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자서전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틂 창작문고 1
김혜순 지음 / 문학실험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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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하루
-김혜순

지하철 타고 가다가 너의 눈이 한 번 희번득하더니 그게 영원이다.

희번득의 영원한 확장.

네가 문 밖으로 튕겨져 나왔나 보다. 네가 죽나 보다.

너는 죽으면서도 생각한다. 너는 죽으면서도 듣는다.

아이구 이 여자가 왜 이래? 지나간다. 사람들.
너는 쓰러진 쓰레기다. 쓰레기는 못 본 척하는 것.
.
.
.

죽음의 엄마
스무엿새
-김혜순

엄마는 모르지만 너는 다 알아.
엄마의 가슴 한구석 까맣고 작은 점 하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노래가 되는 것. 멋진 독창이 죽음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
깊어가는 가을밤처럼 청아한 노래.

죽은 사람들의 끝없는 환영 인사. 내면이란 다 그런 것.
흐르는 노래 위를 침을 뱉으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엄마의 홍채가 땅 속에서 부화하고 거기서 태어난 홍체들이 땅 속의 별처럼 떠다니는 것.
넌 다 알아. 넌 엄마의 죽음이니까.

엄마는 모르지만 넌 다 알아.
엄마의 머리칼 위에 집을 지은 까마귀 한 마리.
바늘 없는 괘종 시계처럼 서 있는 엄마의 몸 안에서 째깍째깍 영원히 다음 생을 기다리는 물구나무선 아기들. 엄마의 고막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귓속의 검은 염소들. 엄마의 발등 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죽은 새 두 마리의
날갯죽지, 그 썩은 냄새. 넌 다 알아. 엄마의 몸 속에서 쫓겨나온
넌 다 알아. 따뜻한 모에서 확 뽑혀 북극으로 쫓겨가는 철새의
헐벗은 두 발처럼 시린 알몸의 검은 하늘, 날아봤자 무덤 속인 그곳,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49편의 시. 49일의 시간.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 시는 슬프다. 쓰일 수밖에 없는 시가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아직 죽음의 행렬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들은 살아 있지 않았다. 이미 죽어 침묵의 강을 건너고 있다.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해서 시는 쓰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허망하게 떠난 죽음에게 바쳐지는 시. 하루에 한 편을 읽고 한 편을 받아쓴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바다는 말이 없고 푸른 하늘은 울기만 한다. 지독한 하루가 시작되고 다시 살아야 한다. 좋은 일은 더디 오는데 슬퍼해야 할일만 여기 도착한다.

미움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넓은 가슴으로 살아야지. 다짐을 쓰고 청소를 한다. 내가 살아 있다. 죽음을 대비하는 일. 달보다 별보다 높게 살아 있다. 어둠 안에 빛을 만들어 간절한 네 눈에 넣어주고 싶다.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유효하지 않은 승차권을 받고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갈 수 없는 그곳에 너는 있다. 안녕이라는 말을 아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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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돈 관리 - 초보 혼족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공아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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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살림법』을 읽었으니 『1인 가구 돈 관리』를 읽을 차례. 저녁 산책을 떠났으나 두 손은 무거워지고 말았다. 동네 빵집과 편의점, 화장품 가게, 마트를 쓸고 다녔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소화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산책을 갔으나 그것은 핑계. 신상 빵과 과자, 펭수 포스터를 얻기 위해 화장품을 사고야 말았다. 이른바 충동구매를 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1인 가구 돈 관리』를 읽었다.

혼자 사는 이들이 경제적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1인 가구 돈 관리』는 금융과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와 무한 공감을 연발하게 하는 그림까지 실려 있다. 딱딱한 재테크 책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법과 저축하는 비결을 알려준다. 첫 직장을 다니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일 년을 놀았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알차게 까먹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수입은 통제하지 못하지만 지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혼자 살면서 얻은 살림과 저축의 방법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무리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수입의 몇 퍼센트 이상을 저축하겠다고 악착같이 굴면 결국 모았던 돈을 까먹게 된다. 생활하면서 줄줄 새는 돈 줄이기. 편의점을 사랑한다면 매일 가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 가기. 대용량 제품을 사서 쓰기. 생필품은 낱개로 사면 단가가 올라간다. 외식 줄이고 집밥 해 먹기. 월급 통장과 생활비, 고정비 통장을 나눠서 쓰기.

