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본 책에는 언어와 감정, 그리고 관계를 바라보는 지은이만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번역가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대사를 번역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 말들, 그 미묘한 뉘앙스와 감정의 결을 해석해 냅니다.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균형을 잡듯, 그는 사람 사이의 말 또한 얼마나 자주 '오역'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깊은 단절을 초래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가까운 이의 말은 더 쉽게 왜곡하고, 거리가 있는 이의 말은 또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주고받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오역의 가능성을 조명하며,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까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지은이의 글은 냉철하지만 결코 차갑지 않습니다. 사회의 날카로운 단면을 직시하면서도, 결국 우리에게 '조금 더 다정한 번역가가 되자'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다정함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 말 뒤의 감정을 읽어내는 공감에서 비롯됩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그의 시선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말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본 책은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더 나은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그 해답은 정확한 번역이 아닌 '다정한 번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와 타인의 언어를 조금 더 섬세하고 따뜻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지은이 덕분에, 책을 덮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오역하지 않는 다정한 번역가가 되어야겠다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