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일본어 + 한국어) (미니북) -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미니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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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 왕자 (미니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어린 왕자를 몇 번이나 읽었을까?

아마 10번도 더 읽었을 것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없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책이라 여러 번 읽게 된다.

읽을 때마다 무언가 새롭게 건져오는 게 있으니 말이다.

 

어떤 때는 이 말에 끌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지난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문장이 훅하고 가슴으로 뛰어들어오는 경험, 책읽는 사람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이 문장은 영어로 어떻게 번역이 될까, 또는 일본어로는 어떻게 말할까, 등등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다른 언어로 번역해본다고 머릿속으로 아는 단어 총동원해가면서 더듬 더듬 다른 나라 말로 바꿔보기도 하는데......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나의 경우를 알아차렸는지, 이런 책이 나왔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 왕자

 

그러니까 어린 왕자를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어로 '어린 왕자'는?

<さな王子さま>

 

이 책을 읽으면 다음 세 가지의 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린 왕자독서 기록에 한 번 더 숫자를 더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잠시라도 어린 왕자를 따라 별나라 여행, 사막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지금껏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새롭게 다가올지 모른다.

 

둘째, 이 책으로 어린 왕자를 읽다가 보면, 이런 번역의 차이를 만나게 된다.

 

시중에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 여러 종 나와있다.

그중 몇 권을 읽으면서 번역이 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이런 부분 읽어보자.

 

재치있게 말하려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내가 가로등 켜는 사람들에 대해 정직하게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지구에 대해 틀린 생각을 갖게 할 염려가 없지 않다. 사람들은 지구 위의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있다.

(어린 왕자, 최영희 역, 59)

 

이 번역 부분을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보자.

 

누구나 기지를 발휘하려다 보면, 약간의 거짓말을 하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나는 가로등지기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면서 완전히 정직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 별에 대한 인식을 잘 못 전달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180)

 

두 가지 번역본을 대조해 보았는데, 밑줄 친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차이가 난다, 다르다. 그럼 이 책에서는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먼저 한글 부분을 보자.

 

잘 말하려다 조금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가로등지기에 관한 이야기도 전부가 사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의 별을 이상하게 이야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185)

 

, 그럼 이제 세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자.

 

지구에 대해 틀린 생각을 갖게 할 염려가 없지 않다.

우리 별에 대한 인식을 잘 못 전달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별을 이상하게 이야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별이 어디일까? 

화자가 비행사이니, 우리의 별은 곧 지구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라고 하는 것과 우리의 별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함의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럼 이 책에서 일본어 번역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らの

[][ぼく] , 나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별이라고 되어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비교하면서 읽어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번역이 차이가 있다는 것, 알게 된다.

    

셋째,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일본어로 어린 왕자를 읽는다는 점이다.

해서 일본어 실력이 는다는 것, 그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편자는 독자들이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페이지마다 하단에 어려운 단어, 설명이 필요한 단어들에 대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해서 위의 번역본과 일본어 본을 같이 읽다가 조금 어려운 곳이 나타나면, 얼른 하단의 설명을 찾아보면 된다.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어린 왕자와 친해져, 일본어도 배우고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보는 방법, 괜찮다. 좋다. 해볼만 하다.

 

언어가 다르면 품고 있는 그 함의도 다를 것이니, 이번 기회에 일본어를 구사하는 어린 왕자를 만났다 생각하고, 일본어도 공부하고 또 어린 왕자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그의 따뜻한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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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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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러시아 음악가와 발레 관련 인물들이다. 물론 다른 나라 음악가들도 많이 등장한다.

음악가뿐만 아니다, 예술가들이 종횡무진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 댜길레프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며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된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댜길레프의 시대는 그가 1872~ 1929년에 살았던 인물이니, 그야말로 세계사는 격변의 시기였다.

그가 발레 뤼스를 설립하여 활동한 시기는 1909년부터였다.

 

발레 뤼스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조르주 발랑신(George Balanchine)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90~ 1950)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1881~ 1931)

이다 루빈슈타인(Ida Rubinstein)

리디아 로포코바(Lydia Lopokova)

알리씨아 마르코바(Alicia Markova)

타마라 카르사비나(Tamara Karsavina)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

레오니드 마신 (1896~ 1979)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 책은 러시아 발레에 대한 조금더 깊고 넓은 지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발레 뤼스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단지 발레리나, 발레리노만은 아니다.

작곡가 면면을 살펴보니, 그 시대 대단한 작곡가들이 관련을 맺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만 챙겨보아도, 그 시대의 음악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겠다.

 

드뷔시, 라벨, 사티, 레스피기, 플랑크, 다리우스 미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이 있다.


