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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코드 - 다섯 가지 코드로 크리스티를 읽다
오오야 히로코 지음, 이희재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애거사 크리스티 코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애거사를 다시 읽는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그녀의 소설을 분석한 책을 읽는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을 코드별로 분석하며 살펴보는 책이다,
읽어가는 데 어떤 코드를 살펴가며 읽어가면 좋을까?
제1장 탐정으로 읽다
제2장 무대와 시대로 읽다
제3장 인간관계로 읽다
제4장 속임수 기술로 읽다
제5장 독자를 어떻게 함정으로 이끄는가
이렇게 5가지를 가지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분석하며 읽어갈 수 있다.
예컨대, 애거사 크리스티는 5명이 넘는 탐정을 창조했다.
이방인, 에르퀼 푸아로
시대의 증인, 제인 마플
나이를 먹는 토미&터펜스
침묵이 빛나는 수사관, 배틀 총경
단편소설 속 개성적인 탐정들
이 중에서 배틀 총경은 이 책으로 다시 살펴보게 된 탐정이다.
여지껏 그녀의 소설을 주욱 읽어왔는데, 배틀 총경은 탐정 대열에 넣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을 보니 배틀 총경도 흥미진진한 사건을 해결한 탐정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0 시를 향하여』가 바로 그가 활약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가면서 배틀을 따라가 볼 작정이다,
또한 마플의 경우는 어떤가?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중 포와로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탐정이다.
마플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설정은 65~70세 정도였다. 훗날 크리스티는 이렇게 오래 쓸 줄 알았으면 초등학생으로 설정할 걸 그랬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마플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추리하는 탐정이니 아무래도 초등학생 나이는 무리였을 것이다. 예전에 만난 사람들과 경험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지금 일어난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생각한다. 이와 같이 마플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의 추리를 짜맞춰 나간다. (30쪽)
나로서는 마플은 이런 것도 알게 해준 인물이다.
마플 양이 멋진 활약을 펼치는 작품 『깨어진 거울 (The Mirror Crack'd)』 (1962).
이제 나이 많아,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 마플 양, 바깥출입 하는 것도 힘이 든다.
어쩌다 나간 동네 한 바퀴 길에서 넘어지기도 한다.
그런 일이 생긴 다음날, 의사 헤이독이 왕진을 온다.
“넘어졌다고 들었어요. 부인 나이에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알죠? 경고하는 겁니다. (……)”
(……)
“절대로 혼자 있지 못하는 거죠! 혼자서 몇 분이라도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요.
심지어 뜨개질도 그래요. 난 늘 뜨개질에서 위안을 얻죠.
그런데 요즘은 노상 코를 빠뜨려요. 더군다나 빠트렸다는 것도 모를 때가 많다니까요.”‘
헤이독이 사려 깊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언제나 반대도 있어요.”
“무슨 뜻이죠?”
“뜨개질하는 게 힘들면 반대로 풀어보는 건 어때요? 페넬로페도그랬죠.”
“그녀와 같은 입장이 아닌데요.”
“그래도 풀어내는 게 부인의 특기가 아니었나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봐야겠어요. 근사하고 흥미진진한 살인사건을 처방해 드리죠.”
“정말 터무니없는 말이군요!”
“그런가요? (……)”
헤이독은 의기소침해 있는 마플 양에게 살인사건을 처방해 준다.
무언가 활력소가 될 만한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대화중, 깨알 같은 유머가 들어 있는데, 그 유머가 작동하려면 인물 하나를 알아야 한다.
바로 페넬로페!
뜨개질하는 게 힘들면 그 반대로 풀어보는 게 어떠냐며, 거론한 인물 페넬로페.
페넬로페가 누군지 알아야 저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마플이 등장하는
『깨어진 거울 (The Mirror Crack'd)』 (1962).
정말로 마플은 특이한 탐정이다. 집안에만 있으면서도 마을 사정을 다 알고,
또 일어난 사건도 다 아는 것을 보면 신기에 가까운 정도다.
소위 ’안락의자 탐정‘이라 불리는 그런 인물을 창조한 크리스티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또 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진가를 알게 된 작품이 있다.
『파커 파인 사건집』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책에는 파커 파인 시리즈가 모두 14편이 들어있다.
그런데 읽긴 읽었는데, 이런 분류가 가능한지 전혀 모르고 읽었다.
전반부 6편과 나머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는 것.
남편의 바람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 부인과 상담하고, 그 부인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하는 탐정이라니, 그런 탐정이기도 한 파커 파인은 뒤이어 뻔한 결말 같지만 의의의 전개도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런 작품, 그런 탐정인 것을 몰라봤다. 죄송한 마음, 해서 다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특징들
저자는 일일이 크리스티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녀의 작품 특징을 도출해내고 있다.
그 중에 몇 가지 살펴본다.
교묘한 문장 표현이 두드러진다. 모든 진상을 알게 된 후에 읽어보면, 분명 같은 문장인데도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른 광경으로 읽히는 점에 경악하게 된다. (78쪽)
크리스티의 주된 특기는 트릭을 내세우지 않는 편이다.
복선의 활용이나 독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함정, 문장 표현을 이용한 속임수들이 크리스티의 주특기다. (88쪽)
마플이 여러 작품에서 사형 존속을 강하게 주장하였음에 주목해야 한다. 뉘우치지 않는 악은 단죄해야만 한다는 크리스티의 정의가 마플에 반영된 것이다. (105쪽)
이런 것도 작품의 배경설명이 될 것이다.
젊었을 때는 식민지로 떠나 있다가, 남은 인생은 교외의 컨트리하우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상류층에서 유지했던 생활방식은 점점 바뀌어간다, 식민지의 독립과 더불어 그런 양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크리스티가 즐겨 사용하던 작품 배경이 바뀌어지게 된다. (120쪽)
그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살인을 예고합니다』이다. (122쪽)
모든 등장인물이 용의선상에 있는 것도 크리스티가 좋아하는 설정이다. ‘
그런 류의 작품이 많이 있는데, 『백주의 악마』도 그 중의 하나다.
여정이 주제인 작품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이런 종류의 작품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중동 지역이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점점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정세가 불안해져 휴양지로서의 인기가 급격하게 사그라든다. 대신 여전히 영국령으로 남아있던 서인도 제도가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다. (103쪽)
1960년대에 이르자, 예전에는 고위층이나 유명 인사의 특권이었던 해외여행의 문이 서민들에게도 활짝 열리게 되었다. (103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마플의 말이다.
인간이란 모두 엇비슷한 존재죠. 다만, 아마 다행스럽게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에요. (34쪽)
당연하게도 평온한 일상이 살인이라는 비일상적 사건의 위협을 받을 때 독자들은 짜릿한 재미를 느낀다. 탐정의 추리로 수수께끼를 풀고 일상의 질서를 되찾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안심이 밀려든다. (75쪽)
이런 게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 아닐까?
다시,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 탐정소설의 여왕. 명불허전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그렇게 많이 읽었으면서도 막상 그녀의 작품 특징을 말하라고 한다면, 어떤 점이 크리스티의 매력이냐고 물으면, 글쎄.. 하여간...재미있으니까..... 라고만 말할 정도였는데, 이 책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특징을, 매력을 샅샅이 파악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마치 크리스티의 작품 전체를 탐정의 매같은 날카로움으로 살펴보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라고.
그러니 이제 저자가 알려준 대로 5개의 코드를 가지고 크리스티의 작품을 다시 읽는 일만 남았다.