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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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내란, 심리적 내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가 내란인가, 야당의 입법 행위가 내란인가?

이런 논란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말들인가?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이런 해괴한 궤변들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인데, 아무래도 뭐가 잘 못되어도 크게 잘 못 된 것 같다.

 

굳이 돌려 말할 필요 없다. 지금 나라 꼴이 내란 상태다

도시 곳곳에 탄핵 찬반으로 국민들이 갈라서 있다.

이렇게 나라 꼴을 만든 책임자가 누군가? 그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안타까운 나라 꼴을 보면

내란이 곧 내전이 아닌가내란, 내전 조짐이 보인다, 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대체 우리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잘 나가던 우리나라 정치가 해괴한 일들로 나라 안팎으로 개망신을 떨고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 앞에 우리는 서있다.

 

내전이란 말을 영어로 하면?

civil war.

이 말이 Civil War로 쓰이면 미국의 역사에 있었던 남북전쟁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남북전쟁이 아니라 Civil War, 즉 내전이다.

 

우리는 미국 역사를 배우면서, 미국의 내전이 어떤 경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던가를 알고 있다. 그게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또 있다. 내전으로 나라가 거의 풍비박산이 되어버린 나라들, 어디 한 둘인가.

 

그러한 나라들,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 자료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 서두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애덤 폭스라는 이름을 가진, 결국은 테러 행위, 음모,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되는, 영화 속에나 등장할법한 인물인데. 그런 인물의 준동이 심상치 않다고 하는 말로, 저자는 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의 시작이 심상치 않은 것처럼, 이 책은 시종일관 그런 자들의 준동이 지금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그래서 우려스럽다는 걱정을 전해준다. 또한 그것은 미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나라에서도 그런 경향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염려를 덧붙인다.


아노크라시의 위협

 

이 책에서 새롭게 만나는 용어가 있다. 아노크라시. (32)

 

아노크라시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anocracy는 완전한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를 말한다.

 

아노크라시와 내전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32)

한 나라가 폭력 사태로 향해 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징후는 무엇이었을까? (35)

 

저자는 이 개념을 이용하여, 나라들이 정치적 혼란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하고 파벌화와 극단주의를 심화시키는 요인을 살펴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오랫동안 탄탄한 민주주의를 유지해 온 국가들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설파한다.

 

이런 나라들 중에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역자의 글 <옮긴 이의 말>에서 나오는 말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변모하는 종형 전환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323)

 

그런데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데이터는 순식간에 의미를 잃어버렸다. 모두 계엄과 내란 정국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측정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옮기기조차 싫다. (324)

 

이런 말들, 이제 심각하게 생각할 단계에 와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언제나 평화가 지배할 것이라고 믿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제도는 흔들림이 없고, 우리 국가는 예외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힘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17)

 

이말은 저자가 하는 말이니, 분명 미국을 전제로 하는 말이겠다. 하지만 이 말을 비단 미국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말이 현재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말한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 국가로 변신하는 것은 지도자가 독재자를 본받아 국가를 조직하려고 애쓰는 이들처럼 검증되지 않은 허약한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들대부분 매우 인기가 높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장치에는 대통령에 대한 제약과 입법, 사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 책임성을 요구하는 자유로운 언론,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경쟁 등이 있다. 오르반, 에르도안, 블라디미르 푸틴, 또는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같은 독재자 지망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건전한 민주주의의 요구보다 앞세우면서, 일자리, 이민, 안전 등에 관한 시민들의 공포를 이용해서 지지를 확보한다. (42~43)

 

여기 거론되는 이름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그들의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을 욕할 필요조차 없다. 역시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는 내전 상태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는 나라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이미 내전 단계로 들어선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바라고 소원한다. 그리고 정말 온맘으로 기대하고 기도한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 독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굳게 믿는 바이지만.

우리 모두 이렇게 되기를 기도하자.