또 거론할 인물, 반드시 거론될 인물은 바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그는 댜길레프와 만나 인생의 행로가 변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밖에도 더 있다.

피카소를 비롯하여 장 콕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등장하고 있으니, 예술, 특히 음악과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아주 좋은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향, 먼저 짚어둔다.

 

공연 예술의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놓고 있는데, 이런 말이다.

 

19세기 후반에는 오페라가 공연 예술에서 상상력과 창조력과 파급력이 가장 큰 분야였던 반면 20세기 전반에는 영화와 더불어 발레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이르게 되었다. (18)

 

그래서 20세기 전반의 예술, 특히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발레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 그럼 발레 뤼스에서 무대에 올린 작품들은 어떤게 있을까?

 

목록만 적어둔다, 목록 자체만으로도 화려하다.

 

<장미의 정령>, <페트루슈카>, <아르미드의 별장>

<셰에라자드>, <불새>, <목신의 오후>, <봄의 제전>

<결혼>

 

발레 뤼스의 운명은?

 

1929년에 댜길레프가 사망하자, 발레 뤼스의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이 책에서는 8장에 <계승자>라는 항목으로 잘 그려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벌어져, 점점 그 명성을 잃어가고, 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도달한다.

 

발레 뤼스의 해는 저문다

 

모스크바를 출발한 볼쇼이 발레단이 19567월 처음으로 런던에 도착했다.

그 뒤로 발레 뤼스는 빠르게 활력을 잃기 시작한다.

볼쇼이와 마린스키 발레단은 그 뒤를 채우기 시작한다. (367)

 

이 책에서 알게 된다, 배운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후에, 발레의 영역도 흥미롭게 다가와 이 책을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해서 이런 용어들, 새로 알게 된다.

 

발레트망(balletomane)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저기 등장하는 발레 용어들, 예컨대 피루엣, 부레, 푸에테, 파드 되, 코다 등등.

 

그리고 음악에 관한 이런 이야기들, 흥미롭게 읽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4>에 맞춰 안무한 <코레아르티움>이 나왔다. (326)

 

거기에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브람스의 <교향곡 4>은 명확한 주제가 없는 작품이다. 완전히 추상적이며 표제 음악이 아니다. 그걸 안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웅적인 것을 표현한 미켈란젤로 같은 조각가가 인간의 몸을 재료로 삼아 조각할 필요가 있다. (326)

 

음악과 안무의 관계를 이처럼 잘 설명하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밖에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도 마신의 작품으로 상연되었는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제목 그대로 환상적인 발레로 재탄생 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만 알고 있던 나에게 댜길레프의 발레 뤼스는 발레에 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댜길레프가 스트라빈스키와 손을 잡고 만들어낸 <봄의 제전>은 말 그대로 발레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그런 사건을 포함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 하나 하나, 모두다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깊게 한, 작품들이다. 그런 결과물을 가능하게 한 댜길레프와 여러 무용수들의 모습,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고, 또한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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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대에듀 이슈&시사상식 206호 + 무료동영상 - 공기업·대기업·언론사·대입 시사상식 | 논술 + 면접 대비
시사상식연구소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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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대에듀 이슈&시사상식 20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말 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빠르다.

벌써 ....새해..... 이런 말 하지 말자. 세월 흘러가는 것 어디 한 두 번 느껴보나?

그러니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속담이 이제 결코 속담이 아니라, 사실이고 진실이다,

 

,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발 덕분에 확실히 알고 싶어서, 이 책 펼쳤다.

 

먼저, 지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런 핫이슈를 모두 정리해서 1위부터 30위까지 순위를 매겨놓았다. 해서 설령 내가 모르고 스쳐 지나간 일이라 할지라도, 이 순위 안에 들어있는 사건들은 꼭 체크하고 새겨두자. 중요한 일이란 것, 확실하니까.

 

1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건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화를 줄줄 꿰면서 역사공부를 하듯이, 이 사건은 따로 추려 역사 교과서에 실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 사건이다. 그게 무얼까?

 

바로 작년 2024123일에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다.

이 책에서 대한민국 계엄법과 12.3 비상 계엄 판단근거를 도표로 정리해 놓았다.

옮겨본다. 비교를 잘 해놓아서, 12.3 비상 계엄의 근거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뒤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심리 종결에 이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 우리 역사에 기록되는 항목이 몇 개 더 있는데, 이런 것들이다. (15)

 

그는 우리 헌정 사상 첫 피의자이자 현직으로서 체포된 첫 대통령이 됐다.

또한 현직 대통령이 자국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세계 첫 사례라는 기록도 남겼다.

 

, 그러면 이런 것 살펴보자.

