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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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숨이 그리는 세계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된다. 이야기는 출구에서 빠져나오자 입구에서 갇히고 만다. 출구와 입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 『당신의 신』에서 보여주는 소설의 색채는 어둡고 흑백의 점이 무수히 박혀 있는 복사 불량의 흐릿함을 가지고 있다. 이혼이라는 주제로 끌고 가는 『당신의 신』에서 당신들은 이야기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운명을 예감한다.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에서 여성 화자의 목소리는 대체적으로 낮고 가라앉아 있는 음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첫 번째에 실린 「이혼」에서 '그녀'는 이혼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젊은 부부부터 나이 든 부부까지 그곳에서 이혼 절차를 밟는 사람들의 연령은 다양하다. 남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라는 대명사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까지 존재한다. 소설은 그녀가 오래전 자신이 꾸었던 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험 기간 때 책상에서 꾼 꿈을 떠올린다. 넥타이를 맨 중년 남자와 이혼하는 꿈. 직장 동료들에게 그 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년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 남자는 그녀의 아버지로서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그보다 못한 학력을 가진 어머니를 구타하는 참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두 번이나 도망을 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지막에는 어머니의 체념으로 그녀 자신이 집을 나온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일하는 그녀의 남편 철식은 남쪽에 있는 조선소에서 노동자의 사진을 찍느라 그녀가 감내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에서 빠져 있었다. 전세 만료의 집을 알아보고 물이 새서 고쳐야 하고 유방암에 걸린 그녀가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불면증을 견뎌하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녀는 같이 일했던 동료 영미를 불쑥 찾아간다. 일류대를 나온 영미는 회사에서 부적절한 소문이 돌아 해고당했고 혼자서 생활하기 위해 감자탕 집에 취업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학원을 하나 차렸는데 학부모의 끈질긴 질문에 이혼하고 혼자 사노라 말했더니 그날 이후로 원생의 수가 뚝 끊긴 일까지, 담담하게 이혼 후의 삶을 들려준다. 
  시를 쓰는 그녀에게 남편 철식은 이혼을 하는 것은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과는 다름 없다는 말을 한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다,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려는 결혼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대답한다. '나'가 아닌 '당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요구하는 결혼에서 김숨은 영혼의 구원은 각자의 몫이라고 선언한다.
  「읍산요금소」에서 삼 년째 정산원으로 일하는 그녀 역시 이혼 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마트에서 만난 동창은 그녀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는 말에 연금보험을 권하고 중고차 매매업을 한다는 남자를 소개해 주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노래방에 가지 않고 몰래 도망쳐 나온 그녀에게 친구는 그 남자가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고 원망했다. 그녀가 일하는 읍산요금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요양원과 그곳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차량들을 보며 혼자 늙고 기억마저 사라질 이후를 감당해야 하는 피로감을 느낀다. 
  우성실업으로 가기 위해 이십 분마다 요금소를 통과하는 한 남자의 질문들을 받으며 이곳이 출구와 입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뫼비우스의 곡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남자는 노래방에 가자고 강요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감추고 그녀를 폴란드 모텔로 데려간 소장일 수도 있다. 그녀가 폐쇄된 요금소의 이름을 묻자 관리 소장은 읍산요금소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삶은 무한으로 반복된다. 
  「새의 장례식」에서 화자는 '나'로 설정되었지만 주로 '그녀'의 이야기를 '그'가 전해주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나는 그녀와 이혼 후 그녀를 딱 한 번 만났을 뿐이다. 그녀가 재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재혼한 남자가 나를 만나러 오는 건 뜻밖의 일이다. 그는 나에게 그녀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사고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내가 그녀를 만나는 것이 그녀의 병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녀와 재혼 후 아파트에서 살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욕실로 통해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학대를 받는 것 같은 아이를 그녀 집으로 데려온 일. 그 아이가 했던 어떤 말이 그녀가 키우던 십자매를 죽게 한 것 같다는 의심까지. 
  말의 무서움과 폭력의 흔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그녀의 상처의 기원은 '나'로부터 출발한 것임을 직감한다. 그녀에게 가했던 나의 폭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이혼」의 그녀가 겪었던 아버지의 폭력은 「새의 장례식」의 그녀로 이어진다. 「이혼」에서 그녀는 자신의 오빠들에게도 아버지의 폭력성이 대물림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 오빠들 중에 한 명으로 호출된 것 같은 「새의 장례식」의 '나'는 그녀를 울게 만든다.
