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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아트 인사이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예술이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특히 예술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그 초점 맞추기의 방법으로, 예술 작품을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걸쳐서 연관시키며 예술을 탐구하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시녀들>, 그 앞에 서면?
흥미로운 것은 그림을 감상할 때 아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다른 대상보다 동물이 먼저 보인다는 것이다.
<시녀들> 앞에서 일곱 살 아이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건 바로 화면 맨 앞에 자리한 커다란 강아지, 그리고 그 강아지를 발로 뻥 차고 있는 작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60쪽)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저자의 말이 맞다.
어린이가 아닌 나에게, 그림 오른쪽 하단에 있는 개는 맨나중에 보였던 대상이었다.
그것도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보았던 것이다.
나중에 이 그림에 대한 오마주로 피카소가 이 그림을 재해석해서 그렸는데, 거기에 피카소가 키우던 닥스훈트를 그려 넣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66쪽)
요안 부르주아, 안무가
전에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떤 행위 예술가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계단에서 떨어졌다 오르기를 반복하는 영상이었었다. 그때 느끼기를 참 재주도 많다, 고 했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 책에서 알게 된다.
2022년 연말 새로 문을 연 LG 아트 센터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 공연.
계단에서 떨어진 사람이 다시 튕겨져 올라가는 비결은 바닥에 깔린 탄성 좋은 트램펠린 덕분이다,
현대 무용과 서커스, 거기에 마술까지 결합된 듯한 공연은 비결을 알고 봐도 신기하다. 이 작품이 단지 공연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녹화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시대가 그만큼 회복과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53쪽)
그 영상을 볼 때에는 그저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누가 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림 같은 정원,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은 현장 교육차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그랜드 투어를 다녀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예술품을 수집해왔는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였다. (181쪽)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에서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이 생겨난다. 즉 그림같은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정원을 만들었으니 그림같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안토니 곰리 <다른 장소>, 1997년 잉글랜드
안토니 곰리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영국 리버풀 바닷가 모래사장에 100개의 인물 조각을 세워놓았다. 간만의 차에 따라 인물상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또한 도심 곳곳, 거리에도 빌딩 위에도 인물상을 임시로 세워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당신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201쪽)
이 글을 읽으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른다.
그 작품의 주인공인 인선과 경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통나무를 모아서 검은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다.
그게 그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하는데, 이렇다.
제목이 뭐야?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 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192-3쪽)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197쪽)
작가 한강이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보았다면 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며 아주 좋아했을 듯하다.
아트 인사이트, 얻게 된다.
아트 인사이트(Art Insight), 문자 그대로 하면 예술적 영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예술에서 얻는 영감, 또는 통찰력이라고 할까?
이런 말을 읽어보면, 그 뜻을 이해할 것이다,
예술적 소양을 갖춘 관객층은 사회의 문화 자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공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예술가가 될 수 있냐고 의문이 들기보다는 그의 소심한 행위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관객의 해석이 그를 작가로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마다 가득한 인파를 보면 바로 그 점을 체득할 수 있다.
카텔란의 말처럼 오늘날 작가를 만드는 것은 관객일지 모른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라 해도, 지금 당장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괜찮다. 전시를 보며 떠오른 의문을 한 번만 더 길게 생각해 보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과 생각이 쌓이면 스스로 문화를 즐길 길이 저절로 열리게 된다. (116쪽)
예술은 내가 나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사치’이지만, 효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지치고 소외된 나를 달래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160쪽)
다시, 이 책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먼저 그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예술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이 책은 그 작품이 가지는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 만나야만 되는 것들, 즉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와 연관시켜 작품을 감상할 때, 그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영감의 원천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