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 숙명 같은 삶을 딛고 전설이 된 15명의 여성 작가들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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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햇빛에 비추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비추면 신화가 된다'(98)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가 이병주의 책에서다.

 

그 말을 다시 여기에서 듣는다.

이번에는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듣는다.

그 말, 맞다, 햇빛과 달빛에 비추어져서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어버린 여성 작가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것도 무려 열 다섯명이나.

 

우리나라 작가도 물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K- 문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15명의 여성 작가는 다음과 같다.

 

박완서, 허난설헌, 박경리, 한강, 신경숙 우리나라 5

미우라 아야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시오노 나나미 일본 4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에밀리 디킨슨, 실비아 플라스, 시몬느 드 보부아르, - 유럽 및 기타 6.

 

독자들은 이중에서 맘 가는대로 골라 읽어도 좋고, 아니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박완서와 미우라 아야코, 그리고 허난설헌을 읽는 중에 버지니아 울프와 비교를 하는 글을 읽게 되어, 그 다음은 순서대로 읽지 않고 바로 버지니아 울프로 넘어가는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은저절로 다른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저자의 글쓰기에 있다.

 

글을 읽다가 넓어지는 인식의 세계, 확장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녀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다.

그리고 다른 작품 <도쿄 타워><모텔 선인장>의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녀에 관해서만 주야장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녀를 알기 위해 이런 것도 알아야 한다는 츼지에서 여러 가지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멜로 영화 <화양연화>, <헤어질 결심>도 말한다.

일본의 3대 여류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 그리고 그녀.

그녀와 비교되는 한국의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를 탐색하며 저절로 한국의 작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교적 풍족하고 평화로운 현대의 시간을 탐닉하며 마음껏 저술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누린 일본의 여류작가들은 나름 행복해 보였다.

반면에 식민지와 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유교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아파하고 고뇌한 한국의 여류작가들에게는 연민을 느낀다. (94)

 

이렇게 일본의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를 탐색하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시각은 독자들로 하여금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로로 그녀를 바라보게 만들며, 또한 우리나라의 작가들에게도 그 시선이 닿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는 작가들의 인생, 삶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박완서, 미우라 아야코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3살 때 아버자는 (생략) (21)

 

미우라 아야코는 1922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태어났으며 부모와 9남매가 함께 생활했다. (42)

 

이런 식으로 일단 작가들의 삶을 소개한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성장과정은 어떻고, 그녀가 문학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 그녀의 문학 세계를 펼쳐보인다.

 

그러니 이 짤막한 글 한 꼭지씩을 통해 그 작가의 거의 모든 것을 일별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 작가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알려졌는가?

 

이 책에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또 다른 요인은 이런 게 아닐까?

외국 작가의 경우, 그 작가는 어떻게 우리 나라 독자들 눈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이런 내용은 여간해선 듣지 못했던 것들이다.

 

저자는 외국 작가들과 한국 독자와의 연결고리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려준다.

 

흥미롭게도 버지니아가 한국인에게 각인된 것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때문이다. (11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히트한 것은 1988년 올림픽 이후 국제적 트렌드를 추구하는 과학적 사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190)

실제 그는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작품 판매도 그리 많지 않다. (189)

 

그렇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경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990년대에 경제적으로 도약하는 한국 국력이 성장하는 시기에 출간되었다. 소련의 붕괴에 이어 한중 수교와 한러 수교가 이루어졌고, 한국의 시선은 국제화로 모아졌다. 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적 스케일의 읽기 쉬운 거대한 로마사가 스토리 텔링의 형식으로 다가오자,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191)

 

다시, 이 책은?

 

하여 이 책은 단순하게 제목처럼 여성 작가들만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여기 소개되고 있는 15명의 여성작가들과 관련하여,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들을 문학으로 이끌어간 게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들의 작품세계는 물론이고 더하여 그들과 우리 작가들, 그리고 독자들과 만나게 되는 연결고리들을 모두다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여성 작가만 바라보고 이 책을 읽던 독자들은 저자가 보여주는 그들의 문학과 아울러 광대한 인문학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는 것에 놀라고 또한 반가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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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가든 - 메타 탐정 손현우
장량 지음 / 제니오(GENIO)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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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가든 메타 탐정 손현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출연진을 소개한다.

