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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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시점에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 두 가지는 글의 맨 처음 문장과 맨 마지막 문장이 같다는 것과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마지막에 두 인물이 얽히게 되는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다. 마치 그림 속의 그림,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책을 짧은 시간동안 금방 읽은 것은 아니라서 그런지 장편소설이나 3시간 이상의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는 이야기 두 개가 서로 번갈아 등장하며 진행된다. 바로 '유니스''로라'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둘 다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거나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인생의 작은 일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보일락 말락 할 때까지는 그렇게 보였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둘의 연관성에 대한 부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그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소중한 물건을 전해주게 되는 극적인 관계로 엮이게 된다.

 

유니스와 로라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제목에 비추어 보면 로라의 이야기가 보다 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결국 이 이야기는 어둡고 우울하고 무기력함에 가까웠던 로라의 삶이 다른 누군가가 '잃어버린(혹은 버린)' 물건들을 모으던 성자 '앤서니'와 이름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소녀 '선샤인', 훤칠한 정원사 '프레디'의 도움으로 밝고 활기차게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는 누군가의 삶을 바꿔버릴 정도로 많은 힘과 에너지를 주거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혹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과 함께 반대로 누군가의 삶을 끝까지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혹시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이러한 내 표현이 좀 과하게 느껴지거나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고 등장인물들이 내 주변인이라면 위와 같이 느껴질 것 같다.

 

선샤인이나 프레디처럼, 항상 좋은 방향은 아니라 하더라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그리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소중한 사람의 곁에서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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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 - 늠름하고 멋진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
볼프 예를브루흐 그림, 오렌 라비 글, 한윤진.우현옥 옮김 / 아이위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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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를 맡은 볼프 에를브루흐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로 유명한 인물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자극적인 내용 덕에 제목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튼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용이 깊이가 있고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솔직히 꽤 놀랐다. 분량이야 여느 동화책들과 비슷하지만, 그 내용에서 내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아무도 몰랐던 곰의 이야기,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곰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정말 내 자신이 맞는가? 라는 아주 철학적인 질문을 해결하고자 여행을 떠난 곰의 이야기다. 사실 맨 처음 도입부부터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은 분명 곰이지만, 그 시작은 한 마리의 벌레였다. 몸이 가려워 나무에 몸을 벅벅 긁다보니 털이 나고 결국 곰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그 종이에 쓰인 자기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머니가 달린 곰이라니, 벌레부터 시작이 심상치 않더라니. 아무튼 그 종이에 나는 상냥하고 행복한 곰이라고 쓰여 있다.

 

아름답고 잔뜩 우거진 숲을 지나면서 곰은 들소와 게으르기로 유명한 불도롱뇽, 꽃의 숫자만 생각하는 펭귄, 그리고 택시를 자처하는 거북이까지 많은 숲 속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게 때로는 혼자, 때로는 다른 동물들과 길을 가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고생도 하지만, 하나하나 종이에 적힌 자기 자신을 만나고 확인해간다. 곰은 결국 집에 도착하고(하지만 자기 집인 것도 모르더라...) 집 속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여정과 함께 이야기도 끝나게 된다.

 

오렌 라비가 쓴 이야기의 내용도 놀랍지만 볼프 에를브루흐의 삽화도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했다. 심오한 부분이 있는 내용과 특색 넘치는 삽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보다는 꽤 큰 아이들에게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을 밤에 읽었는데 곰의 입이 굉장히 빨갛고 항상 크게 웃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옛날에 많이 떠돌던 특정 괴담이 떠올라 본의 아니게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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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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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작가인 '다빙'이 누구인지도 그가 어떤 책을 냈었는지도 잘 모른다.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제목 속에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덜컥 고른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물론 고양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충 짐작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고 봤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어떤 예상이나 일정한 기대가 없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다는 말도 있지만, 기대 없이 만나게 된 기쁨이나 행운은 훨씬 큰 즐거움과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러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끝까지 긴가민가했던 나는 결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책 소개를 읽고 나서야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에 담긴 총 6편의 짧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실존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마다 화자가 그냥 이야기 속 한 인물로서 그것이 아니면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말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작가의 실명이 자꾸 등장하고 거기에 더해 작가가 본인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 소설이 아니라 수필인가 보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글을 적기 전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등장인물만 실존인물들이란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라 참 신선하고 좋았다.

