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맛 2 -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만찬 요즘 사는 맛 2
고수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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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속상하게도 일찍 눈이 떠졌다. 내가 뜬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힘에 의해서 떠진 것. 옆으로 누워 배민앱에 접속. 아직 준비중이라는 곳이 많지만 메뉴를 구경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11시에 시켜 먹냐. 그것도 아니다. 메뉴 고르는 것에 지쳐 라면을 끓여 먹는다. 계란은 넉넉하게 두 개. 살짝 맛이 간 김치도 푸짐하게 풍덩. 푹 익은 면이 좋아 오래 끓인다. 밥친구는 라디오스타. 


토요일은 라면. 일요일은 계란찜. 또 넉넉하게 계란 네 개를 풀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푹익은 계란찜에 밥을 넣고 비빈다. 국물이 없으니까 컵라면도 준비. 밥친구는 나혼자산다. 라면과 계란찜밥으로 한 달을 돌려 먹었더니 조금 물리네. 색다른 걸 해 먹어볼까. 생각만 한다. 다시 라면을 끓인다. 금요일 밤에는 생라면의 유혹을 참을 수 없다. 일하는 주중에 점심은 어떠냐면. 김치볶음밥이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행하듯이 김치볶음밥을 떠 먹는다. 


김치, 계란, 라면이 없었으면 요즘 어떻게 살았을지. 식탐이 없는 건 아니다. 먹고 싶은게 많아서 이것저것 시켜서 먹어보기도 하지만 다 먹지 못하고 궁극엔 소화제로 마무리. 먹방하는 유튜버들 리스펙. 잘 먹고 싶지만 잘 먹을 수 없게 조직된 몸. 이럴땐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것보다 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배달의 민족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주간배짱이'의 푸드에세이 『요즘 사는 맛 2』를 읽어보자. 


결국엔 하는 말이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그러니 힘들어하지 말고 일단 먹자. 먹고 나면 없던 힘이 막 생기는 건 아니고 배가 불러서 잠깐 잊는다. 그게 뭐였더라. 그러고 잠들면 된다. 다음날 일어나서 별거 아니었네 나를 달래주면 된다. 『요즘 사는 맛 2』에는 다행히 나보다 잘 먹거나 잘 먹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비싼 음식을 매일 먹지는 못 하지만 따로 돈을 모아 먹을 때 죄책감이 들지 않게 하는 방법, 도시락에 든 깍두기의 슬픈 기억을 잊게 해준 돈가스의 추억, 제빵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의 넉넉한 인심,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매일 싸다준 도시락. 친구집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요리 메뉴판까지 음식 이야기에는 짠하고 귀여운 마음까지 들어있었다. 지쳤을 때 집밥을 먹고 싶지만 해 먹을 기운은 없어서 배민앱으로 집밥을 시켜서 먹는 거 공감한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지 못할바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동기부여 해주는 유튜브를 보며 너도 할 수 있다고 나를 속인다. 잘 먹지 못할바엔 잘 먹는 사람들에게 기댄다. 유행하는 음식도 추천 받고 언젠가 즐겨 먹었지만 기억에서 사라진 음식을 다시 찾아 먹는다. 비오는 금요일 저녁에는 무엇이 좋을까. 주말에는 무얼 먹어야 월요일에 힘이날까. 『요즘 사는 맛 2』를 펼쳐놓고 골라보는 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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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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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인상 깊게 봤다. 영화가 끝나고 시중에 존재하는 사랑의 형태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세계가 규정해 놓은 일반적인 사랑의 모습. 남자와 여자의 이성의 사랑만을 인정하는 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점차 바뀌고 있죠.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인간과 다른 존재. 영화에서는 인간과 괴생명체 간의 사랑의 진행과정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그린다. 


삶이란 매일 해치워야 하는 숙제처럼 버겁고 힘들다. 그런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꾸려 갈 수 있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그걸 이야기한다. 한정현의 소설 『마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배경은 일제 강점기가 끝난 미 군정기. 주인공은 검안의 가성, 신문기자 운서, 카페 주인 송화다. 세 명을 중심으로 다른 세 명이 또 등장한다. 잡지 편집장 주혜,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지금은 주부 선자, 조교이자 신인소설가 초의. 


소설은 여섯 명의 인물로 꾸려진다. 그들 모두는 여성이며 이들에게 놓인 사건은 교수 윤박이 살해된 살인사건이다.  『마고』는 초반부터 윤박 교수의 살인범을 공개한다. 윤박은 미군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범인은 미군이 아니어야 한다. 혼란스러운 정세를 틈타 미국이 남한에 주둔해 있던 시절 살인사건의 범인이 미군이라는 게 밝혀지면 국민들의 반감이 커진다. 가성은 직속 상사 양준수가 범인을 주혜, 선자, 초의 중에 한 명으로 만들어내는 걸 지켜봐야 한다. 


