된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사람들은 이곳의 가해자가 됐다. 박인근은 형제복지원을 군대처럼 운영하면서 중대장, 소대장, 조장동차등적 계급을 뒀다. 계급의 자리에 오른 수용자들은 다른 수용자를 감시하고 폭력을 저지르며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2014년 4월부터 8월까지 당시 마흔세 살이던 박태길 씨를 인터뷰했다. 1984~1987년 형제복자원에 수용된 그는 피해자였고 어느 지점에서는 박인근이 만든 체제의 협력자였다. 그는 과거를 미화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고통과 타인들에 준 고통을 기억했다. 그곳에서 다른 수용자를 감시하는 협력자였으며, 탈출하려는 소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피해자였다. 1987년 원장이 구속되면서 박태길씨는 복지원을 나왔으나 섬의 노예로 또 다시 팔려간다.
그곳에서 생을 빼앗기고 협력자가 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구성했다. 앞서 소개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소설에 실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빈곤의 시대를 볼 수 있다면, 빈곤 정책을 들여다봄으로써 빈곤의 역사는 구체화된다. 정책과 증언을 오감으로써 개인의 삶이 국가로 인해 어떻게붕괴하는지 실증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세워진 선감원부터 형제복지원까지 무산자들을 청소하는 정책은 일관적이었다. 아름답고 부요한 것을 선망하고 가난을 치우는 시대적 분위기는인간의 욕망인걸까, 아니면 정책의 산물일까

형제복지원 이전과 이후‘를 찾아갔다. 형제복지원 이전에 깡패와 부랑자 등 사회의 주변인들을 가둔 서산개척단이 있었다. 형제복지원 당시에 존재했던 대구시립희망원은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 수여하는 각종 표창을 받으며 영예의 역사를 써온 대구시립망원은 마침내 인권유린의 장소로 규탄되었다. 이들 사건을 2기 진화위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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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골똘하게 집중할 때만 가까스로 완성에 가까워진다. 향후 반복해서 상기하는 것으로써 어쩔 수 없이 변형된다. 변형된 기억은 종내 완고해진다. 섬세함은 유실되고 이데올로기가 덧입혀지기 십상이다. 좋은 소설은 기억하고 있던 것

하나의 단어는 이미 문장을 탑재한다

카프카를 만나러 가서, 카프카보다는 카프카를 기념하는 방식을 만나고 왔다.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차갑게 구분할 때 태연스러운 어법이 탄생한다. 세상모든 생물체들을 풍경 혹은 은유로 배치하지 않을것. 내가 곧 다시 그로 탄생할 것에 대해서만 촉수가 정수리에서 뻗어 나올 때까지 가까워질 것. 이연결감을 욕망하고, 이 연결의 담당 기관이 온통육체여야 한다는 것을 긴박하게 느낄 것. 이럴 때능청스러울 정도의 태연한 태도가 발생한다는 걸잊지 말 것.

모든 것을 알려 하지 않음. 전부를 다 적으려하지 않음. 진실은 이런 방식으로만 겨우 소용스러우니까. 정작 하려던 말을 시인은 기꺼이 떠나보낸다. 진실의 텅 비어 있음과 마주할, 준비된 얼굴들을 기다리기 위해서.

시집을 읽고 나면 모든 책이 다 시시하다. 그러나 시집만 읽고 있자면 모든 시집들이 다 시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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