 

우리나라가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겪어내어서 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자. 그게 국민된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그리고 또 있다.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특히나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제로라도 읽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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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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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예술이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특히 예술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그 초점 맞추기의 방법으로, 예술 작품을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걸쳐서 연관시키며 예술을 탐구하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시녀들>, 그 앞에 서면?

 

흥미로운 것은 그림을 감상할 때 아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다른 대상보다 동물이 먼저 보인다는 것이다.

<시녀들> 앞에서 일곱 살 아이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건 바로 화면 맨 앞에 자리한 커다란 강아지, 그리고 그 강아지를 발로 뻥 차고 있는 작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60)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저자의 말이 맞다.

어린이가 아닌 나에게, 그림 오른쪽 하단에 있는 개는 맨나중에 보였던 대상이었다.

그것도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보았던 것이다.

 

나중에 이 그림에 대한 오마주로 피카소가 이 그림을 재해석해서 그렸는데, 거기에 피카소가 키우던 닥스훈트를 그려 넣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66)

 

요안 부르주아, 안무가

 

전에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떤 행위 예술가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계단에서 떨어졌다 오르기를 반복하는 영상이었었다. 그때 느끼기를 참 재주도 많다, 고 했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 책에서 알게 된다.

 

2022년 연말 새로 문을 연 LG 아트 센터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 공연.

계단에서 떨어진 사람이 다시 튕겨져 올라가는 비결은 바닥에 깔린 탄성 좋은 트램펠린 덕분이다,

현대 무용과 서커스, 거기에 마술까지 결합된 듯한 공연은 비결을 알고 봐도 신기하다. 이 작품이 단지 공연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녹화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시대가 그만큼 회복과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53)

 

그 영상을 볼 때에는 그저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누가 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림 같은 정원,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은 현장 교육차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그랜드 투어를 다녀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예술품을 수집해왔는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였다. (181)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에서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이 생겨난다. 즉 그림같은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정원을 만들었으니 그림같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안토니 곰리 <다른 장소>, 1997년 잉글랜드

 

안토니 곰리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영국 리버풀 바닷가 모래사장에 100개의 인물 조각을 세워놓았다. 간만의 차에 따라 인물상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또한 도심 곳곳, 거리에도 빌딩 위에도 인물상을 임시로 세워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당신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201)


이 글을 읽으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른다.

 

그 작품의 주인공인 인선과 경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통나무를 모아서 검은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다.

그게 그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하는데, 이렇다.

 

제목이 뭐야?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 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192-3)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197)

 

작가 한강이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보았다면 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며 아주 좋아했을 듯하다.

 

아트 인사이트, 얻게 된다.

 

아트 인사이트(Art Insight), 문자 그대로 하면 예술적 영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예술에서 얻는 영감, 또는 통찰력이라고 할까?

 

이런 말을 읽어보면, 그 뜻을 이해할 것이다,

 

예술적 소양을 갖춘 관객층은 사회의 문화 자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공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예술가가 될 수 있냐고 의문이 들기보다는 그의 소심한 행위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관객의 해석이 그를 작가로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마다 가득한 인파를 보면 바로 그 점을 체득할 수 있다.

카텔란의 말처럼 오늘날 작가를 만드는 것은 관객일지 모른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라 해도, 지금 당장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괜찮다. 전시를 보며 떠오른 의문을 한 번만 더 길게 생각해 보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과 생각이 쌓이면 스스로 문화를 즐길 길이 저절로 열리게 된다. (116)

 

예술은 내가 나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사치이지만, 효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지치고 소외된 나를 달래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160)

 

다시, 이 책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먼저 그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예술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이 책은 그 작품이 가지는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 만나야만 되는 것들, 즉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와 연관시켜 작품을 감상할 때, 그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영감의 원천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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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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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크루즈, 언젠가 한번 타고 세계를 돌아보고 싶은 여행.

여기 세 명의 여자가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이 소설에서 펼쳐진다.

 

그 크루즈 이름이 펠리시타 호다.

거기에 승선하는 여자들 이름은 다음과 같다.

마리, , 카미유.

