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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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좀비들』이 생각났을까.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소설인데. 두 번 읽었으면 세 번은 못 읽을까. 예전에 종이책으로 사둔 게 있었는데 못 찾겠다 꾀꼬리. 전자책으로 사서 간간이 틈틈이 생각난 듯이 읽어갔다. 주중에는 거의 읽지 못하고 주말에 누워서 자세를 바꿔가면서 읽었다. 


왜 여전히 좋을까. 형의 죽음 뒤에 온 상실감을 주인공 채지훈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내가 좋아하는 뚱보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흘리지 않고 질척이지도 않으면서 쉽고 담백한 언어로 끌고 가서? 이제는 안다. 좋고 싫은 이유를 대는 건 의미가 없는 짓이라는걸. 그저 그때의 감정 그 계절의 기분과 그 시간의 느낌들이 만났기 때문에 좋고 싫다. 


휴대전화의 수신감도 체크 일을 하는 지훈은 차에서 생활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은 유일한 혈육인 형 역시 갑자기 죽었다. 그 이후 지훈의 일상은 운전을 하고 신호를 체크하고 다시 운전을 하는 일의 반복이다. 0과 10 사이의 숫자만이 그의 세상이다. 인간의 삶은 10에서 출발해 서서히 0으로 도달한다. 형이 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순차적인 진행.


형이 남긴 LP 50장을 듣기 위해 충격을 온몸으로 안는다는 허그쇼크를 사서 차에서 듣는다. 하나의 사건이 다음 사건의 원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훈은 겪어낸다. 형이 죽었고 남긴 LP가 있고 그걸 듣기 위해 허그쇼크를 사면서 뚱보130과 홍혜정과 그녀를 만난다. 세계에 우연이란 없다. 일어날 수 있기에 일어난다. 일어나야 하므로 일어난다. 


『좀비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애정 한다. 심지어 케겔까지. 장장군은 빼고. 휴대전화 수신감도가 0인 고리오 마을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은 지훈을 어디까지 데리고 갈까. 아니다. 지훈은 그들을 데리고 간다. 꼭 지켜줄 거라는 말과 함께 잘 따라오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세계의 끝으로 끝이 있다면 그곳까지 갈 것이다. 음악이 끊기지 않도록 지훈은 차에서 내려 판을 뒤집고 옆에 앉은 그녀는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함께 할 것이다. 


숨기지 않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 말과 언어가 우리 세계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고맙고 사랑하고 파이팅 하자 지켜줄게 잘 따라와 끝까지 데리고 갈 거라는 말까지. 지훈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이제 사소한 일에 놀라는 것이 감정의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인생에 배정된 놀라움을 모두 썼기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까운 불빛에도 믿음을 주지 않는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다가갔지만 빛은 언제나 멀리 있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수억 광년 떨어진 채 소멸해 버린 빛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다가 기대하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좀비들』은 실망과 체념이 10이었다가 5의 감도로 유지되어 현재를 살아가도 삶은 유지된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들쑥날쑥한 0과 10사이의 숫자를 바라보는 일도 그걸 어쩌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도 괜찮다고 해주니 슬픔이 밀려올 때마다  『좀비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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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의 8월 시의적절 8
한정원 지음 / 난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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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밤을 거쳐 7월을 걸어와 8월로 도착했다. 하늘을 보고 싶어 창문을 열어 놓을까 하다가도 뜨거운 태양빛에 놀라 마음을 접는다. 너머의 하늘은 푸르겠지.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겠지. 상상에 맡기는 8월의 아침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라고 말했을 때 이제 나 역시 여름을 좋아하는 계절로 삼겠다고. 가을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나 역시 가을이 좋으니 서로의 좋은 계절을 나눠 가지자고 말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계절을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여름을 살고 다음은 가을을 사는 것으로 말이다. 7월에 이루지 못했던 계획을 8월로 이월해 놓았다. 계획이란 건 지키지도 못할 금연 약속 같은 것이라 번번이 실패하겠지만 계획을 말하며 웃는 우리가 있기에 성실히 짜기로 한다. 아직 8월이 남았고 그런 게 좋은 거라서 '8월의, 8월에 의한, 8월을 위한' 한정원의 8월 에세이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당신이 아프다는 아침에 꺼내 읽는다.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라니 사계절을 사는 우리나라에서. 이건 싫어한다는 말을 완곡하고도 세상 다정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차마 싫다라고는 하지 못하고 너를 네번째로 사랑한다고 듣는 이를 헷갈리게 만드는 화법. 그럼에도 싫은 건 아니라고 하니까 위안 삼아 좋아하는 마음을 접지 않게 만드는 아리까리한 상대방의 여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바꿔서 부르면 '내가 처음으로 싫어하는 계절'. 이렇게 말하면 여름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여름은 울먹이며 말하겠지. 다르게 말해줘. 그래 그럼 이렇게 말할게.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야, 너는. 여름은 눈물을 닦으며 웃겠지. 고마워. 나를 네번째로 사랑해 줘서. 그렇게 여름은 묵묵히 열기를 품어 내고 소나기를 뿌리고 매미를 울게 하고 밤에도 흥분을 하겠지. 시와 에세이, 사진이 있는 8월의 책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에서 나는 앞으로 남아 있을 여름을 헤아리기보다는 오늘의 여름에 근면하기로 한다. 