이 시리즈에서 지난 호에 1위를 차지했던 명태균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명태균 사건은 30위에도 들지못해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해서 말인데, 이 시리즈로 계속해서 책이 나오는데, 지난 호에서 몇 위 안에 들었던 뉴스 같은 것들은 따로 코너를 만들어서, 후속 기사를 써주면 어떨까?

예컨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난 호에 1, 명태균 사건, 그 후속 진행을 추적한다.

2위였던 기사는? 현재 이러저러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기사, 그렇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기면 반짝 하고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그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무런 관심 갖지 않는 행태가 많은데, 이 시리즈만큼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럼 두 번째 핫 이슈는 무엇일까?

아니, 지난 번에 두 번째로 핫이슈 목록에 올랐던 사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었는데, 그 후속으로 이번에는 3위로 내려갔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기사가 실려있다.

트럼프 관련 기사가 지난 호에서는 2, 이번에는 3, 역시 미국은 아무래도 우리와 관련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알겠다.

 

지난 호에서 3위를 차지했던,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 이번에는 순위에 포함시키는 대신 별도의 기사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장면을 포함한 기사로 실려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기쁜 소식이 이렇게 연달아 등장하니, 진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쁘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식으로 지난 호에 순위에 들었던 사건들의 후속 기사도 취재하여 실어주기를 부탁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코너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 그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

 

이슈 및 시사 상식으로 <세계사><세기의 발명>도 흥미로운 기사로 채워져있다.

 

<세계사>에서는 대홍수 신화를 다루었고 (158)

<세기의 발명>에서는 인간을 부품으로 전락시킨 컨베이어벨트를 다루고 있다. (160)

 

다시, 이 책은?

 

정말이지, 요즘 나라 안팎으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대체 그런 일은 왜 일어났으며, 또한 현재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그런 일들 정리해서 차곡차곡 내 인식의 서랍 속에 챙겨두어야 하는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해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상일이 어지럽게 돌아갈지라도, 이 책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간다면 적어도 길 잘 못 짚어 넘어질 일은 없을 듯하다. 이 책 격월간이니, 두 달에 한번씩 읽어 시사 상식 업데이트 해두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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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 그 소란한 밤들을 지나
정은영.생경.성영주 지음 / 몽스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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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제목은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인데, 그 중 잔나비가 무엇인지?

그게 무엇이길래 그걸 듣다가 울었단 말인가?

 

잔나비는 가수 이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수, 그 가수가 부른 노래 몇 곡이 나온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그 곡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하략)

 

저자는 이 노래 중에서 이 부분을 듣고 울었다 한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과연 그랬다. 이런 노래, 이런 가사 들으면 공연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또 있다. 잔나비 노래 중에 저자는 이런 가사에서 또 눈물을 흘렸는가 보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걸 두고도 돌아서 버렸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란 노래의 가사 일부분이다.

 

그 모든걸 두고도 돌아서 버렸나


이 가사를 들으니 그 신선하고 나직한 마디마디 한 소절, 한 소절이 삑삑 소리를 지르며 쩍쩍 달라붙었다(25)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그 노래를 찾아들으니, 내 마음에도 그렇게 노래가 와닿았다.

그런 노래,,,,,,,들으면서 이 책 읽었다. 저자 세 명의 인생 이야기.

 

어떤 이야기일까?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한 이야기다.

그러니 그 모든 걸 두고서 돌아서 버린 이야기다. 그러니 그런 잔나비의 노래 가사에 눈물 흘리는 것이다. 그 가사에 눈물이 쏟아지고, 쏟아지며 저자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는데, 공감이 간다. (25)

 

이십대를 지나 서른 한 살에 만난 이와 결혼했고 서른 아홉에 이혼했다. (145)

 

서른을 넘은 나이에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2년여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6년을 살았다.

나는 이혼이라는 이별에 전례없이 크게 걸려 넘어졌다. 이것은 그 넘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170)

 

그렇게 넘어지는 그 과정에 어찌 아픔이 없을손가?

 

저자들은 외친다, 그리고 속삭인다.

 

가슴 속에 뭉쳐둔 이야기, 꺼집어낸다. 외치는 소리다.

 

일을 마치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 가만히 누워있는데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발작적으로 울음이 터져나왔다. 말 그대로 화산처럼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195)

 

그리고 그것뿐일까?

여기 담겨 있는 말들은 그녀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울음들이다. 그래서 잔나비의 노래에 그만 울컥 같이 울음되어 밖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일게다.

 

그래도 이런 대목 있어, 다행이다.

 

이것은 그 넘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171)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말 뒤에 문단을 바꾸어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니까 넘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 박자 쉬고, 숨 돌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저자의 생각, 마음, 마음 다짐,

 

그리고 늘 그랬듯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171)

 

우리들, 사람들은 그렇게 늘 다시 일어난다. 그런 마음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런 말 한 기억이 난다.

