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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평점 :
90년대를 함께 보낸 작가 중 한 사람은 공지영 작가이다. 아직도 <고등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20여 년이 훌쩍 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스토리와 인물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읽으니
조금은 새롭게 다가온다. 열정이 넘치던 그때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한걸음 떨어져 각 인물들에 대해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인물들을 보게 된다. 그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지'라는 감정이 이제는 희미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개인적 생각을 하며 <고등어>를 만난다.
<고등어>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노은림의 유고 일기로
시작한다. 노은림은 명우라는 인물의 여러 여자 중 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명우가 진심으로 사랑한 여인이었을까? 어느 시대건 20대가 가지는
고민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취준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취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80년대의 20대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을까. 이들은
아픈 현실과 마주한 인물들이다. 이 책의 이야기가 단순한 애정관계로만 보지 않는 것은 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이전에 사회가 만든 아픔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그러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만든 문제들이 많다, 이들은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돌아온 건 상처와 아픔뿐이다. 그 아픔으로 인래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이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선배들의 삶은 꼭 오지로 떠나는 선교사들을 닮아 있었어. (중략)
신부들에게는 하느님 아버지가 약속한 천국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어떤 아버지도 없었는데…… 있었다면 가난과 고문과 투옥일 뿐이였는데……(중략)
자기만 위해서 살지 않을 수도 있는 거구나.이토록 이타적인 공동체를 이룰 수도 있는 거구나. - 본문 160쪽~161쪽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랑은 불안해 보인다. 완전하고 영원한 사랑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명우가 만들어가는 은림, 여경, 연숙 세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 결혼을 하지 않은 두 남녀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들에게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원한다. 현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맞서 싸웠는지 모른다. 명우의 말처럼 대세를 바꿀 수 없다는 걸 현명하게 알아차리고 대부분 빠져 나갔다. 고문을 참고
견딘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몸와 마음의 상처뿐이다. 그들의 아픔을 알기에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