 

그런데 여행의 컨셉이 고독 속의 세계 일주.

해서 혼자 승선하고 여행 내내 홀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여행중 그 누구와도 커플이 되어 애정행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펠리시타에 오르기까지, 세 명의 주인공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이 생기기까지의 인생 역정이 간단하게 설명된 다음에 그들은 각각 펠리시타 호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안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

 

, 그들 간의 우정은 배에서 요구하는 금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밝혀둔다.

남녀간의 애정으로 엮어지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시작된다.

여기서 독자들은 그들과 함께 크루즈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크루즈 여행 중 기항지에 내려, 그곳을 관광한 다음, 다시 항해하여 다음 목적지로 간다.

출발지는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마르세유 항에 오는 것으로 여행이 끝난다.

 

기항지 몇 곳만 추려보자.

 

출발 마르세유

바르셀로나 (43)

마데이라 섬 (54)

로스앤젤레스 (103)

샌프란시스코 (117)

호놀룰루 (133)

시드니 (191)

싱가포르 (207)

푸켓 (226)

두바이 (245)

알렉산드리아 (268)

사보나 (276)

다시 마르세유 (280)

 

이렇게 그들의 행적을 따라서 기항지를 적어보니, 마치 나도 그들과 같이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이게 책을 읽는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여행하는 등장인물을 따라서 같이 여행하는 기분, 물론 가상의 여행이지만 그런대로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그렇게 펠리시타호에 타게 된 세 사람, 그들은 여행하는 석달 동안 그들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게 이 소설의 큰 주제이기도 하다.

 

승선하기 전에 겪었던 일들, 그들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일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무작정 세상 끝으로 길을 떠나왔었다. (221)

 

, 그런데 이 소설의 중요 컨셉, 크루즈 여행은 280쪽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도 소설은 20여쪽이 더 진행이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들이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인연과 관련이 있다.


, 물론 그 중의 한 명 안은 중간에 이미 내렸다. 그 사연은 228쪽 이하를 살펴보시라.

 

이 소설의 복선 몇 가지

 

그들의 앞날을 암시하는 복선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는데, 이런 것은 미리 챙겨두고 읽어가자.

 

만약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할 건데요?”

마리가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사랑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거니까요. 아쉽게도 저는 그런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아서요.” (26)

 

또 있다.

크루즈 여행의 컨셉이 고독 속의 세계 일주이라는 것도 복선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세명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든지 감정 이입을 하면서,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서 그런 기분을 만끽하라고 위에 기항지를 적어 놓은 것이다. 그것은 이 리뷰에 들어있는 복선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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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2 - 시·수필·서간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이상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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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 전집> 1권을 읽었고, 이어서 2권을 읽는다.

1권에는 소설이 실려있고

2권에는 시를 비롯하여 수필과 서간문이 실려있다.

 

일단 시는 어렵다.

물론 이상의 시가 이상하다는 말은 듣고 들은 말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명불허전(?), 듣던 바대로 아니 그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나, 이상의 시가 어렵지만, 이 책에는 편저자의 수고로 주()를 달아주어서, 이것저것 어려운 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석 및 뜻을 파악하기 힘든 어휘는 해당 작품 끝에 주를 달았다. 아울러 부록에 따로 어휘풀이만을 덧붙여서 본문에 자주 나오는 어려운 어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이 책으로 이상의 글을 조금이나마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그런 도움 없이는 이상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는 그렇다고 해도 이상의 수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글 읽어보자.

 

정감 넘치는 문장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사람이 침소로 들어가듯이 어둠 속으로 아주 없어져 버립니다. (163)

 

어두워지면 팔봉산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이렇게 정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 이상의 다른 면모이기도 하다. 이상이 문장을 어렵게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의 향수를 불러오는 글들

 

객주집 방에는 석유 등잔을 켜 놓습니다. 그 도회지의 석간(夕刊)과 같은 그윽한 냄새가 소년 시대의 꿈을 부릅니다. (164)

 

석유 등잔에서 맡게 되는 냄새, 그 냄새가 신문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내 후각을 되돌려보니, 그렇다. 신문에서 맡게 되는 냄새가 바로 석유 냄새인 것이다. 그렇듯 이상은 이런 문장으로 나의 소년을 불러낸다.