  재혼한 그들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살고 있다. 한 번 절차와 수속의 난관을 통과한 그들은 다시는 이전의 일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무한으로 이어진다면 그들은 다시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 내기 위해 혼인 신고 없이 살고 있다.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고 그녀들은 체념도 실수도 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당신의 신이 되는 것이 아닌 당신의 신들을 찾기 위한 여행의 시작으로 살아가려는 김숨의 여성 화자들의 목소리는 고요하고 분명하다. 끔찍한 이 생을 살고 싶어 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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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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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괴물이 아니라고요. 제 동생에게도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고 친구가 있어요. 개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테이블 앞에서 누군가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 그렇지.
  나는 혼잣말을 하며 그 이야기를 듣는다. 
  그냥 우리는 여기 있어요. 여기 있다고요. 그래, 너희가 여기 있구나, 그렇게 알아주는 것. 저희가 원하는 건 그뿐이에요.
  또 누군가 말한다. 
  그래. 그런 거지.


  김혜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를 사놓고도 바로 읽지 못했다. 소설의 제목에서 주는 느낌 때문에 그 안의 이야기가 어떤 질감으로 펼쳐져 있을지 짐작이 돼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딸에 대하여 라니.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그 외침이 떠나질 않았다. 소설의 시작은 딸과 엄마가 대학가 식당에서 우동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딸은 엄마에게 살고 있는 2층 집의 사람들을 내 보내고 전세를 얻어 그 돈을 자신에게 달라고 부탁한다. 딸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전국을 도는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다. 제 처지의 절박함을 들어 거부할 수도 쉽게 들어줄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한다. 
  엄마인 나 역시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요양병원 보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젊은 날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살고 이제는 늙고 병든 몸으로 누워 있는 젠이라는 여자를 간호하는 일을 맡고 있다. 노인들을 입히고 씻기고 일으키는 육체적인 노동은 엄마의 몸에 그대로 고통으로 남는다. 남편은 오랜 병으로 죽고 딸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 엄마. 그 엄마 앞에서 딸이 자신의 힘든 삶의 모습을 슬쩍 내보인다. 엄마는 딸의 어려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한 딸. 그 딸이 어느 날 자신의 집으로 내가 원하지 않았던 사람과 함께 돌아온다. 
  이 소설이 말하는 바는 단순하다. 글의 앞에 인용해 놓은 문장. 그래, 너희가 여기 있구나, 그렇게 알아주는 것. 사람들은 무신경하게도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비하하고 함부로 떠든다. 그것이 악의에 의해서든 무심에 의해서든 상처로 남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의 틀 대로 남의 삶을 맞추려 든다. 선의를 가장한 횡포. 기만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대학 사회에서 딸은 저항한다. 강의 평가도 좋고 능력도 뛰어난 강사를 대학은 성적 정체성을 운운하여 해고한다. 딸은 그 일로 자신의 에너지와 열기를 집어넣는다. 
  보증금을 까먹고 엄마 집으로 들어온 딸은 혼자가 아니었다. 딸과 7년째 살고 있다는 그 애와 함께 들어왔다. 서로를 그린, 레인이라고 부르는 자매처럼 다정해 보이는 그들은 엄마와 한 공간에서 맞닥뜨린다. 엄마는 딸이 지금은 젊고 청춘이라고 부르는 시기이므로 방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나이가 들고 세상 사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게 되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 애에게 말한다. 같이 지낼 수 없으니 그 애에게 나가달라는 말도 한다. 
  딸이 시간 강사로 살아가는 동안 딸의 생활비와 집세는 모두 자신이 담당했노라고 말한다. 그 애는 그리고 지금 당장 갈 곳이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딸의 보증금은 대학에서 해고당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우느라 다 써버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녀 자신이 돌보는 여자 젠의 젊은 날과 다르지 않은 딸의 지금의 모습. 젠은 외국에서 공부했고 한국 입양 아동을 위해 일을 하고 외국인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번 돈을 얼굴도 모르는 그 애들에게 부쳐 주었다. 그러느라 자신의 젊은 날을 다 쓰고 지금은 요양 병원에 누워 재생 기저귀 때문에 욕창을 달고 살고 있다. 엄마는 자신의 일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의 허망함과 덧없음을 여실히 목도한다. 