 (이 소설 언젠가는 영화화가 될 것이 분명하니, 출연진이라 부르려고 한다,)


메타 탐정인 사립 탐정 손현우.

보험회사 조사 팀장 이보연.

셜록 홈즈 전문가 정도일.

현역 경찰 경장 박강진.

 

그들이 모임을 만드는데, 호랑이 네 마리가 모였다는 의미로, 사호회(四虎會)라 칭한다. (101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 의기투합해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로 한다.

 

사건, 하나 풀어보자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보험사기 사건이다.

사건 개요는 김나영이라는 사람이 남편이 갑자기 죽고, 100억이라는 보험금을 탄 것이다.

김나영, 니폰 타운 회장 스미토모 마사토모의 부인.

스미토모가 갑자기 사망하여 보험금 100억을 수령한다. (105)

 

또한 그녀는 5년 전에 ()남편이 사망하여 역시 보험금 50억원을 수령한 적이 있다.

이런 사건에 의문을 품은 이보연의 제안으로 네 명이 모인 사호회는 그 흑막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사건 전과 후로 나뉜다.

사건 전에는 그린 파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으로 잠입하는 부분이 다크 파크.

그래서 이 책은 단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린 가든과 다크 가든.

 

그린 가든에서는 네 명의 모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네 명은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런 기본적인 설정을 토대로 김나영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러 다크 가든으로 향하는데...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 비노 술 속에, 베리타스 진실! (52)

 

니체, 괴물과 싸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55)


지문은 종생불변, 만인부동. (113)

 

사르트르 배고픈 사람은 결코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130)

 

마르크스 경제적 자유 없이는 진정한 자유는 불가능하다. (130)

 

인공지능에 대하여 :

여기 4호회 멤버들이 나눈 이야기 중 몇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자세한 내용은 그 부분을 참고하도록) 

 

인공지능은 직관과 예감을 할 수 있는가? (91쪽)

인공지능은 첫눈에 반하다와 같은 인간적인 사랑을 이해하는가? (93쪽)

 

탐정과 함께 이런 추론도.....

 

산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독자들 중에 이상하다 여긴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중, 산구라는 이름이 있을까?

이상했다.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데, 과연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추론이 맞았다.

 

탐정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때 그 이름을 이상하게 여겼던 독자들은 짜릿한 흥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산구라는 이름말이야. 처음 들었을 때, 왜 상구도 아니고 산구지? 이상타 했는데... 뫼산 야마, 입구 구치! 산구가 야마구치 山口. (297)

 

이렇게 곳곳에 독자들로 하여금 탐정놀이 하도록 저자가 숨겨 놓은 것을 찾아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다크 가든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단순하게 보험 사기 사건이 아니라는 게, 이 책의 주요 포인트다

저자가 메타 탐정이라고 내세운 손현우가 그저 보험 사기 사건만 해결하고 끝나면, 그런 캐릭터가 아깝지 않았을까.

 

저자는 이 소설에서 더 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바로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친일파들이 대한민국을 장악한다면, 한일병합보다 더 무섭고 완벽한 식민지가 되겠구나. (350)


한반도를 일반도로, 한민족을 일민족으로 바꾸는 계획이... 총 대신에 돈을 들이대는 침략이 이미 시작되었구나. (350)

 

그런 어마어마한 흉계의 수족으로 쓰여지는 인물이 바로 김나영이고, 그와 함께 자라고 같이 활동하는 산구다.

 

메타탐정 손현우는 그걸 밝혀낸다.

그리고 다크 가든에서 그는 탐정으로서 그 사건을 해결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메타 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다.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만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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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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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데, ‘그렇게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걸작은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합해져서 합동작전을 전개한 다음에 비로소 걸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그렇게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소설로서의 걸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처음 시작은 단순하게 시작한다. 다른 곳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렇게 시작한 소설은 한참동안이나 다른 곳을 열심히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주제인가보다고 생각을 돌릴만 할 즈음에 드디어 본래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그러면?

 

독자들은 뒤늦게 깨닫게 된다. , 저자가 이것을 말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그렇게 납득이 되고, 지금까지 읽었던 부분이 하나 하나씩 진행되는 이야기와 맺어지고, 연결이 되면 독자들은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며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이거 재미가 있어지는데, 하면서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 부분은 바로 4번째 장인 <사전 제작>이다. 거기에서 그걸 깨닫게 된다.

<사전 제작>에 등장하는 지역이 바로 론 뷰트이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딘가?