석유 냄새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알코올 냄새 한 번 맡아보자.

 

등잔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켠 다음 비망록에 철필로 군청빛 를 심어갑니다.

(.........)

내일은 진종일 화초만 보고 놀리라, 탈지면에다 알코올을 묻혀서 온갖 근심을 문지르리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65)

 

표현의 신선함에서 비롯된 건지 모르겠으나, 연이어 후각을 이용한 문장들이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석유 냄새, 등잔 심지 돋워지는 장면, 그리고 알코올 냄새에 이어서 근심이 사라지는 모습까지, 이런 글을 읽으면 이상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 있다. 이번엔 가솔린이다.

 

동경에 관한 글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도 나는 똑같은 환멸을 당할는지. 어쨌든 이 도시는 몹시 가솔린 냄새가 나는구나!’가 동경의 첫인상이다. (261)

 

당시 조선에는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가 드물었으니 동경에 가서 느낀 첫인상이 그럴 수도 있겠다.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시 동경에서, 가솔린 냄새를 맡다!

 

이번엔 소리도 읽어, 들어보자.

 

아침에 볕에 시달려서 마당이 부스럭거리면 그 소리에 잠을 깹니다. (165)

 

아침 마당에 햇볕이 들어오면 서서히 마당이 부산해지고 그런 부산함이 소리를 낸다면? 마당 여기저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겠지. 그런 소리를 이상은 예리하게 포착해놓았다.

소리도 들리고, 마당도 부산해지는 한편의 소리있는 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도회적(都會的) 용어를 맘껏 뽐내는 이상

 

대담한 호박꽃에 스파르타 식 꿀벌이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농황색에 반영되어 세실 B. 데밀의 영화처럼 화려하며 황금색으로 치사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르네상스 응접실에서 들리는 선풍기 소리가 납니다. (166)

 

스파르타, 세실 B. 데밀, 르네상스 등등.....

 

이런 용어를 구사하는 이상, 당시에는 이런 단어들이 무척 낯설었을 것인데, 이상의 글에는 이런 단어들이 도처에 등장한다. 그만큼 그런 용어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나의 이 건조무미한 프롬나드는 일종 반추에 지나지 않는다. (263)

 

여기에서 프롬나드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요즘에서야 알게 된 단어 프롬나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가 알게 된 영어 단어다. promenade, 산보, 산책이라는 말인데, 이상이 이 말을 그냥 평상시에 쓰는 단어처럼 썼다니, 이상은 언어 구사 면에서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구의 인물들 역시 많이 등장한다.

 

모파상 (294)

아폴리네르 (296)

 

다시, 이 책은?

 

이상에 대하여는 그저 띄엄띄엄, 여기저기서 오다가다 얻어들은 것밖에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직접 읽어보니, 듣던 것과는 다르다, 읽을만하다. 시야, 원래 시가 난해한 종목(?)이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다른 분야는 읽을만하다.

 

그래서 이렇게 전집으로 이상의 글을 묶어서 출판한 출판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글이라고 해서, 글과 낱말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골방에만 넣어두면 점점 그런 글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작업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 알기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읽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한다. 이상의 글, 이상하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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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 가족 3부작
김원 지음 / 문장의바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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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3편의 희곡이 실려있는 희곡집이다.

세 편의 제목은 각각 다음과 같다

 

만선

만리향

만가(輓歌)

 

상황과 전개되는 내용은 다르지만 세 편의 희곡이 추구하는 것은 가족의 의미다.

가족이 잠시 어려움을 겪지만, 그런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가족은 가족이다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각 희곡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서로가 가족임을 확인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해서 읽을만하다.