  딸 역시 그러한 삶으로 제 청춘을 다 써 버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딸이 대학교 앞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사람들과 다툼에 휘말리는 일들을 지켜본다. 늙고 치매까지 온 젠을 찾아오는 방송국 사람들도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도 없자 병원에서는 그녀를 치매 전문 병원으로 보내려 한다. 그날 엄마는 병원 사람들에게 보내지 말아달라고 항의한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 앞에서 모두 평등한 삶. 그것밖에 평등하지 않아 슬픈 삶. 엄마는 젊은 딸과 딸을 사랑하는 그 애가 미래를 낙담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엄마는 방치되다시피한 젠을 집으로 데려온다. 요리사로 일을 하는 그 애와 딸이 만드는 집 안의 풍경에서 그들이 얼마나 다감하고 서로를 위하는지 깨달은 집 안에서 그녀들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나는 모르겠다. 너희를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살아생전에 그런 날이 올지. 
  그 애의 발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하나씩 터뜨린다. 새어 나온 담뱃잎이 바닥에 누런 자국을 남긴다. 
  내가 너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때로 기적은 끔찍한 모습으로 오기도 하니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오긴 오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잖니. 나한테 그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그 말은 공허한 거짓말에 가깝다. 우리를 이해해달라는 말 역시 공허한 아우성에 불과하다. 그냥 우리가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내치지 말아달라는 것. 『딸에 대하여』는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다감한 속삭임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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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놀이가 답이다 -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초등교사의 영어 교육법
이규도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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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매번 계획을 세운다. 단어부터 시작하겠다고 책을 사고 하루에 몇 개씩 외울 것이라는 일정을 짠다. 그러다 일주일을 못 넘기고 실패한다. 책장에 꽂힌 단어책만 여러 권이다. EBS 방송을 보고 문법 공부를 하려고 공책에 필기를 한다. 외운 단어와 내용을 시험 볼 것이라고 공책을 사서 여러 번 접어 놓기도 했다. 독해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원서로 된 책을 중고로 구입했다. 단어책과 독해 문제집과 원서는 책장에 잘 꽂혀 있다. 태블릿에 영어 단어 어플을 깔기도 했다. 단어 뜻을 맞춰야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어플이라 귀찮아져서 지워 버렸다. 실패로 점철된 영어 공부. 여전히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작가의 원서를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기만 한다. 작심삼일도 안되고 매번 이틀 정도만 성공하는 영어 공부. 
  『엄마표 영어, 놀이가 답니다』의 저자 이규도는 초등학교에서 영어 전담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자신의 직업의 장점을 살려 엄마로서 아이의 영어 공부를 담당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이 책에 쓰고 있다. 0세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마가 교육할 수 있는 영어 학습법이 실려 있다. 흔히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키면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를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통념을 반박한다. 자라는 아이는 언어 습득이 최대화 되는 시기라서 일정 나이가 되면 언어적인 면들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영어 공부에 먼저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놀이를 하듯이 영어를 시작하면 따분한 숙제와 시험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주입식으로 단어와 문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 맞추기, 문장같이 읽기, 빙고 게임 등을 활용하면 초등학교에 가기 전 영어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부르면 좋을 동요의 목록을 참고하고 영어 책을 고르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실려 있다. 동요는 한 문장 안에 단어의 개수와 생소한 단어의 수를 밝혀 단계별로 정리해 놓았다. 하루 10분을 활용하여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영어 놀이도 실려 있다. 
  영어를 잘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재미와 흥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언어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달할 수 있는 유아 시기부터 엄마와 놀이하듯 영어를 대한다면 학교에 가서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엄마가 영어 공부를 시킨다? 쌓여 있는 집안 일과 일을 하는 엄마라면 회사에서의 업무 때문에 바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하루 영어 일과표를 만드는 방법과 실행할 수 있는 단계별 학습법을 구분해 놓았다. 책 뒤에는 아이와 영어 게임과 놀이를 했을 때 보상을 해 줄 수 있는 스티커와 점수판이 부록으로 달려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의 영어 발음이 된장 발음이어도 먼저 읽어 주고 아이가 따라 하게 하는 것. 잘 했다고 칭찬해주는 것. 게임 뒤에는 꼭 안아주는 것.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아이에게는 힘이 된다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엄마의 영어 공부는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동요를 고르고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강압적으로 쓰고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읽고 노래를 불러 주는 것.