 

캘리포니아 론 뷰트, 23쪽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1946년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 거기에서 등장하는 한 가족이 있다.

로비 앤더슨의 가족이다, 그 가족을 말하려면,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로비의 어머니인 룰루 앤더슨의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인 어니를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 그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로비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계속 보여준다.

 

로비의 삼촌인 밥 폴스가 집에 나타났을 때, 그 삼촌은 로비가 그린 그림을 보고 이렇게 평한다.

 

너는 내가 재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가지고 있구나. 저건 진짜 같은 걸. (54)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로비, 그는 커서 만화를 그리는 직업을 갖게 된다.

그의 작품이 여기 책속에 소개되고 있다.

<파이어폴의 전설> (113)

작가의 이름은 트레브 보르다. 로비의 다른 이름이다.

 

그 작품은 그렇게 등장했다가, 잠시 독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잊혀지는 듯하다가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다.

 

마구잡이로 작품을 사들일 때 쿨 캐츠 코믹스에서 출간한 작품도 저주 구매했는데, 그 중 하나가 <파이어폴의 전설>이었다. (201)

 

영화 걸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제목은 <나이트셰이드: 파이어폴의 모루>

 

모루?

그 모루는 이 책의 앞 부분에 언급이 되고 있다. 로비의 삼촌이 로비에게 보낸 편지에 말이다.

 

전쟁 때문에 망가진 우리같은 사람들이 많거든. 하지만 우리라고 늘 그랬던 것은 아니야. 우리도 정상적인 애들처럼 자랐는데 모루에 놓고 어설프게 두들긴 쇳덩이처럼 변해 버린 거지. (106)

 

그 모루를 이번에는 영화감독 빌 존슨이 이어받는다.

 

소년들은 성장한다.... 쇳덩이처럼......모루에 놓고 두들겨서.... 빌이 학교 기초 목공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147)

 

그리고 드디어 촬영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230)

 

캐스팅

촬영

후반작업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걸작의 주인공이다.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누구 한 명 빠뜨릴 수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소설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그렇다는 얘기다.

맨 처음 등장하는 로비부터 시작해서 중간 중간에 서서히 등장하는 인물들, 등장하는 장면마다 재미있다.

 

로비의 삼촌인 밥 폴스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그 인생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는 것도 독자에게는 재미다.

그가 모터 사이클을 타고 로비의 집에 나타났다가 로비를 남의 가게에 맡겨두고 사라지는 광경(67)도 재미있거니와 그후 그가 어떻게 해서 중국인 여자와 결혼하고 골드 드래건이라는 중국음식 식당을 운영하게 되는지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105)

 

또한 얼 맥티어는 이 소설의 가장 앞 부분에 등장하는 이름인데, 그녀가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분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가보는 것도 독자에게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태워주었던 운전기사 이네스가 어떻게 영화사의 정식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는지를 그려내는 230쪽부터 240쪽까지에서는 분명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흐믓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것 모두가 하나 하나 모이고 쌓여서 걸작을 만드는 게 아닐까.

 

다시, 이 책은?

 

혹시 이 책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340쪽부터 시작되는 영화 촬영 장면을 읽어보면 된다. 촬영 첫날부터 시작해서 장면 장면 하나씩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지 모른다. 아니 영화도 감독판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감독판보다도 더한 영화 촬영 전반을 아주 세세하고 소상하게 기록한 것이라고 할까. 감독판보다 더 자세한 기록이 담겨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전 제작은 외교, 촬영은 전쟁, 후반 작업은 점령이다. (524)


이건 빌 감독의 부인인 존슨 박사의 말이다.

 

, 등장인물 중에 존슨 박사의 등장도 극적이라는 것  빼놓을뻔 했다.

빌 존슨과 패트리스 존슨이 원래부터 부부가 아니었다는 것, 그 둘이 비행기에서 만나 알게 되었는데 마침 성이 같았기에 결혼하고서도 여자의 성을 남편의 성으로 고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도, 유머가 먹히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패트리스 존슨은 박사다.