『마고』는 다양한 매력의 인물을 선보인다. 여섯 명 외에 살인사건이 벌어진 현장 호텔 포엠의 사장 에리카가 있다. 살인사건의 진범이 미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각 인물이 가진 사연을 하나씩 펼쳐 놓는 솜씨가 훌륭하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혼란한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사랑함에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머뭇거림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가슴이 아린다.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구나.  운이 좋은 거였구나. 그런 다행과 운을 가질 수 없는 이들에게  『마고』를 건넨다. 앞선 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 살지 못하는 이 생에서 눈치 보지 말고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마고』는 부추긴다. 


사랑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부 괜찮을 일이다. 이렇게라도 나의 오늘에 위로를 건넨다. 사랑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말할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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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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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쁨과 행복이 아닌 지극히 사소하고 작은 기쁨과 행복이 매일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번 생은 글렀다는 자조 대신에 그럭저럭 괜찮고 좋았다는 생각을 마지막에는 품고 떠났으면 한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웃고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하나씩 사는 오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하나 마나 한 말을 떠올린다. 이거면 됐다는 만족을 위해 살아내야겠다.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큰 기쁨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전자책이 나올 텐데 조급증 때문에 종이책으로 사서 읽었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무려 첫 문장이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임무입니다.'이다. 안 읽을 수 있겠나. 진정한 집순이는 밖에 나가 있으면서도 자신의 집 사진을 보는 거란다. 나 매일 내 방 사진 들여다본다. 집에 보내줘.


아침마다 《워킹 데드》를 찍는다. 워워워 속으로 소리를 내며 흐느적 걸어간다. 일하러. 사노비의 운명.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들어가는 순간을 그리워한다. 일이 끝나면 경주마처럼 직진. 단숨에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뿌듯함이 차오른다. 소설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임무가 있는 남자, 실연한 남자, 도망치는 소년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나와시로 호수에서 펼쳐지는 마이크로스파이들의 활극의 분위기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답게 전형적인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나쁜 사람이지만 착하다. 괴팍한 악당이지만 웃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역설의 인물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멋지다. 받아들인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걸. 어쩌다 만난 악당의 포스가 강해 좋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잊을 뿐이다. 누군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준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위험한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분위기를 살리고 싶은 욕심에 말실수를 하고 후회하는 남자,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갔지만 대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 회사에서 부하들을 잘 살피고 있냐고 물어보는 여자, 벌레를 죽이지 않기 위해 머그잔으로 덮어 옮겨주는 여자.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하고 소설은 말한다. 


우리 각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상대의 행복을 위해 지령을 받고 온 작은 스파이가 아닐까. 그런 숭고한 임무를 받고 이곳에 왔는데 출퇴근 지옥에 갇혀 나 자신의 행복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나의 행복이 없으면 다른 이의 행복도 없는 거니까.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는 잊지 말자 행복, 행복, 행복이라고 속삭인다. 그런 의미로 오늘의 행복 하나. 폭우를 뚫고 무사히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헤헤. 헤헤헤. 글고 또 하나의 택배가 미쿡에서 올 예정입니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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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케이스릴러
이두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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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6월 호에 실린 소설가 이두온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을 말해달라는 답변에 그는 독자의 선택을 받는 건 힘든 일이라 들러리를 서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대개 이런 질문에는 기쁘다, 감격했다 같은 보편의 답을 하기 마련인데 그는 굉장히 솔직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1위에 뽑히지 않을 걸 알고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거 아닌가. 그 부분에서 한 번 반하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로런스 블록. 대박 완전 내 취향이잖아. 리듬감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데 그러기 힘들 때 펼쳐서 읽는 책이 무려 『살인해드립니다』란다. 미쳤다리.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가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로런스 블록의 킬러 켈러 시리즈와 탐정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완독하고 싶어서다. 좋았어. 이두온, 가보자고. 첫 책 『시스터』부터.


그야말로 홀린 듯이 읽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를 이겼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금만 더 읽어야지 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소설은 배우 부모를 둔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기애만 높은 부모는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들이 유명해지는 방법이다. 윤선이, 윤장이 자매는 부모의 철저한 방임 아래 놓인다. 한물간 배우 부모는 재기를 노린다. 방송국에 줄을 댄 아버지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기로 한다. 


'밀리언달러 키즈'라는 육아 예능에 언니 선이를 데리고 나가지만 잘해야 된다는 강박에 선이는 경쟁심만을 앞세운다. 아버지는 선이 대신 동생 장이와 프로그램을 다시 찍는다. 장이는 인기와 사랑을 받지만 나이답지 않은 영악한 면을 드러내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한다. 어머니가 사고로 죽고 선이는 외가로 가고 장이는 아버지와 남겨진다. 