  이 책은 엄마가 시작하는 영어 놀이 공부 학습법이 전부는 아니다. 나처럼 영어를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접근할 수 있도록 대입 시켜 볼만한 학습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어 동요 부르기부터 시작할 것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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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벤 파운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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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는 졸업을 이 주 앞두고 있었다. 그에게는 엄청 예쁘고 똑똑한 둘째 누나가 있다. 캐스린은 대학교에 부분 장학금을 들어갔고 성적 우수자 명단에 매 학기 올랐다. 경영 대학 삼 년 선배와 약혼한 상태였다. 메르세데스가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박기 전까지 캐스린의 앞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파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빌리는 쇠지레로 누나의 약혼자 차를 찾아내 박살을 냈다. 약혼자를 쫓아간 행동 때문에 일이 커졌다. 지방 검사는 빌리가 군에 입대하는 조건으로 중죄 혐의를 기물 파손으로 감해 주었다. 
  원래 미국은 이라크와 우방 관계를 유지했다.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군은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해 주고 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고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미국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와의 전쟁을 벌였다. 제1차 걸프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사담 후세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를 구실로 200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켰다.  2003년에는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다. 제2차 걸프 전쟁이었다. 이라크에 매장된 석유를 둘러싼 계산이 깔린 전쟁이었다. 한국도 파병을 결정했고 많은 이들이 명분 없는 전쟁 속으로 들어갔다. 이라크에는 미군 17만 1천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2011년 오바마는 종전을 선언했다.
  빌리는 브라보 분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복무를 하고 있었다. 같이 복무하던 병사 슈룸이 총에 맞자 그를 구하러 뛰어 간다. 그 상황을 폭스 TV에서 촬영한다. 이 영상으로 빌리와 브라보 분대는 영웅으로 떠오른다. 전쟁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그들은 승전 여행을 시작한다. 리무진을 타고 호텔에 묵으면서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이라는 영화 제작자 앨버트와 풋볼 경기장으로 떠난다. 비욘세가 속한 팀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함께 하프 타임 쇼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성격의 분대원들은 미국 정부에서 주최한 행사에 초대받고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사인을 원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명분 없는 전쟁을 홍보하고 미국인들이 전쟁을 우호적으로 보기 위해 브라보 분대는 이용된다. 앨버트는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걸어 영화 제작에 힘을 쓴다. 빌리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자신에게 책을 권했던 슈룸이 죽어가던 장면을 복기한다. 
  수술이 필요한 누나를 위하고 집 안을 일으키겠다는 목표가 있던 빌리는 승전 여행 내내 이라크에 돌아갈 이유를 찾는다. 집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영웅으로 대접받는 빌리에게 캐스린은 이라크로 돌아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텍사스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으로 들어간 분대원들은 식사를 대접받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빌리는 그곳에서 치어리더 페이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던 앨버트는 카우보이스의 구단주 놈의 제안을 다임 하사에게 들려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영화화할 경우 1인당 10만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놈은 영화 제작의 리스크를 들려주고 5,500달러 제시한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보라보 분대원들의 삶은 값싼 돈으로 메겨진다.
  전쟁의 명분은 확실하지 않았다. 이라크가 가진 석유를 쟁탈하기 위함이었고 전쟁을 이용해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이유가 있었다. 순전히 미국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전쟁이었다. 미국 무기상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신무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은 목적도 추가되었다. 그들이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보유의 가능성이 명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끝내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총격으로 부비트랩으로 죽어가는 동안 미국 정부는 그들을 이용해 전쟁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은 이라크 군인과 싸워 이긴 분대원들이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제대를 하지 못하고 다시 남은 복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이라크로 돌아가야 한다. 짧은 승전 여행에서 브라보 분대원들은 미국 시민들의 위선과 허상 같은 삶의 모습들을 마주한다. 
  빌리가 만난 사람들 중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똑바로 직시할 줄 아는 페이슨은 그에게 슈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상업주의 최고점에 서 있는 풋볼 경기장에서 치어리더 일을 하지만 지역 봉사를 하고 방송 저널리즘 공부를 하며 꿈을 키운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삶의 이유를 찾는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의 이유를 망쳐 놓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전방에서 총을 들고 싸워야 하고 그들을 이용하며 누군가는 돈을 번다. 브라보 분대원들은 가족을 위해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헐값으로 목숨을 내놓고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다. 빌리는 성격 좋은 누나와 함께 지내며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이십 대를 보낼 수도 있었다. 누나의 약혼자의 차를 부순 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누나의 수술비를 벌고 군인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할 가족들이 그를 이라크로 가게 했다.