책을 읽는 오늘은 8월 11일이니까 8월 11일의 에세이 「냄새와 기억」을 나의 생일인 날의 8월 19일의 에세이 「파도가 없다면」을 두 번, 세 번, 네 번 읽는다. 그런 것들이 남는다. 엄마가 뿌리던 향수와 엄마가 했던 말들. 이제 나는 엄마의 나이에 가까이 가려고 시도 중인데 엄마의 삶에는 가닿고 싶지는 않다. 빈번했던 실패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도움을 주지 못했기에. 


싫어하는 대신 조금 사랑하기의 마음으로 이 여름을 이 8월을 보내기를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은 나직이 말해준다. 조금 사랑하는 것도 많이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기에 8월을 사랑해 보기를. 애초에 나는 여름과 내가 태어난 달의 8월을 사랑한 사람이기에 지금은 사랑이 전부인 시간이다. 속상하거나 밉거나 서운하거나 그럴 때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것으로 당신과 내가 8월을 사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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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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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금요일 밤 나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5시 40분 넘어서 자료를 메일로 보냈다고 하는 거 진짜 실화였다. 다른 업무도 밀려 있었는데 그것부터 해야 하나 할까 하다가 하자고 생각했다. 자료를 보내준 분도 퇴근을 안 한 건지 아직이세요?라고 연락이 왔다. 지금 하고 있습니다. 곧 할게요. 나나 그분이나 금요일 밤에 퇴근을 못해서 짠했다. 


왜 안 맞지? 뭐가 안 맞는 거지? 한 시간을 고민하다가 자료대로 마감을 했다. 다 끝냈다고 연락 보내놓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라고. 제발 그분도 퇴근하셨기를. 월요일의 우리에게 일을 떠넘겼기를. 전화가 왔고 오랜 통화 끝에 나는 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감정들을 쌓아두는 건 안된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말자. 


우리는 정류장에서 만났다. 얼마 전에 읽은 김이설의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사무치는 감정에 조금 힘들었던 것도. 소설 속 두 연인의 슬픔과 애틋함 그리고 주인공이 겪어내는 상황 때문에. 드라마 《더 글로리》를 좋아한다. 모든 대사들이 좋다. 그중에 동은의 대사 중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의 나는 여섯 살 어린 사람과 사귀는 중이었다.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관계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갑자기 이별을 선언한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여동생과 엄마, 아빠와 생활한다. 집안 일과 육아를 전담하면서 나는 시만을 생각하고 시를 위해 살았던 시간을 미치게 그리워한다. 


소설 속에 나온 시와 시를 쓰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나와 현실의 내가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 만나 잠깐잠깐 어두웠다. 시를 쓰는 대신 시집을 사는 나날이다, 여름이다. 체력이 괜찮은 밤에는 책상에 앉아 시를 필사하며 이상한 감상평을 쓰는 것으로 시에게 사과를 한다. 미안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가족을 떠나서 나는 다시 연인과 만남을 이어가고 방을 마련해 시의 시간을 갖는다. 


시를 베껴 쓰는 필사의 밤에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는 필사의 마음이 더해지면 우리는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갈 수 있다. 정류장에서 만나 하루치의 힘듦과 고단함을 나누고 손을 잡고 시원한 곳에 가서 마주 앉는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내일이 아닌 오늘의 기분과 감정을 살펴봐주고 피곤을 나누는 일로 끝을 향해 걸어간다. 그걸로 시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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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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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평일에 연차를 썼다. 쉬는 날인데 일찍 눈 뜬 나 자신 반성하자. 다시 자려고 했지만 전화와 카톡이 수시로 들어와 에라이 그냥 일어나 있자 하며 눈을 뜨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누워 있다가 정신 차리고 문지혁의 소설 『중급 한국어』를 집어 들었다. 원래는 쉬는 날 어떤 무수한 많은 계획들이 있었지만 있었으나 없게 되었다. 하늘 한 번 보고 책 한 페이지 읽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중급 한국어』를 그렇게 읽었다. 여름의 하늘과 여름의 구름과 여름의 바람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소설은 나의 지나간 한 시절과 다가올 나의 시간이 교차되어 있었다. 문학을 하겠다고 까불었던 과거와 이제 나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볼까 망설이고 있는 현재가 『중급 한국어』에 안착해 있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혁은 은혜와 결혼을 했고 망설임 끝에 아이를 갖기로 한다. 


결심을 했지만 쉽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생명을 갖는 일은 생각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은채라는 소중한 아이를 얻는다. 지혁은 동해와 맞닿아 있는 도시로 글쓰기를 가르치러 다니면서 생활을 이어간다. 미국에서 판 차와 비슷한 견적의 차를 구매해서 출퇴근을 하고 아이는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글씨를 써줄 정도로 자란다. 