 

그렇게 이 책은 걸작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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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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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등장인물부터 정리해보자. 이런 정리, 출판사에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책 앞장에 등장인물 챙겨 적어주면 좋겠는데..... , 아쉽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야쿠시마루 료이치 : 형사

아내 : 에리코

: 카나 (발레리나, 영국에 유학 예정)

아들 : 쇼타

동료 직원들 : 타니가와 에이키치 (순사부장), 소우마 세이치로(순사부장),

오다기리 마모루 (순사부장), 요시노 사토루 (순사) 후카다 유미 (순사)

, 여기 또 한사람, 아주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료이치의 친구이기도 한 감찰계장 카타세 카츠나리. 그리고 그의 여동생인 카타세 이야카, 그녀 역시 경찰이다.

악의 무리들 : 여기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는데, 우선 이야기가 진행하는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 이건 굳이 여기 적을 필요 없겠다. 사건의 진행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차례 차례 등장하니까. 그때 그때 정리하도록 하자.

 

이 소설은 독자를.....

 

이 책의 저자는 독자를 힘들게 만드는 데 아주 도사급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독자들을 끌여들여, 바로 휘어 잡는다

그리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독자들을 이야기의 속으로,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어떻게?

 

어떤 이야기인가?

 

주인공은 형사 료이치다. 그는 지금 한창 연쇄 살인 사건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반사회 집단만을 노린 범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런 범죄의 성격을 빗대어 성소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성소자(聖掃者) 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일본어로 청소차와 발음이 같다. (11)

 

그러는 중에 시마다 유키라는 사람이 살해된다. 불법 사채업을 운영하는 자다.

그것을 수사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사건에는 바로 그의 딸 카나가 개입되어 있다. (, 이래서 소설을 리뷰할 때 어렵다. 줄거리를 어느 정도 말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해야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지, 그 판단이 어렵다)

 

한창 그 사건을 수사하는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첫 번째는, 어둠의 자식인 쿠로카와 타모츠,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을 성소자라 밝힌 사람으로부터.

 

그런데 그 두 차례의 전화가 그를 이상한 상황으로 몰고간다.

독자들은 여기에서, 순간 감정의 변화를 주인공보다 더 빨리 경험한다.

이거, 일이 조금은 안심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안도의 분위기가 조금 풍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작가의 실력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신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에게 전화를 해서 협박을 한 쿠로사와 타모츠가 살해된 것이다. (151)

그러니 두 전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어떤 일인지는 직접 확인하기를,


그렇게 사건은, 이야기는 빨리 빨리 진행이 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순간 순간 눈을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이쯤 해서, 이런 것 밝혀두기로 하자.

위에 스포일러가 될까봐 안개속을 헤매는 식으로 언급한 내용, 실은 이렇다.

 

딸이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고 성소자의 범행으로 위장한 것, 사건의 진상을 눈치챈 쿠로가와 타모츠를 처리해 달라고 성소자에게 의뢰한 것,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료이치가 한 일이다.

그렇게 사건은 진행이 되는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 몇 개 팀이?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성소자가 저지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갈래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경찰 공식 라인에서 하는 수사.

또 성소자에게 죽임을 당한 어둠의 세력에서 성소자를 잡기 위해서 벌이는 탐문수사. 

또 주인공 류이치가 저지른 사건을 이상하게 생각한 류이치의 친구인 감찰계장과 그의 동생.

, 또 있다. 누나인 카나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동생 쇼타도 궁금해서 드디어 행동을 개시하는데...

 

이렇게 여러 갈래에서 점점 수사(?)는 죄어오는데, 과연 류이치는?

 

다시, 이 책은?

 

딸이 잠깐 순간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 딸의 아빠는 마침 경찰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한걸음 내딛어 시신을 유기하면서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우리의 주인공.

 

독자들은 과연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아빠가 말했잖아. 그런 녀석은 죽어도 싸다고, 그러니까 너는 죄책감 느낄 필요없어.”
(71, 203)

 

아무리 딸의 처지가 안타깝다고 할지라도, 경찰인 주인공이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또는 그래도 딸의 가여운 처지를 보고, 그러지 않는 아빠가 어디 있겠냐, 는 식으로

독자들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다양하게 하도록 만드는 작가, 그래서 이 소설은 뻔하지 않다.