  브라보 분대원들은 어떤 모습으로 경기장의 하프 타임에 나가 사람들을 흥분시킬까. 그들의 승전 여행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 『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의 강점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말들의 향연이다. 구어체의 문장들은 빌리의 어지러운 내면과 미국 사회의 거짓과 위선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전쟁의 위험 속에서 잠시 벗어난 빌리는 더 크고 무모한 전쟁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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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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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방향을 바꿔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전자의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 다가올 것 같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고 아등바등 했었다. 잘 모이지도 않은 돈을 생각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로 보낸 나날들. 그 안에서 나는 매일 불행했고 불만으로 가득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벌이가 쉬운 일에 기웃거렸다. 하루를 게으르게 보냈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성격은 사나워져 갔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율곡 인문학』의 저자 한정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은 타고난 것이라고 해도 마음을 다하면 바꿀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조건과 배경들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마음과 본성이 가진 선함은 각자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이 책 은 조언한다. 조선 시대 최고의 학자 율곡의 삶을 통해 듣는 인생의 조언들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인간으로서 완성된 길을 걸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율곡은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슬픔에 빠졌다. 이이는 3년 시묘 살이를 마치고 20세에 자경문自警文을 지었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이라는 뜻의 그 글 속에서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희망과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율곡 인문학』은 자경문自警文의 글 속에서 일곱 개의 핵심 주제들을 모아 놓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도 매일 출근길에 올라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도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이의 말과 글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뜻을 세워야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입지立志를 시작으로 말을 아끼고 간략하게 하면서 자신의 말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치언治言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야 하는 정심定心에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넓혀야 함을 일러 주고 있다. 버려야 할 습관과 시행해야 할 삶의 자세들을 엿볼 수 있다. 홀로 있을 때를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는 근독勤獨의 장에서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 몸가짐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생각들을 펼쳐 놓고 있다. 
  공부工夫의 장은 흥미롭다. 율곡은 소년 급제를 할 만큼 학문에 있어서 뛰어남을 자랑하는 학자였다. 퇴계와의 서신 교류와 성혼과의 만남을 통해 학문을 나누었다. 그는 직접 선조에게 왕의 본질과 치세를 담은 『성학집요』를 지어 바쳤다.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기술한 『격몽요결』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강조한 공부의 자세는 의심 나는 것을 묻고 아랫사람에게도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이 약한 율곡은 조정에 나아가 정치를 하는 중에도 책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관직에 몸담는 와중에도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에 한탄할 만큼 책 읽기를 소중히 여겼다. 계속된 청원과 간언을 담은 상소에도 선조의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아 벼슬의 길을 떠나 있을 때도 후학을 기르고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학문의 길을 걷고자 했다. 같은 책을 몇 번 읽어도 넘치지 않으며 뜻을 헤아려 읽기를 하고 미래의 일로서 공부를 연결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만장이 물었다.
"감히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나이가 많은 것을 자랑하지 말고, 지위가 높은 것을 뽐내지 말고, 형제들의 힘을 자랑하지 말고 벗을 사귀어야 한다. 벗이란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니,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사귀어서는 안된다."


  진심으로 살아갈 것과 관계 맺기를 당부하는 진성盡誠의 덕목은 몇 번을 곱씹어 볼만하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사람으로서 길을 이 장에서 펼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 사귀는 것에 염증이 느껴지고 그 사람의 깊이를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관계 맺기를 멈춰 버렸다. 타인에게 받을 상처를 미리 계산하고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면 그 마음이 뻔히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작은 마음들을 키워야 한다.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옳은 마음이 된다. 정의正義를 읽는 요즘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율곡은 새어머니와 가족들의 관계 개선에 힘썼다. 신사임당이 일찍 죽고 그의 남편 이원수는 자식이 많으니 재혼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서모 권 씨와 가족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율곡은 성심을 다하여 새어머니를 받들었다. 가족들을 모아 한집에 살게 했다. 그 가족의 수가 백여 명에 이르렀다. 같이 살면서 지켜야 할 규율을 담은 동거계사를 만들었다. 가족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마음가짐을 담은 글을 외우게 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의 이치를 실천했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 율곡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과거의 사람을 만나고 그가 지은 책을 읽는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살수 있는 당위가 된다. 율곡의 삶과 글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의 마음과 실천하는 행동력을 가져야 함을 배울 수 있다. 남 탓을 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바람 소리를 듣고 구름의 방향을 보는 것. 사소한 오늘은 어제의 마음과 다짐으로 만들어졌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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