 

해서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지천이다.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뭔지 알아? 오늘은 또 뭘해서 먹이나. 그 생각뿐이다. (15)

첫 번째 작품 <만선>에서 엄마가 하는 말이다.

 

환상통 (32)

그 지긋지긋한 환상통. 남들은 길어봤자 10년이면 없어진다는데 (........)

자다가도 발이 아파 손을 대면 아무것도 없어. 잘린 발이 아직도 붙어있는 것처럼 아픈데, 네가 그걸 알아? (32)

그렇게 속은 터지는데, 밤만 되면 잘린 다리가 꼭 있는 발처럼 계속 아프니 사람 환장하지. (81)

 

최선의 예의는 지켜야죠. 유서 하나 없이 대책 없이 죽으면, 나중에 경찰들이 자살 동기 알아내는데 고생할 거 아니야. (66)

 

만가(輓歌)는 기록으로 남길만 하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만가>는 잊혀져 가는 우리네 장례 풍습에 대한 회고라 할 정도로 여기저기 애쓴 흔적이 많다. 요즘 사람들은 그런 우리네 옛풍습을 알기나 할까. 그래서 <만가>는 우리 풍습의 기록이란 측면에서도 새겨볼 만하다. 

 

그런데, 이건 확인해봐야겠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왜 우리는 그런 일본 풍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을까?

 

망자 삼베 수의 입히는 거, 왜놈들이 만든 풍습이라고 싫다셨어. 그냥 아끼시던 옷 입고 가시겠다고. (192)

 

등장 인물에게 이름을 허()하라

 

그런데 3편의 희곡을 다 읽고 나서,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를 헤아려 보니, 이렇다.

<만리향>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주어온 아이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받을 돈 대신 받아두었다가 그만 돌려주지 못하고 키우게 된 아들이다. 그걸 그는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도 흥미롭다.

 

너 형 밉지?

근데 싫진 않지?

.....같은 말 아냐?

형이 너 얼마나 끔찍이 생각했는지 모를거다. (121)

 

치매에 걸려 기억력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에게서 이런 대화를 시작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124)


그리고나서 형과의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걸 알고 나니까, 형이 왜 자기를 더 살뜰하게 대해주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고단한 형편에서 그 것을 알게되니, 현재의 상황이 다시 해석되는 것이다.

부실하다 생각하던 가족이 새옷을 입는 순간이다. 그렇게 해서 가족은 새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셋째의 친구를 끌어들여, 한판 굿을 벌인다. 연극으로 굿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일어난다.

셋째의 친구가 와서 연극으로 굿을 하며 엄마의 소원을 풀어드린다 했는데,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가 그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애틋하게 가족의 의미를 찾아내는 희곡, 기억해주고 싶은데, 이런 문제가 생긴다.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이 무언지 아는가?

<만리향>이다.

 

여기서는 첫째가 운영하는 중국집 상호다. 뜻은 만리향이란 화초에서 가져와 향이 멀리 풍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걸로 상호를 지은 것이겠다. 그러니 그 뜻은 두 가지, 중국집 상호와 그리고 원래 화초 이름이다.

 

이 작품을 기억해두고 싶은데 작품 제목이 너무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다 못해, 거의 도시마다 하나 정도는 있는 중국집 이름이니 말이다.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하나 있다. 거기서 식사를 한 기억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작품 <만리향>의 둘째 아들, 기억해두고 싶은데 이름을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작가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생각해보자.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햄릿>, 작품 제목이자 그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가 만일 그 이름을 짓지 않고 이렇게 했다면?

'덴마크 왕자'. 그리고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을 역시 이름을 짓지 않고, 이름 대신 덴마크 왕자의 친구라고 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셰익스피어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서 <덴마크 왕국의 왕자>라고 알고 있다면? 지금까지 그 작품은 오래오래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들의 등장인물들, 아래와 같은 인물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 하나씩 지어주면 어떨까? 이름 짓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는가?

 

만선 - 아들

만리향 - 첫째, 둘째, 셋째

만가(輓歌) - 첫째, 둘째, 셋째,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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