재미있다. 주인공을 몰아붙여서 독자들을 계속 긴장 상태로 몰고가는 소설, 모처럼 심장을 쫄깃 쫄깃하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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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아시아 -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
장문석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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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이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최인훈이 그 해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히 추적하고자 한다. (37)

 

, 이제 그런 저자의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최인훈이 어떤 작가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인에게 최인훈은 광장의 작가로 기억된다. (31)

 

광장, 실로 굉장한 책이다. 굉장하다. 품고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이야기의 의미, 그리고 그 소설이 끼친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 단어, ‘굉장하다가 제목인 광장과 운율적으로도, 의미론적으로도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굉장한 광장을 읽으며 우리는 주인공 이명준이 한국을 택하지 않고 다른 곳을 택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거기에서 광장은 우리를 아시아로 인도해간다.

 

그렇게 광장으로 시작한 이 책, 일단 목차를 일별하면서, 이 책의 구조를 살펴보자.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

2장 아시아의 공간 -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

3장 아시아의 시간 -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

4장 아시아의 원리 -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광장이 제시한 몇 가지 장면들에 대한 주석이다. 저자는 긴 주석이라 표현한다. (32)

최인훈 문학 창작 배경이 된 20세기의 역사를 살펴본다. , 식민지와 냉전이 이어졌던 동아시아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최인훈이 문학을 통하여 만들어낸 인물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펴본다.

또한 최인훈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인훈 문학의 역사적 맥락, 인물의 고민, 그리고 꿈을 살펴보면서 작가 최인훈이 남겨놓은 유산을 살펴보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작품을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최인훈의 작품을 하나씩 차례 차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광장, 크리스마스 캐럴, 서유기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총독의 소리, 두만강, 태풍, 화두

 

그리고, 작품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을 살피는데 그 작품이 태어난 시대적 상황을 또한 잊지 않고 살피고 있다. 예컨대 회색인의 경우 그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에 비로소 식민지였다는 것이 한국 문학의 조건이라는 것을 문제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1950년대에는 전쟁의 상처 때문에 그 문제 식민지였다는 것 을 가시화하지 못했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는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식민지의 문제는 어떻게 작품에 들어있을까?

 

회색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후진성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그것을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이라는 정치사적 맥락 및 식민지의 문화사적 조건과 병렬로 놓아둔다.

그래서 주인공 독고준 역시 한국인을 식민지인이라 부르며 자신들이 세계사에 등장하였음을 부기한다. (172)

 

이렇게 최인훈의 작품을 읽으면서 해방후 한국의 문학이 어떤 지점을 거쳐왔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앞에 서술된 <한국의 지식인, 통일을 말하다 – 『크리스마스 캐럴서유기> (87쪽 이하) 을 읽어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화두

 

냉전이 끝난 후에 최인훈은 무엇을 보았으며,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화두에 최인훈의 생각이 들어있다. (217쪽 이하)

 

식민지와 냉전은 최인훈의 문학 전체를 통괄하는 화두였는데,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최인훈은 화두를 통해 20세기의 세계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이 끝난 후 소련에서 생각한 것. (218)

소련이라는 난제에 균형잡기 모순의 유보와 현실의 무게 (220)

사회주의라는 이념형 탈식민지화와 사회적 연대 (238)

 

이 부분,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시대를 따라가며 최인훈의 관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문학 작품의 힘이란 이러한 철학적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10)

 

광장에서, 이명준은 독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격과 세계관을 드러내며, 세계를 책처럼 독해의 대상으로 삼는다. (160)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992년 혁명의 무대였던 동궁에 다시 선 최인훈에게 동궁의 의미망은 한국의 419 혁명을 거쳐 해방공간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었고 그의 생애사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239)

 

황국신민 세대의 작가 최인훈에게 식민지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에게 식민지는 자신의 사적 경험과 민족의 공적 기억의 충돌, 그로 인한 억압과의 긴장 속에서 재현 가능한 대상이었다. (291)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

우선 저자의 투철한 연구정신에 놀란다.

그가 최인훈의 작품을 붙들고,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정신을 오롯이 파내고, 정리하고 분석한 다음에 그것을 다시 독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연구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독자들은 최인훈의 사상과 저자의 정신을 같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들, 광장뿐 아니라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두만강, 태풍등을 포함한 최인훈의 거의 모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최인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이런 것들 역시 만날 수 있다.

 

최인훈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라는 시각을 통해 최인훈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왜 최인훈과 그의 문학을 동아시아와 세계라는 인식의 틀을 통해서 바라봐야 하는가?

최인훈이 문학을 통해 한국이 무엇이며 한국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최인훈이 찾아낸 것과 저자가 찾아낸 것, 같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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