넘어지는 것은 잘못이지만,

거기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더욱 큰 잘못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그리고 또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그들의 행로, 독자들은 분명 그 길에 같이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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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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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단 이 책은 저자의 친절이 돋보인다.

 

저자는 각 장마다 일일이 미주를 달아놓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떤 분들은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홀로 아는 것을 적어놓고 자세한 설명 없이 지나가는 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의 저자는 독자를 제대로 대접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금방 알게 된다.

 

오목한 곳, 부드러운 곳, 상처입기 쉬운 곳으로 가득한 인간의 몸은.

팔뚝은. 겨드랑이는. 가슴은. 살은. 누군가를 껴안도록, 껴안고 싶어지도록 태어난 그 몸은.

(희랍어 시간, 한강, 123-124)

 

실은, 그 문장은 한강의 작품 희랍어 시간을 열심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그만 놓친 문장이다. 해서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그 책을 새겨볼 수 있었다.

 

또한 생각할 수 있는 건, 저자가 애도를 정의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애도를 그저 죽음 자체만 연결시키는 데 비하여 저자는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경로를 거치면서 애도의 깊은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각 장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를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취약성과 비폭력, 아동 학대와 돌봄, 대량 학살과 재현, 인권과 인간성, 장애와 불능화, 동성애와 인류애, 성폭력과 전시 강간, 이민과 이주.


저자는 그런 주제를 통해서 애도에 이르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비극적 사건들을 오히려 나타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장애와 불능화, 동성애와 인류애 항목을 살펴보자.


그저 애도를 죽은 자에 대한 감정이라고 여긴다면, 이런 항목은 분명 불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장애나 동성애를 통하여, 목적지는 같을지라도 그 애도에 이르는 과정은 다른 것임을 분명히 한다. 즉 그 과정을 세세히 짚고 간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애도를 부르짖은들 그 과정이 남기고 간 상처들이 치유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면 재발 가능성은 없겠는가, 하는 점을 짚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 또 하나, 거기에 그림이 있다.

 

이것은 저자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의 전공은 미학과 철학이다.

그러니 죽음과 애도를 논하면서도, 그 방법 중 하나로 그림, 사진을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앞에 등장한 예술가와 철학자가 눈길을 끌어당긴다.

예술가 또는 단체로는 테레사 마르골레스, 모나 하툼, 하룬 파로키, 이보람, 임윤경, 포렌식 아키텍처, 이토 바라다, 윌리엄 포프 L, 캐럴린 라자드, 이강승, 콜린 와그너, 제니 홀저, 조혜진, 최선 등 모두 14명이 등장하고,

철학자는 9명인데, 주디스 버틀러, 노엄 촘스키, S. 매슈 리아오, 리베카 징크스, 김현경, 재스비르 푸아, 마사 누스바움, 로버트 스클로트, 로베르토 에스포지토가 등장한다.

 

해서 그림과 그림과 어울어져 철학을 같이 공부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저자의 해박한 전공 지식 덕분에 독자들은 예술과 철학을 넘나들며 신나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진 어떤가?

 

이곳에서 두 명의 여자가 강간당했습니다.

59, 521.”

(수잔 레이시의 1977년 프로젝트 <53주간>의 기록 사진) (144)



 

이런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토록 단순한 표기를 통해 행인의 발걸음은 단숨에 달라지기 시작한다. 빠르게 스치거나 서서히 돌아가기, 혹은 잠시 멈추어 서거나 오래도록 머무르기.

그처럼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 우리는 모두 상이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런 사건의 결과는?

보스니아 내전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은 결국 살해되거나 불태워졌다. (145)

그러니 강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런 말, 기억하고 싶다. 해서 적어둔다.

 

우리는 과거에 고통받던 사람들이

그토록이나 기다려온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 발터 벤야민 (80)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 김현경 (85)

 

무용가 도리스 험프리의 말도 기억해두자.

인간의 모든 움직임은 균형을 잃었다 회복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낙하와 회복, 즉 균형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 움직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94)

 

다시, 이 책은?

 

다음 말은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에 바치고 싶은 말이다.

 

그들은 시체가 없으면 범죄도 없다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시신이 없으면 피난처도 없고

그 누구의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145)

 

여기서 한강의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는 말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명문장이 되는 것이다.

 

읽어갈수록, 애도에 관한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껏 알고 있던 애도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에 불과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애도가 저자가 의도한 바처럼, 이런 과정을 거쳐, 애도에 이르게 된 죽음의 과정을 마치 범죄 수사하듯이 살피지 않고서 하는 애도는 그저 겉치레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것,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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