그런 시간들 속에 문학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와중에 문학이 존재한다. 지혁의 글쓰기 수업은 문학 수업이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문학에 빗댄 인생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 문학이 있고 욕망이 있으며 고통이 죽음과 애도가 있다. 눈이 잘 안보여서 안경 때문인가 해서 안경점에 갔다. 안 보이는 증상을 이야기하니 안경을 바꾸기 전에 안과를 가라고 해서 겁이 났다. 


혼자 가기는 무서워서 카페로 피신했다. 평일에 나만 일하는 거였어?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며 『중급 한국어』의 후반부를 읽어 나갔다. 아직 문학 수업이 끝나지 않았기에. 은채와 은혜를 데리고 지혁은 바다에 간다. 바다를 바라보며 평화의 순간을 만끽한다. 그러다 다리 하나가 없는 외삼촌이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중급 한국어』의 특별함은 소설을 읽는 동안 문학 수업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받았던 글쓰기 수업과 합평의 분위기 그리고 좌절의 기분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상한 유머는 덤이다. 웃기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지혁의 유머는 웃기 싫은데 웃음이 나와서 자존심이 상한다. 


지혁이 가르치는 글쓰기 수업의 교재인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에서 엄마를,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한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삶의 시간으로 걸어간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름의 월요일이었다. 눈이 좋지 않을 거라는 말은 일상이고 사람들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중급 한국어』를 읽으며 문학을 열망하는 일은 비일상이었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오늘의 여기와 내일의 그곳으로 연결되는 나의 사랑이 있다. 나의 사랑의 언어는 아직 초급 한국어에 머물러 있지만 본격적인 학습을 통해 중급 한국어의 단계로 나아갈 예정이다. 문학이 있어서 다행이며 여전히 읽을 책들이 있어 안심이다. 나의 여름은 우리의 여름이 될 것이기에 당분간 삶에 매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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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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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열받거나 화나거나(이건 동의어인가 그래도) 짜증 나면 탕비실로 들어간다. 무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싱크대를 닦기 위해서다. 정확히 싱크대 안에 있는 거름망을 씻는다.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자주 그곳을 닦는다. 음식물이 거름망 안에 쌓일 일은 거의 없지만(왜냐. 내가 매일 비운다. 왜냐. 어떻게든 일의 어려움에서 피하고 싶어서. 딴짓을 그렇게 한다.) 수시로 그곳의 청결 상태를 체크한다. 과자나 음료, 커피, 차의 재고수량도.


점심 제공은 하지 않지만 컵라면과 햇반은 살 수 있다. 나는 매일 김치볶음밥을 싸와서 먹기에 그건 손대지 않는다. 다른 이가 먹기에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다. 왜 이걸 내가 하고 있지라는 의문은 들지 않는다. 원래 나는 그런 잡일에 능숙하다. 화장실 청소도 열심히 한다. 물론 사무실 청소도. 탕비실 안에 냉장고에 일주일 넘게 남은 배달음식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왜 안 버리는지. 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마음고생.


그럴 시간에 일이나 열심히 하지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이미예의 소설 『탕비실』은 일하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쉬다가 서점사에서 보내온 신간 소개 메일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 '누가 가장 싫습니까?'에 꽂혔다. 이런 문구를 보고 어찌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가 가장 싫냐니. 그냥 다 싫다. 전부. 인간이라면 죄다 싫다. 그냥 느릿느릿 걸어가는 고양이에게나 마음을 주고 싶다. 


『탕비실』은 회사 탕비실에서 만나는 민폐쟁이 혹은 악당을 뽑아 리얼리티 쇼에 참가 시키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의도는 아니었다는 거 안다. 직장이 아닌 일상에서의 생활 습관 대로 행동했던 것뿐인데 악당으로 인식될 줄이야. 공용 얼음틀에 콜라, 커피 얼리고 커피믹스 챙겨가고 싱크대에 텀블러를 담가두는 사람들. 열받아서 머리를 식히러 갔는데 혼자 계속 떠드는 사람을 만나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케이크 상자를 가득 채워 넣은 모습을 본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차출된 그들은 일주일간 합숙을 하며 제작진이 심어 놓은 술래를 찾는 게임을 한다. 남녀 8명으로 시작했지만 5명이 남았고 그들은 규칙을 어겨가며 술래 찾는 힌트를 얻는다. 과연 누가 술래인가. 소설의 화자는 '공용 얼음 틀에 커피, 콜라를 얼리는 사람'인 얼음이다. 얼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탕비실'이라는 리얼리티 쇼의 진짜 의미를 알아간다. 타인을 악당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이 악당으로 본의 아니게 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깨닫는다. 


배려라고 생각했던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는 공포나 불쾌함으로 다가갔다. 이상한 사람으로 말이다. 왜 저래. 좋은 사람까지는 아니고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과한 친절과 배려를 보여준 것뿐인데 악당이 되고 말았다. 나는 이상한 사람은 아닐 거야는 착각이다. 『탕비실』은 나의 친절이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친철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돈을 벌러 간 것뿐인데 인류애가 뿌셔지며 나조차도 나를 미워하게 되는 그곳. 그래도 나 내일은 연차라서 쉰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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