 

이러한 시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야기 하나하나 그 내용들이 나에게는 감동이었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서 참 좋았다. 우리가 평소 주변에서, 특히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허구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말 일어난 사실까지도 워낙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 약간 지쳐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결코 그런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고 소소하고 아기자기하며 담백한 이야기들을 선호하는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읽는 동안 즐거웠고 행복했다. 다빙씨 저작(著作)들이 모두 이런 식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유()의 책들을 꾸준히 내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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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굳바이 콩글리시 세트 - 전2권 (어휘편 + 표현편) - 한국인들이 자주 혼동하는 영어!
이희종.송현이 지음 / PUB.365(삼육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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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하여 아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오랜 시간 영어 공부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영어 공부 좀 했다고 하는 우리들은 일명 '콩글리시'라는 한국식 영어, 한국식으로 잘못 변질된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를 바로 잡거나 올바른 표현을 알려주는 각종 회화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나 역시도 예전에 그런 류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주 쓰는 패턴 200여개를 모아놓은 책과 회화'사전'이라고 하여 정말 사전처럼 두꺼운 책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콩글리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이번에 다시 한 번 콩글리시 극복에 도전하고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표현위주로 구성하고 단어는 가볍게 다루었던 게 많았는데 그동안 봤던 여타 책들과 이 책이 다른 점은 '어휘''표현'을 별도의 책으로 분리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점이 가장 눈에 띠었다.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회화표현도 많겠지만 사실 일상에서는 그러한 표현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영어 단어가 많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문장 중간 중간에 단어만 쏙 집어넣어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헬스', '선팅', '핸들' 등 아주 많은 단어들이 비슷하지만 잘못된 용례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새삼 절감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콩글리시 단어나 표현들을 전부 바로 잡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언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어부터 시작해서 평소 사용하는 표현의 영어 문장까지 하나하나 조금씩 올바르게 구사해 나간다면 콩글리시의 극복도 결코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단어마다 그리고 표현마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회화책의 기본옵션이 되어버린 것 같은, QR코드를 통한 동영상과 본문 MP3 역시 제공되기 때문에 공부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문제는 내 의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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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패턴 일본어 - 따라할수록 탄탄해지는
김미선 지음 / 소라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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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일본어 회화 책을 봤었는데 또 한 권 일본어 학습 책을 봤다. 표지에 카OO스토리 일본어 채널 중 1위의 공식 교재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OO톡은 해도 스토리는 안 해서 몰랐는데 우연히 많은 사람들이 보는 좋은 책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뻤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회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다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모든 표현에 발음이 친절하게 쓰여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 점이 내게 더 특별한 이유는, 물론 일본어 마스터를 위해서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이 두 가나 때문에 늘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는 반복이 정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도 유사한 문장과 패턴을 묶어서 구성해 놓음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눈과 입에 잘 익도록 해 놓은 점이 좋다. 사실 지금까지 얘기한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저자도 이 책의 특징으로 서론에서 언급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매우 친절하다. 유사하거나 관계있는 표현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또한 분명 회화책임에도 사이사이에 관련 문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문법CHECK' 파트도 참 좋았다. 사실 문법하면 머리 아프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 책처럼 차라리 정말 필요한 것만 딱 집어서 짧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학습교재이기 때문에 한 번 죽 보고 책장에 넣어두기만 한다면 이 책은 그 가치와 효용성이 크게 반감되고 퇴색될 것이다. 또 그렇다고 내가 생각해봐도 이 책을 매일매일 꺼내서 조금씩이라도 볼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발음을 하나하나 다 써준 덕분에, 가끔씩 꺼내볼때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잊어버리고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기운을 빼는 단계를 건너 뛸 수 있는(사실 그러면서 공부가 되고 반복이 되며 머리에 남게 된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을 또 찾게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에 밝은 형광 계열의 녹색이 포인트 컬러로 들어가 있는데, 이 색이 이 카OO 채널의 트레이드마크 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 밝은 톤이라 책을 읽는 데는 오히려 조금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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