교정직 면접날 선이는 사람들 앞에서 정신을 잃는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 선이는 감당하기 힘든 상태에 이른다. 정신을 차린 선이 앞에 김경희 형사가 나타난다. 그는 사라진 장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장이가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고. 선이는 오랜만에 장이의 이름을 들었다. 선이가 외가로 간 이후에 한 번도 장이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시스터』는 시작부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머뭇거림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헤친다. 선이와 장이는 친밀해질 수 있었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관계를 망쳐 버렸다. 소설은 자매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의 간격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사랑을 받기 위한 보이지 않는 다툼. 상대를 향한 적의. 먼저 손을 내밀기엔 멀어져 버린 사이. 자신을 돌보기에 바빠 상대의 슬픔과 가난을 헤아리지 못해 벌어진 사건의 실체는 끔찍했다. 


나 역시 소설 속 사람들처럼 육아 예능을 즐겨 본 적이 있었다.  『시스터』를 읽고 나면 아연해진다. 육아 예능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내가 한심해서. 카메라 앞에 노출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아이 같지 않다, 똑똑하다, 귀엽다 같은 멍청한 감상을 했던 것 때문에. 관계의 복원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시스터』는 보여준다. 마음이 아파지는 소설이다. 단 한 번도 제대도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라지 못한다. 언니 구해줘. 나를 구해줘. 비정한 어른에 의해 어른이 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비명이 가득한 이야기. 『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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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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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의 피식 쇼를 즐겨본다. 외국 토크쇼 형식으로 출연자와 사회자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보면서 감탄하고 말았다. 다들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사교육의 힘으로 영어를 습득했고 자유자재로 한국어와 섞어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웃었다. 그러다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다. 해보자. 영어. 


제로백 1초가 아닌 제로백 10일의 타입이라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지 생각을 했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가 아닌 어떻게 해볼까, 어떻게 하지, 되게 답답한 스타일이다. 매일 꾸준히 해보면 어떨까 하고 가벼운 학습지를 검색(후회한다. 검색 몇 번 했다고 광고 팝업이 자꾸 뜬다. 가격 견적 내려고 가입했더니 매일 광고 톡이 온다.) 하고 EBS 다시 가입했다. 재능 있는 유튜버 선생님들이 올려주신 영상도 몇 개씩 봤다. 


돌고 돌아 소설책 읽기. 제목도 직관적인 심재천의 『나의 토익만점 수기』를 읽어보자 했다. 엇, 품절. 그럼 중고책으로 가자. 주문하는 김에 유튜버 선생님이 집필한 교재도 주문했다. 1,500원만 주면 분철해 주니까 그것도 신청. 교재는 무조건 스프링 제본이어야 한다. 반으로 접어서 컴팩트한 사이즈로 공부를 해야 집중이 잘 된다. 안 접히는 거 진짜 극혐. 쫙 펼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네, 네 공부 못 한 이유를 이제 알겠죠? 이럴 시간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나의 토익만점 수기』는 토익 점수 만점을 위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나'의 모험담을 그린다. 취업을 위해 토익 시험을 봤지만 590점이 최고점. 이 점수로는 원서도 내지 못하고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비행기 삯이 제일 싼 호주로 건너왔다.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는 취업에 성공 소나타 신형을 뽑고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놀러 다녔다. 제대로 동기부여 받은 셈이다. 한국말은 절대 쓰지 않고 오직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토익 만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부푼 희망을 안고 호주로 날아왔다. 


제임스를 만나 남자답게 스릴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라는 가르침에 스티브의 인질이 되기로 했다. 스티브는 바나나 농장을 하는 척하면서 마리화나를 재배한다. 그곳에서 일하며 나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실전 영어로. 이주일 닮은 재림주를 믿는 아버지에게 영어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질 때 그런 후회를 한 적이 있다. 국어가 아닌 영어를 좋아할걸. 그랬으면. 


후회해 봤자 이미 늦은걸. 박명수 어록 있지 않은가. 늦었을 때가 늦은 거라고.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나의 토익만점 수기』는 토익 만점을 향한 호주와 한국을 넘나드는 액션 어드벤처 픽션으로 토익 만점이 뭐길래 하는 인생무상과 체념과 허무주의까지 챙겨준다. 그래봐야 토익 만점.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게 된다. 토익 만점이 뭐라고. 도대체 그게 뭐길래 그렇게까지 아이고.


토익 만점을 받고 싶지는 않고 영어로 듣기가 가능하고 나의 생각을 더듬지 않고(근데 한국어로 말해도 더듬는 거 실화임? 오늘도 말 제대로 못하니 대신 말해달라고 미리 납작 엎드려서 일 처리했다. 정말 한심.)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영어 회화 책이 지난주 토요일에 왔는데 목차 보면서 계획만 짜고 있는 거 진짜 등짝 한 대 때려야 한다.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제 진짜 책 펼친다. 그러니까 영어 어순은 주어+동사+목적어라고. 오케이.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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