나도 가계부를 쓴다. 목록을 세분화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내가 얼마나 쓰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1인 가구 돈 관리』에서는 처음 가계부를 쓴다면 달력 가계부를 추천한다. 지출을 세분화해서 쓰는 게 힘들다면 지출만 탁상 달력에 적는다. 무지출 데이가 있다면 예쁜 도장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여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대출과 빚이 있을 때 갚는 요령, 보험과 주식, 위기가 닥쳤을 때 벗어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혼자 살수록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건강을 챙기고 자기 계발을 힘쓸 것을 주문한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불안을 이기고 공부를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유도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없다는 걸 슬프게도 알아버렸다. 책 속의 만화 이야기처럼 저축은 티끌 모아 태산이 안 되지만 내가 쓴 돈 티끌을 모으면 태산으로 불어나는 걸 매달 경험한다. 이거 모아서 부자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포기해버린다면 암울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불안하지 않은 미래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자.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액을 설정하지 말고 잘못된 소비 습관이 있으면 그걸 잡으면서 하면 된다. 하면 된다. 하다 보면 라면도 되고……. 돈을 모으는 게 목표가 되어 피폐하게 살면 안 된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불안을 공부로 이겨내라는 책의 조언이 2020년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한다를 외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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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살림법 - 초보 혼족을 위한 살림의 요령, 삶의 기술
공아연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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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게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혼밥, 혼족, 혼삶, 혼여. 혼으로 시작하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1인 가구 비율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책임감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가족을 꾸리지 못하는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좋게 생각해자, 뭐든. 혼자여도 괜찮아가 아닌 혼자라서 괜찮아로.

『1인 가구 살림법』은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오래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살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물건을 가득 쌓아 놓고 살던 시절의 나에게. 습기 때문에 생긴 곰팡이를 보며 울적해 하던 나에게.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삶의 지혜가 놀랄 만큼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집을 구하는 요령으로 시작해서 청소와 습기를 대하는 법, 배달 음식이 아닌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살림의 지혜와 요령을 다루는 책은 많다. 『1인 가구 살림법』은 다르다. 1인.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살림의 지혜를 나눈다. 혼자 살기에 더욱더 신경 써야 할 방범, 정리의 중요성, 절약이라는 실속 있는 정보로 가득하다. 도어록의 종류와 방범창을 다는 방법.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집을 꾸밀 수 있도록 안내한다. 혼자 살고 있으므로 건강을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 방법까지 일러준다. 모든 걸 따라 할 수는 없다. 한 가지씩만 바꿔도 혼자 사는 삶에 빛이 날 것이다.

주민세를 낼 때 전자 고지서를 신청하면 500원이 할인된다니. 싸고 저렴한 만능 세제를 구비하면 청소 걱정이 끝이라니. 집주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토록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놓다니. 정말 정말이지 독립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읽고 기운을 팍팍 얻었으면 한다. 종합 비타민을 챙겨 먹고 건강 검진을 받으며 '나'를 챙기는 일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매일 청소하기가 힘들다면 주말의 반나절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사 먹는 음식으로 건강이 나빠졌다면 일주일 치 음식을 미리 해서 냉장고에 넣어 하나씩 꺼내 먹으면 건강도 챙기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 3개월 정도치의 비상자금을 마련해 미래라는 불안에도 대비한다. 시간이 바빠 『1인 가구 살림법』을 읽을 수 없다면 책의 목차라도 읽어보자.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꼭 필요한 살림법만 모아놨구나. 정보는 많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음식 조리법 하나만 검색해 보아도 알 일이다.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봐야 할지 몰라 창을 끄고 배달 책자를 들여다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두부, 계란, 고기, 생선, 채소를 이용한 간단 음식 조리법이 『1인 가구 살림법』에 나와 있다. 조미료도 많지 않다. 간장, 소금, 설탕, 참기름을 이용해서 양질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청소와 세탁의 항목에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나의 공간을 정리한다는 건 내 삶을 빛나게 만드는 일이다. 책에는 기분이 우울해질 때 마음을 다스리는 따뜻한 위로 같은 조언도 담겨 있다. 생활을 단장하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게 만드는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1인 가구 살림법』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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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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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이기는 하지만 매번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설렘보다는 초조. 기대보다는 불안.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 할까. 그럴 때는 마음보다는 태도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일하며 책과 관련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엄지혜의 『태도의 말들』.

나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을 엄지혜는 하고 있다. 저자가 쓴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든다. 인터뷰 시간을 꼭 지키려고 하고 어쩌다 늦으면 전전긍긍한다. 인터뷰라는 목적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만 목적으로서만 사람을 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태도의 말들』에는 그가 만난 사람들이 했던 말과 책에서 얻은 인상 깊은 구절이 모여 있다. 일을 하는 동안 '나'라는 자아를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책으로 나왔다.

워킹맘으로서의 불안이 담겨 있으며 그 불안을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의 말로 이기려고 한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책과 관련된 이들이라 어느 정도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의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태도의 말들』에는 그가 사람에게서 받은 인상이 세심하게 적혀 있다. 쉽게 저질러지는 인간관계의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물론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이상한 태도를 가진 사람도 만났을 것이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일도 있었으리라.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 배려가 담긴 행동. 사소하게 보이지만 오래 기억될 누군가들의 태도가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인색하고 잘난척하고 뻔뻔한 사람이 싫다고 하지만 나 역시 타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지 반성한다.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건 평가를 당한다는 느낌과 관심을 가장한 참견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이겨내라고 조언하지 않아서 좋은 책이다, 『태도의 말들』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세상은 내가 중심이 아니다.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나 자신만을 생각해서이다. 나를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옮겨 놓고 보면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좋은 말은 쉽게 휘발되고 나쁜 말이 나를 병들게 했다. 단점으로만 채워진 사람은 없다. 이해가 아닌 그 사람 그대로 보는 것이 맞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나의 불안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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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살 거야 -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
진민영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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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욕심을 부리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비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살이 다시 찌면 입을 거라고 챙겨 둔 옷과 목이 늘어난 양말을 버렸다. 유행이 지났지만 미련 때문에 걸어둔 원피스도(목 부분이 변색되어 있었다, 이런). 터질 것 같은 옷장을 보면서도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했다. 손이 가는 옷을 기준으로 비슷한 옷을 사고 또 사고.

정리와 정돈, 수납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일단 버리라고 말하는 단호한 책도. 좋은 책은 그런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책. 유연하게 행동으로 유도하는 책. '비우기'를 주제로 한 책을 읽으며 조금씩 정리해 갔다. 양말 접는 법을 익히기도 하고 쓰레기를 먼저 버리고. 진민영의 『조그맣게 살 거야』는 버리고 비우고 수납하고 정리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토대가 되어 미니멀리스트가 된 저자는 간편한 생활을 예찬한다. 물건의 80%를 비우면서 깨닫게 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수납이 싫다, 저렴한 다이소가 좋다, 돈을 쓰지 않는 게 재테크라고 이야기한다. 여행을 가서도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떠나고 싶을 때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뿐이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화장품을 산다. 가벼운 삶을 사는 대안은 소비를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

공복을 사랑하고 미리 약속 장소가 나가 있는다. 한 가지 음식을 즐겨 먹고 요리보다는 '조리'를 한다. 단순한 삶의 끝판왕이 나타났다. 책의 제목처럼 '조그맣게' 살아간다. 미니멀을 시작하면서 변화한 부분을 읽다 보면 나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든다. 읽다가 중간에 덮고 수납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방치해 두었던 잡지를 옮겨 두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책 욕심은 내지 말아야지.

생필품은 그때그때 떨어지면 산다, 인터넷 쇼핑몰의 접속을 줄인다, 옷 사는 걸 미뤄본다. 『조그맣게 살 거야』를 읽고 다짐한다. 나는 조그만데 내가 남긴 흔적은 거대하면 안 될 일이다. 『조그맣게 살 거야』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고 활발하지 않고 취향을 뽐낼 수 없다는 것에 위축되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렴한 다이소가 좋다고 색깔을 맞추어 물건을 놓을 필요가 없다는 솔직한 태도가 좋았다. 물건이란 단순한 기능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미니멀이 주제인 책을 읽다 보면 느꼈던 위화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특정 브랜드의 소품과 일상용품으로 채워진 집을 보면서, 미니멀리스트의 집은 이래야 하는구나를 학습했다. 아니었다. 가장 싼 제품을 사서 그걸 오랫동안 쓰는 삶. 때가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색 차렵이불을 사는 삶. 어떤 삶이 바람직하다고 단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가면서 '조그맣게' 될 때까지 살아가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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